경방, 최저임금 인상으로 얼마 부담하나

  • 기자명 김준일 기자
  • 기사승인 2017.08.01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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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대표적 섬유기업인 경방이 최저임금 때문에 광주 공장을 베트남으로 옮긴다고 7월 24일 발표했다. 김준 경방 대표이사는 "최대 10%로 예상했던 최저임금 인상 폭이 16.4%로 결정되면서 더이상 버텨낼 여력이 없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한국경제동아일보조선일보헤럴드경제 등 보수언론은 일제히 이 사실을 전하며 최저임금 때문에 한국을 떠나는 기업이 속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과연 경방은 최저임금 인상 때문에 광주 공장을 해외로 이전하는 것일까? 뉴스톱이 팩트체크했다.

경방, 예상못한 추가 부담 7억원 수준

경방이 최저임금 인상으로 실제 부담해야 하는 돈이 얼마인지 살펴보자. 전자공시사이트에 올라와 있는 경방의 2016년 12월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경방 사업은 크게 섬유사업부와 임대사업부로 나누어져 있다. 섬유사업부 종사자는 총 412명이며 평균 근속연수는 남자가 8.64년, 여자가 7.16년이다. (p.152) 1인 평균 급여액은 남성이 약 3600만원, 여성이 약 3000만원이다. 계산 결과 경방의 지난해 섬유직종 평균 연봉은 3262만원이었다.

올해 최저임금은 시간당 6470원으로 연봉 1622만원이다. 내년 최저임금은 7530원으로 연봉으로 1888만원이다. 올해 경방 직원은 평균적으로 최저임금 연봉의 약 2배를 받았다.

그렇다면 경방 직원 중 최저임금을 받는 직원은 얼마나 될까. 대한방직협회에 따르면 내년 최저임금 인상으로 전체 근로자 중 최저임금 적용을 받는 비율은 74%에 이를 것으로 조사됐다. 이 기준으로 경방의 최저임금 인상 영향을 계산했다.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김준 대표는 "최대 10%만 인상을 예상했는데 16.4%가 올라 버티기 힘들다"고 했다. 김 대표의 말대로라면 10%는 용인할 수 있는 수준이라는 의미다. 그렇다면 최저임금 16.4% 인상분에서 10% 인상분을 빼면 내년 경방이 예상치 않게 추가 부담할 금액이 나온다. 

우선 내년도 시간당 최저임금이 경방의 최초 예상대로 10% 상승했다고 가정하자. 직원 412명의 74%는 약 305명이다. 연봉 3262만원의 10%인 326만원을 305명에 곱하면 10% 최저임금 인상시 추가 인건비는 9억9430만원이다. 그러면 실제 상승률인 16.4%를 적용해보자. 연봉 3262만원의 16.4%인 534만9680원에 305명를 곱하면 16억3165만원이 나온다. 

둘의 차액은 6억3735만원이다. 즉 최저임금 인상폭이 경방의 예상보다 커서 더 지출해야 하는 돈은 7억원이 안되는 것이다. (미래에 추가로 지출해야하는 퇴직적립금 등은 계산에서 빠져 있다) 즉 경방의 주장은 예상치 못하게 내년에 7억원을 추가로 지출해야 돼서 공장을 베트남으로 이전한다는 것이다. 경방이 밝힌 베트남 공장 이전 비용은 200억원이다. 

 

전체 영업이익 434억원, 섬유사업은 38억 손실, 

경방의 재무구조는 7억원 추가지출을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일까? 경방은 지난해 연결재무재표기준으로 매출 3774억원에 영업이익 434억, 순이익 295억원을 기록했다. 다만 섬유사업은 약 36억원 영업손실을 기록했고 2015년에도 43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p.17)

방직업계의 원가 구조는 원재료인 목화 비중이 약 65%로 가장 크고 그 다음이 인건비 20%, 전기요금 10%다. 다른 산업에 비해 인건비 비중이 크고 기술력 차이가 두드러지지 않는 섬유업계가 개발도상국과의 경쟁에서 어려움을 겪는 것은 사실이다. 그래서 섬유업계는 2000년대 들어 해외 공장이전을 추진해 왔다. 하지만 해외 진출에도 불구하고 저임금에 기반한 중국과 동남아시아 기업들과의 경쟁때문에 겨우 적자를 면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해 방직업계 8개사의 매출은 총 1조3800억원이지만 영업이익은 32억원에 불과했다. 

해외 공장도 손실을 보는 곳이 많다. 실제 자회사 경방 베트남은 2016년 38억원 가량의 손실을 봤으며 2015년에도 47억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p.112) 지속적인 설비투자가 원인으로 추정된다. 회사 현황 소개에서 경방은 "베트남 공장의 경우 1ㆍ2공장 모두 본격적인 생산을 통해 효율 증대 및 이익 향상을 기여하고 있으며 특히 설립중인 염색단지가 새로운 성장의 발판이 되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라고 밝히고 있다. (p.12)

종합하면, 경방은 지난해 295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한 탄탄한 회사다. 다만 섬유사업은 영업손실을 기록해 고전을 면치 못하는 것은 사실이다. 

 

경방 베트남 공장 2008년 설립 후 지속적 증설

그러면 경방은 언제 베트남 공장을 설립했으며 그동안 어떻게 운영해왔을까. 

경방 90년사에 따르면 경방은 2008년 베트남 공장 출자 계획을 밝혔다. 인건비 비중이 높고 기술력 격차가 적은 섬유업계의 특성상 개발도상국에서 생산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세계 금융위기로 잠시 계획이 보류됐지만 2012년 다시 추진해 대규모 방적공장을 베트남에 완공했다. 경방은 이후 지속적으로 베트남 공장을 증설해왔다. 

올해 5월 매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김준 대표는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베트남 공장 건립 계획이 좌초될 뻔했지만 2011년 재검토에 들어가 2013년 2월 면방적 2만5000추 규모로 공장을 완공해 첫해부터 흑자를 냈습니다"고 밝혔다. 경방 베트남은 지난해엔 면방적 5만추 규모의 제2공장을 완공했다. 2015년 베트남에서만 250억원 매출이 발생했다. 

종합하면 섬유업계는 이미 가격경쟁력을 잃어 인건비가 싼 개발도상국으로 생산기지를 옮겨왔다. 동시에 국내 공장 규모는 꾸준히 축소해왔다. 경방은 수년전부터 베트남 공장을 증설해왔다. 그런데 김준 대표와 언론은 마치 이번 최저임금 결정 이후 급작스럽게 공장 이전 결정을 내린 것처럼 보도했다. 

 

베트남 임금상승률 7% 안팎? 

경방은 언론 인터뷰에서 "베트남의 인건비는 한국의 10분의 1 수준이고 연간 임금 상승률도 7% 안팎이어서 충분히 이전비를 뽑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정말 베트남 임금상승률은 7% 안팎일까.

2015년 기사를 보면, 경방 베트남 이갑수 법인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베트남의 2014년 최저임금 상승률은 14.9%, 2015년 14.8% 수준으로 임금 인상인상이 이뤄지고 전했다. 같은 기간 한국의 최저임금 인상률은 7%대였다. 연합뉴스 기사에 따르면 베트남 근로자 연봉은 7년새 2.7배 증가했다. 2016년 베트남은 월 최저임금은 155달러 (약 17만3000원)로 전년보다 12.4%인상됐다. 다만 2017년 최저임금 인상률은 7.3%로 전년에 비해 둔화됐다. 

베트남은 전국을 1~4지역으로 구분해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한다. 2017년 베트남의 월 최저임금은 1지역의 경우 168달러 (약 19만원)이다. 올해 한국은 월 135만원이다. 베트남 최저임금은 한국의 7분의 1 수준이라는 의미다. 

종합하면, 베트남의 최저임금 상승률은 2017년에만 7.3%였고 이전에는 꾸준히 15% 안팎의 상승률을 보였다. 7% 안팎이라는 경방의 주장은 사실상 거짓이다. 게다가 최저임금 수준을 보면 한국의 7분의 1 수준이다. 즉 베트남 인건비가 싼 것은 맞지만, 경방이 주장하는 수준만큼 낮은 것은 아니거니와, 베트남도 꾸준히 인건비가 상승하는 추세다. 

베트남의 최저임금 인상률이 높음에도 공장을 이전한 이유에 대해 경방 이갑스 베트남 법인자은 "인건비, 전기료가 한국보다 저렴하고 계절에 따른 온습도의 변화가 적어 방적사의 관건인 온도와 습도 조절이 용이하는 점"이라고 밝힌 바 있다.

 

경방, 꾸준히 정규직 줄이고 정리해고

김준 대표는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결정을 할 때 가장 마음이 아픈 것은 광주 공장에서 일하고 있는 150명 직원들"이라고 말했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해 공장을 이전하면서 어쩔 수 없이 구조조정하게 된 것이 가슴 아프다는 취지의 말이다. 그렇다면 경방의 그동안 직원을 어떻게 관리했을까.

경방의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경방의 섬유사업부 직원수는 2011년 551명, 2012년 535명, 2015년 478명, 2016년 412명으로 매년 평균 수십명씩 줄어왔다. 또 경방의 정규직 노동자는 2013년 620명에서 2016년 467명으로 꾸준히 줄었다. 반면 계약직은 2012년 33명에서 2016년 109명으로 증가했다. 이명박 정부 최저임금 인상률은 5.2%, 박근혜 정부는 7.4%였다. 최저임금 인상률이 낮아도 정리해고와 비정규직화는 진행되어 왔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은 오마이뉴스 기사에서 "마치 경방은 내내 구조조정을 하지 않고 버티고 버티다가 이번 최저임금 대폭 인상으로 '처음' 구조조정을 야기할만한 결단을 내린 것처럼 보인다"고 비판했다. 

종합하면, 경방 섬유사업부는 이미 2000년대 들어와서 꾸준히 직원수를 줄이는 등 사실상 구조조정에 들어간 상태였다. 대신 베트남 공장을 증설하는 등 해외이전을 꾸준히 추진해왔다. 최저임금이 경방의 예상대로 10%만 인상됐다 하더라도 감원은 피할 수 없었다고 보는 것이 상식적이다.

경방 13세 손녀가 한 달만에 10억 벌어

경방은 국내 1호 상장기업, 100년 기업으로 칭송을 받았지만, 적지 않은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2014년에는 오너일가 주식을 대거 매도해 현금을 확보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경방은 2014년 8월 1일 경방유통을 흡수합병한다고 공시했다. 경방은 자회사 경방유통의 지분 100%를 보유했고, 경방유통은 타임스퀘어와 메리어트호텔을 관리해 높은 수익을 내고 있었다. 경방유통은 비상장사였기 때문에 기업가치가 공개적으로 평가되지 않았다. 그런데 경방이 합병을 하면서 수익 개선 기대가 높아져 주가에 반영됐다. 

그런데 합병 발표 이후 오너 일가는 주식을 팔아 시세차익을 실현했다. 김준 사장의 여동생 김지영씨는 11번에 걸쳐 5620주를 매도해 10억원을 벌었으며 김지영씨의 딸 13세 이유진양도 같은 기간 5500주를 매도해 한달만에 10억원을 벌었다. 이 양은 2012년말 처음 6000주를 취득한 뒤 두차례 무상증자로 7500주까지 보유주식을 늘린 바 있다. 오너 일가가 자회사 지분을 확보한 뒤 자회사에 지분을 몰아주고, 이후 합병으로 지분을 늘리는 방법은 삼성 등 국내 재벌들이 해오던 전형적인 자산 증식 방법이다. 합병 발표 이후 주가 상승기간동안 경방 오너 일가는 한달만에 20억원의 시세차익을 챙겼다.

최저임금 때문에 공장을 이전한다는 경방의 주장에 허점이 많이 발견되면서 이데일리서울신문한국일보 등 주요 언론은 경방의 주장을 반박하는 기사를 실었다. 종합적으로 검토해보면, 이미 국내 사업을 정리한 뒤 해외 공장 이전을 추진중이던 경방이 최저임금 인상을 명분으로 삼아 갑작스럽게 이전을 발표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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