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11, 10…언론이 침묵하는 원전 성적표

  • 기자명 강양구 기자
  • 기사승인 2017.07.27 10:27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굿바이! 핵발전소 ③] 숫자로 보는 원자력 발전소
<뉴스톱>은 창간 기획으로 문재인 정부의 에너지 전환과 탈핵 정책에 대한 찬반 논쟁을 따라가며 주요 이슈를 팩트 체크한다.

원자력 발전소(핵발전소) 신고리 5ㆍ6호기 가동 중단을 둘러싼 논란이 한창 진행 중이다. 보수 언론을 중심으로 신고리 5ㆍ6호기를 가동 중단하고 탈원전 정책을 추진하면 "국가 경쟁력"에 심각한 타격을 입는다는 비판 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그렇다면, 이 시점에서 핵발전소가 한국과 세계 에너지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나 될까. 그 성적표를 살펴보자.

몇 가지 질문에 답하면서 팩트 체크하겠다. 이 기사를 읽는 독자도 아래 질문에 답해 보자.

ⓒcommondreams.org

핵에너지는 주류인가, 비주류인가?

"전 세계에서 소비되는 에너지 가운데 핵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율은 몇 퍼센트(%)나 될까요?"

이런 질문에 대개의 사람은 "한 30~40퍼센트 아닌가요?"라고 답한다. 정답은 이렇다. '월드 에너지 리소스 2016(World Energy Resources 2016)'을 보면, 2015년 기준으로 전 세계의 난방, 수송, 전기 등 전체 소비 에너지 가운데 핵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중은 고작 '4.44%'에 불과했다. 전 세계의 전기를 생산하는 에너지 중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11%' 수준이다.

한국은 어떨까? 에너지경제연구원에서 2014년에 발간한 '에너지 통계 연보'를 보면, 2013년 기준으로 한국의 전체 에너지에서 핵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중은 10.4% 정도였다. 고작 10%? 그렇다. 그렇다면, 우리 머릿속에 박힌 '30%'라는 수치는 도대체 어디서 나온 것일까?

같은 보고서를 보면, 우리나라 발전량 중에서 핵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중이 26.8%로 대중들이 흔히 생각하는 수치에 근접한다. 핵연료로 가는 자동차는 없다. 핵발전소는 오직 전기만 만든다.

핵발전소 보유국은 어떤 나라인가?

앞에서 언급한 4.44, 11, 10.4, …. 이 숫자들을 기억하면서 다음 질문에 답해 보자.

"핵발전소를 가동 중인 나라는 몇 개나 될까요?"

이 질문에도 대개는 "한 100개국 아닌가요?" 이런 답이 온다. 역시 정답과는 큰 차이가 난다.

국제원자력기구(IAEA) 자료에 따르면 2017년 7월 25일 기준으로, 전 세계 446기의 핵발전소를 가동 중인 나라는 31개국이다. 그나마 미국 99기, 프랑스 58기, 일본 42기, 중국 37기, 러시아 35기, 한국 24기, 인도 22기, 캐나다 19기, 우크라이나 15기, 영국 15기 등 상위 10개국 핵발전소가 총 366기로 80%가 넘는다.

당연히 31개국 가운데 상당수 국가가 보유한 핵발전소 숫자는 10기 미만이다. 핵발전소 숫자가 적은 열 나라의 핵발전소 숫자는 3기, 2기, 1기 수준이다. 더구나 446기 핵발전소 상당수는 (최근에 핵발전소 숫자가 늘어나고 있는 중국 등 일부 예외를 제외하고는) 지어진 지 30년이 가깝거나 넘은 노후 발전소다.

새로 건설 중인 핵발전소는 총 61기다. 신규 핵발전소를 건설 중인 국가는 중국, 러시아, 인도, 아랍에미레이트 등 신흥국이 대부분이다. 이 가운데 중국이 20기이며 대부분 해안가에 지어지고 있어 만약 사고라도 난다면 한반도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크다. 반면 지금까지 영구적으로 폐쇄된 원전은 총 163기다. 미국이 34기로 가장 많고 영국 30기, 독일 28기, 일본 17기 등이다. 소위 선진국들은 원전을 폐쇄하는, 즉 탈원전으로 가는 추세다.

2014년 3월 기준 중국의 원자력발전소 현황. 출처:환경보건시민센터

이것이 바로 영국에서 1956년에 처음으로 상업 발전을 시작한 핵에너지의 초라한 성적표다. (전기를 생산한 세계 최초의 핵발전소는 1954년에 가동된 (구)소련의 오브닌스크 핵발전소로 발전 용량이 작아 연구용으로만 쓰였다.) 한국에서 오랫동안 '미래 에너지'로 칭송받아온 핵발전소의 성적표가 이렇게 초라한 이유는 무엇일까? 다음 기사에서 살펴보겠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오늘의 이슈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