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뉴스 확산의 책임은 누구?

  • 기자명 송영훈 기자
  • 기사승인 2017.07.31 16:0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게 집행유예 선고를 내린 재판장이 전에는 라면 10개를 훔친 절도범에게 징역 3년6개월 형을 선고했다는 SNS 루머가 언론에 그대로 보도되고, 이를 유명인사들이 자신의 SNS계정에 링크하면서 ‘가짜뉴스’가 또 한 번 온라인을 달궜습니다. 자유한국당 이은권 의원은 ‘가짜뉴스 삭제’법안을 발의했습니다. 지난 한 주간의 팩트체킹 관련 주요 뉴스를 소개해 드립니다.

 

1. 조윤선 집행유예 선고 판사가 라면도둑에는 실형?

카카오TV 캡처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게 집행유예 판결이 내려진 것과 관련해 확인되지 않은 루머들이 온라인을 통해 확산됐다. 특히 해당 사건의 재판장인 황병헌 부장판사가 2년 전에는 라면도둑에게 실형을 선고했다는 확인되지 않은 뉴스를 더불어민주당 표창원 의원이 자신의 트위터에 “동문, 법조인끼리 감싸기, 그들만의 세상. 하늘도 분노해 비를 내리는 듯하다”는 글과 함께 ‘조윤선 집행유예 황병헌 판사…라면 훔친 사람엔 징역 3년 6개월 선고’라는 제목의 기사(이후 제목과 내용 수정됨)를 링크했다.

이에 앞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동생 근령씨의 남편 신동욱 공화당 총재도 트위터에 루머를 인용해 해당 판결을 비난하는 글을 올렸고, 김홍걸 더불어민주당 국민통합위원장도 루머를 인용한 내용을 썼다.

루머가 확산되자 법원은 반박에 나섰다. 법원 관계자는 “라면 도둑 판결에 관한 내용은 사실과 다르다”라며 “황 부장판사는 지난 2015년도에 형사재판을 담당한 적이 없을 뿐만 아니라, 위와 같은 사안에 대해 판결을 한 바가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유명인사의 트위터에 게재된 내용을 인용하여 보도하는 형식이라도, 사실과 다른 기사로 인해 오해가 발생하거나 오보가 되어 언론매체 신뢰도에 문제가생기지 않도록 당부한다”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조선일보는 표창원 의원을 가짜뉴스 전파자로 지목하며 비판하고 나섰다.

조선일보는 온라인 기사를 통해 표창원 의원이 트위터에 “‘헌법, 법률, 국가를 사유물로 여기는 자들. 조윤선 집행유예 황병헌 판사, 라면 훔친 사람엔 징역 3년 6개월 선고’라는 글을 올렸다”고 보도했다. 법원이 사실무근을 밝히고 표의원이 사실을 정정하자, “확인되지 않은 사안을 인용해 판사를 비판하고 한 발짝 물러난 모양새” “허위 사실로 황 부장판사를 비난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표 의원은 자신이 글을 쓴 게 아니라 언론사의 기사를 공유한 것이라고 반박하자, 조선일보는 29일 지면에 “인터넷 가짜뉴스 퍼 나른 표창원” 기사를 내보내며 표 의원을 재차 공격했다.

이 같은 공방에 대해 미디어오늘은 “판사의 행적과 관련해 사실과 다른 내용이 광범위하게 퍼진 건 사실이고 결과적으로 표 의원이 속은 것도 맞지만 ‘가짜뉴스 유통과정’을 되짚어보면 표 의원보다는 언론의 책임이 크다.”고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정작 허위사실을 만든 언론의 이름은 언급조차 하지 않은 채 언론에 기사화된 사실을 믿는 표 의원만 문제 삼았는데, 문제는 루머가 있으면 ‘사실검증’을 해야 할 언론들이 유명인사들의 발언을 기사화화며 가짜뉴스 확대재생산에 기여한다는 것이다.

신동욱 공화당 총재가 루머를 공유한 것이 시작인데, 여러 매체에서 신 총재의 발언을 전달하며 루머를 사실로 단정한 기사들이 나오고 다시 이를 표창원 의원이 언급하자 유력 언론들이 기사화하면서 파문이 확산된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논란이 불거진 데는 검증된 사실을 담는 ‘언론기사’라는 가장 그럴 듯한 포장이 적지 않은 기여를 했고, SNS에서 화제가 되거나 실시간 검색어에 뜨면 사실확인조차 하지 않고 무작정 기사를 쏟아내는 관행이 핵심적인 문제라며 가짜뉴스 확산에 결정적인 기여를 한 건 표창원 의원이 아닌 언론이라고 비판했다.

 

2. 최저임금 때문에 공장을 해외로 이전?

최저임금 인상 때문에 생산시설을 베트남으로 옮기겠다는 방직업체 경방의 이전 계획이 파문을 낳았다.

1919년 창립돼 100년 가까운 역사를 지닌 ㈜경방은 ‘우리나라 1호 상장기업’이 생산기반을 해외로 옮긴다는 상징성과 함께 현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을 공장 이전의 결정적인 이유로 들었기 때문인데, 이와 관련해 여러 매체에서 팩트체킹했다. (서울신문) (한국일보)

쟁점은 크게 두 가지로 경방의 경영 사정이 최저임금 인상을 견뎌내지 못할 만큼 어려운가와 공장의 베트남 이전이 지난 15일 최저임금 인상 결정 이후에 급작스럽게 정해졌느냐인데, 본사 기준 경방의 영업이익률은 2013년 10.4%에서 올해 1분기 12.9%로 크게 호전돼 이 수치대로라면 경방이 최저임금을 감당하지 못할 정도는 아니라는 계산이 나온다고 밝혔다.

또 2008년 투자허가서를 받았고 2013년 제1공장, 2015년 제2공장을 가동한 경방 베트남 법인은 가동 첫해인 2013년부터 4억 7300만원의 이익을 냈고, 특히 그동안 베트남 진출을 강화하면서 국내 인력을 지속적으로 감축하는 등 경방이 베트남 생산기지를 꾸준히 확장해 온 정황도 분명하다고 보도했다.

최저임금이 결정적 원인이라기보다 섬유업계가 설비를 줄이거나 이윤 극대화를 위해 해외로 이전하는 상황의 연장선에서 이해해야 한다는 분석이 유력한데, 최저임금 때문에 해외 이전 시점이 당초 계획보다 앞당겨졌을 수 있다는 추론은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3. ‘1·2심 선고’ TV 생중계, 인권침해?

JTBC뉴스 캡처

JTBC는 중요한 사건의 ‘1, 2심 선고 TV생중계가 무죄추정에 어긋나는 인권침해’라는 주장에 대해 팩트체킹했다.

먼저 ‘재판부가 여론의 압력으로 결론에 영향을 받는다’것에 대해, 이번에 바뀐 내용은 재판의 전 과정을 생중계하는 것이 아닌 선고만 생중계하도록 바꾼 것으로 판결 내용은 TV 생중계 이전에 이미 확정되기 때문에 생중계로 법적판단이 바뀔 수는 없는 것이며, ‘무죄추정에 어긋나는 인권침해’라는 주장에 대해서는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의 사례를 소개하며, 생중계와 더불어서 인권침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보완책을 함께 두고 있다고 밝혔다.

‘방송중계 규칙을 매우 세부적으로 정해놓은 영국이 가장 모범적 사례로 꼽힌다’며, ‘알권리와 인권이 서로 충돌하는 개념이 아니라 이런 방식으로 조화시켰다’는 특징이 있다고 덧붙였다.

 

4. 탈원전 정책으로 전기료 폭등?

뉴스1은 탈원전·탈석탄 정책이 시행될 경우 가구당 연간 전기요금이 지난해 보다 31만4천원 폭등할 것이라는 자유한국당 정유섭 의원과 현행 대비 40% 인상된다는 윤상직 자유한국당 의원의 주장에 대해 팩트체킹했다.

먼저 백운규 신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최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앞으로 5년 사이 전기요금 인상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탈원전 최대 이슈인 전기료 인상설을 일축했다며, 거시적 동향을 보면 원자력발전은 발전단가가 계속 상승하고, 신재생에너지 발전단가는 꾸준히 감소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공개된 미국·영국 등 다른 국가의 공식 전망치는 일단 이런 백 장관의 주장을 뒷받침하는데, 앞으로 5년 뒤면 신재생과 LNG의 발전단가가 원전이나 석탄보다 오히려 낮아진다고 밝혔다.

여기에 더해 원전과 석탄에 세금을 더 물리고 LNG에는 세금을 낮추는 에너지 세제 개편이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일부에서 주장하는 과도한 전기료 상승 사태는 가능성이 낮고, 우리나라 발전설비 용량을 봐도 당장 전기요금 상승이 현실화할 가능성은 낮다고 보도했다.

문제는 국책연구기관인 에너지경제연구원이 지난달 20일 보고서에서 원전·석탄발전을 줄이고 신재생·LNG 비중을 늘리면 연간 발전비용이 지금보다 20% 이상 늘어난다고 전망한 것처럼 문재인정부 임기 이후 상황인데, 이런 예측은 현행 발전단가를 기준으로 했을 뿐 단가 변화나 현 정부에서 추진하는 에너지 세제 개편 정책을 고려하지 않은 것이어서 정확하다고는 볼 수 없다는 지적이 많으며, 에너지 공급·수요 상황을 자세히 담은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도 아직 나오지 않아 정확도가 떨어진다고 밝혔다.

결론적으로 국제 유가 변화 추이도 미래를 정확히 예측할 수 없을뿐더러 정부가 추진할 에너지 세제 개편이 제대로 실현될지, 발전원별 단가 변화가 예측대로 맞아떨어질지 아무도 모르는 상황에서 인상론 대부분이 과거 수급계획에 근거하고 있어 정확성이 떨어진다고 보도했다.

 

5. 한국당 이은권 의원 '가짜뉴스 삭제' 법안 발의

CMB 뉴스 캡처

자유한국당 이은권 의원이 7월 26일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에게 '가짜뉴스'를 삭제하도록 하는 것을 골자로 한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법안에는 거짓이나 왜곡된 내용을 언론보도로 오인하게 하는 정보가 유통되지 않도록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의 의무를 강화하는 것과 가짜뉴스로 명백히 인정되는 경우 이를 삭제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이은권 의원은 “다른 사람을 비방하거나 명예훼손을 목적으로 가짜뉴스를 유포하는 자에 대한 처벌 규정은 있으나, 유포 과정에서의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에 대한 책임은 규정하고 있지 않다”고 지적하고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의 강력한 초기 대응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6. “가짜 뉴스는 전 세계적인 문제”

한겨레21이 ‘구글 뉴스랩 아시아태평양(아태·APAC) 서밋 2017’에서도 가짜뉴스가 이슈였다고 보도했다.

7월12일부터 14일까지 싱가포르 구글 아태지역본부에서 진행된 구글 뉴스랩 아태 서밋 2017에 참가한 한국·일본·대만·타이·미국 등 15개국의 저널리스트와 관련 업종 종사자들은 ‘언론 신뢰도에 치명상을 입히는 가짜 뉴스가 언론 기업의 수익성 악화 못지않게 위험한 적’이라고 입을 모았다고 밝혔다.

미디어별로 다양한 대응책을 모색하는 가운데 다양한 기관이 협업하는 사례도 있는데, 미국 시민단체 ‘퍼스트 드래프트’는 전 세계 언론 및 미디어 연구기관 100여 곳과 함께 가짜 뉴스 검증망을 만들었고, 가짜 뉴스가 인종·종교적인 사회분열을 일으키고 있는 인도네시아에서는 210여 개 도시 시민 10만 명이 참여하는 대규모 ‘거짓말 반대 운동’이 진행 중이라고 소개했다.

또 가짜 뉴스가 몰고 온 예상 밖의 효과로, ‘미국에서는 믿을 만한 언론사의 온라인 뉴스를 유료로 보는 분위기가 조금씩 형성되고 있다’며 가짜 뉴스가 절정에 이른 2016년 미 대선 이후 <뉴욕타임스>의 온라인 유료 구독자는 50만 명, <워싱턴포스트>는 20만 명 늘었다고 밝혔다. 가짜 뉴스의 범람 속에 양질의 뉴스에 갈증을 느끼는 젊은이들이 증가한 것으로 분석했다.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의 발표에 따르면 지난 4년간 미국과 유럽에서 스마트폰 뉴스 소비 비중은 20% 중반대에서 50%대로 두 배 가까이 상승한 반면 컴퓨터 비중은 70%대에서 40~50%로 줄었다며 뉴스 이용자의 콘텐츠 소비 방식이 빠르게 변한다는 사실도 큰 주목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오늘의 이슈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