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뉴스에 낚이는 언론과 사람들

  • 기자명 송영훈 기자
  • 기사승인 2017.08.07 1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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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끼리 인간이 모르는 자기들만의 언어로 대화를 나눠 인류를 깜짝 놀라게 했다고 합니다. 페이스북은 가짜뉴스를 퇴출하기 위해 '관련뉴스'를 활용하기 시작했고, 독일에서는 가짜뉴스 실험연구가 진행됐습니다. 지난 한 주간의 팩트체킹 관련 주요 뉴스를 소개해 드립니다.

 

1. “팩트체크 기사, 가짜뉴스에 효과적"

팩트체크 기사가 가짜 뉴스의 영향력을 줄이는데 큰 역할을 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 같은 결과는 한국언론진흥재단 미디어연구센터가 제19대 대통령선거 투표자 1천9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팩트체크 관련 설문조사를 통해 공개됐다.

조사 결과 응답자 1천92명 가운데 53%가 대선 기간 팩트체크 기사를 접해본 적이 있다고 답했으며, 가짜뉴스로 의심되는 정보를 본 적이 있다는 응답자의 경우 팩트체크 기사를 접했다는 비율은 69%였다.

특히 언론사 등의 팩트체크 기사는 가짜뉴스의 영향력을 약화시키는데 효과가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팩트체크 기사를 접해본 사람의 59%가 ‘가짜뉴스는 나에게 설득력이 없었다’고 답한데 비해 팩트체크 기사를 접하지 않은 사람은 그 비율이 49%로 나타났다.

또 팩트체크 기사를 접해본 사람의 75%는 가짜뉴스로 의심되는 정보를 접했을 때 인터넷 검색으로 확인해본다고 답했지만, 팩트체크 기사를 접하지 않은 사람은 그 비율이 51%에 불과했다.

팩트체크 기사를 가장 많이 접한 곳은 포털 사이트(26%)였고, TV방송(22%), 언론사 홈페이지(15%)가 뒤를 이었다. (관련기사)

 

2. 인공지능끼리 대화?

지난 7월 31일, 페이스북이 개발하던 인공지능 챗봇이 인간이 알아듣지 못하는 언어를 스스로 만들어 대화하기 시작했고, 페이스북은 깜짝 놀라 이 인공지능시스템을 종료했다는 기사가 급속히 확산됐다.

미국의 폭스뉴스가 ‘Facebook engineers panic, pull plug on AI after bots develop their own language’라는 제목으로 보도하는 등 외신에서 다루자 연합뉴스 등의 국내 언론들이 뒤를 이었다. (관련 기사)

하지만 이 기사는 가짜뉴스에 가까운 해프닝으로 끝났다. 페이스북이 개발한 AI가 실험 도중 이해하지 못할 문장을 만들어 대화를 나눈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AI가 인간을 따돌리기 위한 행동이 아니었고 연구진이 놀라 AI를 강제 종료시킨 적도 없었다.

페이스북 인공지능 연구소(FAIR)는 지난 6월 15일 챗봇(채팅로봇)에게 협상을 훈련시킨 실험 결과를 공개했다. AI가 적용된 두 챗봇에게 책, 모자, 공을 주고 대화를 통해 서로 원하는 물건을 나눠 갖게 하는 방식이었다. 실험 결과 두 챗봇은 원하는 결과가 나올 때까지 협상을 벌였다.

또 협상을 유리하게 만들기 위해 목표가 아닌 물건에 관심이 있는 척 행동하기도 했는데, 연구자들이 프로그래밍한 게 아니라 챗봇이 스스로 발견해낸 방식이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자 사람들이 이해할 수 없는 언어로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지만 이는 애초에 온전한 영어문장으로 대화하도록 설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관련 논문)

AI가 스스로 언어를 만든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구글은 지난해 11월 구글 번역기에 사용된 인공 신경망 AI가 스스로 중간 언어를 만들어 사용하는 현상을 발견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관련 기사)

그리고 페이스북 연구진들이 챗봇의 대화를 멈추게 한 것은 인간언어를 구사하는 AI를 이용해 이용자와 대화할 수 있는 개인화된 조수를 만드는 최종 목적에 부합하는 결과가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이번에도 일부 언론의 낚시성 기사에 외신-국내언론의 순서대로 낚인 셈이었다.

 

3. 페이스북, 관련기사 활용해 가짜뉴스 퇴출

페이스북이 가짜뉴스 퇴출을 위해 가짜뉴스 필터를 적용한 데 이어 이번에는 관련기사(Related Articles)를 활용한다.

페이스북은 지난 8월 3일 자사 뉴스룸을 통해 가짜 뉴스를 사용자가 직접 걸러낼 수 있도록 기사가 다루는 주제와 관련 있는 다른 기사를 보여주는 기능을 추가한다고 밝혔다.

페이스북은 지난 4월부터 관련기사를 제공하는 테스트를 진행해 왔는데 이번 업데이트는 가짜뉴스로 의심되는 콘텐츠를 사용자가 접했을 때 다양한 시각과 맥락의 관련기사를 보여줘서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취지다.

페이스북은 잠재적으로 가짜뉴스의 가능성이 있는 콘텐츠를 탐지해 외부 팩트체커에게 링크를 보내고 팩트체커가 기사를 검토하면 이후에 원래 게시물 아래에 해당 사실과 관련한 다른 기사를 사용자에게 보여주는 방이다. 사실에 대한 맥락을 더 전달하기 위해 팩트체커가 작성한 콘텐츠가 포함될 수도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과 블룸버그 등 외신도 이 같은 내용을 보도했다. 페이스북이 가짜뉴스에 대응해 관련 뉴스 기능으로 같은 주제의 다른 기사를 볼 수 있게 했다며, 기존에는 가짜 뉴스를 찾아낸 후 노출되지 않도록 삭제하는 방식으로 대응했으나 앞으로는 해당 방식과 함께 사용자들이 직접 판단할 수 있도록 일종의 사실 확인(팩트체킹) 기능을 넣은 것으로 풀이된다고 설명했다. 해당 주제와 관련된 뉴스를 페이스북 뉴스 피드상에서 보여주는 형태로 미국과 네덜란드, 독일, 프랑스에서 사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4. 독일서 ‘가짜뉴스’ 실험 연구

다음달 24일 연방의회선거를 앞두고 ‘가짜뉴스’ 경계령이 내려진 독일에서 ‘가짜뉴스’와 관련된 실험연구가 진행됐다고 중앙일보가 보도했다.

독일 슈투트가르트 호엔하임대학 소속 연구진은 지난 4월 페이스북에 언론사를 가장한 4개 페이지를 개설하고 “이민자들이 정부 보조금으로 매춘부를 찾는다”는 등 독일에 온 이민자에 반감을 살만한 ‘가짜뉴스’를 올린 뒤 어떻게 확산되는지 실험했다.

기사에 쓰인 지명은 실제 존재하지 않는 곳이었는데 반응은 폭발적이어서 가짜 뉴스를 공개한지 4일 만에 1만1000여 명이 뉴스를 봤고 150여 명은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 등으로 내용을 공유했다.

주로 이민자의 범죄 가능성을 전제로 하거나 기사 내용과 관계없이 노골적인 반감을 드러내는 댓글들이 달렸고 일부 네티즌만 지명 등을 들어 기사에 의문을 나타냈다.

연구진은 1개월 간 실험 후 해당 계정을 통해 “조사를 위한 가공된 정보였다”는 사실을 공지하고, 지난달 말 조사보고서를 통해 “가짜 뉴스의 반향은 매우 크다”면서 “많은 사람이 페이스북 친구 등을 통해 알려진 정보에 대해 진위 판단을 어려워한다”고 결론지었다고 밝혔다.

 

5. 자유한국당 송희경 의원도 '가짜뉴스‘ 관련 법안 발의

자유한국당 이은권 의원에 이어 같은 당 송희경 의원도 ‘가짜뉴스’ 관련 법안을 발의했다.

송희경 의원은 지난 8월 4일 가짜뉴스와 허위·왜곡보도를 근절하기 위한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각각 대표발의 했다.

최근 국내외에서 사실에 아닌 정보를 뉴스의 형태로 가공해 배포하는 ‘가짜뉴스’와 언론사의 허위·왜곡보도로 인한 사회적 문제가 커지고 있지만, 허위·왜곡보도에 대한 제재 수준은 언론중재위원회의 ‘시정권고’ 수준에만 머물러 있다.

송 의원은 ①가짜뉴스 정의 규정 마련 ②가짜뉴스 유포자 처벌 근거 신설(7년 이하의 징역, 5천만원 이하의 벌금) ③포털·SNS 등 사업자(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에 대한 가짜뉴스 삭제의무 규정 및 의무 위반에 대한 제재 근거(3천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신설하는 내용을 담은 『정보통신망법 개정안』과 함께 ①허위·왜곡보도 근절을 위한 언론의 사회적 책무 규정 신설 ②언론사 내 고충처리인 제도를 내실화하고 정정·추후보도 청구기간을 연장(3개월→6개월) ③ 언론사가 허위·왜곡보도를 한 경우, 언론중재위원회의 요청에 따른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의 언론사 시정명령 근거 규정 마련 등의 내용을 담은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함께 발의 하였다. (관련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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