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글리쉬'는 과연 죄악인가?

  • 기자명 박기범
  • 기사승인 2017.08.16 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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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료 영어교육 사이트 '한마디로닷컴' 대표인 박기범 팩트체커가 앞으로 영어와 관련된 정보를 팩트체크합니다.

한국인들이 사용하는 잘못된 영어를 콩글리쉬(Konglish : Korean + English)라고 한다. 이 말은 원어민답지 못한 덜 떨어진 영어를 폄하하는 표현으로 사용된다. 한국의 주요 입시와 취업용 시험, 고시 등에서 가장 중요한 과목 중 하나로 대접받는 영어는 '정통 영어'이어야 한다. 반드시 정답과 오답이 존재해야 하고, 원어민들이 사용하지 않는 콩글리쉬 단어나 표현은 소위 용납될 수 없는 오류다.

그런데 세계 공용어로서의 영어에 과연 '정통'이란 것이 존재하긴 하는 걸까?   

모든 언어는 그 전파 과정에서 원래 토착화의 과정을 거치기 마련이다. 영어도 처음부터 그 자체로 완전하게 창조된 언어는 아니었다. 멀리는 고대 그리스, 라틴어로부터, 그 후에는 독일어와 프랑스어 등으로부터 파생한 언어다. 20세기 급격한 세계화를 거치면서도 영어는 끊임 없이 변형되어 토착화되었다. 현재 영어가 모국어인 영국, 아일랜드, 미국, 캐나다, 호주 등의 국민들도 각각 사뭇 다른 영어를 구사한다. 원어민들도  '영국 억양(British Accent)', '인도 억양(Indian Accent)' 등으로 구분한다. 

사실상 영어를 모국어로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영어 어휘, 발음, 어법 등에 큰 차이가 있다. 얼마 전 유튜브에서 천차만별의 영어 억양을 비교하는 영상이 큰 인기를 끌기도 했다. 

세계 공용어로서의 영어는 더이상 영미인들만의 언어가 아니다. 영어의 영향권에서 살아가는 세계 각지의 사람들이 이제는 영어를 '재창조'하고 있고, 정통적(orthodox)인 어법의 한계를 무너뜨리고 있다.  

프랑스인 장폴 네리에르는 그의 저서 '글로비쉬로 말하자(Speak Globish, 다락원 2006)'에서 "이제는 다수가 된 비원어민 영어 사용자들의 영어가 공식적인 영어로 대접받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따라서 한국인들의 영어를 '한국 억양(Korean Accent)' 혹은 '콩글리쉬'로 부르는 것은 어색한 일이 아니다. 한국인들도 영어의 진화 과정에 동참하고 있는 것이다. 

 

Picture via PinsDaddy.com 

물론 잘못된 영어 습관을 교정해서 원활한 의사소통을 추구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틀릴까 지레 겁을 먹고 영어 사용을 회피하거나, 영어 어법을 마치 헌법이나 규율처럼 떠받들어 잘잘못을 가리는데 치중하는 한국식 교육 풍토는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많다. 예를 들어 대표적인 콩글리쉬 단어인 핸드폰(handphone)의 경우, 셀폰(cellphone) 혹은 모바일폰(mobile phone)이 정확한 표현이지만, 한국 뿐 아니라 다른 세계 여러나라에서도 통용되고 있다.  

중요한 것은 영어를 정답과 오답의 세계로부터 건져내서 즐겁게 배우고 부담 없이 사용할 수 있도록 우리 인식을 변화시킬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필자는 앞으로 영어의 올바른 사용에 관한 글을 연재할 예정이지만, 그 의도가 정통 영어의 완벽한 구현에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미리 밝혀 두고자 한다. 우리가 아끼고 보존해야 할 언어는 우리말 한글이지, 국제 공용어인 영어가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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