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장고에 있는 계란 먹어도 될까?

  • 기자명 송영훈 기자
  • 기사승인 2017.08.17 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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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에서 시작된 ‘살충제 계란’ 파문이 휴일인 광복절에 한국을 덮쳤다. 농림축산식품부(이하 농식품부)가 경기도 남양주의 산란계 농장 계란에서 피프로닐 성분이 검출됨에 따라 8월 15일 00시부터 모든 산란계 농장의 계란 출하를 중지시켰고, 전국 주요 대형마트와 편의점, 온라인몰 등에서도 이 날 계란 판매를 일제히 중단했다. ‘살충제 계란’에 대해 팩트체킹했다.

 

1. 유럽에서 문제가 된 그 성분이다

대체로 진실 벨기에와 네덜란드를 시작으로 현재까지 유럽 17개국에서 문제가 된 계란의 오염성분은 '피프로닐'이다. 개, 고양이의 벼룩이나 진드기를 없애기 위해 사용되는 살충제 성분으로 닭에는 사용이 금지돼 있다.

국제 식품 농약잔류 허용규정인 코덱스가 규정하고 있는 계란의 피프로닐 검출 기준치는 ㎏당 0.02㎎인데, 국내에서 처음 살충제 성분이 검출된 남양주 농장 계란에서는 피프로닐 성분이 ㎏당 0.0363㎎ 검출됐다.

그런데 이번 검사를 통해 경기도 광주의 다른 농장의 계란에서 ‘비펜트린’이라는 농약 성분이 기준치를 초과해 검출됐다. 미국환경보호청(EPA)이 발암물질로 분류하고 있는 물질로 기준치(㎏당 0.01㎎)보다 많은 ㎏당 0.0157㎎이 나왔다. (관련 기사)

 

2. 피프로닐 성분이 발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판단보류 발견된 것이 처음이 아니라 피프로닐 성분에 대한 검사가 올해 처음 실시됐다.

경향신문은 피프로닐 검사가 올해부터 실시돼 작년까지는 무방비로 유통되었을 수도 있다고 보도했다. 올해 검사대상 물질을 늘리면서 ‘살충제 계란’을 적발했지만 이전까지는 살충제가 남았는지 여부를 따지지 않은 계란이 유통돼 왔다는 것이다.

지난해 12월 농식품부가 작성한 ‘2017년 생산단계 축산물 안전성 검사 계획’을 보면 농식품부는 올해부터 검사 대상 물질에 피프로닐을 추가했다. 다이아지논·디크로보스·이소펜포스 등 농약 19종을 추가하면서 피프로닐도 검사 대상에 담았다.

올해 계란 잔류물질 검사항목은 70종으로 늘어났지만 지난해까지는 51종을 검사하는 데 그쳤다. 농약 등 19종 물질이 계란에 남았는지 여부는 아예 가려지지 않았다.

 

3. 문제의 계란은 친환경 인증제품이었다

진실 가장 먼저 살충제 성분이 검출된 남양주 농장을 비롯해 16일까지 정부 조사 결과 계란에서 살충제 성분이 검출된 7곳의 산란계 농가 중 6곳이 친환경 인증을 받은 곳이다.

피프로닐과 비펜트린 성분이 검출된 농장은 경기 남양주 마리농장, 경기 광주 우리농장, 강원 철원 지현농장, 경기 양주 신선2농장, 충남 천안 시온농장, 전남 나주 정화농장, 전북 순창 농장 등 7곳인데, 이 가운데 양주 신선2농장을 제외하고 모두 정부의 친환경 인증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전남 나주의 산란계 농가는 비펜트린이 기준치보다 21배나 높게 나타났다. 전북 순창의 농장에서는 비펜트린이 0.006mg/kg 검출되었는데 허용기준치인 0.01mg/kg을 넘지는 않았다.

농식품부 산하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으로부터 인증받는 친환경 농·축산물은 총 7종류로, 계란의 경우 ‘무항생제축산물’과 ‘유기축산물’ 둘 중 하나를 인증 받으면 친환경 계란으로 불린다. 두 가지 인증 모두 살충제를 사용해서는 안 된다.

친환경 농산물 인증제도가 처음 도입된 1999년에는 농림축산식품부 산하 국립농산물관리원이 업무를 전담했으나 2002년부터 민간업체가 참여하기 시작해 올해 6월부터는 민간업체가 모든 인증 업무를 넘겨받았다. 국립농산물관리원은 인증 업무가 제대로 처리됐는지에 대한 사후관리만 한다.

친환경 인증을 받은 농가는 정부로부터 친환경 농산물 직불금을 지원받을 수 있다. 상품에 친환경 마크가 붙으면 그렇지 않은 상품보다 가격을 비싸게 판매할 수 있다. (관련기사)

 

4. 당분간 계란의 유통이 금지된다

거짓 농림축산식품부는 15일 0시를 기해 전국 모든 농장의 계란출하를 중지하고, 3000마리 이상 산란계를 사육하는 모든 농장을 대상으로 3일 이내 전수 조사를 실시해 문제가 없는 농장의 달걀만 출하를 허용하기로 했다. (관련 기사)

정부는 전국의 산란계 사육농가 243곳을 대상으로 1차 조사를 벌인 결과 철원과 양주 농가 2곳에서 각각 피프로닐과 비펜트린이 검출됐고, 나머지 241곳은 살충제 성분이 검출되지 않아 적합 판정을 받고 이날부터 계란을 정상적으로 유통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이낙연 총리도 “전체 조사 대상 산란계 농장이 1천239개 가운데 오늘 아침까지 245개 조사가 끝났고, 그중 241개는 문제가 없는 것으로 판정됐고 4개가 문제있었다”며 “2개는 문제가 있는 살충제가 검출됐고 2개는 사용 가능한 농약이 검출됐는데 허용량을 초과한 경우”라고 설명했다. “오늘까지 전체 유통량의 25%에 해당하는 ‘문제없음’으로 판정된 계란은 시중에 유통되기 시작하며, 내일이면 50%가 넘을 것이고, 모레면 거의 100%가 유통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마트와 롯데마트, GS25, GS슈퍼마켓, 농협하나로마트, 티몬 등 자사 납품업체가 문제가 없는 것으로 확인된 주요 유통업체들은 정부 조사 결과가 나오자마자 하루 만에 계란 판매를 재개했다.

 

5. 계란을 원료로 사용한 2차 식품도 문제다

판단보류 계란은 유럽에서 빵, 케이크, 마요네즈, 아이스크림, 파스타, 시리얼, 초콜릿 등 식품 재료로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다. 네덜란드 식품업계 연맹체인 FNLI는 자체 조사 결과를 토대로 계란을 원료로 사용하는 식품의 경우 피프로닐에 오염된 계란이 사용됐다고 하더라도 그 농도가 낮아서 건강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러나 얼마나 많은 제품을 조사했고, 얼마나 많은 피프로닐이 발견됐는지는 언급하지 않았고 소비자와 시민단체들은 즉각 반발했다.

네덜란드 식품 감시단체인 ‘푸드와치’는 “피프로닐에 크게 오염된 식품이 없다고 결론 내리는 것은 너무 이르다”면서 “어떤 식품을 대상으로 피프로닐 검사를 했는지도 불투명하다”고 지적했다. (관련기사)

식약처는 계란을 주원료로 하는 네덜란드, 벨기에, 독일의 가공식품을 대상으로 위해평가를 한 결과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없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제빵 과정에 들어간 계란 등 가공용의 경우 위험 정도는 계란을 직접 먹는 것보다 덜하지만 ‘살충제 계란’이 검출된 농장에서 생산된 계란을 사용한 가공식품은 추적해 전량 수거·폐기하기로 했다.

 

6. 이미 섭취한 계란으로 건강 문제가 있을 수 있다

대체로 거짓 ‘피프로닐’은 장기간 노출되면 간장과 신장 등의 장기가 손상된다. 미국 국립 직업안전보건연구소(NIOSH)는 ‘피프로닐’에 오랫동안 반복적으로 노출되면 간에 병변이 생길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고 ‘비펜트린’은 발암물질이다. (관련기사)

그러나 오염된 계란을 섭취했다고 하더라도 과도한 양이 아니면 인체에 해를 끼칠 가능성은 적다. 잔류량이 0.0363㎎/㎏이었던 경기 남양주 산란계농장의 계란을 먹는다고 할 때 몸무게 60㎏인 성인은 한 번에 175개를 먹어야 하고 12㎏인 아이는 49개를 먹어야 급성독성 상태로 될 수 있다. 통상 잔류 허용 기준은 20배에서 100배까지 안전 구간을 두고 정해지기 때문에 기준 자체가 엄격하므로 현재로써는 계란 섭취로 인한 부작용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물론 양에 상관없이 부작용이 나타난다면 병원에 가보는 것이 좋다. (관련기사)

살충제 달걀 파동이 시작된 네덜란드 식품안전청(NVMA)도 피프로닐 복용이 메스꺼움이나 구토, 복통, 어지럼증 등을 일으킬 수는 있으나 원상회복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독일 식품 당국 또한 단기적인 오염 달걀 섭취가 직접 건강을 위협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했다.

최재욱 고려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피프로닐과 관련한 중독 사례가 있지만 이는 실수로 다량을 먹어서 발생하는 것”이라며 “계란에 소량 포함된 것으로 급성 증상을 우려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7. 문제가 된 계란을 쉽게 식별할 수 있다

진실 식품의약품안전처 축산물표시기준 고시를 보면 계란 표면에 생산지역 및 생산자 표기는 시·도를 구분하는 숫자 2자리와 생산자 명의 영문 약자 또는 생산자명을 나타내는 기호를 포함해 총 5자리로 표시해야 한다고 되어 있다. 2017년 3월 17일 일부 개정 고시를 통해, 생산자명 대신 사업자 명칭을 표시하도록 했다.

시·도별 부호는 서울특별시 01, 부산광역시 02, 대구광역시 03, 인천광역시 04, 광주광역시 05, 대전광역시 06, 울산광역시 07, 경기도 08, 강원도 09, 충청북도 10, 충청남도 11, 전라북도 12, 전라남도 13, 경상북도 14, 경상남도 15, 제주특별자치도 16, 세종특별자치시 17이고, 처음 살충제 성분이 확인된 계란의 표기는 ‘08마리’였다. 경기도 마리 농장에서 생산된 제품이란 표시다.

 

8. 공장식 축산이 원인이다

진실 처음 달걀에서 살충제 성분 피프로닐이 검출된 경기 남양주의 마리 농장은 닭을 대규모로 밀집 사육하는 공장식 축산시설을 갖추고 있는 곳이다. 국내에 유통되는 닭고기와 달걀의 99%는 이 농장처럼 공장식 축산 시스템에서 생산된다. 가로·세로 50㎝ 크기의 철창인 배터리 케이지 안에 닭 5~6마리가 함께 산다. 이렇게 길러지는 닭들은 스스로 진드기를 제거할 수 없다. 오히려 서로가 서로에게 진드기를 옮기는 감염원이 된다. (관련기사)

박봉균 서울대 수의학과 교수는 “닭을 사육하는 한 동(건물) 전체를 비워서 방역과 세척 작업 등을 하고 며칠간 비워두면 진드기를 자연스럽게 제거할 수 있다. 그러나 농가에선 닭고기나 달걀을 쉬지 않고 생산하기 위해 일부만 비우고 방역 작업을 해 제거가 어렵다”고 밝혔다.

16일 방송된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에서 산란계 농장을 운영하는 여기혁 대표는 좁은 케이지에서 닭을 키우는 공장식 축산은 닭이 진드기를 털어낼 수 있는 흙목욕이 불가능하고, 환경에서 오는 스트레스로 인한 면역력 저하, 이로 인한 살충제 살포 등이 이번 사태의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9. “현 정부의 책임이 크다”

대체로 거짓 바른정당은 16일 오전 이종철 대변인이 발표한 논평을 통해 “살충제 달걀 파문으로 국민들의 분노가 하늘을 치솟고 있다”면서 문재인 정부를 비판했다. “정부는 상황이 어떻게 된 것이며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소상히 알려야 한다. 비상 체제를 가동하고 현황을 실시간으로 체크해 관리해야 한다”면서 “국민들이 어느 정도로 안심해도 될지 알려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빠른 대책을 세워야 한다. 신속히 기준을 마련하고 대응과 실행을 해 나가야 한다”고도 했다.

그리고 “분통이 터지는 것은 문재인 정부가 지난 4월 피프로닐 성분에 대한 소비자단체의 문제 제기에도 불구하고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는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문재인정부가 출범한 것은 4월이 아닌 5월이었다. 4월에는 황교안 권한대행 체제였다.

바른정당은 오후에 다른 논평을 냈다. “사안과 관련 지난 4월 소비자단체의 문제제기가 있었다고 했다. 당시 황교안 총리의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에서 곧바로 문재인 정부로 넘어갔다. 과연 문재인 정부가 자유롭다 할 수 있겠는가.”는 내용이었다.

국내에서 처음 살충제 계란 문제가 제기된 것은 지난해 8월이었다. 당시 정부는 전국 산란계 농장의 4%를 대상으로 검사한 후 “피프로닐이 검출되지 않았다”고 발표했다. 지난 4월 한국소비자연맹 주최 토론회에서 “산란계 농가 탐문조사에서 61%가 닭 진드기 때문에 살충제를 쓴 적이 있다”는 전문가 지적이 나왔지만, 정부는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았다.  (관련기사)

이달 초 유럽에서 살충제 계란 사태가 발생하자 류영진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은 지난 10일 기자간담회에서 “국내산 달걀과 닭고기는 살충제 성분이 검출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1년 전 샘플조사에 기반한 발언이었다.

국회 회의록 시스템에 따르면 국회 보건복지위 소속 기동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살충제 계란 문제를 언급하며 대책 마련을 주문했다.

당시 손문기 식품의약안전품처장은 “계란 안전관리종합대책을 마련하겠다”며 “상위부서인 농림식품부의 실태조사는 상위부서인 농림식품부와 함께해야 한다”고 답했다. 그러나 이후 식약처도 농식품부도 별다른 대책을 추진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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