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재벌 오너 1심에선 징역 5년"

  • 기자명 송영훈 기자
  • 기사승인 2017.08.28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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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 총수가 횡령이나 배임으로 기소되면 1심에서 5년을 선고합니다. 그러면 2심에서는 이런저런 이유를 만들어서 3년으로 줄여줘요. 정상 참작으로 형을 줄일 수 있는 한도는 50%거든요. 그 다음에는 경제발전에 공헌 운운하면서 집행유예를 선고합니다. 우리 형법에는 3년 이하의 형을 받으면 집행유예가 가능하도록 되어 있거든요.”
주진형 전 한화투자증권 대표의 최근 저서 <경제를 알아야 바꾼다>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1심 5년 구형에 대한 ‘예언’같은 글이 화제가 되고 있다. 뉴스톱에서 확인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에게 뇌물을 준 혐의로 기소되어 특검으로부터 징역 12년을 구형받았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 8월 25일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았다. 검찰이 역대 재벌 총수 구형 중 두 번째로 높은 징역 12년을 구형했지만, 재판부가 특검 구형량의 절반보다 적게 선고한 것이다.

역대 재벌 총수의 선고 결과를 보면 검찰의 구형과 재판부의 선고는 최대 5년 정도의 차이가 있었는데, 이재용 부회장의 경우 형량이 크게 줄었다. 이 부회장의 1심 재판 형량에 대해서는 현재 논란이 진행 중이기도 하다. (관련 기사)

2000년대 이후 재벌총수 가운데 1심에서 가장 높은 형량을 선고받은 총수는 김우중 회장이다. 2006년 20조원대 분식회계, 9조 8000억원대 사기대출 등 혐의로 1심에서 징역 10년과 추징금 21조원을 선고받았다. 이후 항소심에서 징역 8년 6개월, 벌금 1000만원, 추징금 17조 9000억 원을 선고받고 대법원에 상고하지 않아 형이 확정됐다.

이 부회장이 선고받은 징역 5년은 김 회장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형량으로, 2006년 최순영 전 신동아그룹 회장이 거액의 외화 밀반출 및 계열사 불법대출 등의 혐의로 기소돼 세 번째 파기환송심에서 확정판결 받은 형량과도 같다. (관련 기사)

나머지 재벌총수들은 대부분 1심에서 이 부회장보다 낮은 징역 3년∼4년을 선고받았다. 2000년 이후 재벌가 오너들의 1심 재판 결과는 다음과 같다.

① 2012년 최태원 SK회장-징역 4년

2012년 최태원 SK 회장은 계열사 자금 횡령, 비자금 조성 혐의 등으로 징역 4년을 선고받았고, 대법원에서도 1심과 같은 징역 4년의 실형을 확정 받고 복역 2년 7개월 만에 특별사면으로 풀려났다.

그러나 최 회장은 2003년에 SK네트웍스 분식회계사건으로 징역 3년형을 선고 받았으나 2008년 대법원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 받은 바 있다.

② 2012년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징역 4년

2012년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도 배임 혐의 등으로 징역 4년과 벌금 51억 원을 선고받았으나,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벌금 51억 원을 확정 판결 받았다.

③ 2007년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징역 3년

2007년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회사 자금을 횡령하고 회사에 2100억 원대 손해를 끼친 혐의로 징역 3년을 선고받았다. 이후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사회봉사 300시간을 선고받고 형이 확정됐다.

④ 2014년 이재현 CJ그룹 회장-징역 4년

2014년 이재현 CJ 회장은 횡령·배임·탈세 혐의로 징역 4년과 벌금 260억 원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파기환송심에서도 징역 2년 6개월, 벌금 252억 원의 실형이 유지됐고 나중에 특별사면을 받았다.

⑤ 2008년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징역 3년 집행유예 5년

이 부회장의 부친인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은 2008년 삼성 비자금 사건으로 1심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당시 재판부는 이 회장에게 조세포탈 혐의 일부만을 유죄로 인정해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벌금 1100억 원을 선고했다.

⑥ 2006년 박용만 두산인프라코어 회장-징역 5년

박용만 두산인프라코어 회장은 2006년 회사자금 횡령과 비자금 조성 등의 혐의로 징역 5년을 구형받았다. 1심에서는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 벌금 40억 원이 선고됐다.

⑦ 2014년 구자원 LIG그룹 회장-징역 3년 집행유예 5년

2014년 2200억 원대 사기성 기업어음 발행 혐의로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았던 구자원 LIG그룹 회장은 항소심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았다.

 

뉴스톱의 판단

대체로 진실

2014년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과 구자원 LIG그룹 회장이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등을 선고받자, 연합뉴스는 ‘과거 법원이 재판에 넘겨진 대기업 총수에 흔히 선고해 ’재벌 양형공식‘이라고 비판받던 양형으로, 그룹 총수 두 명이 공교롭게 동시에 같은 형을 선고받아 비슷한 논란이 재현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2000년대 이후 재벌그룹 회장들의 재판에서 최종적으로 집행유예 이상의 판결을 받은 이는 최태원 SK회장과 이재현 CJ회장 둘 뿐이며, 그나마 나중에 특별사면으로 풀려났다. 주진형 전 대표의 글 내용과 재벌회장들에 대한 구형을 비교하면 형량에서 조금 차이가 나는 경우가 있지만, ‘1심-정상 참작 한도 감안 구형, 2심-집행 유예 가능 구형, 최종-집행유예’라는 큰 틀에서 벗어나지 않기 때문에 ‘대체로 진실’로 판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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