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북 미사일 일본 영공 침해"

  • 기자명 김준일 기자
  • 기사승인 2017.08.31 00:52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북한 미사일이 일본 영공을 침해했다."
-일본 정치인 및 NHK 등 미디어, 8월 28일 북한 미사일에 대한 반응

 

북한 미사일 발사를 긴급 보도하는 일본의 NHK 방송 화면 캡처

지난 28일 오전 5시 57분, 북한이 북태평양으로 미사일을 발사했다. 중거리탄도미사일 (IRBM)로 추정되는 이 미사일은 최고고도 550㎞, 비행거리 2700㎞를 기록했으며 오전 6시 6분쯤 홋카이도 상공을 통과한 것으로 추정된다. 미사일은 3개로 분리되어 발사 15분만인 6시 6분쯤 홋카이도 동쪽 1180㎞에 떨어진 태평양에 낙하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한국정부에 따르면 북한 미사일은 29분간 2700㎞를 비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NHK는 이날 오전 6시 2분쯤 정규방송을 중단하고 튼튼한 건물이나 지하로 대피하라는 안내방송을 내보냈고, 전국순간경보시스템(J알럿)도 긴급속보 메시지를 내보내 자국민들이 대피할 것을 권고했다.

일본정부도 성명을 내고 북한을 강하게 비난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북한 미사일이 일본 영공을 통과한 것 같다며 신속한 성명을 발표했고, 일본 정부 대변인격인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이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북한에 엄중히 항의하고 가장 강력한 표현으로 단호히 비난했다"고 공개했다.

북의 미사일 발사는 유엔안보리 결의안 위반으로 비난받아 마땅하다. 그런데 정말 일본 주장대로 북한의 미사일이 일본 영공을 침해했을까? 뉴스톱이 팩트체크했다.

먼저 영공(Airspace)의 개념부터 살펴보자. 

영공은 영토와 영해 위의 하늘로 그 나라의 주권이 미치는 범위를 말한다. 그런데 지상에서 몇 킬로미터까지 국가의 주권이 미치는 영공으로 봐야하는지는 합의된 바가 없다. 2011년 9월 22일 국정감사 때 김장수 한나라당 의원은 국방부에 대한민국 영공의 한계를 밝혀달라고 요구한 바 있다. 당시 국방부는 세계 각국의 입장이 정리되지 못해 아직 국제적 기준이 확립되지 못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대기권인 100㎞를 영공으로 봐야한다는 입장과, 인공위성의 궤도비행 최저고도를 인정하자는 입장, 영공은 무한하다는 입장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다만 프랑스와 독일, 러시아, 폴란드, 벨기에는 100㎞를, 이탈리아는 90㎞를 영공으로 보고 있다.

유엔 산하 외기권의 평화적이용에 관한 위원회(COPUOS)는 영공에 대한 국제합의를 이끌어내기 위한 조직이다. 올해 3월 COPOUS가 발표한 '우주공간의 정의와 한계' 보고서를 살펴보자. 논의중인 영공의 상한선 중 160㎞는 인공위성 궤도의 최저한도며, 120㎞는 우주기기의 재진입 한계점, 50㎞는 풍선이 뜰 수 있는 대기부력의 한계점, 18㎞는 민간항공기의 한계점이다. 최근 새롭게 부상하는 개념은 근접 공간(Near Space)으로 50~160㎞ 상공을 의미한다.  

유엔 산하 외기권 평화적 이용에 관한 위원회가 제안한 영공의 범위.

그래서 보고서는 다음과 같이 제안하고 있다. 50㎞ 이하는 영공구간으로 개별 국가의 주권영역으로 보며, 50~120㎞는 근접공간으로 공해(公海)처럼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규정에 근거해 평화로운 사용을 위해 모두에게 개방되는 공간, 그리고 120㎞ 이상은 우주법에 적용받는 공간으로 설정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2016년에 위원회에서 발표된 우주의 정의와 한계 그리고 항공운항의 안전 보고서를 보면, 역시 18km 이하는 민간항공기가 날아다니는 구간, 50km 이하는 대기부력 한계, 120km는 우주기기의 재진입 구간, 160km는 인공위성의 최저궤도로 정의했다. 이 보고서에서는 18~160km를 근접우주공간으로 정의하고 항공기의 자유로운 이용을 허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종합하면, 국제법에 의한 규정은 없지만 대체적으로 영공의 상한선은 인공위성 최저궤도인 160㎞, 하한선은 민항기가 다니는 18㎞다. 따라서 북한 미사일이 일본 상공을 통과시 고도가 160㎞가 넘으면 영공침해로 보지 않는 것이 타당하다. 

그러면 북한 미사일의 궤적을 살펴보자. 

북한이 28일 발사한 미사일은 화성 12호로 추정되며 중거리탄도미사일로 분류된다. 기준에 따라 달라지지만 중거리탄도미사일은 사거리 1000~5500㎞를 의미한다. 아래 사진은 5500km 이상의 대륙간탄도미사일의 원리지만 기본적으로 중거리탄도미사일과는 사거리만 다를 뿐 원리는 똑같다. 탄도미사일은 발사 1분만에 1차 분리, 발사 2분만에 2차 분리, 발사 3분만에 3차 분리되며 최고고도에 근접하게 된다.

탄도미사일 비행 궤적. 출처 http://www.nukestrat.com/us/afn/Minuteman.pdf

그러면 미사일을 쏜 북한 평양 인근 순안에서 일본 영공까지 거리는 얼마나 될까. 정확한 북한 미사일의 궤도를 측정할 수 없어 구글지도를 이용해 북한 미사일이 발사된 순안과 홋카이도까지의 거리를 측정했다. (아래 사진 참조) 확인 결과, 북한 미사일이 직선거리로 1300km로 날아가면 일본 상공을 지나가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면 북한 미사일의 속도는 얼마나 될까. 한국군의 발표에 따르면 북한 미사일은 29분간 2700km, 즉 1분마다 약 93km를 비행하게 된다. 발사 3분 후,  즉 280km를 날아갔을 때 이미 정상궤도에 진입했을 가능성이 높다. 

구글지도로 측정한 평양에서 일본 홋카이도까지의 거리.

즉, 북한 미사일은 300km 지점인 동해상에서 이미 최고고도에 도달한 것이다. 이 미사일의 최고고도는 550km다. 앞에서 봤듯이 120km 이상은 인공위성이 다니는 우주로 분류된다. 북한 미사일은 일본 열도 위를 지날 때는 일본 영공이라고 보기 힘든, 우주 공간 어딘가를 지나고 있었을 것이다. 

한국의 전문가들도 북한 미사일이 일본 영공을 침해했다고 볼 수 없다는 의견을 보이고 있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한 미사일은 일본의 상공을 통과했을 때가 거의 최고고도로 통상 영공인 100㎞를 훨씬 넘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이 영공 침범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것은 국내 정치상황 때문이라는 의견이 우세하다. 아베 총리는 최근에도 친구가 이사장으로 있는 사학의 학부 신설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으로 한때 60%대를 넘던 내각 지지율은 지난달에는 20%대까지 추락한 바 있다. 아베 총리는 북한이 미사일을 쏠 때마다 보수층을 결집시켜 정국운영에 이용해 왔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뉴스톱의 판단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하자, 일본 정치권과 언론은 일제히 "일본 영공을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국제법상으로 영공의 범위가 정해지지는 않았지만 대체적으로는 100km 안팎이 영공으로 인정되고 있다. 유엔 산하기구에서는 50km를 영공으로 보자는 제안을 하고 있다. 북한 미사일은 일본 영토위를 지날 때는 최고고도인 550km 우주공간을 날고 있던 것으로 추정된다. 따라서 일본의 영공 침해 주장은 무리가 있다. 다만 개별국가의 영공이 우주끝까지 무한하다는 영공무한설도 일각에서는 제기되고 있어 대체로 거짓으로 판정했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관련기사
오늘의 이슈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