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0번 버스에서는 무슨 일이?

  • 기자명 송영훈 기자
  • 기사승인 2017.09.14 02:47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난 11일 저녁부터 ‘240번 버스’가 온라인을 달구기 시작했다. ‘240번 시내버스가 어린아이만 내려놓고서 미처 하차하지 못한 엄마를 태운 채 그대로 출발했다’는 내용이 SNS 등을 통해 퍼져나가기 시작했고 여러 언론들이 이를 받아 보도했다. 해당 버스기사에 대한 비난이 확산되자 서울시가 조사에 나섰고 버스정류장에서 찍은 CCTV도 공개됐다. 그러자 이번에는 아이엄마에 대한 비난이 거세게 일었다. 그 다음에는 최초 제보 글을 올린 이와 이를 커뮤니티에 퍼 나른 이에 대한 비난도 이어졌다. 어떤 일들이 있었고 팩트는 무엇인지 뉴스톱에서 확인했다.

 

 

버스기사에서 아이 엄마로 그리고 최초 제보자까지

① 버스기사

11일 저녁 ‘240번 버스 기사를 신고한다’라는 제목의 글이 서울특별시버스운송사업조합 홈페이지 버스이용민원 게시판에 올라왔다. (홈페이지는 접속폭주로 13일 오후까지 접속이 안되다가 13일 밤 해당 게시판을 제외하고 복구되었다) 

“5살도 안되어 보이는 여자 아이가 내리고 바로 여성분이 내리려던 찰나 뒷문이 닫혔고, 아기만 내리고 엄마는 못 내렸습니다. 아주머니가 울부짖으며 아기만 내리고 본인이 못 내렸다고 문열어달라고 하는데 무시하고 그냥 건대입구역으로 가더군요. 앞에 있는 사람들도 기사 아저씨에게 내용을 전하는데 그냥 무시하며 가더군요. 다음 역에서 아주머니가 문 열리고 울며 뛰어 나가는데 큰소리로 욕을 하며 뭐라뭐라 하더라고요”라는 내용이었다.

SNS와 인터넷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확산된 이 사건은 다음 날인 12일 오전부터 언론에 보도되기 시작했고, 13일까지 국내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내리며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청와대 국민청원에 해당 버스 기사를 해임시키자는 내용까지 올라왔다.

관련 기사에는 “내가 부모라면 용서가 안 될 것 같다”, “버스기사가 기계도 아니고 저런 상황이면 문을 열어줘야 마땅한 것 아닌가”, “버스기사 아동학대 신고합니다”, “버스 기사 제정신인가요?”, “강력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등 분노의 댓글이 이어졌다.

논란이 커지자 서울시가 진상조사에 나섰고, 중앙일보는 ‘엄마 울부짖는데 그냥 출발해버린 시내버스’라는 제목의 카드뉴스로 만들어 보도하기도 했다.

② 아이 엄마

그러나 서울시가 버스 안에 설치된 CCTV와 버스기사의 경위서를 통해 파악한 상황은 달랐다. 서울시는 기사가 교통수칙을 모두 지켰으며 아이 또한 5세 미만의 아동이 아니라 만 7세정도로 파악된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CCTV를 살펴본 결과 버스 안에 사람이 많아 혼잡했고 아이가 엄마와 떨어져 있었다”며, “기사는 16초간 문을 충분히 개방한 후 닫았으며, 어머니가 기사에게 얘기했을 때 이미 정차가 어려운 상황이었다”고 밝혔다. 이어 “출발 후 10초가량 지난 뒤 운전기사가 상황을 파악한 것으로 보이며, 이미 8차선 도로 중 2차로로 진입한 뒤였기 때문에 정차가 어려운 상황이어서 다음 정류장에서 어머니를 하차시키는 게 낫다고 판단한 것으로 추정한다”고 설명했다.

또 해당 버스 기사의 딸이 쓴 것으로 추정되는 반박 글이 인터넷에 올라왔다는 보도도 나왔다.

YTN은 그 상황을 도로에서 찍은 CCTV영상을 공개했다.

서울시와 버스회사는 논란 해소를 위해 버스 내부에서 찍은 CCTV를 공개하려고 했지만, “아이 어머니가 이날 오후 직접 시청으로 전화를 걸어와 버스기사와 업체에게 사과를 받고 싶을 뿐 더는 논란이 확산되는 걸 원하지 않는다고 영상 공개를 반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서울시의 조사 결과가 담긴 기사에는 다른 댓글들이 달렸다. “양쪽의 이야기를 다 확인해봐야 한다” “CCTV를 보고 판단해야 한다”등의 글도 있었지만 소수에 불과했다. 이번에는 아이엄마를 ‘맘충’이라고 비하하며 비난하는 내용이 다수였다.

③ 최초 제보자

이어서 ‘240번 버스 사건’을 최초로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렸다는 글쓴이가 사과문을 올렸다.

12일 밤,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 자신이 최초로 240번 버스 논란을 인터넷에 올렸다고 밝힌 글쓴이는 “나로 인해 상황이 커져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사건 당시 버스 안이 혼잡해 자신이 상황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했고, 다급하게 소리치는 아이 엄마에게만 감정이입을 해 글을 썼다며 그로 인해 여러 사람에게 피해를 입혀 죄송하다고 했다.

그리고 또 다른 목격자가 등장했다. “엄마가 버스가 이미 차선에 진입해 달리던 상황에서 아이가 없어진 사실을 알았다. 엄마는 정차 요구를 거부당하자 유턴을 지시하며 억지를 부리기도 했다. 욕을 한 건 아이엄마였다”며 다른 시각의 목격담을 전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비난의 화살이 최초 제보자에게로 돌아갔다. 청와대 국민청원 및 제안에 ‘240번 버스기사 최초유포자 처벌 해 주세요’라는 청원이 올라오기도 했다.

 

확인되거나 확인할 수 있는 팩트만 보면

이번 사건의 논란거리 중에서 확인된 팩트만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아이는 4세 정도가 아니라 7세다.

둘째, 버스는 정류장에서 16초간 출입문을 열고 승객을 하차시킨 뒤 출발했고, 정류장에서 10m 정도 지나 3차로로 진입한 뒤, 20초 정도 후 261m 떨어진 다음 정거장에 도착했다.

셋째, 사건이 일어난 건대역 정류장과 건대입구역 정류장 일대는 왕복 8차선 도로로 버스가 2차선으로 진입한 후에는 갓길 정차를 할 수 없는 상황이다. 특히 도로 양 옆에는 가드레일이 설치돼 있어 인도로 접근이 어렵다. (머니투데이는 기자가 직접 비슷한 상황을 취재한 후 버스 출발 10초 후에 승객을 내려주기는 어려운 것으로 판단하기도 했다)

넷째, 운전기사는 욕설을 하지 않았다.

다섯째, 서울시와 버스회사는 운전기사가 규정을 위반한 사항이 없다고 밝혔다. 

여섯째, 도로교통법 시행령 제11조 2항에 “여객자동차의 운전자는 승객을 태우거나 내려주기 위하여 정류소 또는 이에 준하는 장소에서 정차하였을 때에는 승객이 타거나 내린 즉시 출발하여야 하며 뒤따르는 다른 차의 정차를 방해하지 아니할 것”으로 되어 있고, ‘정류소 푯말이 없는 지역 또는 벗어난 지역에서 승객을 승하차 시키는 행위’와 ‘정류소가 아닌 주행 차로에서 승객을 위험하게 승하차 시키는 행위’는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26조에 의해 과태료 처분을 받게 된다.

 

또 다른 곳으로 번지는 논란과 언론의 책임

비난의 화살이 버스기사에서 아이 엄마로 그리고 최초 제보자로 향하나 싶더니, 어느 새 남성혐오와 여성혐오의 공격적인 악성댓글로 이어지며, 게시판과 댓글에는 ‘맘충’ 등의 혐오표현이 넘쳐나고 있다.

‘분노조절장애’를 걱정하게 하는 댓글에는 일부 부정확한 목격담과 이를 그대로 믿고 인용하는 또 다른 네티즌의 책임도 크지만 가장 큰 책임은 '확인 없이' 보도하는 언론에 있다.

해당 버스기사는 이번 논란을 처음 보도한 인터넷 언론을 고소할 수 있는지 경찰에 문의했다고 한다. 자신에게 직접 취재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기사를 작성한 점을 문제 삼은 것으로 전해졌다.

240번 버스 논란은 아직 진행 중이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오늘의 이슈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