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성소수자 인정하면 근친상간, 수간 비화”

  • 기자명 송영훈 기자
  • 기사승인 2017.09.15 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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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채익 자유한국당 의원이 13일 국회에서 열린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의 인사청문회에서, “성소수자를 인정하게 되면 근친상간, 소아성애, 시체성애, 수간까지 비화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fact TV 화면캡처

이 날 이 의원은 김 후보자의 동성애 관련 입장을 묻는 도중, “군대 내 항문성교를 처벌하는 부분을 삭제하는 것은 말이 안 되는 거다. 군 동성애는 있을 수 없다”며, “전 세계 에이즈 감염률이 감소하고 있는데 유독 우리나라, 특히 청소년과 청년층에서 놀라울 정도로 폭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나라 미래세대가 국가인권위원회의 동성애 옹호 조장 활동 및 동성애 보호법에 의해 불치병에 감염돼 신음하는 참혹한 현실은 성적지향이 결코 법으로 보호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여실히 증명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중앙일보) (뉴스1) 이의원의 발언을 팩트체크했다.

이 의원은 주장은 다음과 같다. 

①성소수자 인정은 근친상간과 소아성애, 시체성애, 수간으로 비화
②군대 내 항문성교 처벌 삭제는 곧 군 동성애 허용 
③한국 에이즈 감염률 10~20대에서 폭증
④국가인권위원회가 동성애 옹호 조장 활동

 

① 성소수자 인정하면 근친상간, 수간 급증?

이 의원이 언급한 근친상간, 소아성애, 시체성애, 수간에 대한 공식적인 국가 통계는 없다. 즉 이런 일이 실제 얼마나 벌어지고 있는지, 그리고 이런 현상이 증가했는지 감소했는지 알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또 동성애와 이런 현상이 관련이 있다는 연구 보고서나 기사 역시 찾을 수 없다.

주장에 대해 입증할 책임은 발언을 한 사람에게 있다. 근거를 제시하지 못한다면 '근거 없는 주장'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동성애와 이런 현상이 관련이 있다는 주장은 주로 보수기독교계에서 나오지만, 인과관계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군대 내 항문성교 처벌 삭제는 곧 동성애 허용?

군대 내 항문성교를 처벌할 근거는 군형법 제92조 6항(추행)이다. “항문성교나 그 밖의 추행을 한 사람은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되어 있다. 타인을 추행하는 행위는 군법이 아니더라도 성폭별범죄처벌법 제10조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추행 조항에 따라 처벌할 수 있다.  

문제는 군형법 92조의 '항문성교'라는 문구다. 특정 성행위 방식을 법 문구에 넣음으로써 과잉 처벌하는 문제가 발생했다. 이 조항을 원칙대로 적용하면 동성 간은 물론 이성간의 항문성교도 처벌해야 한다. 즉, 성행위 방식을 국가가 법으로 제한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이 조항은 영내냐 영외냐, 근무시간이냐 개인시간이냐를 따지지 않는다. 지난 5월 이 조항을 위반해 재판을 받은 동성애자 장교의 경우 영외에서 합의하에 성관계를 했다. 업무시간도 아닌 퇴근 이후 시간이었다. (경향신문) 그래서 이 법을 정말 엄격하게 적용하면, 남성 군인이 퇴근시간 이후 집에서 아내와 항문성교로 성관계를 하더라도 군형법 위반이 된다. 

게다가 군형법 제 1조(적용대상자)를 보면 법에서 말하는 군인은 현역군인 뿐 아니라 군무원, 소집되어 복무하고 있는 예비역, 보충역 및 전시근로역까지 포함한다. 공익근무요원, 심지어 예비군도 개인적 성관계 방식때문에 처벌받는 문제가 생긴다. 이렇듯 군형법 92조 6항은 개인의 성관계 방식을 규제하고 있어서 문제다.  현재 이 법조항이 문제가 된 것은 자의적인 해석이 가능해 인권침해와 과잉처벌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법 자체에 문제가 있기 때문에 수정 보완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군대 내 동성애 허용은 한국에서는 여전히 논란의 대상이다. 군대 내 동성애 규제가 필요하다면 과거 미국의 방식을 참고할 수 있다. 빌 클린턴 정부가 만든 소위 '묻지도 말하지도 말라' (Don't Ask, Don't TellㆍDADT) 정책은 동성애자임을 드러내지만 않으면 군복무를 할 수 있게 했다.

하지만 미국은 2011년 9월 20일 DADT 정책마저 폐지하고 동성애자가 본인의 성 정체성을 밝히고 군 복무를 할 수 있도록 승인했다. 법안 폐지 뒤 1년 뒤에 나온 미 국방부의 공식 보고서를 보면, "군 응집력, 모병, 폭행, 괴롭힘 또는 사기를 포함해 군대 준비 또는 그 구성 요소 차원에 전반적인 부정적인 영향은 없다"고 밝혔다. 해외 연구 사례는 군대 내 동성애자의 존재가 전투능력과 부대의 단결에 해를 입혔다는 증거가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 

2003년 미국연방대법원이 로렌스 대 텍사스 사건에서 동성간 성행위를 처벌하는 이른바 소도미법이 위헌이라고 결정한 뒤, 한국 군형법의 모델인 미국의 통일군사법전(The Uniform Code of Military Justice, UCMJ)의 '합의에 의한 동성간 성관계' 조항은 사실상 사문화됐다. 그리고 2013년 통과된 국방수권법(NDAA)은 이 합의에 의한 동성간 성관계 금지 내용을 삭제했다. (한국일보)

③ 한국 에이즈 감염률 10~20대에서 폭증?

“국내에서 청소년과 청년층 에이즈 감염률이 ‘폭증’한다”는 발언은 질병관리본부 통계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질병관리본부의 <2016년 HIV/AIDS 신고 현황>을 보면, “우리나라는 1985년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 감염인/후천성면역결핍증 환자(이하, HIV/AIDS)가 보고된 이후 최근에는 매년 1000여 명이 새롭게 신고 되고 있어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으나 세계적 차원에서는 HIV 감염률이 낮은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다”고 나와 있다.

'2016년 HIV/AIDS 신고현황 연보'에 따르면 2016년에는 1199명의 신규 HIV/AIDS 감염인이 신고되었다. 2014년 신규 환자가 1191명, 2015년엔 38명 감소한 1152명이었고 2016년엔 47명 증가했다. 즉, 약간 증가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 의원 주장대로 "폭증"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면 미래세대, 즉 10~20대의 신규 감염환자는 어떻게 될까. 감염자 중 20대가 404명(33.7%)으로 가장 많았으며, 30대 289명(24.1%), 40대 223명(18.6%)순이었다. 10대는 36명이었다. 20대에서 감염신고가 가장 많은 것은 사실이다. 소폭이지만 증가하고 있는 것도 맞다. 그런데 이걸 폭증이라고 부를 수 있는 수준은 아니다. 20대에 감염자가 가장 많은 있는 이유는 성관계가 가장 왕성한 시기이기 때문에 20대에 감염자가 가장 많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과거 이 내용을 보도한 조선일보 기사도 동성애가 에이즈의 주 원인이라는 지적에 대해 의문을 표했다. 조선일보는 “다만 ‘동성애자가 곧 AIDS 확산의 주범’이란 데 대해선 논란이 있다. 이번 보건당국 통계에서도 신규 남성 감염인 중 ‘이성 성 접촉’(355명)이 원인인 경우가 ‘동성 성 접촉’(325명)보다 많았다”고 밝히고 있다.  

심지어 조선일보는 지난 19대 대선 때 같은 당 홍준표 후보의 “동성애 때문에, 대한민국에 에이즈(AIDS)가 1만4000명 이상 창궐”발언 팩트체킹을 통해 “동성애 탓에 에이즈가 창궐한다는 주장이나, 홍 후보가 밝힌 국내 에이즈 환자 수는 보건당국의 원인 분석 및 통계와는 거리가 있다”며 ‘사실 아님’으로 판정해 보도했다.

중앙일보도 지난 8월 12일 ‘남성 동성애자는 HIV 바이러스 취약계층…문제로 보지 말고 제도적 해결책 고심해야’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다수의 전문가들은 HIV 감염이 ‘콘돔을 사용하지 않은 위험한 성 접촉’에서 비롯된다고 지적한다. 개인의 성적 지향과는 무관한 일이라는 것이다. 때문에 이번 통계를 놓고 동성애를 원인으로 지목할 것이 아니라 HIV 확산을 막기위한 제도적 해결책을 고심해야 한다는 주장이다”고 밝히고 있다.

④ 국가인권위원회가 동성애 옹호 조장 활동?

이 의원이 동성애 옹호 조장이라고 지칭한 것은 차별금지법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유엔에서 지속적으로 한국 정부에 제정 권고를 하고 있는 ‘차별금지법’에 대한 반대론자들의 견해와 같은 것으로 여겨진다. 보수기독교계는 차별금지법이 동성애 보호법이라고 주장하며 이를 반대하고 있다. 

차별금지법 논란은 이미 10년이 됐다. 2007년 12월 노무현 정부는 차별금지법안을 발의했다. 차별금지법은 모든 생활영역에서 모든 형태의 차별을 금지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보수 기독교계가 동성애 합법화라며 반발해 통과되지 못했다. 19대 국회에서도 3차례 차별금지법안이 발의되었으나 모두 철회되거나 통과되지 못했다.

핵심 내용은 "모든 생활영역에서 성별, 장애, 병력, 나이, 언어 출신국가, 출신민족, 인종, 피부색, 출신지역, 용모 등 신체조건 혼인여부, 임신 또는 출산, 가족형태 및 가족상황, 종교, 사상 또는 정치적 의견, 전과, 성적지향, 성정체성, 학력, 고용형태, 사회적 신분들을 이유로 차별을 금지한다"는 것이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 4월 대선 기간중 후보들에게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했다. 안석모 인건위 사무총장은 "소수계층이 존중받고 인간으로 존엄과 가치를 누릴 수 있도록 대선 후보자들이 함께 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지난 12일 차별금지법제정연대는 기자회견을 열고 차별금지법 제정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차별금지법 제정은 문재인 정부의 국정과제 100대 현안에서 빠져 있는 상태다.  

종합하면 인권위가 지난 4월 차별금지법을 제정하라고 '권고'한 적은 있지만, 동성애 보호법을 제정하지는 않았다. 차별금지법은 성정체성 뿐 아니라 모든 종류의 차별을 금지하는 내용을 담았기 때문에 성소수자 차별만 금지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보수 기독교계와 보수언론에서는 차별금지법 자체가 동성애 옹호법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뉴스톱의 판단

대체로 거짓

이채익 의원의 발언 중 사실은 "세계적인 추세와 반대로 국내에 에이즈 환자가 늘어나고 있다"는 것 뿐이다. 동성애 때문에 근친상간, 소아성애가 늘고 있다는 주장은 전혀 근거가 없다. 군인 항문성교 처벌조항은 법 자체가 모호해 논란이 되고 있으며 이 조항의 수정 혹은 폐지와 군대 내 동성애 허용문제는 별도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에이즈 환자는 전년 대비 4% 정도 증가했다. 그리고 인권위원회는 모든 종류의 차별을 금지하는 차별금지법 제정을 정부에 권고했을 뿐 동성애 허용법 활동을 한 적이 없다. 종합해서 보면 이채익 의원의 발언은 '대체로 거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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