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법’ 1년, 부정청탁 줄었을까

  • 기자명 이고은 기자
  • 기사승인 2017.09.27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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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로 ‘부정청탁과 금품 등 수수 금지에 관한 법률(이하 청탁금지법)’이 시행된 지 만 1년이다. 이른바 ‘김영란법’으로 더 잘 알려진 이 법은 2012년 김영란 당시 국민권익위원장이 공직사회 기강 확립을 위해 발의함으로써 탄생했다. 당초 공직자의 부정한 금품 수수를 막겠다는 취지로 제안됐지만, 입법 과정에서 적용 대상이 언론인이나 사립학교 교직원 등으로까지 확대된 바 있다. 청탁금지법 시행 1년, 과연 부정청탁 문화 척결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을까. <뉴스톱>이 팩트체크했다.

 

1. 청탁금지법 시행 1년,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대체로 진실. 지난 20일 한국사회학회가 서울대 아시아연구소에서 주최한 ‘청탁금지법 1년과 한국사회: 투명성, 공정성, 신뢰성에 미친 효과’ 학술행사에서 청탁금지법에 대한 국민의 인식 설문 결과를 발표했다. 온라인을 통해 2차례 실시된 설문 조사 결과 응답자의 89.5%가 청탁금지법이 “효과가 있었다”고 답했으며 “별로 없었다”(9.9%), “전혀 없었다”(0.6%)는 응답은 소수에 그쳤다. 선물교환 빈도의 감소 여부에 대해 “그렇다”와 “매우 그렇다”고 답한 사람은 65.5%, 직무 관련 부탁이 “감소했다”고 답한 사람도 65.9%에 달했다.

법 시행 직후인 2016년 10월 한국갤럽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법 시행에 대해 “잘 된 일”이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사람이 71%에 달했고 “잘못된 일”이라 응답한 사람은 15%였다. 미미하지만 긍정적 답변은 증가하고 부정적 답변은 감소한 추세를 읽을 수 있다.

지난 25일 한국행정연구원이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실시한 청탁금지법 인식조사 결과 역시 마찬가지다. 응답자 중 일반 국민의 89.2%는 법 시행에 ‘대체로’ 또는 ‘매우’ 찬성한다는 의견을 나타냈는데, 지난해 같은 조사 때보다 3.9%포인트 상승한 수치다. 공무원의 경우는 95%가 찬성 의견이었다.

 

2. 청탁금지법이 서민 경제에 악영향을 미친다.

판단 보류. 청탁금지법 시행령에서 규정하고 있는 음식물·선물·경조사비의 가액범위는 각각 3만원, 5만원, 10만원이다. 접대와 선물 등은 주로 민간 서민 자영업자들의 영역인 농축산업, 요식업계에서 주로 담당하고 있는 만큼, 청탁금지법이 소비 심리를 위축시켜 타격을 입고 있다는 것이 당사자들의 주장이다.

농촌경제연구원은 지난 2월 28일 ‘청탁금지법 시행 이후 농축산물 거래 및 외식업 동향’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농축산물 거래 및 외식업 동향을 분석했다. 그 결과 청탁금지법 시행 이후인 2014년 4분기 농립어업 국내총생산(GDP)이 전년 동기 대비 4.8% 감소했고, 도소매 및 음식숙박업 GDP는 1.8% 증가했으나 성장세가 둔화되는 추세라고 밝혔다. 또 법 시행 이후 첫 명절인 지난 설 당시 농축산물 선물세트 판매액에 전년보다 25.8% 감소했고, 음식점업 생산지수가 4.9% 감소했다는 결과도 내놓았다. 이에 따라 연구원 측은 “농축산물 거래와 외식 소비 위축이 뚜렷이 나타남에 따라 이를 개선하기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대응이 요구된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거시 경제 지표에는 뚜렷한 여파가 없다는 평가도 있다. 한국은행에 의하면 올해 2분기 도소매 및 음식·숙박업 실질 GDP는 각각 0.4%, 0.3%의 증가율을 보였다. 전년 동기에 비해서 큰 증감폭을 보이지는 않는다. 통계청의 ‘서비스업 동향조사’에서는 청탁금지법 시행 직후 크게 줄었으나 최근 다시 감소세가 주춤하고 있어 소비 심리가 회복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여러 기관이 제시하고 있는 지표만으로는 청탁금지법 시행으로 해당 업계, 즉 ‘서민 경제’에 악영향을 끼친다고 명확한 인과 관계를 설명할 수는 없다. 전반적인 경기나 소비 심리 등의 변수를 통제한 상태로 입증한 연구 결과가 존재하지 않는 이상, 청탁금지법이 서민 경제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명제를 증명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해당 업계의 목소리를 토대로 선물과 음식물 제공 상한선을 10만원으로 높이고 경조사비를 5만원으로 내리는 안도 거론된다. 가액수준을 조정하는 것보다 농수축산물과 전통주를 해당 품목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개정안도 있다. 지난 19일 국회 정무위원회는 법안심사소위원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논의했으나, 현행 수준을 유지하거나 강화해야 한다는 국민 여론으로 인해 처리는 불발됐다.

 

3. 실제로 우리 사회의 부정청탁이 줄어들었다.

판단 보류. 법 시행 6개월이었던 지난 3월 10일 기준으로 국민권익위원회가 전국 2만3852개 공공기관의 현황을 조사한 결과, 접수된 위반 신고 건수가 총 2311건에 달했다. 이중 ▲부정청탁 135건 ▲금품 등 수수 412건 ▲외부강의 등 기타 1764건의 청탁금지법 위반 사례 신고가 접수됐다. 이 가운데 금품 등 수수 신고의 경우는 공직가 등의 자진신고가 255건(62%)에 달해 “공직사회 내 자율 준수 의지가 높아진 것”으로 해석됐다.

그러나 지난 8월 기준으로 국민권익위에 접수된 사건 중 대부분(78%)이 ‘증거불충분’ 혹은 ‘법 시행 이전 행위’라는 이유로 수사 의뢰를 하지 않거나 관련 기관에 내용을 통보하지 않고 조사가 마무리 됐다. 국민권익위에서 신고된 전체 사건 373건 중 검찰이나 경찰 등 수사기관에 이첩된 것은 16건에 불과했고, 실제 기소로 이어진 것은 1건이었으며 기소유예 1건과 불기소 처분 1건, 나머지 13건은 수사 진행 중이다. 전국 공공기관의 사건 처리 결과에 대한 통계는 아직 집계된 바 없다.

현재와 같이 신고 건수에 비해 실제 처벌로 이어지는 경우는 미미하다면 향후 청탁금지법이 사실상 ‘솜방망이’ 처벌로 유명무실한 법으로 전락할 가능성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만, 김영란법의 취지가 부정청탁을 사전에 방지하는 것이기 때문에 처벌 정도로 법의 효과를 판단하기는 힘들다는 의견도 있다. 시행 1년을 앞둔 25일 한겨레와 인터뷰한 김영란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석좌교수는 "청탁금지법은 처벌을 위한 것이 아니라 부정청탁을 받았을 때 신고하는 절차를 마련한 법"이라고 말했다. 상급자의 부당한 지시나 청탁을 감히 거절을 못하는 하급자를 위한 법이라는 의미다. 같은 날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한 김 교수는 "이 법은 개인적 이익과 공직이 충돌하는 부분에서 어떻게 행동하라라는 규범을 정한 것이며 그것을 내면화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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