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댓글정치 원조는 노무현 정부”

  • 기자명 송영훈 기자
  • 기사승인 2017.09.27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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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전 대통령이 부부싸움 끝에 자살했다”는 발언으로 유족으로부터 고소를 당한 정진석 자유한국당 의원이 이번에는 “댓글 정치의 원조는 노무현 정부”라고 말했다. <뉴스톱>에서 확인했다.

 

OBS 화면 캡처

참여정부 공무원에게 댓글 게재 지시?

정 의원은 2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열린토론, 미래’ 정례 토론회에서 노무현 정부 당시 국정홍보처가 각 부처에 보낸 <국정브리핑 언론보도종합 부처의견 관련 협조 요청>이라는 제목의 공문을 공개했다. 정 의원은 “이 문건은 노 전 대통령 지시로 국정홍보처에서 주요 언론 보도 기사에 댓글을 달라고 지시한 것”이라며 “맨 앞이 국정원이다. 국정원도 댓글 달라고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더 웃긴 것은 공무원 댓글을 다는 실적을 평가에 반영하겠다는 것인데 기사에 대한 압력을 넣으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진석 의원실에서 공개한 해당 공문에 따르면 참여정부 당시인 2006년 국정홍보처는 각 부처에 “‘국내언론보도종합’의 부처 의견을 해당 언론사 및 독자에게 적극 알리어 언론보도에 대한 정부 입장을 밝힘으로써 정책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자 한다"고 전달했다. 

시행사항으로 △해당 언론사의 인터넷 홈페이지 해당기사에 부처의견 실명 댓글 게재 △각 부처 출입기자에게 관련기사와 부처의견을 메일로 송부 △해당 언론사 간부에게 부처의견을 메일로 송부 등을 전했다.

당시 언론과 정치권 통해 알려진 내용

이 같은 내용은 당시 언론을 통해 공개된 것으로 새로운 것은 아니다. 2006년 4월 6일 동아일보는 ‘공무원들 “댓글 잘 달면 출세”…온라인 국정운영 실태’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정부가 ‘국정브리핑’에 올린 언론 보도에 대한 ‘댓글 달기’의 실적을 각 부처 평가에 반영키로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댓글의 내용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고 보도했다. 

이어 동아일보는 “국정브리핑 사이트의 ‘언론보도종합’ 코너를 분석한 결과 이날 보도된 뉴스를 유형별로 묶은 47가지 사안에 대해 6건의 반박과 4건의 해명 댓글이 달려 있었다. 또 정책 추진 경위 및 상황에 대한 설명을 담은 댓글은 10건이었다. 5일자의 경우 44가지 사안에 달린 댓글 26건 중 9건은 반박, 5건은 해명, 12건은 설명으로 댓글의 절반은 반박과 해명”이라고 분석했다.

한겨레신문도 이 같은 내용과 함께 당시 야당인 한나라당 이계진 대변인의 브리핑을 소개하기도 했다. 이 대변인은 "이제부터 참여정부의 별칭은 '댓글 정부'"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또  과거 법무부 기관보고나 국정감사 때도 등장했다. 2007년 국정감사에서 한나라당 심재철 의원은 "국정브리핑 댓글을 대부분 공무원이 작성했다"고 지적을 한 바 있다. 

자유한국당은 대선 직전인 5월 7일 대변인 브리핑을 통해 “노무현 정권 당시인 2006년 국정홍보처는 ‘국정브리핑 국내언론보도종합 부처의견 관련 협조’ 공문을 국가정보원 등 각 부처에 보내며, 정부 비판 기사에 댓글을 달도록 공무원을 동원했다”고 밝혔다. 언론과 공직사회가 자유한국당에 비판적이어서 공정하지 않다는 내용이었다.

결정적 차이는 실명과 합법 여부

정 의원의 주장의 핵심은 이명박 정부 당시 국정원의 불법 댓글 사건과 노무현 정부의 공무원 댓글 달기 캠페인이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공문 내용을 중심으로 살펴보자. 

공문의 시행사항 중 △각 부처 출입기자에게 관련기사와 부처의견을 메일로 송부 △해당 언론사 간부에게 부처의견을 메일로 송부는 서울시를 비롯한 지자체는 물론 삼성전자 등 일반 기업의 홍보조직에서 의례적으로 하는 업무다.  문제가 되는 것은 첫 번째로 나오는 “해당 언론사의 인터넷 홈페이지 해당기사에 부처의견 실명 댓글 게재”다.

우선 눈에 띄는 것은 ‘실명’ 댓글이다. 참여정부 공무원들은 정부 지침에 따라 실명으로 댓글을 게재했다. 반면 이명박 정부 때 국정원은 익명의 민간인 댓글 부대를 운영했다. 민간인 댓글 부대 팀장에는 언론인, 교수, 대기업 간부 등이 포함된 것으로 밝혀졌다.

국정원을 비롯한 국가기관에는 홍보(공보)부서가 존재하다. 이들 부서 직원은 언론사 기자와 만나면서 기사 협조를 부탁하는 등 일상적인 홍보업무를 하고 있다. 공무원들에게 실명으로 댓글을 달라고 한 것은 잘못된 기사를 바로잡고자 하는 반론권 차원으로 이해할 수 있으며 불법이 아니다. 반면 국정원이 비밀리에 민간인 댓글 부대를 운영한 것은 국내정치 개입을 금지한 국정원법 위반 사안이다.  

또 운영규모에도 큰 차이가 있다. 5월 7일 자유한국당 전희경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공무원들은 1~8월간 2,271건의 댓글을 달았다고 하며, 국정홍보처는 IP제출을 강요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단순 계산하면 이 기간 공무원들은 하루 10개의 댓글을 달았다. 공문에 적시된 46개 부처 홍보담당 공무원이 해명 댓글을 게재했다면 부처당 5일에 하나 정도의 올린 것으로 계산된다. 전체 중앙정부 공무원 15만명중 극소수 공보담당 공무원만이 며칠에 한번씩 해명 댓글을 단 것이다.  반명 이명박 정부의 국정원 민간인 댓글부대는 전업으로 하루에만 수천개의 댓글을 달았다. 2012년에만 30팀에 3500명까지 운영된 사실이 밝혀졌다.

2006년 참여정부 당시에도 댓글 지시가 논란을 빚자, 김만수 청와대 대변인은 “공무원이 자기 소관 정책에 대한 보도를 점검하고, 그 보도가 사실에 부합하는지 또는 수용할 부분은 있는지 등을 공유하고자 하는 것”이라며 “이는 정책을 담당하는 공무원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점검활동”이라고 밝혔다.

 

뉴스톱의 판단

절반의 진실 정진석 의원의 발언을 정리하면, “댓글 정치의 원조는 참여정부이며, 이명박 정부와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참여정부 당시 국정홍보의 일환으로 공무원들에게 기사 댓글로 의견개진을 하도록 한 것은 맞다. 하지만 이는 실명 댓글이었고 언론 보도에 대한 해명성 내용으로 합법적 활동이었다. 반면 이명박 정부 당시 국정원의 민간인 댓글부대 운영은 불법이며 인터넷 여론 자체를 바꿀 정도로 엄청난 양을 생산해냈다. 정 의원의 주장은 이명박 정권의 불법행위를 옹호하려는 '일종의 물타기'로 보인다.  다만 댓글을 국정홍보에 활용했다는 사실 자체는 맞아 절반의 진실로 판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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