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석 사건, 팩트와 주장을 분리해보니

  • 기자명 송영훈 기자
  • 기사승인 2017.09.29 1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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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하는 시인’, ‘가객’ 등으로 불렸던 가수 故김광석을 둘러싼 사건과 소문들이 최근 영화 <김광석> 개봉과 함께 다시 화제가 되고 있다. 영화 개봉 후, 최근 행적이 묘연하다는 딸 김서연 양이 이미 사망했음이 뒤늦게 밝혀지면서 소셜미디어와 포털사이트는 관련 게시물과 뉴스가 숨가쁘게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사실과 주장이 섞여 있어 오해가 발생하고 있다. 명백히 확인된 사실과 일방적 주장을 분리해 뉴스톱에서 정리했다.

 

MBN 방송화면 캡처

故김광석은 <사랑했지만>, <이등병의 편지>,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 <서른 즈음에>, <일어나> 등 한국인들의 인생과 감성을 ‘마음을 읽어주는 것’처럼 노래한 ‘전설적인’ 가수다. 정규 음반 4장과 리메이크 앨범 2장 등 모두 6장의 음반을 발표했으며, 소극장 중심의 공연을 꾸준히 하며 1995년 8월 소극장 공연 1000회를 기록하기도 했다.

1996년 1월 6일 새벽 만 32세 생일을 며칠 앞두고 자택에서 전깃줄로 목 매 죽은 채 발견되었다. 경찰에 의하면 김광석은 새벽에 술을 마시던 중 평소 우울증으로 자살한 것으로 발표됐다. 이후 김광석 가족과 지인들은 의혹을 제기했고, 이를 바탕으로 고발뉴스의 이상호 기자가 영화 <김광석>을 제작해 발표했다. 영화는 김광석씨가 피살됐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김광석 사망> <딸 김서연 사망> <저작권 소송>으로 나눠서 제기된 의혹과 팩트를 정리했다.

1. 김광석 사망

고발뉴스 이상호 기자는 영화 <김광석>을 통해 부인 서해순 씨가 남편 김광석을 고의로 숨지게 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 기자는 서 씨가 김광석의 죽음 당시 ‘여자 문제’와 ‘우울증’을 자살 이유로 들며 거짓말을 한 점, 당시 김광석의 목에 남은 밧줄 자국이 교살 자국과 흡사하다는 점, 현장에 전과 10범 이상의 강력 범죄 경력의 서씨 오빠와 함께 있었다는 점, 그리고 서 씨 진술이 거짓말 탐지 결과 거짓으로 나왔다는 점 등을 들어 김광석의 죽음에 대한 의문을 던졌다.

팩트① 서해순의 사건 당일에 대한 진술은 일관되지 않다. 

영화의 초반에 등장하는 인터뷰에서 서 씨는 “그냥 실수다. 술 먹고 장난하다가 이렇게 됐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후 발언은 다르게 이어졌고, 지난 25일 JTBC와의 인터뷰에서는 ““장난같이 무슨 일인지 모르겠다”가 와전된 거다”라고 말했다. 당시 경찰 조사에서도 처음 진술과 두 번째 진술이 다르고 주변 지인들에게 한 진술도 다르다고 알려졌다.

팩트② 영화 <김광석>은 사망원인에 대한 명확한 근거를 제시하지 못했다.

이상호 기자가 영화를 통해 제기한 의문은 모두 주변인의 증언에서 비롯된 심증 뿐이다. 진술과 의혹은 제시됐지만 그것이 타살이라는 주장과 연결되는 증거는 찾을 수가 없다.

팩트③ 부검소견서가 공개되지 않고 있다.

이상호 기자는 “부검소견서 내용과 영화에서 제기하는 의혹과 증거들이 100% 일치한다. 그래서 더욱 부검소견서 열람이 필요한 상황인데, 현재 부인이 열람을 막아놓은 상태”라고 주장했다. 서해순 씨는 논란이 확산되자 김광석과 딸 서연 양의 부검소견서를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팩트④ 타살로 밝혀져도 처벌할 수 없다.

김광석 사망이 살인 혹은 살인교사에 의한 것이 사실로 드러나도 이미 공소시효가 만료되어 있어 법적인 처벌을 받을 수 없다. 2015년 7월 24일 국회 본회의에서 살인죄에 한해 공소시효를 폐지하는 내용의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통과시켰지만 2000년 8월 이후 발생한 모든 미제 살인사건부터 해당된다. 다만 정말 서해순이 김광석을 살해했다면 민법 제1004조에 따라 상속인 자격을 상실해 김광석 재산을 상속받지 못할 수는 있다.

 

주장① 여자문제 때문에 자살했다

서씨는 김광석이 여자문제 때문에 고민하다 극단적 선택을 했다고 주장했다. 이기자는 오히려 서씨가 김광석 씨의 친구와 불륜관계였다고 주장하고 있다. 양 쪽 다 명백한 근거는 없다. 차이는 서 씨의 주장은 본인의 일방적인 주장이고, 이 기자의 주장은 김씨와 서씨 주변의 발언을 근거로 하고 있다. 다만 최근 언론보도로 서씨가 하와이에서 김광석의 친구 이모씨와 동업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주장② 당시 김광석은 우울증 약을 복용하고 있었다

부검 결과 우울증 약은 발견되지 않았다. 이 역시 서씨의 주장이다. 그러나 영화에서 이 기자가 김씨의 일기장을 들고 찾아간 심리부검 전문가는 “만약 김광석씨가 자살했다면 자살을 촉발시킬만한 방아쇠가 있을 것”이라고 말한 뒤, 일기장을 다 검토하고 나서는 “한참 전부터 굉장히 불안정했네요”라며 “그냥 자살하신 것 같다. 전형적인 자살 심리 패턴이 일기장에 나타난다”라고 설명했다.

주장③ 유서 없음, 사망후 50분 지나 신고, 사망 현장 두종류의 담배, 전선이 목에 세번 감기에 짧은 점은 타살의 증거다.

위의 주장은 모두 영화<김광석>에서  타살의 강력한 증거로 제기됐다. 그러나 자살로 보기에 석연치 않은 부분이 있다고 해서 곧바로 타살의 개연성으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 유서를 남기지 않은 자살은 많으며 사망후 신고가 지연되는 일도 잦다. 두 종류의 담배가 살인을 증명해주지 않으며 목에 줄이 감긴 흔적인 ‘삭흔’도 경우에 따라 다르게 나올 수도 있다. 영화에 의하면 김광석이 부인의 재혼사실 인지, 불륜으로 심리적 고통을 겪은 것으로 나타났지만 그 부분이 오히려 자살의 개연성을 더욱 강화시켜줄 수도 있다.

 

2. 딸 김서연양 사망

지난 20일 경기 용인동부경찰서에 따르면, 서연양은 2007년 12월23일 오전 5시14분 경기 용인시 자택에서 쓰러졌고 서씨가 119에 신고해 수원시 소재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서연양은 어릴 때부터 발달장애를 앓고 있었고, 사망 당시 나이는 만 16세였다.

집에서 쓰러진 서연양은 119구급대에 의해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치료 과정에서 숨졌다고 알려졌고, 경찰은 서연양의 진료기록과 국과수 부검결과 등을 토대로 범죄 혐의점이 없다고 보고 사건을 종결했다.” 지난 21일 이상호 기자와 유족을 대리하는 김성훈 변호사 등이 서연양 사망 재조사를 촉구하는 고소장을 제출하자 검경에서 재수사에 착수했다. ‘유기치사’가 쟁점이다.

팩트① 김서연 사인은 급성폐렴이다.

담당 의사는 서연양의 사망 원인을 특정하지 못했지만 서연양이 같은 날 오전 6시 이전에 숨진 것으로 판단했다. 경찰은 40분 뒤 서씨로부터 서연양 사망신고를 받고 변사사건에 개입했다. 서연양을 부검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약 한 달만인 2008년 1월 22일 서연양 사인을 ‘급성화농성 폐렴’이라고 밝혔다. ‘외상은 없었고 감기약에 통상 사용되는 성분 외에는 별다른 약독물이 검출되지 않았다’는 소견도 냈다. 서씨는 서연양이 숨지기 6일전부터 감기 증상으로 집 인근 의원에서 치료를 받아왔다고 진술했고 경찰은 해당 병원에서 진료 기록을 확인했다.

팩트② 서씨는 딸의 죽음을 10년간 알리지 않았다.

서씨는 "그 당시 본인의 소송으로 너무 힘들었고 서연양은 발달장애 1급으로 돌보기가 쉽지 않았다. 사망 당시에는 경황이 없었고 그 해 4월에는 본인의 부친도 사망하면서 심적으로 상당히 혼란스러웠다. 게다가 소송 과정에서 시댁과 심한 마찰이 있어서 틀어진 상태였기 때문에 알리고 싶지도 않았다. 게다가 서연이의 안부를 시댁에서 묻지도 않았고, 변호사에게 고지 안 한 것도 맞다. 신고해야 하는 줄 몰랐다"고 말했다.

심지어 서연양을 돌봐주었던 외할머니, 즉 자신의 어머니에게도 알리지 않았다. 서 씨는 친정아버지 사망 후 친정가족과 갈등으로 관계가 소원해져서 그랬다고 했지만 서 씨의 어머니는 갈등이 없었다고 부인했다.

 

주장① 서연양 사망이 저작권 소송에 영향을 줬을 수 있다.

서연양이 사망한 것을 법원이 인지한 상태에서 재판을 하게 될 경우 권리가 김광석의 유족 측으로 넘어갈 수도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서씨가 딸의 사망 사실을 숨긴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서 씨도 그렇게 알고 있을 수도 있다. 대법원 심리 기간 사이에 사망했기 때문에 소송이 멈췄어야 했는데 법원에 통보를 안 했기에 사법방해를 한 혐의가 있어 조사가 이뤄질 수 있다.

하지만 서해순의 소송사기 혐의가 인정될지는 미지수다. 대다수 법조인들은 “서연양 생존 여부와 당시 재판 결과는 무관하다”고 밝히고 있다. 당시 재판의 핵심 쟁점은 ‘1996년 6월 합의’와 ‘1996년 7월 유증’ 중 효력이 더 큰 것을 가리는 것이었다. 1,2,3심 모두 서씨 측의 손을 들어줬기 때문에 서연양 생존 여부는 재판 쟁점이 아니었다.

 

3. 김광석 저작권

김광석의 음악은 많은 대중들의 사랑을 받은 만큼 적지 않은 수익을 올리고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김광석의 저작권과 관련한 김광석 부모 및 형제 측과 서해순 씨의 분쟁은 13년 동안 이어졌다. 서씨는 저작권 관련 김광석 모친과의 소송에서 대법원 확정편결로 승소했고 이후 합의조정해서 현재 김광석과 관련한 모든 저작권을 가지고 있다. 

팩트① 저작권료가 얼마인지 정확하게 알 수 없다.

이미 집행된 저작권료는 지불한 협회와 받은 사람만 알 수 있고, 앞으로 받을 저작권료는 당연히 아무도 알 수 없다. 다만 임진모 대중문화 평론가는 김광석의 노래를 유명하게 만든 영화 <공동경비 구역 JSA>부터 매년 약 10억 정도의 저작권료가 나왔을 거라 예상했다.

김영기 인하대 지식재산전담 교수는 한겨레신문 기사에서 “저작권은 사후 70년간 보호되는데 앞으로도 50년 정도 남았다. 음원 다운로드 수입, 영화 등에서 음악이 사용될 때의 수입, 음반 판매 수입 등 크게 세 가지 정도로 미래 수익을 예측할 수 있다. 서 씨가 한 인터뷰에서 ‘석 달에 한번 음원저작권이 정산되는데 1600만원을 왜 안 줬느냐’고 한 대목이 있다. 그것을 기초로 계산해보면 90억 원 정도”라고 말했다.

팩트② 서씨는 저작권 외에 상표권도 출원해 소유하고 있다.

서씨가 지난 2014년 저작권 외에도 김광석과 관련된 거의 모든 상표권을 출원해 소유하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서씨는 2014년 8월 한글 ‘김광석’, 영문 ‘KIM KWANG SEOK’으로 의류, 신발, 교육업, 연예오락업, 스포츠 및 문화활동업, 광고업 등 분야의 상표권을 등록했다. 서씨는 지난 2013부터 김광석을 재해석한 뮤지컬, 연극 등이 만들어졌을 때도 김광석의 퍼블리시티권을 주장해 이름을 쓸 수 없게한 것으로 알려졌다.

 

팩트로는 '김광석 타살'주장 근거 없어

지금까지 확인된 팩트와 주장을 분리해서 정리했다. 영화 <김광석>으로 김광석의 죽음에 대한 의혹이 제기된 이후 부인 서해순씨가 jtbc에 이를 해명하기 위해 출연하면서 오히려 논란은 증폭되고 있다. 최근 언론보도는 본질적인 부분보다는 서씨의 사생활을 캐는데 집중하고 있다.  영화에서는 서씨가 재혼 사실과 출산경력을 감추고 김광석과 결혼했다고 밝혔고 결혼 후에는 김광석 친구와 불륜이었으며 현재 그와 동거중이라는 기사도 나왔다. 서해순이 동료라고 했던 남성이 미국 법원 서류엔 남편이라고 적혀있다는 보도도 있다.

이런 보도가 모두 사실이라 할지라도 범죄 증거는 되지 못한다. 서해순씨가 딸에게 비정한 엄마, 김광석에게 다정하지 않은 아내일 수는 있지만 범죄자라는 것은 별도의 문제다. 이상호 기자는 서씨가 범인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있지만 결정적 증거는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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