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서울시가 디자인 표절?

  • 기자명 송영훈 기자
  • 기사승인 2017.10.12 0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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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서울시가 외국 뮤지션의 디자인을 도용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뉴스톱에서 확인했다.

 

왼쪽이 '함께서울' 디자인, 오른쪽이 DJ 팔콘 마크

“표절” vs “흔한 디자인”

지난 9월 29일 일간베스트저장소(일베)를 비롯한 몇몇 온라인 커뮤니티에 ‘함께서울 마크는 역시나 표절이였(었)다’는 제목으로 ‘서울시의 ‘함께서울’ 디자인이 프랑스 뮤지션인 DJ 팔콘의 마크를 도용했다’는 내용의 게시물이 올라왔다.

현 정부여당이나 서울시에 반대하는 내용이 많은 사이트에 주로 게시된 이 주장은 중앙일보에 ‘“서울시, 프랑스 DJ 마크 표절” vs “흔한 디자인일 뿐”’이라는 제목으로 기사화되기도 했다.

커뮤니티의 성격에 따라 표절이라는 주장이 우세한 곳도 있고, 댓글에서 이용자 간의 공방이 있거나 아예 게시물이 삭제된 곳도 있다.

‘함께서울’은 서울시에서 2012년부터 사용하고 있는 시정 슬로건으로, 디자인 이미지는 ‘시민과 서울시가 손잡은 모습이면서, 시민을 향한 서울시의 마음을 하트 모양으로 형상화하였다’고 홈페이지에 소개되어 있다.

DJ 팔콘(DJ Falcon)은 프랑스하우스뮤직의 선구자로 불리며, 후대 일렉트로닉 뮤지션들에게 많은 영향을 끼쳤다. 역시 프랑스 출신의 세계적인 일렉트로닉 뮤지션인 다프트 펑크(Daft Punk)와의 협업과 ‘Daft Crew’ 활동으로 유명하다. 2013년 6월과 2017년 3월 한국에서도 공연을 가진 바 있다.

서울시의 ‘함께서울’ 마크가 마음과 악수를 형상화했다면, DJ 팔콘의 마크는 팔콘 즉 매의 날개를 형상화했다. DJ 팔콘은 한국을 방문했을 때 ‘함께서울’ 디자인 게시물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어 페이스북에 게시한 적이 있다.

표절 혹은 도용이 아니라는 네티즌들은 ‘함께서울’ 마크가 ‘흔히 볼 수 있는 악수 마크’라고 주장한다. 실제로 ‘heart and shake’로 이미지 검색을 하면 비슷한 디자인 이미지들을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구글 이미지 검색 결과

창작자의 권리를 보호하는 법률

표절 문제를 제기했을 때 판단 근거가 될 수 있는 법률은 ‘저작권법’이지만, 예술 작품으로서의 미술저작물을 주로 다루고 있다. 저작권법 2조15호에는 ‘응용미술저작물’에 대해, “물품에 동일한 형상으로 복제될 수 있는 미술저작물로서 그 이용된 물품과 구분되어 독자성을 인정할 수 있는 것을 말하며, 디자인 등을 포함한다.”고 되어 있다.

그러나 저작권법에서는 ‘대량생산 가능성’과 ‘독자성’의 두 가지 요건을 만족하는 응용미술저작물만을 보호하고 있다. 응용미술의 경우에는 ‘디자인보호법’이 별도로 있어 저작권법의 보호 범위가 상대적으로 좁아진다.

디자인의 보호와 이용을 도모하기 위해 제정된 디자인보호법에서는 디자인권을 인정받기 위해서는 특허청에 디자인 등록을 해야 하며, “등록된 디자인의 디자인권자는 업으로서 등록디자인 또는 이와 유사한 디자인을 실시할 권리를 독점한다.(92조)”고 되어 있다.

또, “등록디자인의 보호범위는 디자인등록출원서의 기재사항 및 그 출원서에 첨부된 도면·사진 또는 견본과 도면에 적힌 디자인의 설명에 따라 표현된 디자인에 의하여 정하여진다.”고 되어있다.

즉, 창작자가 자신의 디자인을 보호받기 위해서는 우선 ‘디자인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 자료를 가지고 특허청에 등록’해야 한다.

 

등록된 디자인에 대한 표절여부 판단

지식재산권을 주로 다루는 김경환 변호사(법무법인 민후)는 특허청이 전세계 디자인 지식재산권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운영중인 ‘디자인맵’의 칼럼을 통해, “디자인의 표절 여부를 판단하는 주체는 창작자가 아닌 일반수요자를 기준으로 하며, 일반수요자란 현실의 수요자가 아닌 객관적으로 상정하는 평균적·이성적 수요자를 의미한다.”며, 표절 판단을 위한 관찰방법으로, “요부적인 외관을 기준으로 육안으로써 간접대비의 방법으로 전체적으로 관찰하여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실제로 대법원은 유사여부의 판단기준으로 “의장의 유사여부는 의장을 구성하는 요소들을 전체적으로 대비 관찰하여 그 각 의장이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서로 상이한 심미감을 느끼게 하는 것인지의 여부를 가려서 판단하여야 하고, 이 경우 그 구체적인 판단기준으로서는 보는 사람의 주의를 가장 끌기 쉬운 부분을 요부로서 파악하고 그 각 요부를 대비 관찰할 때 일반수요자들이 느끼는 미감에 차이가 생길 수 있는지의 관점에서 그 유사성 여부를 결정하여야 한다.”고 판결했다. (대법원 1990.5.8, 선고, 89후2014, 판결)

그러나 디자인 분쟁에서 소송을 제기한 쪽이 승소하는 경우는 찾아보기 힘들다. 디자인이 완전히 동일한 경우는 사실상 없고, 유사성 여부가 관건이 되지만 입증하기가 쉽지 않다. 디자인 유사성의 판단기준은 각 구성요소가 아닌 전체이며, 부분적으로 유사하더라도 전체적으로 유사하지 않으면 유사 디자인으로 인정받지 못한다.

일반적으로 디자인 모방은 그대로 베끼는 것이 아닌 ‘벤치마킹’, ‘레퍼런스’ 등의 용어와 함께 여러 스타일을 혼합한 작품 유형으로 나타나지만 국내 디자인보호법은 과거 또는 현재의 것을 기초로 다른 미감적 가치를 창출했다면 객관적 창작성으로 인정하고 있다. 창작성에 대해 상당히 폭넓게 인정하고 있는 셈이다. (관련기사)

 

뉴스톱의 판단

판단보류 ‘함께서울’의 디자인과 ‘DJ 팔콘’의 마크를 두고 개인적으로 ‘비슷하다’, ‘안 비슷하다’고 판단할 수는 있겠지만, 공식적인 결론을 내기 위해서는 DJ 팔콘의 마크가 특허청에 디자인 등록이 되어 있어야 하고, 소송 제기 후 법원 판단이 필요하다. 디자인의 유사성을 입증하는 것은 그 다음의 문제여서 ‘판단보류’로 판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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