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말기 완전자급제로 통신비가 줄어들까?

  • 기자명 송영훈 기자
  • 기사승인 2017.10.16 05:23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바뀌는 이동통신시장 팩트체크

지난 1일부터 휴대전화 구입시 받을 수 있는 지원금 제한이 풀렸다. 통신비 인하 공약을 내걸었던 문재인 정부는 선택요금약정 할인율을 20%에서 25%로 상향했다. 정치권에서는 단말기 완전자급제를 추진하려는 움직임이 있다. 요동치는 이동통신시장에 대해 팩트체킹했다.

 

 

단통법 폐지가 아니라 지원금 제한 폐지

 

#1. 단통법 실시 이전 구입 형태

① 아무 휴대전화 판매점에 가서 “어떤 통신사 쓰세요?”, “어떤 요금제 쓰세요?” 등의 점원에 질문에 답하며 가장 좋다고 권유해주는 단말기를 사는 ‘호갱(호구손님)’형

② 용산전자상사, 테크노마트 등 이동통신판매점 등이 모여 있는 곳에 가서, 매장들을 돌아다니며 가격을 비교해서 구매하는 ‘발품형’

③ 유명 이동통신전문 온라인 판매점이나 커뮤니티를 수시로 뒤지며, 보조금이 많이 지급되는 단말기와 그런 시점에 구입하거나. 휴대폰 구매 전문 커뮤니티에 가입해 판매상들이 보조금을 많이 지급할 때를 기다려 공동구매 형식으로 구매하는 ‘고수형’

* 단통법 실시 이전에는 고가 요금제를 선택하고 최신폰을 ‘공짜’로 구입하는 것이 가능했다. 구형단말기의 경우 대부분 기본요금제를 사용해도 2년 기간 약정만으로도 ‘공짜’로 구매할 수 있었다.

#2. 2014년 10월 1일 단통법 실시 이후

① 거의 대부분의 구매자 – 단말기 구입 지원금(고가 요금제일수록 높게 책정되지만 최대 33만원) 혹은 20% 요금 선택 약정 할인 중 선택

② 극히 일부 구매자 – 비밀 커뮤니티나 개별 메신저방에서 페이백(개통 후 일정액을 현금으로 돌려받음)을 받거나 휴대폰판매사업자로 등록해서 수당으로 ‘장려금’ 지급받음

* 단통법의 시행으로 모든 대한민국 국민이 ‘평등하게’ 휴대폰을 비싸게 사게 되었다. 극히 일부 구매자들이 최신휴대폰을 저렴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지만 ‘불법’이었다.

 

‘비싼 단말기에 비싼 요금제’, ‘2년 약정’, ‘잦은 기기 변경’, ‘이통사에서 단말기 구입’. ‘높은 고가폰 비중’. 한국이동통신 시장만의 특징이다. 이동통신사와 휴대폰 제조회사에는 이익이지만, 소비자들은 선택의 폭도 좁고 과도한 통신비 부담을 지게 된다. (관련 기사)

이런 시장상황에서 제조사는 별도 유통망 없이 이통사 대리점을 통해 고가폰을 많이 팔 수 있고, 이통사는 단말기 지원금을 미끼로 고가 요금제 가입을 유도할 수 있다. 유통점은 이통사와 제조사가 주는 각종 장려금(리베이트)과 수수료를 받을 수 있다.

2014년 10월 1일 도입된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은 이전의 기본료 인하정책과 달리 이동통신의 유통구조를 개선함으로써, 가계에 큰 부담이 되고 있는 통신요금을 규제하려는 취지로 발의되었다.

단통법의 핵심은 ‘지원금 상한제’로 불리는 제4조(지원금의 과다 지급 제한 및 공시) 1항과 2항이다. 이동통신업자는 이용자의 가입유형(번호이동, 기기변경 등), 요금제, 거주지역 등의 이유를 원인으로 한 부당한 차별적 지원금 지급을 금지하고, 이를 뒷받침하기 위하여 이동통신단말장치별 지원금의 지급 요건 및 내용에 대하여 공시하도록 하며, 공시한 내용과 다르게 지원금을 지급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의 보조금 규제이다.

보조금 규제는 지난 2000년 보조금의 원칙적 금지부터 시작하여 2008년도에는 원칙적 허용으로 전환하였고, 단통법 이전에는 보조금 지급의 부당한 차별적 지급행위 금지에 중점을 두고, 1인당 27만원으로 정해져 있었다.

보조금 규제는 이용자간 형평성을 도모하고, 고가 단말기 사용 및 단말기의 잦은 교체로 인하여 발생하는 가계 통신비 부담을 줄이겠다는 취지였다.

지원금 상한제는 단통법 시행과 동시에 도입됐다. 출시된 지 15개월 미만 단말기에 이통사가 지원금을 33만원 이상 지원하지 못하도록 제한했고 15개월이 지난 단말기에 대해서는 33만원 이상 지급할 수 있었다.

지원금 상한제는 도입과 동시에 강한 비판에 직면했다. 이전에는 이통사 간의 시장경쟁으로 발품을 팔거나 인터넷을 뒤져서 값싸게 휴대폰을 살 수 있었는데 지원금 상한제가 시행되면서 그런 기회가 모두 사라졌다. 최신 휴대폰을 싸게 살 수 있는 방법이 없어진 셈이었다.

단통법 시행 당시 도입된 부칙에 따라 지원금 상한제는 3년 일몰조항으로 제정됐다. 법 시행 이후 3년 뒤에는 자동으로 폐지되기 때문에 지난 9월 30일 자로 자동 일몰됐다.

일부에서는 이를 두고 ‘단통법’이 폐지됐다고 오해하기도 한다. 지원금 상한제 관련 조항만 사라질 뿐 단통법은 그대로 유지된다. 그래서 현재까지는 ‘지원금 차별 금지’도 효력을 유지한다. 이는 이통사 대리점이나 판매점에서 번호이동, 기기변경, 신규가입 등 가입유형이나 요금제 등의 조건에 따라 지원금 규모를 부당하게 차별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이다.

 

지원금 대신 받을 수 있는 선택약정할인은 25%로 상향

‘선택약정요금할인’도 변함없이 유지된다. 이는 단통법 제6조에 명시된 내용으로 이통사가 지원금을 받지 않고 이동통신 서비스에 가입하려는 이용자에게 지원금에 상응하는 수준의 요금할인을 제공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요금 할인율은 단통법 시행 초기에는 12%였다가 2015년 4월 20%로 올린 후 지난 9월 15일부터 25%로 상향됐다.

MBN 방송화면 캡처

‘한국은 단말기 가격이 비싼 나라’

이동통신시장에서 한국만의 특징 중의 하나가 고가폰 비중이 높다는 것이다.

국내 ‘평균 휴대전화 판매가격’은 해외보다 높다. 2015년부터 지난 2분기까지의 국내 이용자가 평균적으로 부담하는 단말기 가격은 514달러(58만 6000원)로, 197달러 수준인 해외 단말기 평균가(22만 5000원)보다 2.6배 높았다. 또 지난해 국내 단말기 시장에서 중가(40~80만 원) 단말기의 판매 비중은 7.3%에 불과했으나 80만 원을 넘는 고가의 단말기 판매 비중은 60%를 넘어섰다. 제조사들은 고가폰 위주로 출시 및 판매전략을 짜고, 통신사들은 이를 기반으로 지원금을 통해 고가요금제로 유도한다. (관련기사)

똑같은 제품을 구매하는 데도 차별이 있다. 삼성전자의 갤럭시S8(64GB)은 한국에서는 102만 8천원, 미국은 724.99달러(한화 82만원)으로 약 20만원 차이가 발생한다. 세금을 계산하더라도 미국은 약 780달러(한화 90만원)다. (관련기사)

게다가 미국에서는 중고폰 보상판매제도가 있어, 실구매가를 424.99달러(한화 48만원)까지 낮출 수 있다. 세금을 포함해도 53만원에 구매가 가능하다.

심지어 단통법 실시 후 출고가는 오르고 지원금은 감소 추세다. 연합뉴스가 삼성전자와 LG전자 전략폰의 처음 출고가와 공시 지원금을 분석한 결과 평균 출고가는 2015년 대비 8.1% 올랐고, 반면 공시 지원금은 최고가 요금제와 최저가 요금제를 기준으로 각각 10.4%, 11.0% 감소했다.

 

분리공시제와 완전자급제 도입 고려

현재의 이동통신시장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치권 등에서 논의되는 것들이 ‘분리공시제’와 ‘단말기 완전자급제’다. ‘분리공시제’는 이동통신업체와 단말기 제조업체의 지원금을 각각 공시하는 것이고, 완전자급제는 이통사의 휴대전화 판매를 금지하고 단말기 판매는 판매점이, 통신서비스 가입은 이통사와 대리점이 각각 맡는 것이다.

단말기 완전자급제 도입으로 장려금을 포함한 이동통신사의 마케팅비가 줄고 제조사 간 가격 경쟁이 치열해져 통신비와 단말기 출고가 인하가 가능하다는 것인데 반대의 목소리도 높다.

우선은 단통법 도입과 함께 크게 축소된 유통업계에서 이통사의 단말기 판매 장려금이 없어져 생존권에 위협을 받는다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고 단말 제조회사에서도 새로 유통망을 꾸려야 하는 등의 이유로 반기지 않고 있다.

큰 반대가 없어 보이는 ‘분리공시제’도 시행 후 제조사가 소비자들에게 돌아가는 단말기 지원금을 줄이는 대신 영업점에 가는 판매 장려금을 올릴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관련기사)

그렇게 되면 고가단말기 위주의 시장상황은 그대로 유지될 확률이 높다. 단통법의 장점이었던 ‘알뜰폰 활성화’, ‘중저가폰 판매 확대’, ‘중고폰 활성화’ 등이 위축될 수 있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오늘의 이슈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