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헌재소장 추천않는 건 헌법상 직무유기"

  • 기자명 김준일 기자
  • 기사승인 2017.10.16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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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영 바른정당 원내대표 발언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의 자격을 놓고 야당의 공세가 거세지고 있다. 야당은 헌재소장 임명동의를 받지 못한 김 권한대행으로부터 업무보고를 받을 수 없다면서 국감을 거부했고 권한대행직은 물론 헌법재판관직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또 사태를 방관하고 있다며 문재인 대통령을 비판했다.

 

주호영 바른정당 원내대표는 "(헌재소장 권한대행 체제) 상태를 장기적으로 방치하는게 대통령이 헌법상 직무유기"라고 주장했다. 류여해 자유한국당 최고위원도 같은 날 "대통령이 새롭게 헌재소장을 추천하지 않는다면 직무유기이자 헌법상 의무해태"라며 "탄핵사유"라고 주장했다. 문대통령이 헌법상 직무유기를 하고 있는지 뉴스톱이 팩트체크했다.

헌재소장 권한대행은 헌재가 결정

헌법재판소장 임명은 헌법과 헌법재판소법에 따라 이뤄진다. 헌법 제111조와 헌법재판소법 제12조에 따르면 헌법재판소장은 국회의 동의를 받아 재판관 중에서 대통령이 임명한다. 다만 제4항은 헌법재판소장이 직무를 수행할 수 없을 때 헌법재판소규칙으로 정하는 순서에 따라 그 권한을 대행하도록 되어있다. 재판관 중 임명일자 순으로 권한을 대행하고 임명일자가 같을 때에는 최연장자가 맡는다. 권한대행은 헌법재판관 회의에서 결정되며 재판관 7명 이상의 출석과 과반수의 찬성으로 선출한다.

김이수 헌법재판관은 2012년 9월 20일 임명되어 가장 오래된 5인 중 한명이며 1953년생으로 재판관 중 가장 연장자다. 법이 규정한 권한대행 조건에 부합하는 재판관이다. 헌법재판소는 지난 9월 18일 재판관 전원이 참석해 만장일치로 김이수 권한대행 체제를 유지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대통령은 헌법재판소 권한대행 인선에 관여할 수 없게 되어 있다. 따라서 법에 규정된대로 임명된 김이수 헌법재판소 권한대행을 인정하지 않는 야당의 태도엔 무리가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4일 페이스북에서 "헌법재판소법에 의해 선출된 헌재소장 권한대행을 두고 위헌이니 위법이니 하며 부정하고 업무보고도 받을 수 없다고 하는 것은 국회 스스로 만든 국법질서에 맞지 않는 일"이라고 말했다. 

다만 김이수 헌재소장 임명동의안이 부결됐기 때문에 문 대통령이 조속히 후속인선을 마무리해 헌재를 안정시켜야 한다는 야당의 주장엔 일리가 있다. 

헌재소장 임명까지 수개월 걸려

현재 상황이 통상적인 상황에서 크게 벗어나 있는지 살펴보자. 올해 1월 31일, 박한철 전 헌재소장이 퇴임한 이후 현재까지 헌법재판소장이 공석인 상태다. 이정미 재판관이 2월 1일부터 3월 13일까지 권한대행을 한 뒤 퇴임했고 3월 14일부터 김이수 권한대행 체제가 유지되고 있다.

역대 헌법재판소 사례를 보면, 9개월가량의 헌법소장 공백은 최장이다. 1988년 헌법재판소 설립 이후 총 5명의 헌법재판소장이 있었고 5명의 권한대행이 있었다. 헌재소장 권한대행이 이처럼 많은 이유는 헌재소장 퇴임 이후 대통령 임명, 국회 동의까지 시간이 걸렸기 때문이다. 첫 사례였던 주선회 헌재소장 권한대행은 2006년 9월 20일부터 4개월간 권한대행을 수행했다. 두번째 사례인 송두환 헌재소장 권한대행은 약 2달간 임무를 수행했고 이후 이정미 권한대행이 18일 가량 권한대행을 수행했다. 이정미 재판관은 올해도 6주가량 권한대행을 수행한 바 있다. 종합하면 신임 헌재소장 임명까지 2~4개월 정도 시간이 걸렸고 그 기간동안 권한대행을 한 사례가 수차례 있었다. 

김이수 재판관이 역대 최장 권한대행은 맞지만, 9월 11일 임명동의안 부결부터 계산하면 10월 16일 현재 약 한달이 지났다. 헌재소장 국회 부결이 헌정사상 처음 있는 일이거니와 통상적으로 후임 소장을 물색하고 임명하는데 수개월이 걸린 것을 감안하면 현재 문대통령이 후임자 임명을 안해 직무유기라는 야당의 주장엔 무리가 있다. 다만 청와대가 현재 후임자 물색 과정임을 알리고 야당에 협조를 구하는 것이 경색된 정국을 타개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란 지적도 일리가 있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지난 13일 "국회에서 먼저 헌재소장의 임기를 명확히 하는 입법을 마치면 대통령은 헌재소장을 바로 임명할 계획"이라고 밝히며 공을 국회에 넘겼다. 당분간 정부와 야당의 신경전이 계속될 전망이다.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13일 국회에 출석했지만 야당의 반대로 국정감사에 임하지 못했다. YTN 화면캡처

직무유기는 불법성ㆍ고의성 입증되어야

신임 헌법재판소장을 임명하지 않는 것은 헌법상 직무유기인지 알아보자. 공무원의 직무유기는 형법 제122조에 규정되어 있다. 공무원이 정당한 이유없이 그 직무수행을 거부하거나 그 직무를 유기한 때에는 1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3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하게 되어 있다. 헌법 제78조는 대통령은 헌법과 법률이 정하는바에 의하여 공무원을 임면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공무원 임면은 대통령의 고유권한다. 직무유기를 적용하려면 정당한 이유없이 직무수행을 방치(유기)하고 있다는 것을 입증해야한다. 세월호 유가족은 세월호 사고 당시 관저에 머물며 구조작업을 제대로 지휘하지 않은 박근혜 대통령을 직무유기 혐의로 지난 1월 특검에 고발한 바 있다. 

그럼 문대통령이 고의적으로 헌재소장을 임명 안하는 것일까? 중소벤처기업부장관 및 헌법재판관 1명도 공석인 상황을 감안할 때 헌법재판소장 임명 지연만 고의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다만 정부 출범 5개월이 되도록 중요 공직이 공석인 상황을 정상으로 보기는 어렵다. 과거 사례에서 봤듯이 신임 헌재소장 임명이 유독 지연되고 있다고 보기도 힘들다. 

뉴스톱의 판단

주호영 바른정당 원내대표는 "문 대통령이 신임 헌재소장을 임명하지 않아 헌법상 직무유기"라고 주장했다. 형법상 공무원의 직무유기는 고의성이 입증되어야 한다. 그런데 후보자가 중도사퇴해 공석으로 있는 중소벤처부 장관과 헌법재판관 사례를 볼 때 헌재소장 임명이 고의적이라고 보기는 힘들다. 또 과거에도 헌재소장 임명까지 수개월이 걸린 사례가 있다. 다만 야당의 지적대로 문 대통령이 적극적으로 현 상황을 해결하려는 태도를 보이지 않는 것은 사실이어서 대체로 거짓으로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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