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전치사에 대한 오해

  • 기자명 박기범
  • 기사승인 2017.10.24 2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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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를 공부하는 사람들이 마주치는 여러 난관들 중 대표적인 것이 전치사 문제다. 열심히 외우면 될 것 같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그래서 전치사 학습의 어려움을 살펴보고 효과적으로 학습하는 방법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영어 전치사에 대한 오해와 진실을 알아봤다.

첫째, 전치사는 종류가 너무 많다?

on, for, to, under, after, before, with, since, until, in, over, behind, at 등등...

영어 전치사는 대략 150여개 정도 된다고 한다. 필자도 그렇게 많은지 여태 몰랐다. 그렇다보니 전치사를 단순 암기하는 것도 너무 힘들다고 푸념하는 학습자가 많다. 

하지만 명사나 동사, 형용사 등의 전체 숫자에 비하면 새발의 피다. 어차피 영어를 하려면 단어 암기가 필수인데 150여개 정도면 도전해 볼 만하지 않은가? 게다가 주로 사용되는 전치사는 그 중에서 단 70개 정도라고 하니 더이상 전치사가 어렵다고 불평하지 말자. 

 

둘째, 똑같은 전치사가 매번 다르게 해석된다?  

70여개의 주요 전치사를 암기하기로 다짐한 사람들이 마주하는 2번째 골칫거리다. 왜 같은 전치사가 여러가지 다른 뜻으로 해석될까?

예를 들어, 전치사 for의 경우 네이버 사전은 자그마치 20가지의 뜻으로 설명하고 있다. 이것을 다 외우기에는 우리의 뇌가 너무도 보잘 것 없는 것이 사실이다. 원어민들이라고 모두 천재는 아닐텐데 이 많은 의미를 어떻게 외우고 있는 걸까? 정확히 말하면 그들은 20가지 의미를 암기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원어민들은 단어 1개의 대표적인 뜻을 암기하고 나머지 19가지 경우에 추론하여 응용하는 것이다. 

한마디로 전치사 for의 가장 대표적인 뜻은 ‘~를 위한/~를 위하여’다. 

This is a gift for you. (이건 널 위한 선물이야.)
He sacrificed himself for you. (그는 너를 위해 자신을 희생했어.)

그런데 for가 다른 상황에서 다른 단어들과 조합될 경우 우리말 해석은 달라질 수 있다.  He had to come here for you. 이 문장은 2가지 해석이 가능하다. 

  • 그는 당신을 위해서 여기 와야만 했다. 
  • 그는 당신 때문에 여기 와야만 했다. 

당신을 위해 왔건 당신 때문에 왔건 원어민들에게는 큰 차이가 없다. 그러나 우리는 ‘위하여’와 ‘때문에’를 구분해서 암기하는 것이다. 우리만 쓸데 없는 고생을 하는 건 아닌가 생각해 볼 문제다. 

 

I am anxious for you. (난 당신에 대해 걱정하고 있어요.)
I am anxious for you. (난 당신을 위해 걱정하고 있어요.)

이 문장에서 사용된 for는 ‘~에 대해’로 번역되었고, 네이버 사전에서 for의 3번째 의미로 자리잡고 있다. 하지만 I am anxious라는 표현이 ‘난 걱정하고 있어’라는 뜻이고, 당연히 ‘왜 걱정하는데?’라는 질문을 스스로 던져본다면 for you는 ‘널 위해서’ 혹은 ‘너 때문에’라고 번역하는 것이 더 자연스럽다. 

 

I am speaking for everyone in this office. (저는 우리 사무실을 대표하여 말씀을 드리고 있습니다.)

이 문장에서 for는 ‘~를 대표하여’라고 번역되었고, 네이버 사전에서 for의 4번째 의미로 설명된다. 그러나 ‘저는 우리 사무실에 있는 모든 사람들을 위해 말씀을 드리고 있습니다’라고 해석해도 아무 문제가 되지 않는다. '우리 사무실을 대표하여’와 ‘우리 사무실을 위해’를 구분하는 건 우리만의 문제다. 원어민들은 똑같다고 보는 것이다. 오히려 ‘~를 대표하여’라는 표현을 정확히 쓰려면 ‘on behalf of’를 쓰는 것이 더 낫다. 

 

 Shaking your hand for No is not understandable for someone. (‘아니요’의 뜻으로 손을 흔드는 건 누군가에겐 이해불가능한 일이다.)
I voted for the Democratic Party last year. (나는 작년에 민주당을 지지하여 투표했다.)

이 2개 문장 역시 for를 ‘~의 뜻으로’ 그리고 ‘~를 찬성하여/지지하여’ 등으로 각각 해석했다. 네이버 사전의 6번, 7번 뜻이다.  그러나 이들 역시 ’~를 위하여’로 해석하는 것이 원어민들의 사고방식이다. 손을 흔드는(shaking your hand) 이유는 No를 위해서(for No)이다. 내가 투표를 했다면(I voted), 그건 민주당을 위해서(for the Democratic Party)다. 한마디로 전치사 for의 가장 대표적인 뜻은 ‘~를 위한/~를 위하여’다. 

 

셋째, 똑같은 우리말에 매번 서로 다른 전치사가 쓰인다.  

"나는 휴가차 이곳에 왔습니다"라는 문장을 영작하다 보면 전치사 부분에서 세번째 난관에 부딪친다. 대부분 한국인들은 I came here for vacation.이라고 영작을 한다. 그러나 비싼 돈 주고 구입한 학습서는 I came here on vacation.​을 정답으로 제시한다. 

도대체 왜 for vacation이 아닌 on vacation인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for vacation도 괜찮다. 내가 여기 온 이유는 '휴가를 위해서'다. 휴가는 적극적이고 자발적인 목적이 될 수 있다. 반면, 전치사 on은 '~를 주제로'의 뜻을 가지고 있다. 

He wrote many books on Korean economy. (그는 한국 경제를 주제로 많은 책을 썼다.)

따라서 I came here on vacation. (저는 이곳에 휴가를 주제로 왔습니다.)라는 문장도 어색하지 않다. 같은 이유로 I came here on business.(저는 이곳에 사업을 주제로 왔습니다.)라는 문장도 자연스럽다.

그러나 I came here for business.(저는 이곳에 사업을 위해 왔습니다)라는 문장에 대해 원어민들은 어색하게 느낀다. 휴가의 경우와는 달리 사업이나 업무는 자기 일이 아닌 이상 자발적이고 적극적인 목적(for business)이 되기 힘들다. 

따라서 ‘사업차' 혹은 '업무차’ 정도의 의미인 on business를 원어민들이 선호하는 것으로 보인다.  일이 '주제'가 될 수는 있어도, 일이 삶의 '목적'이 될 수는 없기 때문이다. "I came here for business" 라는 문장은 사장님이나 고용주 정도만 사용하는 표현 아닐까? 결국 한국어가 똑같다고 해서 항상 똑같은 전치사를 사용하는 것은 아니다. 전치사는 그 문장의 상황이나 주변 단어들과 조화를 이루도록 사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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