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일러가 알려주는 외국어 잘하는 법 (2)

  • 기자명 박기범
  • 기사승인 2017.11.22 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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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회 칼럼 '방송인 타일러가 알려주는 외국어 잘하는 법 (1)'에서는 영어를 잘할 수 있는 방법으로,

1) 고생을 많이 해야 한다.
2) 기본 원리를 이해한 후에는 다양하게 응용해봐야 한다.
3) 응용하는 와중에 저지르는 실수를 두려워해선 안 된다.

등을 제시한 바 있다. 이번 칼럼 역시 타일러 라쉬의 인터뷰를 통해 얻을 수 있는 힌트 몇 가지를 더 살펴 볼 것이다.

4. 당신이 영어를 잘하게 되는 날은 오지 않는다.

"저는 늘 한국어 실력에 대해서 좀 만족하지 못한 부분이 있거든요."

"7년이나 됐는데 그것도 한국에 산 지 4년이나 됐는데, 왜 이것도 안 되는 거지 지금? 약간 이런 생각하면서 굉장히 화가 나고 답답해져요."

영어를 잘하는 사람들이 평생 "난 영어를 못한다"고 말하는 것을 흔히 볼 수 있다. 타일러 라쉬 역시 "굉장히 화가 나고 답답해"질 만큼 스스로 우리말 실력에 불만이 많다. 실력이 늘면 늘수록 더 부족함을 깨닫게 되는 것이 어쩌면 당연할지도 모른다.

많은 영어 학습자가 영어 강사인 필자에게 "저는 언제쯤 영어를 잘할 수 있을까요?"라고 묻는다. 답하기가 상당히 난감한 질문이다. 그 날은 올 수도 있고 오지 않을 수도 있지만, 왔다고 딱히 확인할 수 있는 방법도 없기 때문이다.

모든 분야가 마찬가지일 테지만, 열심히 익히고 연습하는 하루하루의 과정이 재미있는 것이다. 단어 하나, 표현 하나 붙잡고 씨름하는 오늘을 즐길 줄 알아야 한다. 영어를 공부할 때 끊임없이 절망감에 휩싸인다면 당신이 제대로 하고 있다는 증거로 봐도 좋다.

5. 영어를 통해 이룰 수 있는 목표가 있어야 한다.

"왜 영어를 배우고 있느냐의 질문을 우선 해야 할 것 같아요. 사실 사람들이 영어를 배우는 것만큼 배울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진 않거든요. 실제로는."

어학 실력은 도구일 뿐 그 자체로 목적이 될 수는 없다. 그러나 영어 실력 자체를 목표로 두는 사람들이 많다. 외국어를 잘 해서 남들에게 똑똑한 사람으로 보이고 싶다는 건 궁극의 목표가 될 수 없다. 영어 실력을 통해 무엇을 할 것인지 다음 목표를 설정할 필요가 있다.

타일러 라쉬는 그의 또 다른 인터뷰에서 이렇게 밝히고 있다.

"그 언어를 통해서 관심이 있는 것을 배우려고 하시면 좋을 것 같아요. 예를 들어, 저는 국제 정치에 대해서 관심이 있고 그러니까 한국어로 국제 정치를 공부한 거예요."

한국에서는 영어 학습의 최종 목표가 내신, 수능, 취업 등을 위한 점수 획득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시험에 합격하는 사람은 언제나 극소수다. 경쟁에서 패배한 대다수의 사람들에게 영어는 쳐다보기도 싫은 존재일 것이다.

그러나 우리를 골치 아프게 했던 것은 과도한 경쟁이지 영어 자체가 아니다. 이제라도 영어 실력을 쌓아 재미있게 즐기면서 도전할 수 있는 다양한 일들을 궁리해 볼 필요가 있다. 해외 취업, 이민, 유학 등의 거창한 계획도 좋지만, 혼자 해외여행 하기, 외국인 친구 만들기 등 소소한 목표부터 세워보면 어떨까?

6. 콩글리쉬 발음을 창피해하지 말아라.

"미국 같은 경우에는 어디 가는지에 따라 다르겠지만 굳이 발음이 완벽해야 할 필요는 없는 것 같아요. 그냥 의사소통이 상대방이 알아들을 수 있는 수준의 발음이면 돼요. 그러니까 그게 약간 한국어스러운 발음이 섞여있다고 해서 뭐 그렇게 나쁜 건 아니라고 생각하거든요."

영어로 의사소통할 때에는 본인의 생각을 정확한 구조와 어휘에 담아 표현하는 능력이 중요하다. 만일 "키옹보쿵 오디로 카야 도이나요?"라는 외국인의 질문을 어눌한 발음 때문에 이해 못하는 한국인이 있을까? 유명 방송인 이다도시, 혹은 로버트 할리 씨의 우리말 발음은 완벽한가? 우리가 그들의 우리말 실력을 칭찬하는 것은 발음이 아니라 정확한 구조와 어휘 사용 능력 때문이다.

정확한 발음으로 또박또박 헛소리를 늘어놓는 원어민들도 꽤 많다. '경복궁 어디 먹을 수 있어요?'라는 문장은 아무리 발음이 정확해도 이해 불가능하다. 원어민이 우리 영어를 이해 못하는 것은 우리의 발음 때문이 아니다. 어법에 맞지 않는 구조, 잘못된 어휘와 강세 때문일 경우가 훨씬 더 많다.

같은 한국 사람끼리 사투리도 고치기 힘든 마당에 외국어 발음을 원어민처럼 하겠다니. 타일러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콩글리시라는 거를 죽여야 한다 이렇게 생각은 안 해도 될 거 같아요."
"또 실제로 미국에서 살고 있는 굉장히 다양한 문화권의 사람들이 자기 모국어의 특징을 아직 보유하고 있는 영어 실력을 이렇게 갖고 있는 거예요."

다음 동영상은 "다양한 문화권의 사람들이 자기 모국어의 특징을 아직 보유하고 있는" 증거를 보여준다. 제대로 된 문장을 만들 능력도 없으면서 원어민 발음부터 흉내 내는 것은 정말 하지 말아야 할 짓이다.

이상 외국어를 잘하기 위한 6가지 방법을 타일러 라쉬의 인터뷰 분석을 통해 2회에 걸쳐 살펴보았다. 그가 압도적인 우리말 실력을 갖게 된 비결에는 그 어떤 학원, 강사, 교재, 학습 사이트도 포함되지 않았다. 아마 변변한 한국어 교육 기관조차 찾기 힘들었을 것이다. 

1년에 10조 이상의 영어 사교육비를 지출하면서도 우리는 여전히 영어 때문에 골치가 아프다.돈으로 능력을 살 수는 없다는 평범한 진리를 타일러 라쉬만 깨닫고 있는 건 아니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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