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좌파코드없는 영화는 천만관객 불가능"

  • 기자명 김준일 기자
  • 기사승인 2017.11.30 1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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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좌파코드 성향을 띄지 않은 영화는 천만관객을 모을 수가 없다"고 주장했다. 

홍 대표는 11월 28일 서울 마포구 다산카페에서 열린 '더 경청 간담회 청년 아무말 대잔치'에 참석했다. 홍 대표는 "한국 좌파 진영은 제일 먼저 해온 분야가 교육 분야고 두번째가 문화분야"라며 "교육은 전교조를 통해서 했고 문화예술은 좌파코드를 심은 연예인들이 대거 문화예술계에 침투했다"고 말했다. 

더불어 개량한복이 좌파코드라는 주장도 했다. 참석자 중 한명이 "학교 선생님 중에서 한복입으신 분들은 다 좌파시고..."라며 운을 띄우자 홍 대표는 "시골가서 개량한복 입은 사람은 다 좌파라고 보면 돼"라고 화답했다.

개량한복 발언은 농담에 가까웠지만, 천만관객 영화 좌파코드 발언은 진지한 발언이었다. 간담회 제목인 '아무말 대잔치'로 치부할 수 없는 이유다. 그러면 정말 한국의 천만관객 영화엔 홍대표가 주장하는 '좌파코드'가 담겨 있을까? 뉴스톱이 팩트체크했다.

먼저 홍대표의 발언을 검증하려면 '좌파코드'가 무엇인지 정의해야 한다. 홍 대표는 오랜기간 동안 문화계의 좌파성향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를 내왔다. 주요 발언을 통해 알려진 홍대표가 생각하는 '좌파코드'를 살펴보자.

홍 대표는 지난해 7월 28일 페이스북에 '문화계 좌파코드'를 비판하며 영화 <인천상륙작전>을 극찬한 바 있다. 일부 평론가들이 이 영화에 낮은 평점을 준 것과 관련해 홍 대표는 "노무현 정권 이후 우리 영화계 일부가 좌편향 성향이 짙어진 지 오래되지만 이런 영화까지 이념적 잣대로 혹평해야 하는지 유감"이라고 말했다. 29일엔 "JSA, 고지전, 웰컴투동막골 같은 영화가 그럴듯해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냉엄한 현실적 시각에서 남북관계를 바라보면 연평해전, 인천상륙작전 같은 영화가 역사적 사실에 근거를 둔 리얼리티가 있는 수작"이라고 평가했다.

홍 대표는 또 "반미영화로 재미를 본 괴물, 계급투쟁을 그린 설국열차 등 어느덧 한국영화도 특정계층을 향한 메시지를 담는 형태로 바뀌었다"며 "좌파코드가 대세가 되어가고 있는 요즘 영화계에서 최근 개봉된 인천상륙작전같은 영화는 참 용기 있는 시도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좌파코드만 갖고 있으면 개념 있는 연예인이 되고 국민배우라고 치켜세움을 받을 수 있는 이상한 문화예술 세계가 되어버렸다"며 "예술은 예술 그 자체로 가치가 있는 것인데 예술에 이념을 덧씌우니 문화예술이 마치 좌파들의 선전, 선동의 도구로 전락해 버렸다"고 주장했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 페이스북 캡처. 영화계에 '좌파코드'만 득세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즉, 홍 대표가 지목한 대표적인 좌파코드 영화는 언급한 <JSA> <고지전> <웰컴투동막골> <괴물> <설국열차> 등이다. 이들 영화가 좌파코드를 담고 있는지에 대해선 논란의 여지가 있다. 일단은 홍 대표의 주장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이들 영화의 관객동원수를 확인했다.

홍 대표가 치켜세운 <인천상륙작전>은 총 707만명이, <연평해전>은 604만명이 봤다. 좌파코드의 대표작으로 언급한 <JSA>는 251만명(서울만 집계), <고지전>은 294만명, <웰컴투동막골>은 800만명, <괴물>은 1301만명, <설국열차>는 934만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개봉년도를 감안해야 하지만 이중 천만관객 영화는 <괴물> 뿐이다. <JSA>와 <고지전>은 이들 영화중 관중동원력이 가장 떨어졌다.

그러면 영화에 대한 평가는 어떨까. 객관적인 지표가 없어 네이버 영화평점을 참고했다. 11월 30일 현재 <인천상륙작전>의 기자ㆍ평론가 평점은 3.41점이며 네티즌 8.04점이다. <연평해전>은 기자ㆍ평론가 4.94점, 네티즌 8.99점, <괴물>은 기자ㆍ평론가 8.00점, 네티즌 8.62점,<고지전> 기자ㆍ평론가 7.34점, 네티즌 8.63점, <설국열차> 기자ㆍ평론가 7.75점, 네티즌 7.97점 등이다. 

종합하면, 흥행에 성공한 영화는 평론가 평점과는 무관하게 대부분 네티즌 평점이 높았다. 즉 관중동원력은 영화에 좌우 이념 코드 유무에 좌우되는 것이 아니라 영화의 재미에 결정된 것이다.

영화진흥위원회 홈페이지 박스오피스 캡처

그러면 한국의 천만영화는 몇 편이나 될까. 영화진흥위원회 박스오피스 확인 결과, 한국영화 중 1천만 관객을 넘은 영화는 총 13편이다. 최고 흥행은 1700만 관객이 본 <명량>이며 <국제시장> <베테랑> <도둑들> <7번방의 선물> <암살> <광해, 왕이 된 남자> <택시운전사> <부산행> <변호인> <해운대> <괴물> <왕의 남자> 순이다.

이중에서 홍 대표가 좌파코드 영화로 지목한 것은 <괴물>뿐이다. 발언으로 추정컨대, 노무현을 다룬 <변호인>과 광주민주화항쟁을 다룬 <택시운전사>도 홍 대표가 좌파코드 영화로 분류할 가능성이 높다. 결국 13편 중 홍 대표가 주장하는 '좌파코드영화'는 3편뿐이다. 역대 흥행2위인 <국제시장>은 조선일보가 사원들에게 무료 관람을 시켜줄 정도인 소위 '우파코드영화'며 역대 흥행 1위인 <명량>과 6위인<암살>은 전형적인 민족주의 영화로, 굳이 분류하자면 '우파코드'에 가깝다. 나머지 영화는 이념과 상관이 없는 상업영화다.

홍준표 대표는 오래전부터 모든 사안을 좌우이념의 문제로 바라보고 있다. 대선 막바지에는 "친북좌파 집권 막아내자"고 유세를 했고, 9월엔 "좌파 아마추어 참모들이 대통령을 허수아비로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11월 15일 포항 지진 현장에 가서 "포항 지진은 원전과 상관없는데 원전건설을 반대하는 좌파들의 방해"라고 비난했으며, 16일에는 "문재인 정부 끝나면 '우파블랙리스트' 안나올 것 같냐"며 "교육 영화 문화 음악쪽에 철저히 좌파코드를 심었다"고 주장했다. "종편이 전부 좌파정부 나팔수가 되었다는 것이 유감"이라는 발언도 했다. 심지어 온건보수 정당인 바른정당에 대해서도 "좌파가 세련되게 우파를 궤멸하기 위해 바른정당을 위성정당화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패션좌파라는 신조어도 만들어낼 정도다.

홍 대표의 발언은 왜 자유한국당 지지율이 오르지 않는지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국민들은 좌우이념문제보다는 취업, 육아, 등록금, 집값 등 현실적인 문제를 고민하는데 홍 대표는 여기저기 다니며 '좌파타령'만 하다보니 국민들이 지지를 해줄 이유가 없다. 계급문제를 은유적으로 풀어낸 <설국열차>를 좌파영화라고 보고 한국을 대표하는 봉준호를 좌파감독이라 보는 자유한국당과 홍대표의 시선이 바뀌지 않는 한 제 1야당이 지지율 10%대인 상황은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뉴스톱의 판단

'좌파코드영화'라는 분류자체가 어불성설이다. 다만 홍준표 대표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이더라도 소위 <좌파코드영화>는 천만관객영화 13편 중 3~4편에 불과하다. 우파성향의 영화도 적지 않다. 종합적으로 판단해 "좌파코드 성향을 띄지 않은 영화는 천만관객을 모을 수가 없다"는 홍 대표의 발언을 대체로 거짓으로 판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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