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by in Car는 옳은 표현일까?

  • 기자명 박기범
  • 기사승인 2017.12.04 2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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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날 차를 타고 도로 위를 달리고 있었다. 앞에 가던 자동차의 뒷 유리창에 붙어 있는 영어 스티커를 보고는 아내가 물었다. “저 영어 스티커 문법 다 틀린 거 아니야?” 

그 스티커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Baby in Car" (블로그나 쇼핑몰에서 쉽게 이런 스티커를 찾을 수 있다.)

 

다양한 '아기가 타고 있어요' 영어 스티커

 

영어에 자신이 있는 사람이라면 아마도 이 영어 표현을 보고 약간 불편함을 느낄 수 있다. 'Baby는 가산명사이기 때문에 앞에 부정관사 a를 붙여서 A baby라고 해야 하는데…' 'car 역시 마찬가지로 관사 없이 사용하면 틀린 영어인데…' 'in a car는 아니고 in the car인가? 이 자동차 안에 타고 있는 거니까 in this car가 맞겠지?' '주어는 있는데 동사가 없네? be동사 is를 넣어야겠군'

문법적으로 잘못된 곳이 한두 곳이 아니다. 그래서 이 모든 문법적 지식을 동원해 제대로 된 문장을 구성해 보면 이렇게 될 것이다. 

My baby is in this car. 

이렇게 문법적으로 흠결없는 문장은 그러나 자동차 뒷 유리창을 덮어 버릴만큼 길다. 그래서 주어인 My baby에서 가장 중요한 한마디 baby를 남기고 my는 떼버린다. 아무렴 남의 아기 걱정해서 스티커를 붙였을까. Be동사 is는 별 뜻도 없으니 생략해도 무방하다. in this car에서도 this는 없어도 될 것 같다. 당연히 '이 자동차' 이야기하는 거지 다른 누군가의 차 이야기를 하는 건 아닐 것이다. 그렇게 탄생한 표현이 'Baby in Car'다.

사실 '아기가 타고 있어요'란 한국어 스티커의 경우도 문법적으로 완벽한 것은 아니다. 누구의 아기인가? 어디에 타고 있다는 말인가? 라는 질문을 생각해 보면 이 표현 역시 문법적으로 불완전한 문장임을 알 수 있다. 그러나 누구도 '아기가 타고 있어요'라는 표현이 틀렸다고 느끼지 않는다. 당연히 운전자의 아기일 것이고, 당연히 지금 그 자동차 안에 타고 있다는 의도라는 것을 이해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Baby in Car라는 표현이 원어민들에게는 어색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차 안의 아기’라는 표현은 ‘차 안에서 놀고 있는 아기’가 될 수 있고, ‘차에 남겨진 아기’도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 이 자동차 안에 아기를 태우고 달리는 중이니 조심해 달라’는 의미를 전달하기에는 약간 애매하다. 

그래서 원어민들은 ‘아기가 탑승하고 있어요’라는 표현 Baby on Board”를 주로 사용한다. on board라는 표현은 비행기, 배, 자동차 등에 ‘탑승한’ 상태를 가리킨다. 원래 문장을 복원해 보자면 My baby is on board now. 정도가 될 것이다. 'Baby in Car' 역시 원어민들이 이해하기에 충분한 표현이지만 원어민들은 Baby on Board를 더 정확하다고 판단한다.

Baby Zombie on Board (좀비 아기가 타고 있어요)

Former Baby on Board (예전에 아기였던 사람이 타고 있어요) 

 

재미를 위해 만들어진 다양한 차량범퍼(bumper) 스티커.

이런 차량 스티커를 보면 Baby on Board 역시 위협운전을 할지도 모르는 차들을 향한 경고 내지 부탁의 메세지다. 또한 이 스티커는 차량 사고 발생시 아기를 먼저 구해달라는 매우 중요한 의미도 담고 있다.  

영어에 있어서 문법은 의사소통을 위한 약속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의사소통이 충분히 가능하고 오해의 소지가 없다면 문법에 구애받을 필요 없다. 오히려 멋진 뉴스 헤드라인이나 광고 카피를 만들 수 있는 방법이 될 수도 있다. Baby in Car라는 표현은 얼마든지 소통가능한 표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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