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늑대’도 ‘꽃뱀’도 많은 나라일까?

  • 기자명 송영훈 기자
  • 기사승인 2017.12.15 08:06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최근 유명 연예인들이 성폭행으로 고소당한 뒤 수사를 통해 무혐의로 ‘처리’된 사건에 있었는데, 지난 2일 비슷한 일을 당한 한 시인이 자살을 기도해 온라인 특히, ‘남성’ 혹은 ‘여성'중심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논란이 있었다. 주로 ‘남초’커뮤니티에서는 ‘무고죄’에, ‘여초’커뮤니티에서는 ‘성폭력’에 중점을 두고 논쟁이 치열했다. 커뮤니티에서 주로 언급되는 논란과 관련한 팩트들을 정리했다.

 

MBC 방송화면 캡처

 

<팩트1> 성폭력범죄는 ‘강간’뿐만 아니라 ‘유사강간’, ‘강제추행’을 포함한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2조에 따르면, 성폭력 범죄는 형법 242조, 243조, 244조, 245조, 288조, 289,조, 290조, 291조, 292조, 294조, 297조, 298조, 299조, 300조, 301조, 302조, 303조, 305조, 339조, 342조와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3조에서 15조까지 ‘폭넓게 구체적으로’ 정의하고 있다. 여기에는 강간은 물론, 유사강간, 강제추행, 준강간, 준강제추행, 미수범까지 포함하고 있다.

 

<팩트2> 술에 취해 의식이 없는 상대와의 성관계도 ‘강간’일 수 있다

형법 299조에는 ‘준강간, 준강제추행’에 대해 ‘사람의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를 이용하여 간음 또는 추행을 한 자는 제297조(강간), 제297조의2(유사강간) 및 제298조(강제추행)의 예에 의한다’고 정의하고 있다.

항거불능상태를 이용하여 성관계를 맺은 경우, 피해자가 동의한 적이 없다고 하면 준강간죄가 성립한다. 또, 일부러 항거불능상태로 만들기 위해 술을 먹게하거나 약물을 사용한 경우에는 강간죄로 처벌된다. 강간죄 항목에서 폭행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실제 일부 커뮤니티에서 클럽 등에서 술에 취해 인사불성인 여성에 대한 정보를 올리기도 하는데 극히 위험한 중범죄가 될 수 있다.

 

<팩트3> 한국의 성폭력범죄율은 높은 편이다

영국 경찰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 회원국과 북아일랜드·스코틀랜드를 대상으로 각국의 2009~2010년 10만 명당 강력범죄 발생률을 분석한 자료에서 한국은 강간 13위의 중상위권(국가별로는 11위)로 나타났다.

CIVITAS CRIME 자료 캡처

또, 유엔마약범죄사무소(UNDOC)가 각국 경찰청이 작성한 성범죄(sexual offences) 자료를 바탕으로, 2011년 주요 68개국의 인구 10만 명 당 성폭력 범죄 발생 비율을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은 2007년 28.3명 이후 2008년 31.5명, 2009년 32.7명, 2010년 37.8명, 2011년 40.3명으로 발생 비율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한국은 123개국을 대상을 한 2014년 조사에서 인구 10만명 당 42명으로, 수치가 확인된 77개 회원국 가운데 25위를 기록했다. 10만명 당 37.8명을 기록한 2010년에는 100개국 가운데 32위였다.

그러나 이 수치는 ‘보정’이 필요하다. 성폭력범죄의 기준이 국가별로 다르기도 하지만 인권선진국인 나라에서 수치가 높게 나오고 여성의 권리 의식이 약한 인권후진국에서 수치가 낮게 나오는 사례가 있는데, ‘신고율’에 따른 차이 때문이다.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2013년 성폭력 실태조사에 따르면, 한국은 성폭력 피해를 경험한 조사대상자 중 1.1%가 경찰에 직접 신고하였고, 강제추행의 경우는 5.3%, 강간·강간미수는 6.6%만 신고해 성범죄 신고율이 낮은 국가로 나타났다. 한국의 성폭력범죄 발생률은 실제로는 더 높을 것으로 추정된다.

범죄통계포털인 ‘범죄와 형사사법 통계정보(CCJS)’에 따르면, 한국은 강력범죄 가운데, 성폭력 범죄만이 유일하게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CCJS 홈페이지 화면 캡처

 

<팩트4> ‘성폭력 무고죄’에 대한 별도의 규정은 없다

형법 156조에는 ‘무고’에 대해, ‘타인으로 하여금 형사처분 또는 징계처분을 받게 할 목적으로 공무소 또는 공무원에 대하여 허위의 사실을 신고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에도 등장한 ‘성폭력 무고죄’는 법률로 따로 규정되어 있지는 않다. 유명 연예인들의 사건처럼 특정인이 성범죄를 했다고 무고를 하는 특수한 사례를 일컫는 것이다.

 

<팩트5> ‘허위고소’가 늘고 있다

최근 5년간 국내의 형사 고소·고발은 평균 50만 건을 넘어섰다. 우리나라 고소·고발 건수는 일본에 비해 대략 60배 많고, 인구 10만 명 당 피고소·고발 인원은 150배 정도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에 따라 무고에 해당하는 허위 고소도 많아지는 추세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2011년 4,374건이었던 무고죄는 2012년 4,682건, 2013년 4,372건, 2014년 4589건, 2015년 5,386건으로 증가추세다.

마찬가지로 성범죄와 관련한 무고사건도 증가추세다. 전국 법원이 판결을 내린 성폭행 등 성범죄 관련 무고 판결은 2001년에는 21건이었지만 2004년 64건, 2008년 100건, 2010년과 122건, 2014년 148건으로 증가했고, 2013년 성범죄 친고죄 폐지 이후 더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팩트6> 무고죄에 대한 처벌이 강화되고 있다

무고죄는 10년 이하 징역이나 15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는 중범죄임에도 그동안 처벌이 약했다. 국민일보에 따르면 2009년 7월부터 2010년 말까지 무고죄로 유죄 선고를 받은 624명을 조사한 결과 실형을 받은 경우는 80명(12.8%)뿐이었다.

고소공화국이라는 말이 나올 정로도 이에 대한 논란이 커지자 검찰에서 허위 고소·고발에 엄정 대처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최근에는 무고죄로 실형을 선고받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1심 재판에서 징역형을 선고받은 비율은 2011년 18.3%에서 2015년 21.4%로 높아졌다.

 

<팩트7> 성폭력 범죄도 무고죄도 입증이 쉽지 않다

성범죄는 범죄 특성상 증거가 남기 힘들고 피해자 입장에서도 주로 은밀한 장소나 상황에서 이루어지는 만큼 범죄 입증이 쉽지 않다.

마찬가지로 무고죄도 입증이 쉽지 않다. 무고죄는 고소인이 허위사실을 신고했어야 할 뿐만 아니라, 해당 신고 내용이 허위사실임을 알면서 상대가 법적인 처벌을 받게 할 목적으로 고소한 경우에 성립하기 때문에 피고소인이 무혐의 처분이 나왔다고 해서 고소인에게 반드시 무고죄가 성립하는 것이 아니다. 또 고소인이 객관적 진실을 신고했더라도 증거가 부족하거나, 법적으로 죄가 되지 않는 경우에도 피고소인에게 무혐의 처분이 나오게 된다. 고소인은 허위사실이 아니라 객관적 진실을 신고했기 때문에 무고죄가 성립하지 않는다. 고소인이 허위사실을 신고했고 수사 결과 피고소인이 무혐의 처분을 받았더라도, 고소인이 해당 신고 내용이 객관적 진실이라고 믿었을 때도 무고죄는 성립하지 않는다.

이러다 보니, 사건은 있는데 고소인과 피고소인 모두 무죄가 되는 경우가 생긴다. 실제로 성폭행 혐의도, 성폭행 허위신고 혐의도 무죄로 결론이 난 사건도 있었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오늘의 이슈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