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홍준표 "24년간 성희롱 발언 안 했다"

  • 기자명 김준일 기자
  • 기사승인 2017.12.27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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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여해 자유한국당 최고위원이 26일 당 윤리위원회로부터 '제명' 징계조치를 받았다. 류 최고위원은 지난 17일 서울 서초갑 당협위원장 자격을 박탈당한 뒤, '마초' '토사구팽' '후안무치' '홍 최고존엄 독재당' '공산당' 등의 표현을 쓰며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를 강력 비난한 바 있다.

제명조치를 받은 류 최고위원은 홍 대표가 성희롱성 발언을 했다고 폭로했다. 류 최고위원은 제명조치를 받은 날 기자들과 만나 "저보다 훨씬 더 막말은 홍대표가 하고 있다. 저를 주모라고 하기도 했고 최고위원회의 안에서는 '밤에만 쓰는 것이 여자'라는 말을 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홍 대표는 본인의 페이스북에 해명의 글을 남겼다. 홍 대표는 "나는 24년 정치활동을 하면서 단 한번도 성희롱 발언을 한 일도 없고 성희롱으로 구설수에 오른 일도 없습니다"라고 주장했다.

홍 대표는 "어이없는 짓으로 당으로부터 제명당한 사람이 하는 말을 여과없이 하는 보도 자체가 유감"이라고 덧붙였다. 정말 정치인 홍준표는 성희롱으로 구설수에 오른 적이 없을까? 뉴스톱에서 팩트체크했다.

성희롱에 대한 정의부터 하자. 사전적 정의에 따르면 성희롱이랑 상대편의 의사에 관계없이 성적으로 수치심을 주는 말이나 행동을 하는 것을 의미한다. 성희롱 개념 정의는 법조항에서도 찾을 수 있다국가인권위원회법 제 2조는 '성희롱'이란 업무, 고용 그 밖의 관계에서 공공기관의 종사자, 사용자 또는 근로자가 그 직위를 이용하거나 업무 등과 관련해 성적 언동 등으로 성적 굴욕감 또는 혐오감을 느끼게 하거나 성적 언동 그 밖의 요구 등에 대한 불응을 이유로 고용상의 불이익을 주는 행위라고 정의하고 있다. 

양성평등기본법 제3조 및 시행령 제2조는 ▲지위를 이용하거나 업무 등과 관련하여 성적 언동 등으로 상대방에게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끼게 하는 행위 ▲상대방이 성적 언동 또는 요구에 대한 불응을 이유로 불이익을 주거나 그에 따르는 것을 조건으로 이익 공여의 의사표시를 하는 행위를 성희롱의 구체적 사례로 명시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성희롱은 가해 당사자의 특별한 언동으로 특정 대상이 성적 굴욕감이나 수치심을 느끼게 했을 경우 성립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예를 들면 강용석 전 국회의원이 아나운서를 희망하는 대학생에게 아나운서를 모욕하는 성희롱 발언을 해 논란이 된 바 있다. 대법 판결로 아나운서들이 제기한 형법상 모욕죄 처벌은 면했지만, 국회가 윤리특위를 통해 성희롱 발언으로 강 의원을 제명할 정도로 파장이 컸던 사안이다. 성희롱 논란에서 중요한 것은 당사자의 감정이다. 

위의 기준으로 홍 대표의 과거 논란이 된 발언을 살펴봤다. 당사자가 불쾌감을 느낀 성희롱 발언 중 가장 최근 것은 류 최고위원을 "주모"라고 칭한 사례다. 지난 21일 홍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주막집 주모의 푸념 같은 것을 듣고 있을 시간이 없다"고 말했다. 연일 자신과 당을 공격하는 류 최고위원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됐다. 이에 대해 류 최고위원은 "여자들은 시끄럽다며 놓아둘 자리에 두어야 한다고 회의 석상에서 말씀하시더니, 그럼 제가 술 따르는 여자?"라며 불쾌감을 표현했다. 류 최고위원은 2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주모도 성희롱인데 그말이 성희롱인지 모르시군요"라며 홍 대표 발언이 성희롱 발언임을 다시 환기시켰다. 그러나 이 발언은 둘이 있는 자리에서 나온 것이어서 진실 여부를 확인할 방법은 아직 없다.

홍 대표가 직접적으로 성희롱 발언을 한 사례는 많지 않았으며 '성차별적' 발언을 한 사례가 다수였다. 이날 한겨레는 홍 대표의 과거 성차별 언사를 소개했다. 대표적인 것이 '설거지 발언'이다. 대선을 앞둔 4월 16일 YTN 플러스의 '대선 안드로메다'에 출연한 홍준표 대선 후보는 "(설거지는) 하늘이 정해놨는데 여자가 하는 일을 남자한테 시키면 안된다"고 말해 물의를 빚었다. 

홍 대표는 2011년 대학생 20여명과 만난 자리에서 자신의 경험담을 소개하며 "이대 계집애들 싫어한다. 꼴같지 않은 게 대들어 패버리고 싶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발언이 논란이 되자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홍 대표는 "대학 재학 4년 내내 (미팅했던 이대생을) 싫어했다는 경험을 설명했는데 오해가 생겼다"며 사과했다. 

홍 대표의 2005년 자서전 <나 돌아가고 싶다>에선 친구가 짝사랑하던 여성을 성폭행하는 것을 돕기 위해 돼지흥분제(발정제)를 구입했다는 내용을 적었는데 대선 기간 중 이 내용이 보도가 되면서 곤욕을 치렀고 '홍발정'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이후 홍 대표는 "무려 45년 전에 벌어진 일을 12년 전 자서전에서 고해성사 한 것"이라며 사과를 했다. 

2011년 7월 14일 홍 대표는 삼화저축은행 불법자금이 한나라당 전당대회로 흘러들어갔다는 의혹에 대해 질문한 경향신문 여기자에게 "그걸 왜 물어봐? 너 진짜 맞는 수가 있어"라고 폭언을 해 물의를 일으켰고 다음날 "그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며 사과했다. 2011년 7월 4일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 대표에 출마한 홍 대표는 TV토론에서 "거울 보고 분칠이나 하는 후보는 안된다"는 발언으로 나경원 후보를 저격해 물의를 일으켰다. 이후 홍 대표는 "저도 화장했다"며 발언을 무마했다. 

더불어민주당은 대선을 앞둔 지난 4월 30일 '홍준표 후보 역대 막말 베스트 10'을 발표했다. 여기에는 위에 열거한 여성비하 발언이 대부분 포함되어 있으며 "쓰레기가 단식한다고 해서 되는 게 아냐"란 발언, "세월호 뱃지를 달고 억울한 죽음을 대선에 이용하는 사람들의 작태"라는 페이스북 글, "유죄판결 나온다면 노무현 전 대통령처럼 자살하는 것도 검토하겠다"는 발언 등이 포함됐다.

뉴스톱의 판단

직위를 이용해 상대방이 성적 수치심 내지는 굴욕감을 느끼게 하는 언사를 성희롱이라고 규정할 때 홍 대표의 성희롱 발언은 많지 않다. 다만 최근 류여해 최고위원이 홍 대표 발언을 성희롱이라고 직접 규정한 바 있다. 그러나 류여해 최고위원과 홍준표 대표 둘이 있는 자리에서 나눈 얘기여서 류 최고위원의 발언이 진실임을 현재까지 확인할 방법은 없다.

반면 여성을 남성을 보조하는 위치로 보는 전근대적인 성차별적 사고관을 드러낸 적은 많으며 특유의 거침없는 화법으로 막말 논란을 일으킨 적이 많다. 성차별과 성희롱을 엄격히 구분하는 것이 쉽지는 않지만 성희롱을 하지 않았다는 홍 대표의 주장에도 일리가 있다. 종합적으로 판단해, 홍대표의 "24년간 한번도 성희롱을 하지 않았다"는 발언을 절반의 진실로 판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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