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김대중 노무현 정부 국정원 특활비 북 전달?

  • 기자명 김준일 기자
  • 기사승인 2018.01.19 1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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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지난 17일 "김대중ㆍ노무현 정부에서도 특활비를 가지고 수조원을 북한 김정일 정권에게 갔다 줬다"고 말했다. 김 원내대표는 이날 TBS교통방송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김옥두 민주당 전 사무총장 등 DJ 최측근들이 국정원 수표를 사용한 내용들이 나오고 있다"며 "DJ와 노무현 정부가 갖다 준 돈이 북한의 통치자금으로 사용돼 오늘날 핵미사일로 되돌아왔다"고 주장했다. 김 원내대표는 국정원 특활비 상납 의혹 때문에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망이 좁혀오는 것에 불만을 표하며 이런 의혹을 제기했다. 이같은 주장이 근거가 있는 것인지 <뉴스톱>에서 팩트체크했다.

통일부 공식자료에 따르면 북한 직접 지원금액은 미미

지난해 대선 기간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의 김대중ㆍ노무현 정권 대북송금 의혹제기로 통일부에서 4월에 공식적인 자료를 낸 적이 있다. 북한 송금액에 대한 정부 공식자료는 이게 유일하며 가장 정확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북한에 대한 지원금액은 민간과 정부 공식을 더하느냐에 따라 다르다. 통일부 자료에 따르면 김대중ㆍ노무현 정부 당시 정부차원에서 북한에 송금한 돈은 총 40만달러가 전부다. 화상상봉센터 건립 관련 물품구매를 위한 것이었다. 2005년 당시 남북한은 이산가족 화상상봉을 합의했다. 고령의 이산가족이 전부 금강산까지 가기 힘든 상황을 고려한 조치였다. 그런데 방송장비 중 일부가 전략물자로 분류돼 당시 제재를 받고 있던 북한에 직접 지원을 할 수 없었다. 그래서 노무현 정부는 이산가족 화상상봉 장비를 직접 구매하라고 40만달러를 북한에 송금한 것이다. 이것이 김대중ㆍ노무현 정부 10년간 북한에 직접 송금한 내역의 전부다. 

그러면 민간차원의 송금은 어떤 내용일까. 위 표에 있는 '관광'은 주로 금강상 관광에 대한 대가며, 가장 비중이 큰 '교역 위탁가공'은 한국이 북한에서 수산물이나 임산물을 수입할 때 북한에 수입 대금으로 건네는 돈이다. '개성공단'에는 현지 노동자들의 임금이 포함된다. 정부와 민간차원의 북한 송금액(현물 제외)을 다 합치면 김대중 정부 17억달러, 노무현 정부 22억달러, 이명박 정부 16억8000만달러, 박근혜 정부 2억5000만달러다. 달러당 1100원으로 계산하면 김대중정부 때는 약 1조8700억원, 노무현정부 때는 2조4200억원, 이명박 정부때는 1조8480억원의 현금이 북한에 간 것으로 보면 된다. 대통령 임기 5년으로 나눠보면, 북한과의 1년 교역액은 3000억~5000억원 정도라고 보면 된다. 

미국의소리 방송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한 달동안 북한과 중국간 교역액은 6억1320만달러(약 6590억원)이었다. 10여 년의 시대차를 감안해야하지만, 남북한의 연간 교역액은 중국과 북한의 한달 교역액에도 미치지 못한다.  

북에 보낸 현금과 현물은 노무현 정부때 약 43억달러, 김대중 정부때 약 24억 달러다. 민간 차원의 현금지급은 북한으로부터 수산물을 수입하고 지불한 대금이나 옷이나 신발 등을 위탁가공한 대가로 치른 비용이다. 반면 현물은 쌀과 비료 등 북한 주민에 대한 인도적 지원이다. 교역 대가로 매년 수천억원씩 북한에 보내진 것은 맞지만 이를 '대북 퍼주기'라고 보기는 힘들다.

국정원 돈이 북한에 전달됐다는 공식적인 기록은 없어

그러면 국정원 특활비가 북한에 전달됐다는 주장은 어디에 근거를 둔 것일까. 국정원이 대북송금에 개입한 사실이 공식적으로 알려진 것은 2003년 대북송금 특검이 유일하다. 수사 결과에 따르면 김대중 정부 시절 현대그룹이 대북사업 독점권 획득 대가 명목으로 4억5000만달러를 북한정부에 송금한 사실이 밝혀졌다. 이 과정에서 국정원이 현대그룹의 대북송금을 도운 것도 밝혀졌다. 현대상선의 요청을 받아 환전을 도와줬고 마카오에 있는 북한 계좌에 송금하는 것에도 개입을 했다. 그러나 국정원이 송금 편의를 봐준 것이지, 국정원돈이 북한에 넘어간 것은 아니었다.

자유한국당은 지난해 10월부터 김대중ㆍ노무현 대통령도 청와대 혹은 국정원 특수활동비를 횡령한 사례가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이명박ㆍ박근혜 대통령이 특수활동비를 사적으로 유용했다는 사실이 밝혀지자 역공에 나선 것이다. 자유한국당 정치보복대책특별위원회 장제원 대변인은 지난해 11월 기자회견에서 이런 의혹을 제기했다. 김대중 정부 시절엔 김옥두 전 의원이 국정원 돈을 받았다고 주장했고 노무현 정부 시절 정상문 청와대 총무비서관이 대통령 특수활동비를 횡령했고 이 중 일부가 권양숙 여사에게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그런데 2003년 당시 김옥두 의원이 국정원 수표로 아파트 계약금 일부를 지급한 것은 검찰 수사로 밝혀져 언론에 보도됐다. 새로운 사실이 아니란 의미다. 또 2007년 정상문 비서관이 청와대 특수활동비 12억원을 횡령해 사법처리를 받은 것도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자유한국당은 이미 검찰수사와 언론보도가 됐던 내용을 마치 새로운 사실처럼 발표한 것이다. 또 "국가정보기관의 청와대 활동경비 지원은 과거정부부터 있던 관행"이라는 자유한국당의 주장에 대해서도 김대중ㆍ노무현 정부 청와대에 몸담았던 정치인은 "그런 일은 전혀 없었다"고 일축했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보수진영에서 김대중ㆍ노무현 정부 국정원 비자금 의혹 제기해

다만 최근 김대중ㆍ노무현 정부가 국정원을 통해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주장이 보수진영에서 계속 제기되고 있다. 김대중 정부 당시 국정원 2차장이었던 김은성씨는 지난해 12월 주간조선과의 인터뷰에서 "2001년 국정원장 지시로 6개 시중은행을 동원해 3000억원 조성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박지원 전 국민의당 대표는 "어떤 정권에서도 이런 큰 자금을 6개 은행에서 조성하는 건 불가능하다"며 "소설이며 엉터리"라고 일축한 바 있다.

또 지난 대선 때 안철수 후보를 지지한 오마이뉴스 편집국장 김당씨는 <시크릿 파일 국정원>이라는 본인의 책에서 "국정원이 1000만달러를 노무현-김정일 남북 정상회담 진행비조로 북한에 송금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에 대한 김만복 전 국정원장은 "터무니 없는 소리"라고 부인한 바 있다.  

보수진영의 이런 특활비 의혹이 이어지면서 최근에는 '특활비 가짜뉴스'도 유통되고 있다.  jtbc 팩트체크에 따르면 노무현 청와대가 430억원의 특수활동비를, 이명박 청와대는 370억원을 쓴 반면, 박근혜 대통령은 4년간 36억원을 썼을 뿐이라는 주장이 담긴 가짜뉴스였다. 확인 결과, 수치는 물론, 내용도 다 틀린 것으로 나타났다. 

뉴스톱의 판단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김대중ㆍ노무현 정부 시절 국정원 특활비 수조원이 북한에 전달됐다"는 주장을 했다. 김대중 정부 시절 현대그룹의 대북송금에 국정원이 개입한 것은 맞지만 국정원 특수활동비가 사용된 것은 아니다. 정부차원의 현금 송금은 노무현 정부 시절 이산가족 화상상봉을 위한 장비구입비 40만달러가 전부다. 과거 국정원 특수활동비 전용, 청와대 특수활동비 횡령 사실이 검찰 수사를 통해 밝혀졌지만 새로운 사실은 아니다. 다만 최근 전직 국정원 직원과 언론인이 국정원 비자금 조성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종합하면, 김성태 원내대표의 의혹제기는 팩트에 근거하고 있지 않다. 다만 최근 관련 의혹을 제기하는 것을 감안해 '대체로 거짓'으로 판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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