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토시 나카모토의 꿈은 이루어질까?

  • 기자명 지윤성 기자
  • 기사승인 2018.01.23 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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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디지털콘텐츠의 지인간 사적 공유에서 시작된 냅스터(Napster), 유휴자원을 활용한 개인간 파일 공유 서비스인 토렌트(Torrent) 같은 플랫폼들은 그 이상과는 다르게 콘텐츠 불법 공유같은 저작권 침해를 낳았다. 그러나 그 플랫폼을 위해 개발된 P2P기술들은 지금 다양한 분야에서 응용되고 있다. 심지어 비트코인 블록체인에도 토렌트 기술이 사용되고 있다. 모든 플랫폼과 서비스들이 그렇겠지만 플랫폼에 참여하는 개인의 선의를 기반으로 하는 이상의 시작은 늘 공유지의 비극같이 개인의 극단적 이기심들에 의하여 왜곡되고 해체되기 시작한다. 비트코인 역시 마찬가지이다. 

이 기사에서는 최근 거품논란이 불거진 암호화폐와 관련된 3가지 주제(블록체인 작동원리, 비트코인에 대한 오해, 가상화폐의 화폐인정 의미)에 대해 짚어보도록 한다.

 

1. 블록체인 작동원리와 암호화폐와의 관계

블록체인과 비트코인의 최초 아이디어를 제공한 것으로 알려진 사토시 나카모토(Satoshi Nakamoto)의 9장 짜리 논문(Bitcoin: A Peer-to-Peer Electronic Cash System)을 통해 사토시가 꿈 꿨던 이상적인 거래를 살펴보자. 링크에는 원문과 한 네티즌이 작업한 한글 번역본이 같이 첨부되어 있다. 

사토시가 누군인지 아직 알려지지 않았지만, 원문 초록의 주어 'We'로 봐서는 개인이 아닌 그룹으로 추정된다. 최근 방한한 브록 피어스 비트코인재단 회장은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비트코인 논문을 대표 집필한 사토시 나카모토는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닙니다. 그러나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함께 노력하는 모두가 사토시입니다"라고 말했다. 이 발언 역시 사토시가 특정 개발자 집단이라는 암시를 하고 있다. bitcoin.org 도메인이 2008년 8월 18일 등록되었으며 논문은 그 해 10월에 발표된 것으로 보아 초기에는 상당히 조직적인 로드맵을 가지고 출발한 것으로 추정된다.

사토시의 꿈: 탈중앙화, 분산원장 그리고 실험

개인과 개인간 유통될 수 있는 순수한 이론적 의미의 전자화폐는 금융기관을 거치지 않고 직접 지불을 가능하게 한다. 기존의 디지털 서명 기술이 이것을 일부 가능하게 해 줄 수 있는 방법을 제공해주지만, 여전히 믿을 수 있는 제 3자가 이중지불을 방지해야 한다면 전자화폐가 가질수 있는 중요한 장점들은 사라지게 된다. 우리는 이 논문에서 P2P 네트워크를 이용한 이중지불 문제의 해결 방법을 제안하고자 한다. (비트코인 논문 초록 중)

논문 초록의 첫 단락이다. 논문은 분명히 이중지불 문제 해결 방법을 제안한다고 쓰여 있다. 논문을 온전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지금 사용중인 공인인증체계, 비대칭암호화기술, 그리고 확률개념 등을 알고 있어야 한다. 하지만 가장 핵심적인 개념은 원장(Ledger)이다. 이 논문에서 말하는 분산원장을 이해하면 암호화폐 원리를 이해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원장(原帳)이란 돈이 들어오고 나가는 상태를 일정한 도표나 격식에 맞추어 기록하는 장부를 말한다. 금전출납장부로 이해해도 무방하다. 

먼저 현재의 금융거래 방식을 이해해 보자. 철수가 영희에게 500만원을 계좌이체하는 것, 혹은 철수가 영희에게 물건을 주문하면서 500만원을 온라인결제하는 것의 의미는 무엇일까.  계좌이체나 결제시 철수계좌의 돈이 전자신호로 바뀌어 영희계좌로 이동하는 것일까? 사토시의 논문은 금융거래를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디지털 서명의 연속'. 아래의 그림을 보면서 이해해보자.

1단계: 철수 계좌에는 1000만원이, 영희 계좌에는 0원이 있다.

 

2단계: 철수가 영희에게 500만원을 보낸다
3단계: 철수가 송금하는 순간, 중계은행의 장부가 변경된다. 철수계좌는 1000만원에서 500만원으로, 영희계좌는 0원에서 500만원으로 각각 기록이 변경된다.

 

1-3단계를 거쳐 금융거래가 이루어진다. 그런데 실제 돈이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돈을 맡긴 은행의 공식 장부(원장)상 기록되어 있는 철수와 영희의 보유 금액 정보가 바뀌는 것 뿐이다. 생각해보면 우리의 금융거래는 이렇게 단순하다. 거래 정보 교환시 위변조를 막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원장 정보만 바꿀 수 있다면 어느날 내 계좌에 100억원이 생기도록 만들 수 있고 반대로 100억원의 빚을 지도록 만들 수도 있다.

위조를 방지하기 위해서 우리는 비용을 내가며 은행같은 신뢰 기관이 모든 금융거래를 확인하고 정보를 안전하게 보호하도록 하고 있다. 이를 위해 우리는 공인인증체계와 같은 비대칭암호화 방식을 사용한다. 거래당사자들의 실명과 신상정보를 은행과 같은 신뢰할 수 있는 기관으로부터 증명받아서 돈 보내는 사람이 진짜 철수가 맞고 돈을 받는 사람이 영희가 맞음을 확인받는 것이다.

사토시 논문의 핵심은 제3의 믿을 수 있는 신뢰기관 없이 원장 정보를  P2P 방식으로 유지함(탈중앙화)으로서 거래비용(수수료)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한 것이다. 원장 정보를 수정ㆍ해킹할 수 없는 방법이 바로 '블록체인'이라는 기술이다. 이를 실험적으로 증명하기 위해 비트코인이라는 가상화폐를 도입한 것이다. 

 

 

다시 철수와 영희의 사례로 돌아가서 사토시 논문이 강조한 이중지불 (Double-Spending) 방지 의미를 알아보자. 위 그림을 보면 이미 영희에게 500만원을 보낸 철수가 1000만원을 윤성에게 이체하려고 했다. 은행 원장에는 철수가 현재 500만원만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은행은 당연히 윤성에게 1000만원을 보낼 수 없도록 한다. 은행이 보유한 원장을 해킹하기 전까지 1000만원 이송금은 불가능하다. 이 말은 결국 원장을 해킹하면 이중지불이 가능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은행 서버에 각종 보안장치가 되어 있지만, 100% 안전한 서버는 있을 수 없다. 게다가 은행은 금융거래 중개 과정에서 높은 수수료를 받는다. 만약 은행없이 안전한 금융거래를 성사시킬 수 있다면 엄청난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사토시는 은행과 같은 신뢰할 만한 제 3의 기관없이도 개인들이 금융거래 하는 과정에서 기록되고 있는 원장의 정보를 변조할 수 없도록 하여 이중지불을 방지하는 기술을 제안했다. 원장정보를 아예 모두에게 공개하되, 이를 암호화하는 방법, 즉 블록체인을 구현한 것이다.

 

블록체인상 개인들은 다른 사람의 잔고를 볼 수 있으나 암호화된 정보로 은닉되어 있어 누구의 잔고 정보인지는 알 수 없다. 모두가 원장의 복사본을 가지고 있는 상태에서 누군가의 거래가 이루어지면 해당 거래 내역을 모두에게 알려(Broadcasting) 각 개인이 가지고 있는 원장은 업데이트(동기화ㆍSync) 된다.  당연히 이 과정에서 시간 지연(Latency)이 발생한다. 개별 거래정보(언제, 누가, 누구에게 돈을 얼만큼 보낸다 같은 정보들)들을 몇 개씩 묶어서 일부 정보를 암호화한, 논리적인 정보의 묶음을 블록이라 한다. 그 블록안에는 바로 전에 성사된 거래정보 블록을 암호화 한(해쉬) 일종의 지문이 담겨 있다. 

블록의 정보 구조: 출처 BlockChain 기초 개념

 

블록 하나는 바로 전 거래 정보들의 묶음인 블록의 암호화된 지문(블록헤더를 SHA256 알고리즘을 가지고 암호화한 해쉬키, 블록해쉬)을 가지고 있다. 이를 사슬처럼 연결한 것을 블록체인이라고 하는 것이다. 결국 블록들이 연결된 선형 집합체인 블록체인이 참여자 모두가 가지고 있는 원장이 되는 것이다.

거대한 거래정보 묶음의 시간 선형적 집합체인 블록체인.

하나의 블록은 바로 전 블록 정보를 암호화하여 가지고 있다. 하나의 블록을 인위적으로 수정하더라도 그 블록이 유효한 블록으로 인정받으려면 연결되어 있는 나머지 블록들의 정보를 모두 수정해야 한다. 현실적으로 해킹이 어려운 이유다. 모든 거래에는 거래시간(타임 스탬프ㆍTime Stamp)이 기록되어져 있어 먼저 거래된 것을 유효한 거래로 참여자들이 인정한다.

거래 정보들이 체인으로 연결될 수 있는 것은 개인간의 거래가 연쇄적이며 선형적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내 계좌의 500만원은 누군가 나에게 준 돈이고 나에게 500만원을 준 그 누군가는 또 다른 누군가로 부터 받은 것이다. 이것을 쭈욱 연결하면 결국 하나의 거대한 금융 거래 원장이 되는 것이다.

비트코인 분산원장의 크기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이는 거래 정보 처리 속도를 저하시키고 있다.

 

블록체인의 기술적 가치는 불가능해 보이던 정보보호와 공개의 양립 문제를 해결하면서 중앙기관 없이 비대칭암호화 기술을 개인간 거래에 적용할 수 있는 방법을 제공한 것에 있다. 학계에서는 코인자체 보다는 암호화기술의 진보를 높이 사고 있다. 사토시 논문의 의의는 암호화폐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고 중앙기관 없이도 이중지불을 방지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한 데 있다. 문제는 거래량이 증가할수수록 이를 암호화하는 시간이 늘어난다는 점이다.

작업증명과 채굴은 무엇인가

작업증명(Proof of Work)이란 참여자 모두가 가지고 있는 거대한 원장인 블록체인에 새로운 거래 정보를 담고 있는 블록을 추가하는 과정이다. 블록체인이 P2P 기반 분산 원장이고 중앙에서 관리하거나 통제하지 않는 이상 참여자 중 누군가는 블록을 생성해서 원장을 업데이트 하는 일을 해야한다. 자발적인 참여를 독려하기 위하여 비트코인을 참여의 대가(보상)로 주는 것이다. 결국 작업증명과 보상을 합쳐서 채굴(Mining)이라고 한다.

그럼 이 과정을 왜 작업증명이라고 했을까? 자발적 참여자들은 비트코인을 얻기 위해서 너도나도 해당 작업(블록 생성)을 하려고 할 것이다.  그래서 일종의 문제풀이 과정을 둔 것이다. 컴퓨팅 파워를 활용한 수학적 문제풀이 과정에 여러 사람이 뛰어든다. 블록을 생성하려는 참여자들간에 경쟁이 발생한다. 결국 가장 먼저 그 문제를 푼 사람이 블록을 최종 생성한 것으로 인정받게 된다. 일종의 무한경쟁 적자생존 방식이다. 문제를 다 풀었다는 것을 검증받는 것을 작업증명이라고 보면 된다. 작업증명이 완료되면 블록은 블록체인에 추가되고 원장은 업데이트 된다.

문제를 푸는 풀이방법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니다. 시행착오(Trial & Error)처럼 무작위로 숫자를 입력해 결과를 대조하는 과정이라고 보면 된다. 결국 일련의 반복작업을 빠르게 할 수 있는 높은 연산 능력 컴퓨터를 보유한 사람이 유리하다. 몇년 전부터 그래픽카드 가격이 천정부지로 상승한 이유다. 이 연산에는 고성능의 그래픽카드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요즘에는 채굴전문기업, 채굴전용 CPU까지 나왔다. 

문제를 푸는 난이도는 비트코인 채굴량이 증가할수록 어려워지게 알고리즘이 구성되어 있다. 예정된 비트코인 총발행량은 2100만 비트코인(BTC)이다. 2017년 6월 기준 대략 1650만 비트코인이 발행되었다. 전문가들은 비트코인이 전부 발행되는 시점을 2150년 즈음으로 예상하고 있다.  

거래소란 무엇인가?

거래소란 모든 사람들이 채굴을 통해 비트코인을 획득할 수 없기 때문에 각국의 통화를 가지고 채굴된 비트코인을 사고 팔 수 있도록 한 가상의 장소다. 비트코인의 가치는 2009년 10월 5일에  “New Liberty Standard”라는 닉네임을 사용하는 채굴자가가 거래 환율을 1미국달러=1309.03 비트코인으로 최초 공시하면서 시작된 것으로 본다. 그때는 1달러, 약 1100원이면 1309 비트코인을 살 수 있었다는 의미다. 하지만 당시엔 비트코인 가치가 부풀려졌다는 비판도 있었다. 한국에선 2018년 1월 20일 기준으로 1비트코인에 1600만원을 호가하고 있다.

비트코인은 블록체인의 거대한 실험?

현재 비트코인은 최초 블록체인 개발진이 구현하고자 했던 이상을 제대로 반영하고 있을까. 구글 엔지니어로 일했으며 비트코인에 참여해, 비트코인 네트워크 프로토콜 bitcoinj를 만들었고, 비트코인 코어개발에 참여했던 마이크 헌(Mike Hearn)은 2016년 1월 비트코인 개발에서 탈퇴하면서 블로그엔 '비트코인 실험에 대한 생각'이란 글을 남겼다.

처음부터 저는 항상 똑같은 말을 했습니다. 비트코인은 실험이며 모든 실험과 마찬가지로 실패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잃어도 될 만큼 여유있지 않다면 투자하지 마십시오. 비트코인이 계속 실패할 수 있음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제는 실패했다는 필연적인 결론은 여전히 나를 크게 슬프게합니다. 펀더맨털이 깨졌고 단기적으로 가격에 어떤 일이 발생하더라도 장기 추세는 아마도 아래쪽에 있어야 합니다. 나는 더 이상 비트코인 개발에 참여하지 않고 모든 코인을 팔았습니다. 커뮤니티가 실패했습니다. "체계적으로 중요한 조직"이 결여 되고 돈으로 의도된 무엇인가가 더욱 악화되었습니다. 소수의 사람들만이 완전히 통제하는 시스템입니다. 더욱 심각한 것은 네트워크가 기술적 붕괴 위기에 처해 있다는 것입니다. 이 결과를 막아야하는 메커니즘이 파괴되어 결과적으로 비트코인이 실제로 기존의 금융 시스템보다 더 나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이유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습니다.

다음은 비트코인 홈페이지에 쓰여진  내용이다.

비트코인은 "비밀-화폐"라는 개념의 최초의 구현입니다. 이 개념은 1998년 웨이 다이가 사이버펑크들의 메일링 리스트 상에서 최초로 묘사했으며 중앙 권력보다는 암호작성술을 사용해 발행과 거래를 통제하는 새로운 형태의 통화에 대한 아이디어를 제시하였습니다. 최초의 비트코인 설계서와 개념 증명은 2009년 사토시 나카모토에 의해 암호작성술 메일링 리스트 내에 출판되었고, 사토시는 2010년 말 자신에 대해 거의 밝히지 않은 채 프로젝트를 떠났습니다. 그 이후로 커뮤니티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여 비트코인을 위해 애쓰는 많은 개발자들과 함께 하게 되었습니다. (누가 비트코인을 만들었나요?)

즉, 최초의 비트코인에 대한 개발자들의 접근은 블록체인 기술을 현실화하기 위한 일종의 실험이었음이 분명하다. 다만 지금은 꼬리가 개를 흔드는 것처럼 비트코인 자체가 더 주목받는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2. 비트코인에 대한 9가지 오해

투자냐 투기냐 혹은 미래화폐냐 아니면 신기류냐 등 국내에서 거래소를 통한 비트코인 투자에 대한 많은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이러한 논쟁은 개인적으로는 건강한 과정으로 본다.
새로운 기술과 체계를 사회가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수많은 시행착오는 너무 당연한 것이지만 그런 건강한 논쟁을 위해서는 우리가 블록체인 그리고 비트코인같은 암호화폐와 관련 있는 몇가지 중요 사안들에 대하여 충분히 알고 있어야 할 것이다. 물론 이러한 사안들에 대한 조사 내용과 가치는 암호화폐 그리고 블록체인 기술이 지속적으로 발전하고 변화되고 있기 때문에 절대적이라고 볼 수는 없다. 그러나 현재 잘못 알고 있는 논란거리들에 대하여 명확히 판단하고 있는 것은 현재 투자 스탠스를 재정비하는 것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① 비트코인은 화폐로서 가치가 있다?

암호화폐 연재 기사의 1편에서 언급한대로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는 화폐보다는 금과 같은 희소성있는 재화에 가깝다. 매우 높은 변동성, 불확실한 시장가치, 높은 가격에 따른 가격비교 곤란 등이 비트코인이 가치척도로 사용되기 어렵게 하고 있다. 이러한 사실을 영국은행의 보고서에서는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미 달러화대비 비트코인의 일일 변동성은 파운드화의 17배에 이르며, 이에 따라 업체들은 매우 빈번하게 표시가격을 수정해야 함
-재정거래로 일물일가의 법칙이 성립하는 기존 통화와 달리 비트코인은 거래소간 가격이 다르게 형성됨
-비트코인 한 단위의 가치가 너무 높아 가격이 소수점 이하 5자리 이상으로 표시됨 (예: 초콜렛 0.00529BTC, 소스1병 0.01694BTC 등)

특히 기존 통화에 비해 매우 높은 가치 변동성을 감안할 때 가치저장수단으로 기능하기 어렵다. 디지털통화의 환율은 다른 통화와 상관계수가 사실상 ‘0’인 것으로 나타남에 따라 디지털통화는 환변동 위험을 헷지하기도 어렵다. 제도권 금융기관이 비트코인을 받아들이기 어려운 또 하나의 이유는 거래의 비가역성이다. 블록체인 시스템으로 거래를 하면 환불 내지 취소가 불가능하다. 

 

② 블록체인 기반 탈중앙화는 거래 비용을 감소시킬 것이다?

비트코인의 총 공급규모가 궁극적으로 고정되어 있는 상황에서 채굴을 통한 보조금 지급이 지속되는 것은 불가능하다. 채굴이 불가능할 경우 블록체인이 유지되기 위해서는 채굴비용이 지속적으로 감소하거나 거래수수료가 증가하여야 한다. 거래수수료에 의존할 경우 결국 기존통화 대비 낮은 거래비용의 이점이 사라지게 될 것이다.

디지털통화는 설계상 규모의 경제가 없기 때문에 거래확인의 한계 비용은 중앙집중화된 결제시스템에 비해 높아질 수 밖에 없다. 이러한 상황은 이미 거래 정보 블럭의 처리에 있어서 수수료를 많이 낼수록 빠른 처리를 해주는 현실이다. 이는 애초에 블록체인 초기 부터 제기되었던 확장성(Scalability) 부족이 원인이다. 

이론적으로 1초에 7건의 거래를 처리할 수 있는데 이는 기존 신용카드 결제 시스템이 1초에 5000여건 이상을 처리하는 것에 비하면 너무 낮다. 실제 다양한 거래에 활용되기에는 아직 멀었고 이는 결국 많은 자원투입으로 인한 거래 비용의 상승을 가져올 것이다. 물론 이를 극복하기 위한 다양한 확장기술 개발들이 진행중이다. 하드포크같은 신규 블록체인 분기 등은 기존 비트코인 커뮤니티나 막강한 해싱파워를 가지고 있는 집단들의 반발을 불러올 수 있어 쉽지 않다. 

 

③ 블록체인 기반 기술은 참여자 모두에게 권리가 이동된 분산권한 시스템이다?

사토시 나카모토가 말한 탈중앙화는 기존 은행과 같은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은행이 없어도 개인간 금융거래를 가능하게 하였다. 문제는 시간이 지날수록 결국 막강한 채굴 능력을 가진 소수의 기업형 채굴업자들만이 채굴 가능하게 되었다는 점이다.

원래의 디자인은 분산된 P2P 네트워크였지만 실제로 블록체인은 더욱 중앙에 집중하게 되었다. 해당 네트워크에서 P2P 노드의 수가 연간 약 15% 수준으로 지속적으로 감소했다. 또한 마이닝은 대부분 (약 80%) 중국에 위치하고 있는 4개의 채굴 풀(Pool)에서 이루어져 왔다. 애널리스트들은 "이 중 둘은 이론적으로 공모하고 있을 수 있으며 채굴에 필요한 연산 자원 (해시파워)의 대부분을 함께 구성할 수 있으며 분산된 원장의 데이터를 통제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이제 개인이 채굴을 통해 비트코인을 보상받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블록체인을 통해 거래를 중앙에서 통제하는 탈중앙화는 극복할 수 있지만 블록체인 네트워크에 참여하고 있는 각 개인이나 조직의 채굴능력이 컴퓨팅 파워에 있는 한 결국 막강한 자본과 이를 기반으로 하는 컴퓨팅 파워를 가진 참여자가 전체 시스템을 좌지우지 할 수 있는 위험성을 가지고 있다. 모두가 자발적으로 참여해서 유휴자원을 공유해서 사용한다고 하지만 실상은 채굴을 위하여 자원을 집중적으로 추가 투입해야 하는 현실이다. 

가트너 보고서에 따르면 현실적으로 무결성(integrity)은 네트워크의 구별된 네트워크 수가 아니라 '해시파워(Hashpower, 채굴에 사용하는 연산 자원)'에 의해 주로 정의된다. 즉, 네트워크에서 하나의 충분히 강력한 독립체가 나머지 노드를 압도할 수 있다고 밝혔다.

④ 블록체인은 분산처리 기술이다?

불록체인 혹은 분산원장기술은 암호화된 분산데이터베이스기술에 가깝지 분산처리기술이 아니다. 가트너에서는 블록체인은 '일반 용도의 데이터베이스'가 아니라 개념상 간단한 분석 기록에 관한 선형 목록인 플랫 파일(Flat File)이라고도 하였다. 그렇기 때문에 거래가 늘어날 수록 원장의 크기가 커지고 처리속도가 느려지는 것이다. 

현재는 약 150기가바이트까지 증가되어 있다. 블록체인의 모든 노드들은 참여하자마자 150기가바이트 이상의 파일을 복제하여야하며 이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네트워크에 참여하고 있는 개인의 자발적인 유휴자원 제공의 수준을 넘어서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⑤ 블록체인의 원장은 거래정보의 완전한 취소가 불가능하다?

이론적으로는 한 당사자가 충분한 해시파워를 축적해 기록을 다시 제네시스 블록(Genesis Block, 블록체인의 첫번째 블록)에 작성할 수 있다고 한다. 물론 충분한 해시파워는 나머지 노드들을 압도할 정도의 힘을 가져야해서 현실적으로 쉽지는 않다.

 

⑥ 비트코인은 해킹이 불가능하다?

블록체인을 통한 분산원장은 사실상 해킹이 불가능 하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이미 많은 거래소들이 해킹을 당하여 개인이 보유하고 있던 코인을 탈취당한 사례에서처럼 비트코인 자체는 돈을 훔치듯이 해킹이 가능하다. 이미 몇몇 거래소가 해킹을 당해 파산한 바 있다.

 

⑦ 블록체인과 비트코인을 분리할 수 없다?

한때 많은 애널리스트들이나 언론들이 다음과 같이 말해 왔다. 

“블록체인 사용을 고려하고 있는 일부 금융 기관은 해당 통화가 아니라 블록체인에만 관심이 있다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의 형태에서 비트코인은 블록체인의 핵심적인 부분이다. 이것을 분리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기초지식이 없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이런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야 말로 기초지식이 없는 것이다. 블록체인은 비트코인과 같은 퍼블릭 체인만 있는 것이 아니고 프라이빗 체인(Private Chain), 퍼미션드 체인(Permissioned Chain), 컨소시엄 체인( Consortium Chain)과 같은 개념들이 제안되고 있다. 특히 은행과 같은 금융기관의 경우 초당 수천번의 거래를 처리하려면 퍼블릭 체인으로서는 거래가 불가능하다. 또한 프라이빗 체인의 경우 비트코인 채굴과 같이 자원을 많이 투입할 이유도 없다. 보안은 퍼블릭 체인보다 약하겠지만 어차피 폐쇄망인 내부망에서 알고리즘 난이도를 낮추어서 신규블록의 생성을 쉽게 하면 된다.  

블록체인이 활성화되려면 채굴을 막으면 안되고 보상으로 받는 코인을 적극적으로 현금화할 수 있는 보상체계가 있어야 블록체인 기술이 사라지지 않는다는 말은 업자들의 논리다. 자기사업 보호말고는 전혀 의미가 없는 말이다. 다만 애초에 블록체인을 분야별로 사업화 내지 산업화하겠다는 생각 자체가 사토시 나카모토가 말한 탈중앙화 철학을 벗어난 것이라는 것은 사실이다.

 

⑧ 거래소의 비트코인 가격을 해킹을 통하여 인위적으로 올릴 수 없다?

지금은 폐쇄된 마운틴곡스(Mt. Gox) 거래소에서 비트코인 가격이 150달러에서 1000달러로 올라 갔던 것은 한 사람의 소행이라는 흥미로운 논문이 발표되었다. 실제로는 소유하지 않은 비트코인 가격을 일종의 거래 소프트웨어인 로봇의 가짜 거래를 통하여 올린 것으로 논문은 보고 있다. 사실 교환가치 기준인 거래소의 가격변동은 주식시장처럼 대규모 자본이 펌프앤덤프(Pump & Dump)를 통해 가격을 올리고 빠져나올 수 있다. 당연히 통정거래 등도 충분히 가능 할 것이다. 비트코인 거래소에서는 가격제한폭도 없고 이상거래 징후시 서킷브레이크 시스템도 없기 때문에 인위적인 등락폭은 상상을 초월 할 수 있다.

 

⑨ 비트코인은 한국만 합법이다?

블록체인 같은 기술을 불법으로 하는 나라는 당연히 없다. 그러나 비트코인 거래는 중국이나 네팔, 이슬람계, 베트남, 에콰도르 등에서는 불법이다. 한국에서는 아직까지 불법이 아니다. 그럼 영국이나 미국 그리고 이웃나라 일본은 비트코인 거래를 양성화 하고 있나? 네거티브 규제를 기본으로 하고 있다. 모두 교환가치에 비중을 둔 비트코인 거래에 대한 많은 논란들이 있었다. 이들 정부는 문제 발생시 규제의 칼날을 들이대려고 하고 있다. 최근 가디언지가 한국의 비트코인 투자 과열에 대하여 다룬 기사에서는 '어느 나라도 이와 비슷한  과열이 발생할 경우 그냥 보고 있는 나라는 없을 것이다'라고 평한 바 있다.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가 2018년 1월 20일 가상화폐 운영자 3명을 사기혐의로 제소하기도 하였다. 비트코인을 화폐로서 인정한 영국의 사례는 이례적이다. 현재 대부분 국가는 비트코인을 화폐의 보완재로서의 가치는 인정하되 국가차원에서 규제는 적극적으로 하고 있다. 미국은 이미 선물시장에서 거래되고 있으나 상장지수펀드(ETF) 편입은 불허하고 있다. 날씨까지도 매매되는 미국의 선물시장에 비트코인이 진입한 것을 제도권 진입으로 착각해서는 안된다.

 

3. 비트코인을 화폐로 인정한 영국의 속내

세계 금융거래의 3분의 1을 점유하는 최대 금융허브국가인 영국이 비트코인을 화폐로서 인정했다는 2014년 당시 뉴스는 비트코인 추종자들에게는 가장 센세이셔널한 뉴스였다. 당장 기존의 화폐를 대치할 것이고 국가적으로 통용될 것으로 판단한 사람들이 많았으나 이는 결국 국가차원 규제를 하겠다는 뜻이다.

2014년 3/4분기 영국은행 발표자료(The economics of digital currencies)를 보면 애초에 영국 재무부는 비트코인이 기존 통화의 지위를 대체하지 못할 것으로 판단했다. 보고서는 비트코인을 일종의 보완재로서 보고 있으며, 거의 불가능하겠지만 극단적으로 기존 통화를 대체할 정도로 가상화폐 사용이 확대될 경우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의 내용이다. 사실 중앙은행이 가상화폐 이슈에 대해 충분히 통제 및 관리 가능함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다.

흔히들 말하는 네거티브 규제정책을 하고 있으며 거래소를 통한 비트코인 거래로 인한 피해는 전적으로 참여자가 부담해야 할 문제라는 것이다. 특히 유사시 관련 당사자에 대한 규제 감독 대응은 사실 관련 당사자를 특정(공개)하는 것에서 부터 시작한다는 것을 시사한 것이다. <디지털통화 성장의 영란은행 책무에 대한 영향> 보고서 중.

2017년 9월 13일 영국에서 비트코인 투자펀드의 고객돈 95% (390억원)가 한순간에 날라가버린 사건이 발생하자 영국 재무부는 금융관련 법률에 따라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그리고 “기술발전을 가로막기를 원하지는 않지만 규제되지 않은 가상화폐 발행과 안전한 크라우드펀딩 활동 사이의 경계는 아주 얇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 발생시 정부의 규제와 개입이 있을 것이라는 신호를 명확히 준 것이다.

유로존 탈퇴 여파를 극복하고 파운드화의 패권을 회복하기 위하여 영국은 정부차원에서 암호화폐 연구를 후원하고 있다. 비트코인 화폐 인정에 대해 영국언론들은 다음과 같이 평했다.

“영국이 비트코인을 화폐로서 인정하는 것은 이론상으로는 중앙은행을 통해 비트코인 대 영국 파운드화의 '환율'을 공식화할 수 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며, 즉 현재까지는 오직 수요와 공급에 의존한 가치산출이었다면, 그 가치를 국가가 보증하는 것으로 바뀐다는 것이다.”

블록체인 그리고 비트코인이 가지는 탈중앙화의 철학과 상반되는 영국중앙은행의 통제와 제도권 수용이 아이러니하게 느껴지는 대목이기도 하다.

 

결론: 현재 비트코인은 '사토시의 꿈'과 다르다

사토시 나카모토가 꿈꾸었던 탈중앙화의 꿈은 애초에 이기적인 소수의 참여자들 때문에 달성될 수 없는 허상일지도 모른다. 보상을 통한 자발적인 네트워크 참여 역시 보상에 촛점이 맞추어지는 한 자원배분의 효율성은 애초에 달성하기 어려운 문제일지도 모른다. 

비트코인과 같은 암호화폐 내지는 디지털 화폐들이 실용화되려면 무조건 많은 사용자가 단기간내에 네트워크에 참여해야 한다. 비트코인의 초장기 개발자들이 주장한 내용이다. 그리고 이를 위하여 보상체계가 필요하다는 것 역시 말했다. 비트코인이 화폐로서의 위상으로 자리잡을 것으로 가정하고 시스템을 설계한 것이다. 실험은 늘 가정을 필요로 하지 않았는가! 비트코인을 각국의 통화로 바꾸는 환전가치에 목표를 두었던 것이 아니다.

분명 우리나라 거래소에서 벌어지는 '묻지마 투자'는 비트코인의 환전가치에 목표를 둔 것이지 블록체인이나 탈중앙화 같은 미래가치에 투자한 것이 아니다. 정부의 규제 시그널에 '블록체인 기술을 죽이는 것'이니 '미래신성장 동력을 막는 것'이니 하는 말들은 사실 공허하게 들린다. 그리고 거래소의 부가가치는 환전수수료에 있다. 거래소는 지난해 최소 3000억원을 번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법인세와 지방소득세를 합쳐 총 24.2%를 과세한다는 방침이다.

다음의 질문을 던져보자. 환전가치에 투자하는 것 혹은 투기하는 것을 우리나라 정부가 막아야 하는 것인가? 어차피 흥하든 망하든 개인이 책임질 문제인가? 거래소가 해킹당하면 그건 누가 책임져야 하나? 대규모 자본의 인위적인 비트코인 거래 가격 조정은 어떻게 막을 것인가? 익명성이 보장된 비트코인 거래를 통한 검은 돈들의 유통은 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비트코인 가격상승과 투자열풍이 오히려 각국의 규제를 강화하는 쪽으로 몰고 있다. 당장 거래소폐쇄는 분명 기존 투자들에게 많은 피해를 입힐 것이다. 그러나 미국, 영국, 일본처럼 가상화폐를 제도권으로 들여오기 위한 규제와 법규들은 명확하고 빠르게 정비를 해야 한다. 적어도 바로 위 질문들에 대한 대답은 우리 모두가 가지고 있어야 할 것이다. 프랑스와 독일은 3월 G20회의에서 비트코인 규제에 대한 공동 제안을 할 것으로 발표되었다.

각국의 과세여부, 우리나라도 곧 시작할 예정이지만 아직까지는 규정이 없다.

블록체인 논문의 저자 사토시 나카모토와 핵심개발자 마이크 헌은 비트코인 커뮤니티를 탈퇴했다. 블록체인의 기술적인 가능성은 보여주었으나 이것을 현실화할 비트코인의 상용화에 따른 부작용까지 고민했던 것은 아니었다. 또 논문 발표 당시에는 그럴 이유도 없었을 것이다.
끝으로 비트코인 투자를 하는 일본인 전문 투자사의 인터뷰와 비트코인 핵심개발자였지만 끝내 탈퇴한 마이크 헌 인터뷰를 끝으로 본 기사를 마무리 하려고 한다.

“레버리지를 통해 25배의 수익이 발생했다면 반대로 25배의 손실도 가능하다. 내가 투자하는 이유? 난 비트코인에 대하여 잘 모른다. 단지 투자 포트폴리오상에서 약 10%정도는 위험하지만 고수익을 바라는 고객들의 요구에 따라 기계적으로 투자 할 뿐이다.” 
-일본 도이체 증권 마사오무라키
“비트코인은 개방적이고 투명한 커뮤니티에서 통제와 공격이 지배되는 커뮤니티로 바뀌었습니다. 초기부터 투자대상이 아니라고 분명히 공지되고 있었으나 이제 그 통제의 범위를 넘어선 것입니다. 이제 비트코인은 민주주의가 아닙니다.”
-비트코인 개발자 마이크 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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