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적립금 청소노동자 임금으로 사용 불가?

  • 기자명 대학교육연구소
  • 기사승인 2018.02.01 0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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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강을 앞두고 대학과 청소노동자들의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대학들은 최저임금이 인상되어 정규직을 줄이고 임시직 등 아르바이트로 대체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에 반발한 청소노동자들은 학교시설을 점거하고 농성을 벌이고 있다. 지난 29일에는 연세대 본관을 점거중인 청소노동자들이 알바 용역업체와 충돌해 1명이 부상당하기도 했다.

현재 연세대, 홍익대, 동국대 등에서 청소노동자가 농성을 하고 있다. 고려대는 30일 '알바채용'을 철회하고 전일제 노동자를 채용키로 결정했다. 노동자들과 학생들은 수백억원에서 수천억원에 달하는 대학 적립금을 사용해 청소노동자를 직접 고용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대학은 적립금은 용도 제한이 있어 청소노동자 고용에 쓸 수 없다고 맞서고 있다.  적립금 관련해 어느 쪽 주장이 맞을까. 

연세대 청소노동자들이 비정규직 철폐와 대학측의 직접고용을 요구하며 31일 연세대 정문앞에서 집회를 열고 있다.

대학은 "적립금은 법에 따라 건축기금이나 장학금 등 정해진 용도에 따라 집행해야 하므로 노동자 임금으로 쓸 수가 없다"고 주장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정해진 용도에 써야 하는 것은 맞지만 노동자 임금으로 전용할 수 있다.

사립학교법 32조의2 제3항은 "적립금은 그 적립 목적으로만 사용"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대학측 주장의 전반부는 맞다. 그러나 사립대학 회계 규정인 사학기관 재무ㆍ회계 규칙에 대한 특례규칙 제13조는 '총장은 동일 관내의 항간 또는 목간에 예산의 과부족이 있는 경우에는 상호 전용할 수 있다'(이사회 보고 필요)고 규정하고 있다.

'항간' 또는 '목간'이란 대학회계 예산 과목을 나누는 '관', '항', '목' 가운데 '항' 또는 '목' 사이를 말한다. 사립대학 회계에서 적립금과 관련한 '관'은 '투자와 기타자산 지출'이고, '항'은 '원금보존적립기금적립'과 '임의기금적립'이며, '목'은 각각 '연구적립금', '건축적립금', '장학적립금', '기타 적립금' 등으로 나뉜다.

다시 말해 '항간' 또는 '목간'의 전용은 '원금보존적립기금적립'과 '임의기금적립'간에 서로 변경해 쓸 수 있으며, '연구적립금', '건축적립금', '장학적립금', '기타 적립금'도 서로 간에 변경해 쓸 수 있다는 말이다.

사학기관 재무회계 규칙에 대한 특례규칙 제 17조에 따른 대학 적립금 계정 과목 분류.

실제 이화여대는 반값등록금 논란이 한창이던 2011년 건축적립금에서 500억원, 기타적립금에서 850억원을 각각 전환해 1천350억원의 장학적립금을 마련한 바 있다. 이화여대가 이렇게 할 수 있었던 건 바로 '목간' 전용을 허용하는 사학기관 재무ㆍ회계 규칙에 대한 특례규칙 때문이다. 따라서 대학들이 적립금을 "노동자 임금으로 쓸 수가 없다"고 주장하는 것은 거짓이다.

대학별 편차가 크기 때문에 모든 대학에 적용할 수는 없겠지만, 지금 논란이 되는 대학들은 적립금 규모가 매우 큰 대학들이다. 지난해 2월 28일 교비회계 기준, 동국대는 762억원, 홍익대는 7430억원, 연세대는 5307억원 등이다. 이들 대학은 2011년 대비 교비회계 적립금이 100억원 이상 증가했다. 

결론은 대학들이 청소노동자 지원 예산을 마련할 의지만 있으면 적립금 사용 용도를 변경해 기타 적립금에 '청소노동자 지원 기금'을 마련하면 된다. 경희대는 지난해 7월 청소노동자 135명을 전원 정규직 채용한 바 있다.

 

대학교육연구소는 국내 유일 대학교육전문 비영리민간연구소로 1993년 설립됐다. 사립대 예산뻥튀기 및 이월적립금, 사학 부정・비리, 교육부 부실감사 문제를 꾸준히 제기했고 국립대 법인화 문제를 연구했다. 대학 반값등록금 문제를 주도적으로 이끌어 왔다. 저서로 <미친등록금의 나라>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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