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비트코인 200톤? 풍자가 진실로 둔갑할 때

  • 기자명 김준일 기자
  • 기사승인 2018.01.31 0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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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 가격이 급등하면서 가상화폐에 대한 정부 대책이 잇따르고 있던 1월 중순 인터넷에 '문재인 대통령이 비트코인을 200톤 보유하고 있다'는 루머가 등장했다. 물론 진실이 아니었다. 그런데 진위를 확인해달라는 제보가 들어왔다. 그럼 이 루머는 어떻게 생성됐을까?

최초 출처는 트윗터였다. 김맹구와 온이라는 트위터 유저는 '문재인이 비트코인 200톤을 보유하고 있다'는 트윗을 올렸다. 

보배드림에펨코리아 클리앙 등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이 트윗을 공유하며 웃고 즐겼다. 대부분은 풍자로 받아들였다. 실체가 없는 가상화폐 무게가 없는 것은 상식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일부는 가상화폐를 잘 모르는 반문재인 세력이 지어낸 가짜뉴스로 의심하기도 했다.  

위 트윗은 저자가 직접 풍자라고 해명했다. 김맹구라는 트위터 유저는 "이 트윗은 대통령은 허위사실로 음해하는 일부를 풍자하기 위한 것"이라고 본인 트위터에 밝혔다. 가짜뉴스에 예민해진 사람들이 진지하게 받아들이자 해명하고 사과를 하게 된 것이다.

 

이런 트윗이 나오게 된 것은 지난해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의 200톤 금괴 보유설과 비자금 20조원 은닉설이 널리 유포됐기 때문이다.  한국의 금보유량은 100톤 가량이어서 이 루머대로라면 문재인 대통령이 대한민국 전체 금보다 2배 많은 금을 보유하고 있었다. 많은 언론과 네티즌이 거짓임을 확인했지만 이를 실제로 믿는 사람이 있었다. 당시 문재인 대통령은 금괴 루머와 관련해 "(금괴를) 젊은 층 일자리 만들기에 쓰고 싶다"고 농담을 했는데 박사모 카페 등 일부에서는 검찰 수사를 요구한 것이다. 또 신연희 강남구청장은 이런 내용을 담은 루머를 단체카톡방에 수백차례 공유했다가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기소되기도 했다.

비트코인 200톤은 말도 안되는 '금괴 200톤 루머'를 믿는 사람들을 풍자하기 위해 나온 것이다. 이 트윗이 돌자 다양한 풍자 사진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아래 사진은 문재인 후보가 지난 대선때 당직자들로부터 금화모양의 초콜릿이 담긴 상자를 받는 장면이다. 터무니 없는 금괴 200톤 루머에 대한 풍자였는데, 이 사진이 다시 비트코인 200톤 풍자에 사용됐다. 

문제는 미디어 리터러시(문해력)가 떨어지는 일부 세대에서 이를 풍자가 아닌 진실로 받아들이면서 발생했다. 제보를 받아 확인 결과, 노년층 단체카카오톡방에서 비트코인 200톤 루머가 설명없이 돌아다니는 것을 확인했다.

정부는 가짜뉴스에 대한 단속을 강화한다고 발표했다. 그런데 모든 루머와 가짜뉴스를 처벌로 해결할 수는 없다. 위의 트윗도 풍자적 의도로 제작됐지만 일부에게는 가짜뉴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팩트체크에 대한 지속적인 지원과 함께 미디어 리터러시 능력이 현격히 떨어지는 계층에 대한 장기적인 학습능력 고양 프로젝트가 필요하다. 미디어 리터러시가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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