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집행유예는 삼성법무팀의 힘?

  • 기자명 송영훈 기자
  • 기사승인 2018.02.09 01:24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난 5일 서울고법 형사13부는 박근혜 전 대통령과 ‘비선 실세’인 최순실 씨에게 뇌물을 제공한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된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에게 징역 5년을 선고한 1심을 깨고 상당수 혐의를 무죄로 판단해 결론적으로 유죄를 인정하되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판결을 두고 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최근 소셜미디어에서는 삼성전자에 소속되어 있는 법조인 출신 인사들의 리스트가 공유되는 등 삼성전자 법무팀과 이 부회장의 변호인단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뉴스톱에서 확인했다.

 

YTN 방송화면 캡처

변호인단은 판사 출신이 주축

이 부회장 변호인단은 국내 3대 로펌으로 꼽히는 법무법인 태평양을 주축으로 김종훈 변호사와 법무법인 기현 소속 변호사들로 구성됐다.

태평양은 항소심에서 이인재, 한위수, 장상균, 권순익, 이경환 변호사가 변호인단에 참여해 이 부회장을 변론했다. 이경환 변호사를 제외하고 모두 판사 출신이다.

변호인단의 대표 격은 이인재 변호사다. 서울중앙지법원장 출신으로 2심에서 새로 변호인단에 합류했다. 이 변호사는 지난해 12월27일 진행된 결심공판에서 직접 최종변론에 나서며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공소내용과 1심 판결에 대해 ‘자의적 검찰권 행사’ ‘공허한 말장난’ ‘희한한 글’ 등의 표현을 써가며 비난하기도 했다.

한위수 변호사는 고등법원 부장판사, 항소심에서 새로 합류한 장상균 변호사는 서울행정법원 부장판사 출신이다. 역시 판사 출신인 김종훈 변호사는 대형 로펌 소속이 아닌 개인 법률사무소를 운영하면서 변호인단에 참여했다. 김 변호사는 과거 이용훈 대법원장 시절 비서실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신생 법무법인인 기현은 1심 심리가 진행되던 중에 합류했다. 소규모 로펌으로 “‘기업을 위한 현명한 조언자’로서의 역할을 효율적으로 수행하기 위하여, 기업자문 및 기업분쟁에 오랜 기간 동안 경험을 가진 전문가들이 모여 설립되었다”고 홈페이지에 밝히고 있다.

소속 변호사 중에 이현철 대표변호사와 정한진 변호사가 소송에 직접 참여했다. 모두 김앤장 법률사무소 출신으로 이 변호사는 짧은 판사 생활 이후 개업해 기업 송무 분야 사건을 주로 맡아왔다.

이 부회장 측은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기소로 법정에 서게 된 지난 해 3월, 13명으로 구성된 대규모 변호인단을 꾸린 바 있다. 수사 단계에서부터 함께 한 법무법인 태평양에 재판 변호를 그대로 맡겨,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까지 지낸 고법 부장판사 출신의 송우철 변호사와 판사 출신 문강배 변호사를 포함해 태평양에서만 10명의 변호인이 나섰고, 앞서 언급한 김종훈 변호사와 수사 단계에서 선임계를 냈던 검찰 출신 조근호 변호사, 오광수 변호사 등이 합류했다. 당시 대표변호인을 맡았던 송우철 변호사는 1심이 끝난 후 이인재 변호사로 교체됐다.

지난 해 8월 25일 이 부회장이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 받은 후, 법조계에서 항소심에서도 이 부회장이 무죄 또는 집행유예로 풀려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견해가 지배적인 반면, 변호인단은 이 부회장이 2심에서는 풀려날 것이라는 자신감을 나타낸 바 있다.

 

큰 사건 거치며 법무조직 규모 커져

삼성의 법무담당 조직이 세간에 본격적으로 노출된 것은 삼성그룹 법무팀장을 지냈던 김용철 변호사의 폭로가 있었던 2007년 10월이다. 당시 국회는 김 변호사의 폭로와 관련해 ‘삼성특검법’을 통과시켰고, 특검은 김용철 변호사가 주장한 △삼성그룹의 2000억원대 비자금 조성 △7조원대 분식회계 △오너 일가의 비자금 사적 유용 △정·관·법조·언론계 등에 대한 전방위 로비 △ 경영권 불법승계 등에 대한 본격 수사에 나섰다. (기자회견 전문)

당시 삼성그룹 법무실의 정식 명칭은 ‘사장단협의회 산하 법무실’로 구성원의 명단, 규모, 조직 내역, 업무 등이 거의 드러나지 않은 채 베일에 싸여 왔다. 2007년 12월 2일자 주간조선에 따르면, 삼성그룹 법무실 소속 변호사 12명 중 11명은 ‘전관’, 즉 판사 또는 검사 출신이었다. 검사 출신이 6명, 판사 출신이 5명으로 모두 10년 안팎의 엘리트 판·검사 경력자였다. 나머지 한 명은 동아일보 법조담당 기자였던 이수형 씨다. 이 씨는 미국 뉴욕주 변호사 자격증을 가지고 있다.

이들이 삼성그룹에 합류한 시기는 2000~2006년이다. 2000년에는 법원이 “삼성SDS 신주인수권부사채를 이건희 회장의 장남 이재용씨 등 특수관계인에게 싸게 넘긴 것은 부당하다”며 신주발행금지 가처분신청을 받아들여 변칙상속 논란이 불거졌고, 2005년 7월에는 MBC 이상호 기자가 국가안전기획부의 도청 내용을 담은 90여분짜리 테이프를 입수해 삼성그룹과 정치권·검찰 사이의 관계를 폭로한 ‘삼성 X파일’ 사건이 터졌다. ‘떡검’, ‘삼성장학생’이니 하는 속어들이 이 때 생겨났고 삼성의 법조관리 실태가 드러났다.

법무실의 주요 업무 가운데 하나가 소송이 발생하면 이를 가장 잘 처리할 수 있는 로펌을 선정하고, 그 로펌이 승소할 수 있도록 확실하게 지원하는 것이다. 기업 소속의 사내 변호사는 직접 소송을 대리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당시 삼성그룹에 근무하고 있는 변호사는 110명(국내 변호사 50명, 외국 변호사 60명) 수준으로 국내 변호사 50명 중 판검사 출신 전관 변호사가 30여명, 이중 검사 출신이 10여명으로 알려졌다. 수도권지역의 웬만한 지방법원, 지방검찰청과 맞먹는 규모였다.

 

삼성그룹은 국내 로펌 2위권, 삼성전자는 5위권 규모

2014년 4월 삼성그룹 소속의 변호사 수는 대폭 늘어났다. 김상균 삼성 준법경영실장은 조선일보와의 인터뷰를 통해, 대략 국내 변호사가 250명, 외국 변호사 250명 정도일 것이라고 밝혔다. 당시 국내 최대인 김앤장 법률사무소(국내 변호사 540명, 외국계 122명)에 이어 두 번째 규모였다. 최근 2년 동안 로스쿨 출신 변호사도 120~130명 뽑았는데, 이 중 50여명은 법무 업무와 관련 없는 인사·마케팅·기획 등 분야에서 일한다고 설명했다.

2014년 5월 삼성그룹은 그룹의 핵심조직인 미래전략실 인력을 대거 삼성전자로 옮기는 인사를 단행했다. 이건희 그룹회장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으로 이어지는 3세 경영체제 구축의 일환으로 해석됐으며, 그룹의 법무조직인 준법경영실 인력들도 함께 삼성전자로 대거 이동했다.

삼성전자에는 이미 20명의 변호사가 임원으로 재직 중이었다. 법률신문이 50대 기업의 변호사 임원 현황을 전수조사한 2013년 6월 17일 기사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출신의 김상균 사장이 준법경영실 실장을, 검사 출신의 조준형 변호사가 법무팀장을, 역시 검사 출신인 김상우 변호사가 준법감시팀장을 맡고 있었다. 당시 변호사 출신의 50대 기업 상근 임원은 모두 33명이었는데, 이 가운데 19명이 삼성전자 소속이었다. 최근 소셜미디어에 공유되고 있는 이미지는 이 기사가 출처다.

2015년 상반기 기준으로 삼성그룹의 사내변호사 수는 330여 명을 기록했다. 외국 변호사 자격 소지자를 포함하면 500명을 훌쩍 넘었다. 국내 최대 로펌인 김앤장에 이어 2위권인 광장( 368명), 태평양(357명)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같은 기간 삼성전자 법무팀의 규모는 국내 5위권 로펌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경제 보도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법무담당 인력은 400여 명을 넘어섰는데, 변호사가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고 밝혔다. 국내 5위권 로펌 수준의 규모라고 설명했다. 2016년 12월에는 삼성그룹 법무담당 임원 49명 가운데, 67%인 33명이 삼성전자 소속인 것으로 조사되기도 했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오늘의 이슈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