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업체 물류비를 한국 우체국이 보조하는 이유는?

  • 기자명 지윤성 기자
  • 기사승인 2018.03.08 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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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온라인마켓에서 2달러도 안되는 제품을 한국에서 구매해도 배송비를 내지 않는 경우가 있다. 반면 한국에서는 2만~3만원 제품이라도 2500원의 배송료를 내야 한다. 왜 이렇게 차이가 날까? 국제 거래시 우체국 서비스망을 통한 배달국 취급비용(Terminal Dues) 때문이다. 중국 전자상거래 업체들이 각국의 우체국을 배송기관으로 활용하면서 이들 국가에 물류비용을 전가하고 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지 살펴보자.

 

중국과 미국의 '우편갈등' 배경은

2014년 12월 4일 중국우체국은 ‘미국 우체국이 국제우편물에 대해 스캔을 단계적으로 중단한다’는 공문을 관계기관에 보냈다. 미국 우체국이 국제우편물 배송 추적을 더 이상 하지 않겠다는 뜻이니 대비하라는 의미였다. 미국은 수익성이 없는 국제우편물에 들어가는 비용을 줄이기 위해 이런 서비스를 중단했다. 국가간 우편비용의 불균형에서 비롯된 일이었다. 

[미국 우정국 USPS의 인바운드 국제우편물 사업의 손실규모]

이런 상황은 다른 국가에서도 자주 발견된다. 한국에서 오키나와로 우편물을 보내는 비용이 도쿄에서 오키나와로 보내는 비용보다 더 싸다. 동일한 물품이라도 미국에서 중국으로 보내는 것보다 중국에서 미국으로 보내는 것이 더 싸다. 
미국 기업들은 중국으로 보내는 상품 배송비용이 중국 기업이 미국으로 보내는 비용보다 비싸기 때문에 가격경쟁력을 잃고 있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미국측은 불평등이 미국 사업자를 어렵게 만들고 있다며 국제 우편배달 시스템의 위기라고 주장했다. 한 해에 미국이 중국산 물품들의 자국내 우편 배송으로 수억달러의 비용을 부담하고 있다고 했다. 

이는 중국으로부터 물건을 수입하는 국가들에게도 동일하게 나타나는 현상이며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각국 우체국은 중국과의 전자상거래가 증가하면서 우편물 배송 처리에 상대적으로 많은 비용과 인력을 사용하고 있지만 비용은 보전받지 못해 적자를 본다. 이는 자국 우체국 노동자의 희생으로 이어지고 있다. 왜 이런 불평등이 지속되고 있을까.

 

만국우편연합의 배달국 취급비란?

[UPU(Universal Postal Union, 만국 우편 연합)의 로고]

만국우편연합(Universal Postal UnionㆍUPU)은 우편물에 대한 유엔 산하 국제 기구이다. 190여개 회원국 간의 우편 업무를 조정하고 국제 우편 제도를 관장하는, 가장 오래된 유엔의 전문 기관의 하나로 1874년 10월 9일 국제 우편 조약에 의해 설립되었다. 본부는 스위스 베른에 위치하고 있다. 만국우편연합의 설립에 따라 다음 세 가지가 합의되었다.

• 지구상의 거의 모든 지역에서 고정 가격에 가까운 형태로 우편물을 보낼 것.
• 국제 우편, 국내 우편(국내 우편물) 모두 같은 취급을 할 것.
• 국제 우편 요금은 해당 국가에서 징수하여 사용할 수 없다.

국가간 우편배송은 보편적인 서비스로서 그 배송비용이 회원국 전체의 합의에 의해 정해져 있다. 각 나라별로 인바우드 국제우편물에 대하여 추가로 비용을 징수할 수 없고 호혜주의에 입각하여 수신자에게 최대한 정확하고 안전하게 배송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같은 우편물을 최종 수신자에게 배송하는데 필요한 비용이 국가마다 다르기 때문에 이에 대한 보전으로서 배달국 취급비(Terminal Due)를 정해놨다. 예를 들면 한국에서 미국으로 우편물을 보내면 최종 수신자에게 전달되기까지의 비용중에서 미국쪽 발생 비용 일부를 한국에서 부담하는 것이다. 반대로 미국에서 한국에 우편물을 보낼 시에는 한국 배송비용 일부를 미국이 부담한다.

배달국 취급비는 소요되는 실질 경비를 반영한 것이 아니다. 우편발전지수(Postal Development IndicatorㆍPDI)는 한 나라의 우편배송시스템 발달 수준과 경제수준 등을 고려하여 수치화한 지표인데 총 4개 그룹(2018년 이전에는 5개)이 있다. 
배달국 취급비의 산정은 PDI지수를 기준으로 나눈 등급에 따라 일괄적으로 차등 적용하며 4년마다 회원국 전체의 합의하게 갱신된다.
올해부터 4년간 적용되는 기준이 수년전에 설정되어 있다.

미국, 일본, 영국 등 선진국 28개국은 그룹1로 분류된다. 이들 국가의 우편체계는 목표시스템(Target system)으로 정의되며 해당 국가간의 비용정산은 실제 소요비용의 약 65%를 상호 보상해주고 있다. 나머지 국가들은 발전 정도에 따라 그룹2(순 기부국), 그룹3(중간소득국, 개도국), 그룹4(저소득국, 최빈국)중 하나에 속한다. 이들 그룹 국가의 우편시스템은 과도시스템(Transition system)으로 불리며 해당 국가간에는 단일 요율을 적용한다. 
2018년 현재 약 4.47 SDR/㎏이다. SDR은 국제통화기금(IMF)의 특별인출권을 뜻하며 세계 주요국의 통화를 표준바스켓방식으로 산정한 국제 대체 통화다. 2018년 3월 기준 1 SDR은 1536원이다. 현재 중국은 그룹3, 한국은 그룹2에 속해 있다. 결국 이러한 체계내에서는 과도시스템국가로부터 들어오는(인바우드) 우편물량이 많은 선진국들이 손해를 보는 구조이다.

 

선진국이 개도국 후원하는 구조의 문제

한국과 중국은 과도시스템 국가로 단일 요율의 배달국 취급비를 상호부과하고 있다. 
문제는 한국의 서비스품질기금(Quality of Service FundㆍQSF) 재정부담율이 중국보다 커서 우체국 시스템을 통한 중국과의 교역량이 증가할수록 손해를 본다. 
서비스품질기금은 개도국의 우편인프라 확충을 목적으로 1999년 북경총회에서 승인된 기금이다. 개도국으로 통상우편물을 발송할 때 배달국 취급비의 일정 비율만큼 별도 가산금을 조성하여 부담하고 개도국은 자국 계정의 적립금 범위 내에서 이를 통상우편 서비스의 품질 향상을 위해 사용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결국 한국은 세계 2위 무역규모인 중국 우편배송품질 향상을 위한 비용을 일정부분 부담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으로부터 우체국을 통해 수입되는 상품들의 배송에 한국 우체국이 보조금을 주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라 할 수 있다.

[출처 : KOTRA 베이징 무역관]

이미 한국의 대중국 수출의존도와 수입의존도는 모두 2위다. 
2013년 628억 달러로 최고치를 기록한 후 무역수지 흑자가 점차 감소하고 있다. 다양한 원인이 있지만 물류비도 한 원인으로 꼽힌다. 한국 전자상거래 업체가 우체국 시스템을 통해 물건을 중국으로 배송할 때 한국측이 부담해주는 비용과 비교할 때 중국 전자상거래업체가 물건을 한국으로 배송할 때  중국측이 부담해주는 비용이 상대적으로 작다. 게다가 4년 뒤 한국은 만국우편연합 계획상 그룹1 선진국으로 편입될 가능성이 높아 불평등은 더욱 커질 것이다. 게다가 최근에는 개인의 '중국직구'가 크게 늘어 무역수지 흑자 감소폭이 커지고 있다. 

각국 우체국의 가장 큰 고민은 메일과 메신저 사용이 늘면서 기존 우편배송관련 수입이 줄고 있다는데 있다. 그에 비하여 중국 국가우정국 매출은 해마다 늘고 있다. 배달국 취급비 결정은 양 국가간 합의가 아니다. 모든 것은 만국우편연합 총회에서 결정한다. 결국 외교노력을 통해 한국의 현실을 합리적으로 알릴 필요가 있다. 

우체국이 매출을 증대시키기 위한 중요한 수단은 전통적인 편지나 소포배달에서 전자상거래 물품 배달로 변화됐다. 이마저도 페덱스나 UPS같은 전문 배송기업들과 경쟁하여야 하는 상황이다. 거대 전자상거래 업체를 주요 고객군으로 끌어들여야 성장할 수 있다. 미국 우정국(USPS)은 직접 계약을 맺어 알리바바를 주요 고객으로 끌어들였다. 또 중국 우정국(China Post)와 함께 e-packet이라는 전자상거래 전용 경량 화물 서비스를 개발하여 대응하고 있다. 일본 우체국은 2007년 민영화를 통하여 금융업 포함 경쟁력을 다각화하는데 성공하고 있다.

한국 우체국의 대응은?

문재인 대선 후보가 2017년 2월 집배원 업무를 직접 체험했다. 출처:문재인 공식 블로그

 

중국 우체국은 그룹3에 속해있지만 경쟁력을 확보하고 서비스질을 높이는데 한국보다 앞서고 있다. 중국 우정국(中国邮政)은 택시 예약 서비스 디디추싱(滴滴出行)과 협력 파트너 관계를 맺고 전략적 투자를 추진했다. 우체국 네트워크를 활용한 다양한 사업을 펼치고 있으며 국가 핵심 물류체계의 축으로서 많은 인력을 지속적으로 채용하고 있다. .

한국 우체국은 매년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우체국 매출은 2조8000억원이었고 1000억원대 적자를 봤다. 새로 취임한 강성주 우정사업 본부장은 동아일보 인터뷰에서 혁신을 예고했다. 종이 편지시대의 낡은 우정행정을 소포가 늘어난 21세기에 걸맞게 바꾸겠다는 것이었다. 배달용 오토바이를 전기차로 바꿔 사고를 줄이고 로봇과 드론을 도입하겠다는 청사진도 밝혔다. 다른 매일경제 인터뷰에서는 2020년까지 배달원 1000명을 증원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하지만 혁신안이 불명확하고 실현 가능성이 낮다는 노동계 진단도 나왔다.

문제는 추가 인력고용과 새 장비 도입에 많은 예산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재정경제부와 어떻게 이 문제를 풀지에 관심이 쏠린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직접 집배원 노동을 체험한 뒤 집배원의 노동3권을 보장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고 우정사업본부는 지난해 8월 집배원 근무조건을 개선하기 위한 기획추진단을 발족시켰다. 현재까지 만성적인 집배원 인력 부족과 그로 인한 과중한 업무, 그리고 기형적인 외주화에 대한 대책은 나오지 않은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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