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머에 속고 가짜뉴스 생산한 자칭 '보수들'

  • 기자명 송영훈 기자
  • 기사승인 2018.03.20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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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칭 보수인사들의 '실언'이 하룻새에 쏟아졌다. 국회의원은 확인되지 않은 루머로 장관을 공격하고 전직 도지사는 헌법에 무지함을 드러냈고, 보수시민단체 대표는 가짜뉴스를 생산했다. 보수의 수준과 품격을 드러낸 하루였다.

방자경, 가수 윤상에 종북몰이했다 망신살

19일인 어제와 오늘 ‘방자경’이라는 이름이 온라인을 달궜다. 보수 성향 학부모 단체인 ‘나라사랑바른학부모실천모임’의 방자경 대표는 지난 18일 저녁 자신의 트위터에 ‘예술단 평양공연’을 위한 남북실무접촉의 남측 수석대표로 내정된 가수 겸 작곡가 윤상 씨에 대한 트윗을 올렸다. 

“문보궐정권은 반 대한민국 세력들과 한편 먹는데 남북실무접촉 남수석대표로 윤상씨라면 김일성찬양가 '임을 위한 행진곡'을 작곡한 간첩 윤이상, 5.18광주폭동 핵심으로 보상금 받고 월북한 대동고출신 윤기권, 김일성이 북한에서 만든 5.18영화의 주인공 윤상원 이들 중 누구와 가까운 집안입니까?”라는 내용이었고 당일 200회 넘게 리트윗됐다.

단지 ‘윤씨’라는 성이 같다는 이유로 윤이상, 윤기권, 윤상원과 동급으로 엮은 것이다. 초등학생들 말장난이나 ‘아재개그’를 연상하게 한다. 방 씨의 트윗은 곧바로 ‘웃음거리’가 됐다. 작곡가 김형석은 방 씨의 트윗에 “본명이 이윤상 입니다만”이라는 짧은 답글을 남겼다. 

가수 겸 작곡가 윤상 씨의 본명은 ‘이윤상’이다. (관련 기사) 방 씨의 트윗과 관련해 20일 오전 현재 70건이 넘는 관련 기사가 보도될 정도로 온라인에서의 반향은 컸다.

'임을 위한 행진곡'은 윤이상이 작곡 안했다

방 씨의 글 가운데 틀린 내용은 또 있었다. ‘임을 위한 행진곡’은 윤이상 씨가 작곡하지 않았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에 따르면, 1980년 5·18광주민주화운동을 추모하는 노래이자 한국의 민주화운동을 대표하는 민중가요인 ‘님을 위한 행진곡’은 저작자가 백기완 원작, 황석영 작사, 김종률 작곡으로 되어 있다. 이 곡은 ‘5.18 민주화운동’ 당시 전남도청 점거 중 계엄군에 사살된 시민군 대변인 윤상원과 ‘들불야학’을 운영하다 노동현장에서 숨진 박기순의 ‘영혼결혼식’에 헌정된 곡이다. (관련 기사)

서울신문에 따르면, 이 곡은 소설가 황석영 씨가 1981년 김종률, 전용호, 오정묵 등 광주지역 문화예술인 10여 명과 함께 윤 씨와 박 씨의 영혼을 기리고, 오월 항쟁을 추모하는 노래를 만들 것을 제안하면서 만들어졌다. 당시 황 씨는 시민사회운동가 백기완 씨의 옥중 시 ‘묏비나리’의 일부를 차용해 가사를 썼고, 당시 전남대 학생이던 김종률 씨가 작곡해 완성했다.

방 씨가 간첩이라고 언급한 작곡가 윤이상은 한국 태생이었으나 대부분 독일에서 활동했으며 오페라 ‘나비의 미망인’, ‘심청’ 등을 작곡했고 광주민주화운동의 희생자를 기리는 ‘광주여 영원히’ 등 관현악도 발표했다. 1967년 북한을 방문했다가 재독 인사를 간첩단으로 조작한 이른바 ‘동백림 사건’에 연루돼 고문을 당하고 옥고를 치렀다.

또 ‘임을 위한 행진곡’이 ‘김일성 찬양가’라는 주장은 아무런 근거가 없는 일방적인 주장이다. 오히려 북한 출신인 동아일보 주성하 기자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노래를 배울 땐 남조선 투쟁가요라고 알았을 뿐이다. 그런데 남조선에 와보니 이번엔 북한을 찬양하는 종북가요라고 한다. 종북가요면 북한에 널리 퍼져야 할 텐데 전혀 아니다. 이 노래 허락없이 부르면 북한에서도 잡혀가 정치범이 된다.”고 밝혔다.

‘5.18광주폭동 핵심으로 보상금 받고 월북한 대동고출신 윤기권’에 대한 근거도 없다. 온라인 극우보수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비슷한 내용을 찾을 수 있지만, 공식적인 기록은 물론 주요 언론의 보도도 찾을 수 없다.

5.18관련 인사의 월북과 관련해서는 바른미래당 하태경 의원이 보훈처에 확인한 결과, “‘5.18 유공자 2명 월북’ 주장 관련하여 본 의원실이 보훈처에 확인한 결과 보훈처는 월북 확인된 사람은 없다고 공식 답변했다”는 중앙일보의 <하태경, 보훈처에 물어보니...정미홍 ‘월북’ 주장은 유언비어>보도가 유일했다.

김문수, '개헌은 문재인 집권연장' 음모론 제기

19일 오전에는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의 페이스북 발언이 논란이 됐다. 김 전 지사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문재인대통령이 국회를 제치고 직접 발의하는 4번째 개헌을 통해 5년 단임제 대통령을 4년 중임제로 바꾸려고 합니다. 박근혜대통령은 5년 임기도 못 마치게 끌어내려 감옥 보내 놓고, 문재인대통령 자신은 현행 5년 단임제 대통령을 4년 중임제로 개헌하여 8년으로 집권연장을 꾀할 수 있게 하려니, 이게 뭡니까?”는 내용을 게시했다.

하지만 이 주장은 거짓이다. 헌법 제128조 2항에 따르면 “대통령의 임기 연장 또는 중임변경을 위한 헌법 개정은 그 헌법 개정 제안 당시의 대통령에 대하여는 효력이 없다”고 규정돼 있다.

미디어오늘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 역시 이 같은 오해를 우려해 지난 13일 국민헌법자문특별위원회의 초청 오찬에서 “지금 4년 중임제를 한다면 그 제도는 저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 차기 대통령부터 적용된다”면서 “혹시라도 이 개헌이 저에게 무슨 정치적인 이득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오해들도 있고 실제로 그렇게 호도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그 점에 대해서 분명히 해 주시면 좋겠다”고 밝혔다.

전희경, '고은 주례설' 루머로 도종환 공격

‘보수인사’의 실언은 또 이어졌다. 자유한국당 전희경 의원은 19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에서 도종환 장관에게 고은 시인의 성폭력 논란을 언급하며, “도종환 장관은 (고은 시인의 성폭력 의혹을) 사전에 모르고 있었나?”라고 질의했다. 전 의원은 “도종환 장관의 결혼식 주례를 고은 시인이 서 줬다고 하던데”라며 이를 이유로 고은 시인 관련 사안을 문화체육관광부가 제대로 조사할 수 있을지에 대해 의문을 나타냈다.

그러자 도종환 장관은 “제 결혼식 주례는 신부님이 섰다. 고은 시인은 주례를 선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이에 전희경 의원은 “언론 보도를 보고 말씀드린 것이다. 문화체육관광부에서 불편부당하게 조사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도 장관은 "가짜뉴스가 많다"며 확인을 해보고 질의해 줄 것을 요청했다. 전 의원은 언론보도를 보았다고 했는데, 그 같은 언론보도는 찾을 수 없다. 극우커뮤니티의 루머나 가짜뉴스를 본 것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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