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부채 절반이 공무원ㆍ군인연금 충당부채"는 사실?

  • 기자명 이상민
  • 기사승인 2018.03.29 0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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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국가 부채가 사상처음으로 1500조원이 넘었다.” “부채의 절반 이상이 공무원연금, 군인연금 충당부채다.”

2017년 국가 결산 보고서가 발표되었다. 많은 언론에서 17년 국가 결산의 핵심을 ‘사상 처음’ 1500조원을 초과한 국가부채를 지적했다. 그리고 1500조원의 국가부채의 절반 이상의 책임은 공무원연금 충당부채라고 한다.

2017년 국가 결산 보고서 발표 뒤 언론들은 국가부채에서 공무원연금 충당부채가 차지하는 비중에 대해 크게 보도했다. 공무원 연금에 대한 공격의 일종이었다. 그런데 공무원연금은 2015년 개혁돼서 국가 재정에 큰 부담이 되지 않는다. 사진은 연합뉴스와 조선비즈 기사 캡쳐.

 

우리나라 정부의 17년 총지출은 얼마일까? 400조원이다. 국가 부채가 1500조원이 넘는다면 국가부채가 우리나라 1년 전체 예산의 거의 4배에 육박한다는 얘기다.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와 맞먹는 금액이다. 결국 저 기사가 맞다면 우리나라 전체 GDP가 우리나라의 빚을 갚는데만 쓰여야 한다는 의미다. 그것도 공무원과 군인의 연금을 대신 갚는 빚이 절반 이상이라니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결론부터 말하자. 연금충당부채는 국가가 대신 갚아야 할 빚이 아니다. 국가가 갚아야 할 돈은 충당부채 전액이 아니라 연금수지 차이에 불과하다. 그리고 지난 2015년 공무원연금 개혁의 효과는 반영되지 않았다.

공무원이 납입한 금액은 '충당부채'에 반영 안돼

우리나라에서 제일 부채가 많은 기업은 어디일까?

정답은 국민은행이다. 자그마치 284조원이나 된다. 우리나라 1년 총예산이 400조원이니 얼마나 부채가 많은지 알 수 있다. 그럼 이렇게 부채가 많은 국민은행은 재정적으로 위험하지 않을까? 내가 맡긴 국민은행 예금을 인출해야 할까?

국민은행 2016년 재무제표를 들여다 보면 오해가 풀린다. 국민은행 부채총계의 대부분(236조원)은 예수부채다. 예수부채가 무엇일까. 내가 국민은행에 돈을 맡기면 은행 입장에서는 부채가 생긴다. 내가 맡긴 돈 만큼(거기에 이자까지 붙여서) 나한테 돌려주어야 하니까 회계적으로는 부채로 계상되어야 한다.

그렇게 생긴 예수부채가 무려 236조원이라 하더라도 걱정할 필요 없다. 예수부채가 쌓인 것 만큼 거기에 대응하는 자산인 대출채권이 생기기 마련이다. 은행은 나한테 받은 돈을 대출을 해서 예대마진(예금금리와 대출금리의 차이)을 통해 수익을 창출한다.

실제로 국민은행 2016년 재무제표를 보니 예수부채가 236조원이고 대출채권이 237조원이다. 대출채권이 예수부채보다 약 1조원 더 많으니 우리는 국민은행이 부채가 많다고 걱정할 필요 없다. 그렇다고 재무제표에 대출채권과 예수부채를 상계해서(퉁쳐서) 대출채권 1조원이라고 계상하면 안 된다. 자산과 부채를 상계하지 않는 것이 회계의 원칙이다. 결국, 국민은행에 사람들이 돈을 많이 예금할 수록 예수부채는 증가할 수 밖에 없다.

*국민은행 2016년 재무제표

자산총계

307.1

부채총계

284

- 대출채권

237

- 예수부채

236

 

공무원연금충당부채도 마찬가지다.

공무원연금은 공무원이 자신의 월급에서 일정부분을 기여하고 나중에 연금을 받는 구조로 설계되어 있다. 공무원의 기여금이 많으면 많을수록 국가입장에서는 부채가 생긴다. 공무원이 기여한 돈에 적절한 지급률을 감안하여 부채 항목에 계상한다. 다만, 은행은 예수부채 항목에 계상되지만 공무원연금은 먼 미래에 공무원에게 줄 연금금액을 현재가치로 환산하여 충당부채 항목에 계상하게 된다.

은행이 대출채권과 예수부채를 상계하지(퉁치지) 않는 것처럼 공무원의 기여금을 통해 형성된 자산과 공무원에게 주어야 할 금액을 상계하면 안 된다.

결국, 은행은 많은 고객들이 돈을 예치할 수록 부채가 늘어나는 것처럼, 국가도 공무원들이 많은 기여금을 납입할 수록 공무원충당부채가 늘어나게 되는 구조다.

 

공무원연금 충당부채 규모가 아니라 수지차이가 중요

그러나 은행의 부채와 공무원연금충당부채의 차이는 있다. 은행은 대출채권이 예수부채보다 조금더 많다. 그래서 은행의 부채가 늘어나면 늘어날 수록(고객들이 돈을 많이 맡길 수록) 은행은 건전해 진다.

반면, 공무원 연금은 공무원이 납입한 기여금이나 국가가 부담한 금액보다 더 많은 금액을 연금으로 받게 된다. 노후를 위해 돈을 적립하는 연금의 특징상 낸 것보다 더 많이 가져가는 것은 당연하다. 그래서 기여하거나 부담한 금액대비 연금수익으로 가져가는 금액의 차이인 연금수지차이 만큼 국가가 부담해야 할 보전금이 된다.

그 수지차이가 얼마일까? 지난 2015년 공무원연금개혁백서 자료를 보면, 올해 18년도 수지차는 2.2조원이다. 국민이 공무원연금 으로 보전해주어야 할 금액은 공무원연금충당부채 675조원이라는 규모와는 큰 상관이 없다. 대신 매년 발생하는 공무원연금 수지차가 보전금액이 된다. 2.2조원은 많은 금액일까 적은 금액일까. 올해 중앙부처 공무원 임금 총액은  33조원이다. 2.2조원은 임금 총액 대비 7% 미만이라면 감내할 수 있는 금액으로 보이긴 한다.

그러나 올해는 2.2조원이지만 10년뒤인 2028년에는 약 8조원으로 증가한다는 사실을 감안해보면 적어 보이지는 않는다. 보전해 주어야 할 공무원연금 수지차가 지나치게 큰 금액인지 합리적인 금액인지 알고자 한다면 국민연금과 비교해야 한다. 국민연금도 연금의 특징상 자신이 내는 기여금보다 더 많은 돈을 가져간다. 만약 자신이 낸 돈 보다도 적은 금액을 가져가면 그것은 연금이 아니라 부담금이다.

 

2015년 공무원 연금개혁 이뤄져...국민연금 수익비와 비슷

지난 2015년 공무원연금개혁이 이루어졌다. 이전 공무원연금 기여율이 공무원 7%에서 9%로 늘어났다. 자신소득 중에 7%를 납입하다가 9%를 납입하도록 단계적으로 인상했다. 국민연금 기여율이 4.5%인 것과 비교해보면 공무원이 두 배 더 많은 돈을 납입해야 한다.

그 결과 수익비가 과거 2배가 넘었던 것에서 1.48배로 낮춰졌다. 국민연금 수익비가 약 1.5배라는 것과 비교하면(월 300만원 소득자 기준) 국민연금과 동일한 수준으로 맞춰졌다. 즉, 내는 돈과 받는 돈의 비율을 감안하면 공무원연금과 국민연금간의 차이는 사실상 없어졌다고 해석 가능하다. 연금 지급개시연령도 기존 61세에서 65세로 국민연금과 동일하게 단계적으로 인상하기로 했다.

결국, 기획재정부도 과거 제도 영향이 남아있어 적자는 지속되지만 “개혁의 영향을 받는 대상으로 한정할 경우는 수지가 흑자”라고 설명한다. 즉, 현재 국민연금은 흑자이고 공무원연금은 적자인 이유는 과거 2015년 연금개혁 전의 영향이며 2015년 연금 개혁 이후에는 국민연금과 이미 비슷한 수익비로 전환되었다.

그런데 공무원연금 충당부채의 규모는 2015년 공무원연금개혁을 반영하지 못한다. 충당부채는 정의상 과거의 행동에 따른 현재의무를 부채규모로 측정하는 것이다. 이 말은 과거에 봉직한 공무원에게 주어야 할 연금액을 측정하는 것이지 미래에 발생 할 연금금액은 측정하지 않는다.

결국, 15년 공무원연금 개혁은 소급입법이 아닌 이상 미래의 연금제도에만 영향을 미치게 된다. 그러나 충당부채의 정의상 미래에 발생할 연금 금액은 계산되지 않는다. 극단적으로 내년부터 발생하는 공무원연금 지급액을 0원으로 하는 법안이 올해 통과되더라도 공무원연금충당부채의 규모는 변화하지 않는다. 충당부채는 정의상 미래에 발생할 연금금액은 측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는 지난 15년 연금개혁으로 2085년까지 70년동안 497조원이 감소되는 것으로 계산되는 공무원연금 수지차와 뚜렷하게 대조된다.

 

수익비 높고 수급연령 제한 없는 군인 연금이 문제

공무원연금은 이미 지난 2015년 개혁이 이루졌다. 그러나 문제는 군인연금이다. 군인연금은 아직 본인 기여금이 7%에 머물고 있다. 재직기간 20년 기준 수익비는 공무원연금이 1.4배인데 반해 군인연금은 1.9배다. 2015년 기준으로 300만원 이상 수급자가 2만5000명으로 군인연금 전체지출의 약 40%에 달한다.

군인연금의 가장 큰 문제점은 수급연령의 제한이 없다는 점이다. 국민연금과 공무원연금은 기존 60세에서 65세로 단계적으로 인상하는 중이다. 그러나 군인연금은 연금 수급 연령에 제한이 전혀 없다. 퇴직 직후 즉시 수급하게 된다. 19살에 군인이 되어서 39살에 전역하면 그 즉시 군인연금을 수령하게 된다. 39살 부터 군인연금을 평생받게 되는 구조다. 특히, 39살 전역 이후 취업에 성공해도 평균임금에 미달한다면 군인연금 전액을 수령하게 된다. 다른 직역연금에 비해 특혜가 지나치다. 

이제 회계상 개념에 불과한 연금충당부채에 대한 관심을 군인연금제도 개혁으로 전환하는 것은 어떨까.

이상민 팩트체커는 나라살림연구소 연구위원이다. 나라살림연구소는 국가재정의 혁신방안을 연구하는 연구기관이다. 중앙과 지방 재정을 모니터링해 문제점 파악 및 대안을 모색하고 예산전문가를 육성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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