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gotiator? Mediator? 문 대통령 묘사한 외신표현을 보니

  • 기자명 박기범
  • 기사승인 2018.04.04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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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협상가로서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해외 언론의 관심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을 성사시킨 담대함과 과감함, 그리고 해외 각국을 순방하며 외교적 난제를 풀어내는 능력에 칭찬이 쏟아지고 있는 것이다. 이 글에서는 해외 언론이 어떤 표현으로 문 대통령을 묘사하는지, 그 표현의 정확한 의미는 무엇인지 살펴보고자 한다.

영어 Moon으로 표기되는 문 대통령의 이름 때문에, 외신은 종종 그를 달에 비유한다. 네덜란드의 한 금융분석 보고서는 문재인 대통령 집권하의 한국 경제 전망에 대한 보고서에서 '빛과 그림자'를 뜻하는 'light and shadow' 대신 'moonlight and shadow'라는 표현을 사용하기도 했다. 

달의 이미지는 다른 기사에서도 차용됐다. 미국의 주간 정치ㆍ경제 전문지 '유에스 뉴스 앤드 월드 리포트(US News & World Report)'는 지난 3월 22일 문재인 대통령의 베트남과 UAE 방문에 대해 보도했다.  기사의 제목은 'Moon Over Vietnam and UAE: South Korea’s Unlikely Rise to Global Power'다. 문 대통령의 양국 방문을 Moon Over Vietnam and UAE라고 표현한 것이 재미 있다. '베트남과 UAE 위에 뜬 달'이라는 뜻으로 비유했기 때문이다. 

이 기사의 제목에 등장하는 unlikely는 '있을 것 같지 않은' 혹은 '믿기 힘든' 정도의 의미를 가진 형용사다. rise는 '상승'이나 '오름'을 뜻한다. 문 대통령의 외교력으로 한국이 강대국의 반열에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올라서고 있다는 분석이다.    

유에스 뉴스 앤드 월드 리포트는 문재인 대통령을 irreplaceable international mediator and diplomatic force라고 묘사했다.

이 기사는 또한, irreplaceable international mediator and diplomatic force라는 표현으로 한국의 국제적 영향력 확대 움직임을 주목했다. irreplaceable은 '대체불가능한'이란 형용사다. '대체하다'라는 뜻의 동사 replace와 '가능한'의 의미를 가진 접미사 [-able]로 구성된 replaceable(대체할 수 있는)의 앞에 '부정'이나 '반대'를 뜻하는 접두사 [ir-]을 조합한 단어다. 

mediator라는 단어는 '중재자'라는 의미의 명사다.'중재하다'라는 뜻의 동사 mediate 뒤에 사람을 뜻하는 접미사 [-or]을 붙인 형태다. [medi-]라는 어근은 '가운데' 혹은 '중간'의 뜻을 가진다. medium (중간의, 중간매체), media (매체, 언론), median (중간값), medieval (중세 시대의), Mediterranean (지중해의), mediocre (그저 그런, 보잘 것 없는) 등의 단어들에는 공통적으로 '중간'의 개념이 포함되어 있다. 또 diplomatic force는 '외교력'으로 번역 가능하다. '외교'를 뜻하는 diplomacy의 형용사 diplomatic에 '힘'을 뜻하는 force가 합쳐진 형태다. 

이 기사가 문재인 대통령을 '대체불가능한 중재자(irreplaceable mediator)'로 인정한 것처럼 보도한 라디오 방송도 있었지만 이는 약간 과장이다. 기사 원문은 "지역 이슈들에 대한 그(문 대통령)의 투자는 대체불가능한 중재자와 외교 주체로서 서울의 커져가는 영향력을 입증하게 될 것이다(his investment in local issues will attest to Seoul's growing influence as an irreplaceable international mediator and diplomatic force)" 라고 밝히고 있다. 

쉽게 말해, 문 대통령의 베트남, UAE 방문을 통해 국제 무대에서 확장하고 있는 한국의 외교적 위상을 가늠할 수 있다는 뜻이다. 엄밀하게 말해 문 대통령 개인의 외교적 능력을 칭찬했다기 보다는 최근 한국 외교의 눈부신 성장을 평가했다고 봐야 한다. 물론 그 중심에 문 대통령의 리더십이 있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문재인 대통령을 협상가로 묘사한 타임지 기사 The Negotiator.

지난 2017년 5월에는 타임지(TIME)가 문재인 대통령 당선 소식을 전하며 그를 '협상가(negotiator)'로 묘사해 화제가 된 적도 있다. negotiate라는 단어는 '협상하다'라는 의미의 동사다. 라틴어 어원 negōtium은 원래 '사업(business)'을 의미했다. '아니다(not)'의 의미인 접두사 [nec-]와 '여가 혹은 자유시간(leisure)'을 의미하는 ōtium이 합쳐진 단어로서 '여가 아닌 것' 혹은 '자유시간이 아닌 것'을 가리킨다. 

사업의 핵심은 결국 협상을 통한 상호 합의에 도달하는 것이다. 그리고 협상은 '장난이 아닌 것'이다. 취임 후 1년도 채 안된 현 상황에서 이미 동아시아 평화구축을 위한 협상 테이블 한복판을 차지한 문 대통령에 대한 정확한 예측이었다.   

2017년 7월에는 미국의 디 애틀랜틱(The Atlantic)지가 '문재인 대통령이 북한 핵 위기를 해결할 적임자일지도 모른다'고 보도했다. 기사제목은 'South Korea's President May Be Just the Man to Solve the North Korea Crisis'였다. 특히 2005년 한국의 동북아 균형자론(Balancer's Role)을 언급해 많은 비난과 조롱을 받았던 노무현 대통령을 언급하며, 그 꿈을 대신 실현할 기회가 문재인 대통령에게 주어졌다는 기대감도 표시했다. (Roh's former chief of staff Moon Jae In may have the chance to elevate South Korea into the precise role Roh predicted: a balancer of interests for China and the United States over the Korean Peninsula.)

디애틀랜틱의 기사 South Korea's President May Be Just the Man to Solve the North Korea Crisis

기사는 마지막으로 "문 대통령이 전임 노무현 대통령을 망상에 젖은 수다쟁이로 만들 것인지, 아니면 선견지명이 있는 지도자로 만들 것인지 알게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We are about to see whether Moon Jae In would make his old boss a delusional windbag, or a prescient visionary.)

이상 몇 가지 언론에 등장한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기사들을 살펴봤다. 촛불혁명을 통해 시민권력이 창출한 문재인 정부에 대한 외신들의 기대와 예상은 매우 호의적이었다. 북한의 핵 위기 극복과 한반도 및 동아시아의 평화 정착을 위한 분위기가 무르익는 가운데, 다시 한번 그 예측이 적중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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