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6명 중 0, 지방선거 여성 잔혹사

  • 기자명 김준일 기자
  • 기사승인 2018.05.08 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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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3일 한국여성단체연합이 성명서를 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광역단체장 여성 후보가 한명도 없는 것을 비판하는 내용이었다. 이에 앞서 민주당 여성의원들이 광역단체장 여성후보 전략공천을 요구했지만 결국 무산됐다. 정치권에서 여성은 소수자지만 특히 지방선거에서는 존재감이 없다. 왜 지방선거에서 여성은 존재감이 없을까. 지방선거의 여성 잔혹사를 통계로 알아봤다.

1. 건국 이래 여성 광역단체장은 한 명도 없었다.

1995년 지방자치제도 시행 이후 여섯번의 지방선거를 치렀다. 총 96명의 광역자치단체장(시도지사)이 있었는데 여성 광역자치단체장은 한 명도 없었다. 여성 대통령은 2012년 박근혜 대통령이 있었고, 여성 총리는 2006년 한명숙 총리가 있었다. 지역정치에서 여성이 최고가 되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를, 대한민국의 유리천장이 얼마나 공고한지를 보여주는 상징적 사례다. 

도전 사례는 몇 번 있었다. 2006년 강금실 열린우리당 후보가, 2010년에 한명숙 민주당 후보가, 2011년 재보궐선거에 나경원 한나라당 후보가 서울시장에 출마했지만 모두 낙선했다. 올해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예비후보가 도전장을 냈지만 3선에 도전하는 박원순 시장에 막혔다. 

참고로 여성 장관은 손에 꼽을 정도고 국회의원은 비례대표 여성 안배 때문에 상대적으로 많다. 2018년 5월 현재 5개 주요 정당 중 3개 정당 대표가 여성이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 조배숙 민주평화당 대표, 이정미 정의당 대표 등이다.

 

2. 여성 기초단체장은 전체 1%대다.

한국 지방자치단체장의 사회적 배경의 변화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여섯 번의 지방선거에서 선출된 1474명(광역 96명·기초 1378명)의 자치단체장 가운데 여성은 20명(1.4%)이었다. 그나마 최근에 증가 추세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선거통계시스템에 따르면 2014년 제 6회 지방선거에 당선된 기초단체장 226명 중 여성은 9명(3.98%)으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2010년 선거때  여성은 6명이었으며 2006년엔 3명이었다. 

 

3. 민주당과 한국당은 여성후보 공천 관련 차이가 없다.

더불어민주당은 17곳에 공천을 했지만 여성 광역단체장 후보를 한명도 내지 않았다. 14곳에 후보를 낸 자유한국당에선 8일 현재 송아영 세종시장 후보가 여성으로서 유일하다. 9곳에 후보를 낸 바른미래당에도 여성 후보가 없으며 정의당엔 박주미 부산시장 후보만 여성이다. 광역단체장 경선에 도전한 여성이 적기 때문에 후보도 적다는 지적도 나온다. 민주당에선 박영선 서울시장 예비후보, 홍미영 인천시장 예비후보, 양향자 광주시장 예비후보 등이 나온 바 있다. 

 

4. 현행 경선방식은 여성과 신인에게 불리하다.

지방선거에서 여성이 뽑히기 힘든 이유 중 하나는 사람들의 보수적 인식이다. 시도지사는 '어르신'이 해야 한다는 유교적 정서가 뿌리깊게 박혀 있다. 국회의원은 '원오브뎀'이기에 여성이나 젊은층도 괜찮지만 단체장은 연륜이 필요한 직종이기 때문에 50대 이상 남성을 선호한다는 것이다.   

비례대표 의원은 의무 할당을 하기 때문에 여성진출이 늘었지만, 시도지사 후보는 여성할당제를 도입하기가 쉽지 않다. 특정 지역을 전략공천할 경우 논란이 커질 가능성이 있는데다 상대적으로 조직세가 약한 여성후보를 내세울 경우 다른 정당 후보에게 패배할 수도 있다는 두려움이 크기 때문이다.  

'2014 지방선거 결과 분석을 통한 정치분야 여성대표성 제고 방안 모색' 보고서에 따르면 여성후보는 정보부족과 경선 조직 열세 등으로 고전했으며 경선과정에서 여론조사방식을 도입해도 실제 큰 수혜를 보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직력이 약한 여성후보들이 여론조사 방식을 선호해도 여론조사과정의 편파성으로 도움을 받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현재 여성가산점 제도를 실시하더라도 예선 통과가 힘든만큼 가산점의 표본과 비율을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5. 지역구 여성할당제는 도입된 적이 없다.  

현행 공직선거법 14조에 따르면 정당이 비례대표 국회의원 선거와 비례대표 지방의회 의원 선거에 후보자를 추천할 때, 그 후보자 중 100분의 50 이상을 여성으로 추천하되, 후보자 명부의순위의 매 홀수마다 여성을 추천하여야 한다는 의무사항을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규정에서 지역구는 예외다. 지역구 국회의원 선거와 지역구 지방의회 선거에서 후보자의 30%를 여성으로 추천할 것을 권고하고 있지만 지켜지지 않고 있다. 지역구 지방의회 의원 선거에서는 지역구시· 도의원 선거 또는 지역구 자치구·시· 군 의원 선거 중 어느 하나에 국회의원 지역구마다 1명 이상을 여성으로 추천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결국 비례대표만 여성할당제를 실시하다보니 지방의회는 남성이 지배하는 구조다. 7번의 선거에서 선출된 지방의원 2만9814명중 여성은 2452명으로 8.2%에 그쳤다. 지역구도 여성할당제를 해야할 필요성이 제기되는 이유다. 여성단체들은 지역구 여성 후보 30% 공천 등 여성할당제 엄수를 주장하고 있다. 

 

6. 원외진보정당은 여성후보를 많이 낸다. 

원내 정당은 여성 후보를 내는데 있어서 대동소이하지만 원외 진보정당은 확연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여성 후보를 많이 낼 뿐더러 나이도 상대적으로 젊다. 당선 가능성은 낮지만 생활정치의 구현을 위해 후보의 다양성에 의미를 둔 것이다. 녹색당의 경우 최근 더불어민주당의 광역단체장 후보 지도와 비교하면 자신들이 얼마나 여성친화적 정당인지 알리는데 주력하고 있다. 녹색당 서울시장 후보는 1990년생 신지예씨로 27살 여성이다. 

7. 광역단체장 후보 고령화가 심하다

60대 남성. 지방선거 후보자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단어다. 더불어민주당 광역단체장 후보 17명의 평균 나이는 60.2세로 환갑을 넘었다. 가장 젊은 후보는 김경수 경남지사와 오중기 경북지사 후보로 67년생 50세다. 이시종 충북지사 후보는 71세, 오거돈 부산시장 후보는 69세 등으로 나이가 상대적으로 많다. 자유한국당 역시 비슷하다. 김문수 서울시장 후보는 66세, 이인제 충남지사 후보는 69세다. 유일한 여성 후보인 송아영 세종시장 후보는 54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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