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맛나는 세상'은 [살:맏]일까 [살맏]일까

  • 기자명 정재환
  • 기사승인 2018.05.09 0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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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3일 더불어민주당은 대한애국당 대표 조원진 의원을 허위사실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했다. 조 의원이 지난 달 28일 열린 태극기 집회에서 “판문점 선언은 무효”라며 문 대통령을 향해 “미친 ××다. 핵 폐기에 대해서는 한 마디도 안 하고 이런 미친 ××가 어디 있나. 있을 수 없는 짓을 해버렸다”며 막말을 했기 때문이다.

출처: 조원진 의원 페이스북

이럴 때 ‘깜놀’이라는 표현을 쓰는 걸까? 그가 한 말의 일부가 ‘××’로 가려져 있지만, 삼척동자도 ‘×’ 뒤에 가려진 ‘ㅅ’을 쉽게 상상할 수 있다. 경우에 따라 대통령을 비판할 수 있다. 대통령도 비판받을 수 있다. 하지만 조 의원의 원색적인 ‘ㅅ’의 사용은 국민을 대변하는 국회의원의 품격에 대한 크나큰 실망·낙담·좌절·회의와 함께 한국어 사용자로 하여금 ‘ㅅ’의 사용에 대한 진지한 성찰을 다시금 요청했다.

‘ㅅ’은 언제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 것이 좋을까? 슬며시 자리를 옮겨 ‘사이시옷의 비밀 (6)’으로 넘어가 보자. 한글맞춤법 제4장 제4절 제30항 2의 (3)에 따르면, 순우리말과 한자어로 된 합성어로서 앞말이 모음으로 끝난 경우, 뒷말의 첫소리 모음 앞에서 ‘ㄴㄴ’ 소리가 덧날 때 사이시옷이 들어간다.

‘필요 밖의 일’을 뜻하는 ‘가욋일’은 한자어 ‘가외(加外)’와 순우리말 ‘일’이 합쳐진 낱말이다. ‘가외’와 ‘일’이 만났을 때, 뒷말 ‘일’의 첫소리 모음 앞에서 ‘ㄴㄴ’ 소리가 덧나 [가왼닐/가웬닐]로 발음되기에 그 소릿값을 표기하기 위해 사이시옷이 들어갔다.

위에 등장한 ‘소릿값’을 ‘소리값’으로 쓰면 안 된다. ‘사이시옷의 비밀 (1)’에서 일찍이 확인했듯이 ‘순우리말로 된 합성어로서 앞말이 모음으로 끝난 경우, 뒷말의 첫소리가 된소리로 날 때 사이시옷이 들어간다’는 제30항 1의 (1)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소리’와 ‘값’이 만나면 그 발음은 [소리갑]이 아니고 [소리깝/소릳깝]이다.

 

한자어 사사(私私) + 순우리말 일 → 뒷말의 첫소리 모음 앞에서 ‘ㄴㄴ’ 소리가 덧나므로 ⇒ 사삿일[사산닐]
한자어 예사(例事) + 순우리말 일 → 뒷말의 첫소리 모음 앞에서 ‘ㄴㄴ’ 소리가 덧나므로 ⇒ 예삿일[예ː산닐]
한자어 후(後) + 순우리말 일 → 뒷말의 첫소리 모음 앞에서 ‘ㄴㄴ’ 소리가 덧나므로 ⇒ 훗일[훈ː닐]

 

예시된 4낱말 이외에 또 어떤 합성어가 있는지 퍼뜩 떠오르지 않는 것은 필자가 어휘력이 몹시 빈곤하기 때문이다. 물을 뿌린 것은 아니지만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하다. 아무쪼록 존경하는 독자들께서 이에 해당하는 낱말을 여럿 찾아 필자의 부족함을 메꿔 주시기 바란다.

사족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지만, 우리말에는 장단이 있는데, 이 또한 우리말에서 엄청 어렵고 까다로운 부분 중 하나다. 산수와 비슷한 의미를 갖는 ‘수학’의 ‘수’는 길고, 수학능력시험의 ‘수’는 짧다는 것을 얼마나 많은 이들이 알고 있을까? 장음인가, 단음인가? 궁금할 때는 사전을 찾아보자. 사전은 언제나 매우 친절하게 우리에게 모든 것을 설명해 주며, 장단음까지도 자상하게 구분해 준다.

 

수학(受學) 「명사」 학문을 배우거나 수업을 받음.
수학(數學)[수ː-] 「명사」『수학』 수량 및 공간의 성질에 관하여 연구하는 학문. 대수학, 기하학, 해석학 및 이를 응용하는 학문을 통틀어 이르는 말이다.

 

눈치를 챘겠지만, 장음인 경우, 소릿값을 표기할 때 사용하는 대괄호([ ]) 안에 장음 부호( ː )로 표시하고 있으므로, 장음 부호( ː )가 붙은 글자를 길게 발음한다. 따라서 학문을 배우거나 수업을 받는다는 의미의 낱말인 ‘수학’을 발음할 때는 ‘수’를 짧게 소리 내고, 수학(數學)의 ‘수’는 길게 발음해야 한다.

신한행명 기업PR '살맛난다' 자료

위 제30항 2의 (3)의 예로 나온 4낱말 중 ‘예삿일’과 ‘훗일’의 ‘예’와 ‘후[훈]’은 장음이므로 길게 발음해야 한다. 사이시옷도 골치 아픈데 장단음까지? 위로가 될지 모르지만, 훈민정음 창제 시에 있었던 4성이 어느 틈엔가 알게 모르게 사라진 것처럼, 장단의 구분도 점차 흐릿해질 것이다. 그래도 ‘[살ː맏]나는 세상’을 ‘살맛나는 세상’이라고 하지 말고, 막말이나 ‘××’ 같은 표현으로 국민들의 ‘살맛[살ː맏]’을 떨어뜨리는 기행도 더 이상은 예삿일처럼 하지 말아줄 것을 정중하고 간곡하게 부탁드린다.

살-맛01[-맏]

「명사」

「1」남의 살과 서로 맞닿았을 때 느끼는 느낌.

「2」성행위에서 상대편의 육체로부터 느껴지는 쾌감을 속되게 이르는 말.

 

살-맛02[살ː맏]

「명사」

세상을 살아가는 재미나 의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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