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전용기 추락하면..." 아소 다로는 왜 막말을 하는가

  • 기자명 홍상현
  • 기사승인 2018.05.21 0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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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북미 정상회담을 위해 싱가포르로 향할 북한의 비행기를 언급하며 ‘추락’이라는 표현을 쓴 것은 딱히 새롭지도, 충격적이지도 않다. 햇수로 40년째에 접어든 그의 ‘막말 정치’를 돌이켜보면 신경질을 내는 것조차 낭비라고 느껴지기 때문이다. 아베 신조 내각의 2인자, 아소 다로 부총리 겸 재무상의 이야기다.

아소 다로 일본 부총리 겸 재무상. 출처:블룸버그

역사문제에 대한 무반성, 파시즘 옹호, 여성을 비롯한 사회적 약자에 대한 온갖 혐오 등 가히 ‘망언의 백화점’이라 할 만한 그의 언동 가운데 필자가 유난히 자세하게 기억하는 것은 21세기로 들어설 무렵 이미 환갑을 넘겨버린 그가 질릴 만큼 쏟아냈던 노인폄하 발언이다.

우선 떠오르는 것은 2006년 9월 거리연설. 당시 외무상으로 내각 관방장관이던 아베 신조와 대권경쟁을 벌였던 그는 "고령자의 85퍼센트는 주변에 폐가 될 정도로 건강하다"며 노인들을 자극했다. 그리고 총재선거에서 두 배 이상의 표차이로 고배를 마신지 3개월 뒤, 설욕의 기회를 노리며 자신의 계파를 결성한지는 막 한 달이 지났을 무렵, 아이치 현의 강연회 자리에서 작심한 듯 같은 표현을 반복했다. 

초초고령화사회인 일본에서 대중정치인으로 살아가는 그는 왜 하필이면 노인을 공격했을까. 이순의 나이에도 건강하게 지내는 사람들에게 무슨 이유로 날을 세웠을까. (물론 그의 혐오발언은 대상이 무척 고르게 분포되어 있지만, 그중에서도 노인들에 대한 것은 내용은 노골적이다) 그 배경은 제1차 아베 내각 이후 찾아온 자민당 정권의 혼란기에 결국 대권의 꿈을 이룬 그가 총리 취임 후 첫 번째로 진행한 재정경제자문회에서 한 발언을 통해 드러난다.

“빈둥빈둥 놀고먹으면서 아무런 일도 안 하는 사람들 몫(의료비)을 왜 내가 내줘야 하나?”

아소 내각은 이른바 “노인 차별 의료제도”라 불리는 후기고령자의료제도를 안고 출범했다. 고령기의 적절한 의료 확보를 도모하기 위해 의료비 적정화를 추진한다는 구실을 내세운 이 제도는 사실상 75세 이상 노인들을 국민건강보험의 혜택으로부터 제외시키고 연금에서 원천 징수 보험료를 걷는 방법을 통해, 외래진료와 입원검진 등 의료의 모든 분야에서 차별하는 제도였다. 

그 뿌리는 고이즈미 준이치로 내각에서 이른바 ‘성역 없는 개혁’으로 포장된 구조개혁과 규제완화 즉, 강력한 신자유주의 경제정책에 있었다. 거품경제 붕괴 이후 시작된 장기침체의 늪에서 축적된 사회적 분노를 ‘개혁세력’과 ‘저항세력’의 이분법적 대결구도로 자극했던 고이즈미의 극장정치는 흥행 면에서는 확실히 성공했다. 그러나 고이즈미가 입이 마르도록 선전하던 경기부양은 일어나지 않았다. 실제로 고이즈미가 퇴임 1년여를 남겨놓고 있던 2005년 5월 내각부 산하 경제사회종합연구소가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일본의 1997년부터 확대된 일본의 빈부격차는 비정규 고용 증가로 특히 청년들 사이에서 급물살을 탔다. 

여기에 설상가상으로 격으로 2008년 9월 15일 미국의 투자은행 리먼 브라더스 파산에서 시작된 글로벌 금융 위기가 열도를 덮쳤다. ‘비용삭감(コスト削減)’이라는 유행어와 함께 종신고용기업의 자리를 메꾼 것은 과중노동과 불법노동, 파워 해러스먼트(power harassment) 등으로 상징되는 블랙기업이었다. 신자유주의 확산으로 인한 빈부격차 확대가 교육현장의 학원폭력 급증과 겹치는 것에서도 알 수 있듯, 극에 달해있던 젊은 세대의 박탈감과 분노를 이용해 정치 공학적 이익을 챙기려는 이들에게 고령자는 최적의 먹잇감이었다. 하지만 아소는 총리 취임 이외에 아무 것도 이루지 못한 채 55년 체제를 붕괴시키고 정권을 민주당에게 내준 패전투수로 총리생활을 마감한다.

 

외할아버지가 되고 싶은 아소

여기까지는 국회입성부터 대권 이후까지의 아소의 행보에 대한 사회과학적 분석이다. 다만, 이러한 시각만으로는 총리 퇴임 약 한 달 전 도쿄에서 가진 학생들과의 대화 자리에서 “돈이 없으면 결혼하지 않는 게 좋다”는 폭언으로 청년들의 공분을 자아내고, 제2차 아베정권의 조력자로 다시 권력의 중심으로 복귀한 지금에도 끊임없이 야당의 표적이 되는 것도 아랑곳하지 않으며 온갖 망언을 반복하는 현재의 모습을 설명할 수 없다.

이와 관련해서 한국에도 알려진 정신과 의사 가타다 다마미(片田珠美)가 내놓은 분석은 무척 설득력이 있다. 가타다는 아소의 언동이 강한 특권의식과 상상력의 결여, 자각의 결여라는 세 가지 특징을 갖는다고 지적한다. 여기서 강한 특권의식의 근거는 후쿠오카의 재벌 아소그룹의 장남으로 메이지유신을 주도한 오쿠보 도시미치의 고손자이며,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과 미일 안보조약을 체결한 요시다 시게루 전 총리의 외손자라는 막강한 배경이다. 또한 이러한 배경이 ‘이런 말을 하면 상대방이 어떻게 느낄까, 이런 일을 하면 상대방이 어떻게 생각할까’ 등을 상상하는 능력 자체가 결여된 인격의 형성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세 번째인 자각의 결여는 특히 심각하다. 공문서 변조도, 성희롱도 자신이 최고책임자인 재무성에서 일어난 일임에도 진지하게 반성하는 자세를 보이지 않고 자신은 무슨 짓을 하든 용서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이유와 연결된다.

일본 총리 요시다 시게루(왼쪽)과 이승만 대통령이 1953년 1월 일본의 한 만찬장에서 사진을 같이 찍었다. 자료:국가기록원

여기 부가해서 가타다가 그가 망언을 되풀이하는 주요인으로 꼽는 것이 바로 외할아버지인 요시다 시게루에 대한 동일화이다. 어떤 사람처럼 되고 싶다는 욕망으로 그를 흉내 내듯 아소가 외조부인 요시다를 흉내 내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요시다는 국회에서 야당 의원에게 욕설을 했다가 격노한 야당의원들이 징계를 추진하자 도리어 중의원 해산권을 행사했던 전력을 가지고 있을 정도의 막말 정치인이었다.

존경하는 외조부와 스스로를 동일화하려는 욕망이 막말의 동기라니. 아베 정권에서‘외할아버지 코스프레’를 하는 사람이 하나 더 있었다.“바보는 죽어야 낫는다(馬鹿は死ななきゃ治らない)”는 일본의 옛말이 떠오르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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