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어 사이에는 사이시옷을 사용하지 않는다

  • 기자명 정재환
  • 기사승인 2018.05.24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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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한 달 반 동안 사이시옷의 비밀을 연재했다. 어떤 조건에서 사이시옷이 들어가는지 국어 선생님이나 국어 ‘덕후’가 아니더라도 독자들이 이해하기 쉽게 글을 작성하려고 나름 애를 썼다. ‘덕후’는 표준국어대사전에는 아직 올라있지 않지만, 한 분야에 열중하는 사람을 뜻하는 일본어 '오타쿠(オタク)'의 한국식 표현이다(트렌드지식사전3).

그동안 ‘사이시옷의 비밀’을 열독했다면, 그리고 마지막 이 글마저 완독한다면 평생 징글징글했던 사이시옷이 가뿐해질 것이다. 사이시옷에 관한 마지막 규정인 한글맞춤법 제30항 3은 ‘원형을 밝히기 위해 한자어에는 사이시옷을 붙이지 않는다’는 원칙에서 출발한다.

사이시옷의 비밀 1~6에서 확인한 것처럼 두 낱말, 즉 ‘순우리말+순우리말’ 혹은 ‘순우리말+한자어’의 상황에서 된소리가 나거나 ㄴ 또는 ㄴㄴ 소리가 날 때, 변화된 소릿값을 표기하기 위해 사이시옷을 사용한다. 아래 30항 1의 1은 ‘된소리 변화’에 관한 것이고, 30항 2의 2는 ㄴ 소리가 덧나는 경우, 30항 2의 3은 ㄴㄴ 소리가 덧나는 경우다.

제30항

1. 순우리말로 된 합성어로서 앞말이 모음으로 끝난 경우

(1) 뒷말의 첫소리가 된소리로 나는 것

예: 귓밥[귀빱/귇빱], 나룻배[나루빼/나룯빼], 바닷가[바다까/바닫까], 햇볕[해뼏/핻뼏]

 

제30항

2. 순우리말과 한자어로 된 합성어로서 앞말이 모음으로 끝난 경우

(2) 뒷말의 첫소리 ‘ㄴ, ㅁ’ 앞에서 ‘ㄴ’ 소리가 덧나는 것

예: 곗-날(契-)[곈ː날/겐ː날], 제삿-날(祭祀-)[제ː산날], 훗-날(後-)[훈ː날], 툇-마루(退--)[퇸ː마루/퉨ː마루]

 

제30항

2. 순우리말과 한자어로 된 합성어로서 앞말이 모음으로 끝난 경우

(3) 뒷말의 첫소리 모음 앞에서 ‘ㄴㄴ’ 소리가 덧나는 것

예: 가욋-일(加外-)[가왼닐/가웬닐], 사삿-일(私私-)[사산닐], 예삿-일(例事-)[예ː산닐], 훗-일(後-)[훈ː닐]

 

간단히 요약하면 두 낱말이 만나 한 낱말이 될 때, 된소리, ㄴ 소리, ㄴㄴ 소리 등의 변화가 생기면 사이시옷을 표기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한자어인 경우에는 원형을 밝히기 위해 사이시옷을 표기하지 않는다.

어떤 게 있을까? ‘글을 쓸 때는 자연스럽게 어떤 낱말에 사이시옷을 표기하나 안 하나 고민하게 되지만, 이렇게 일부러 예를 찾으려 하면 바로 떠오르지 않는 것은 나만 겪는 고질적인 증상일까?  음... 끙... 으... 아, 몇 개의 단어가 생각난다!’

몸이 아프면 병원에 간다. 배가 아프면 내과에 가고 이가 아프면 치과에 간다. 내과(內科)와 치과(齒科)는 [내ː꽈], [치꽈]로 발음하지만, 뒷말의 첫소리가 된소리로 난다 해도 사이시옷을 붙여 ‘냇과’, ‘칫과’라고 표기하지 않고 ‘내과’, ‘치과’라고 적는다.

출처:푸른애드

기업에는 여러 부서가 있는데, 그 중 총무과나 인사과 등도 마찬가지다. 총무과(總務課)와 인사과(人事課)는 [총ː무꽈], [인사꽈]로 뒷말 첫소리가 된소리로 나지만, 사이시옷을 붙여 ‘총뭇과’나 ‘인삿과’라고 쓰지 않고 ‘총무과’, ‘인사과’라고 쓴다.

 쌍떡잎식물 갈래꽃류의 하나인 ‘장미과(薔薇科)’도 소리는 [장미꽈]지만, ‘장밋과’라고 쓰지 않고, 원형을 밝히어 ‘장미과’라고 쓴다. 사이시옷의 비밀 (4)에서 확인한 ‘장밋빛’에 사이시옷이 들어가는 것을 생각하면 좀 혼란스럽지만, ‘장미’와 만난 ‘빛’은 순우리말이고, ‘장미과’는 ‘한자어+한자어’이기 때문에 그렇다.

눈개승마: 쌍떡잎식물 장미목 장미과 여러해살이풀. 출처: 두산백과

 

일상에서 사용 빈도가 매우 높은 낱말 초점(焦點)과 개수(個數)도 여기 해당한다. 초점은 [초쩜], 개수는 [개ː쑤]로 뒷말 첫소리가 된소리로 나지만, 사이시옷을 넣어 ‘촛점’, ‘갯수’라고 표기하지 않고, 원형을 밝히어 ‘초점’, ‘개수’라고 적는다. 그러니 초점을 [초점], 개수를 [개ː수]라고 발음하지 않는다. 그런데 제30항 3은 예외에 대한 규정이다. 한자어라 해도 사이시옷을 표기하는 낱말이 있다. 머릿속에 집어넣어야 한다.

곳간(庫間)[고깐/곧깐], 셋방(貰房)[세ː빵/섿ː빵], 숫자(數字)[수ː짜/숟ː짜], 찻간(車間)[차깐/찯깐], 툇간(退間)[퇴ː깐/퉫ː깐], 횟수(回數)[회쑤/휃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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