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테러’일까? ‘할리우드 액션’일까?

  • 기자명 송영훈 기자
  • 기사승인 2018.06.01 0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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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3 지방선거 대구시장에 출마한 자유한국당 권영진 후보가 공식 유세 첫날인 5월 31일, 유세방해와 폭행 등 ‘선거테러’를 당했다고 주장하며 경찰의 신속한 대응을 촉구하고 나섰다. 뉴스톱에서 확인했다.

 

대구MBC 뉴스화면 캡처

권영진 후보 선거 캠프는 이날 긴급 성명을 내고 “오후 1시쯤 출정식이 열리고 있던 대구 반월당에서 권영진 후보를 반대하는 장애인 단체 회원으로 추정되는 사람들이 후보자를 밀어 넘어뜨리는 바람에 후보자가 허리와 꼬리뼈를 다쳐 병원에서 치료를 받아야 하는 사태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또, “장애인 단체 회원들은 출정식이 시작되기 전부터 유세차 앞을 미리 점령한 채 마이크와 스피커를 동원해 후보자의 연설을 방해했고 급기야 연설을 중단한 채 유세차에 내려와 이동하던 후보자에게 달려들어 폭행까지 자행했다”고 주장했다.

 

장애인 단체, 권 후보와 꾸준한 마찰

이날 권 후보와 충돌한 장애인 단체는 ‘420장애인차별철폐대구투쟁연대’이다. ‘420 장애인차별철폐 대구투쟁연대’는 2008년부터 시민단체와 학생, 정당 등 대구지역 23개 단체가 참여해 장애인에 대한 모든 차별 철폐를 위해 활동하고 있다.

2010년 4월, 장애인을 동정과 시혜의 대상으로 보는 시각의 기존 장애인의 날을 거부하고 4월 20일을 장애인 차별철폐의 날로 만드는 것을 목적으로 공식출범한 후 장애인들의 권익향상과 차별철폐를 위한 각종 활동을 꾸준히 펼쳐왔다.

특히 지난 2014년 지방선거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김부겸 후보, 통합진보당 송영우 후보, 정의당 이원준 후보에 이어 새누리당 권영진 후보와도 장애인계의 정책 요구를 수용하는 정책협약을 맺은 바 있다.

그러나 지난 지방선거에서 시장으로 당선된 권영진 후보가 당시 협약사항 가운데 22%만 이행했으며, 이번 선거에서도 장애인정책 추진 약속에 미온적이라며 마찰을 빚어왔다.

 

동영상 확인해보면 석연찮은 부분 있어

사건이 발생한 31일, 420장애인차별철폐대구투쟁연대 등 장애인단체 회원 수십 명은 권영진 후보의 유세차 앞에 무릎을 꿇고 권 후보에게 장애인 복지 공공시스템 구축 강화와 발달장애인의 지역사회 통합을 위한 환경 조성 등의 협약을 맺을 것을 요구했다.

이들이 나타나자 권 후보는 서둘러 출정식을 마치고 거리유세에 나섰고, 한 여성이 권 후보의 앞을 막아서며 왼팔로 권 후보를 제지했다. 권 후보는 뒤로 넘어졌고 충격으로 허리와 꼬리뼈 등을 다쳤다. 병원으로 옮겨진 후 전치 3주의 부상을 입은 것으로 확인됐다. 출정식 이후 예정돼 있던 일정은 모두 취소했다.

뉴스민 유튜브 영상 캡처 모음

권 후보 측은 “광역단체장 후보가 선거운동 도중에 폭행을 당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며, “이는 후보자뿐 아니라 대한민국 민주주주의에 대한 테러라 규정한다. 직접 폭행에 가담한 용의자가 누구인지 배후가 있는지 경찰이 신속하게 밝혀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동하는 권 후보의 왼쪽에서 촬영한 대구MBC의 뉴스 영상을 보면 권 후보 측의 주장이 대체적으로 일리가 있어 보인다. 그러나 반대쪽에서 촬영한 영상을 꼼꼼하게 살펴보면 권 후보 측의 주장에 섣불리 동의하기는 쉽지 않다.

대구지역 언론인 ‘뉴스민’이 이동하는 권 후보의 오른쪽에서 촬영한 영상을 보면, 해당 여성은 왼손에 선글라스를 쥐고 있다. 선글라스로 내리친 것이 아니라, 선글라스를 쥔 부자유한 상태의 손으로 권 후보를 막아선 것이다. 보통 물건을 갖고 걸을 때 주로 사용하는 않는 손에 잡는 것을 감안하면 이 여성은 오른손잡이로 보이며, 권 후보가 넘어지려 하자 당황한 듯 오른손으로 권 시장을 잡으려는 것 같은 행동을 취한다.

경북일보 보도에 따르면, 권 후보의 키는 170cm, 몸무게는 75kg이다. 권 후보 세대로 보면 평균적인 키에 몸무게는 평균보다 5~7kg정도 더 무거운 편이어서 상대적으로 건장한 체격인 셈이다. 그러나 영상으로 보이는 해당 여성의 체격은 크지도 작지도 않은 일반적인 여성의 체격으로 보인다. 최소한 권 후보보다 체격이 더 건장하거나 비슷해 보이지는 않는다.

게다가 권 후보를 제지한 손에는 선글라스를 쥐고 있었다. 안경을 쥔 손으로 공격을 하는 경우는 일반적이지 않다.

뉴스민 유튜브 영상 캡처

테러로 보기에는 지나친 측면

‘420장애인차별철폐 대구투쟁연대’도 긴급 브리핑을 통해 ‘테러’, ‘폭행’은 없었다고 반박했다. 대구투쟁연대는 “장애인 자녀를 둔 여성 한명이 그들을 외면하는 권영진 대구시장 후보를 한 팔로 막아서는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건장한 남성인 권 시장 후보가 넘어졌고, 이를 폭행 또는 테러로 규정하는 부분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한겨레신문 기사에 따르면 해당 여성은 “권 후보가 걸어오기에 가지 말라며 앞을 가로막고 손으로 배 쪽을 막았는데, 손이 권 시장 배에 닿자 갑자기 뒤로 쓰러져 놀랐다. 내가 잘못한 것이 없어 부끄럽지는 않은데 마치 내가 권 시장을 폭행한 것처럼 보도돼 다른 장애인 가족들에게 괜히 미안하고 가슴이 아프다”라고 밝혔다.

뉴스민이 촬영한 영상의 댓글에는 권 후보의 ‘할리우드 액션’이라는 게시글이 주로 호응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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