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은 선거 기사에 ‘좋아요’ 누르면 위법이다

  • 기자명 이고은 기자
  • 기사승인 2018.06.11 0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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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안드는 선거를 위해 오래전부터 온라인 선거 운동이 적극 장려되고 있다. 그런데 온라인 선거에 대한 선거관리위원회의 과도한 규제는 시대를 역행하고 있다. 특히 공무원의 정치적 의사 표현이 심각하게 제한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무원은 선거 기사에 '좋아요'만 눌러도 처벌될 수 있기 때문이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공무원은 국가공무원법 제65조(정치운동의 금지)와 공직선거법 제9조(선거 중립 의무)제60조(선거운동 금지)제85조(선거관여 금지)제86조(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 금지) 등 다수 조항, 정당법 제22조(정당 가입 금지)정치자금법 제8조(후원회 가입 금지) 등 다양한 법령에 의해 정치적 중립 및 선거운동 금지의 의무를 지닌다.

지난 2012년 제18대 대통령 선거에서 국가정보원 등 국가기관의 선거 개입 논란으로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에 대한 사회적 기대와 국민적 관심이 높아진 상황에서, 2014년 2월 13일에는 공무원의 정치운동 및 선거관여행위에 대해 포괄적으로 금지하고 해당 범죄의 공소시효를 확대하며 내부신고자를 보호하는 등 관련 규정이 대폭 신설되거나 개정된 바 있다. 그중 공직선거법 제85조 공무원 등의 선거관여 등 금지 가운데 1항은 “공무원 등 법령에 따라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는 자는 직무와 관련하여 또는 지위를 이용하여 선거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등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할 수 없다”고 정하고 있다.

 

 

공무원은 SNS 선거 게시물에 '좋아요'만 눌러도 위법

지난 1월 30일에는 오는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인천광역시선거관리위원회가 공무원의 선거관여 행위를 처음으로 검찰에 고발하는 일이 있었다. 인천시장 개인의 SNS를 토대로 보도자료를 작성·배포한 것이 선거에 관여한 혐의라는 이유에서였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다음 날인 지난 1월 31일 ‘각 중앙행정기관에 공무원 선거관여행위 감찰 강화 요청’이라는 보도자료를 통해, 공무원의 SNS 활동 관련 주요 위반 사례에 대해 상세히 소개했다. 

이에 따르면 ▲선거 관련 게시글에 ‘좋아요’를 계속·반복적으로 클릭하거나 응원 댓글을 게시하는 행위 ▲자신의 트위터나 페이스북을 이용하여 특정 정당 또는 후보자의 선거운동을 하거나 자신의 팔로워에게 선거운동 내용을 리트윗하는 행위 ▲예비후보자 홍보물, 선거공보 등을 스캔하여 홈페이지 게시판에 게시하거나 전자우편(SNS, 모바일 메신저 포함)을 이용하여 전송·전달하는 행위 ▲특정 단체가 공표한 낙천·낙선대상자 명단을 문자메시지, 홈페이지 또는 전자우편을 이용하여 게시·전송하는 행위 ▲자신의 개인 블로그나 미니홈피 등에 특정 정당 또는 후보자의 배너를 게시하거나 링크시키는 행위 등이 위법하다고 안내했다.

 

그런데 지난해초 행정안전부가 배포한<2017년 공직선거법상 공무원이 지켜야할 행위기준 자료>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배포한 <2017년 공무원의 선거관여행위 금지 안내 자료>에는 선거 관련 공무원의 SNS 금지 조항이 없다. 위에 선관위가 제시한 내용이 법적으로 근거가 있는 내용인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는 의미다. 게다가 '반복적'으로 좋아요를 누르는 것을 금지했는데 도대체 몇 번이 반복적인지 명확하지 않다. 일선 학교 교사들에게는 '좋아요' 2번까지는 괜찮고 3번 이상 누르지 말라는 지침이 내려갔다고 한다. 

이에 대해 선관위 관계자는 <뉴스톱>과의 전화통화에서 “공무원은 공직선거법 등에 따라 선거운동을 할 수 없는 자이기 때문에, SNS를 통한 선거운동 역시 할 수 없는 것으로 해석한다”며 “선거 관련 SNS 콘텐츠에 ‘좋아요’를 1번만 누른다고 해서 현실적으로 징계 대상이 되지는 않겠지만, 원칙적으로는 위반 사항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정치적 의사 표현의 자유 과도한 제한... 위법 여부 따져볼 필요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행정안전부는 지난달 광역 시·도에 조사팀을 파견해 공무원들의 선거 개입 행위에 대한 감찰에 나섰고, 특정 후보의 SNS의 글이나 사진에 ‘좋아요’를 누른 공무원들이 적발되기도 했다. 공무원이 선거 관련 게시글에 응원하는 댓글을 달거나 SNS를 공유하고 ‘좋아요’를 누르는 행위는 고의성 여부와 관계없이 특정 후보를 홍보하는 선거운동에 해당된다. ‘좋아요’ 수가 많지 않으면 주의를 받는 것에 끝날 수도 있지만, 횟수가 많거나 댓글을 달 경우 인사위원회에 회부되어 징계될 수도 있다.

그런데 공무원들의 SNS 활동까지 징계 대상으로 삼는 것이 개인의 표현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하는 행위라는 비판도 있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최현오 대변인은 “공무원들의 정치적 자유를 제한하는 것이 100년 전과 같은 수준”이라며 “정치적 중립 의무를 공무원의 직무에 한정함으로써 개인으로서 정치적 자유를 보장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최 대변인은 “문재인 대통령이 헌법 개정안 제7조 3항에 ‘공무원은 직무를 수행할 때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한다’는 내용을 넣어 발의했지만 무산된 상황”이라며 “행정안전부 입법 개정으로라도 공직선거법 등 관련 법령들의 공무원들의 정치 중립 의무를 직무에 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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