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거 잃은 진화론'이라는 국민일보 기사는 왜곡됐다

  • 기자명 뉴스톱
  • 기사승인 2018.06.11 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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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미디어 뉴스톱과 the Science Life는 제휴를 맺고 과학 팩트체크 기사를 상호게재하기로 했습니다. 이 글은 tSL에 실린 <가짜뉴스를 퍼나르는 창조과학 신봉자들>이 원문입니다. 최신 생명과학 연구결과가 진화론을 부정했다는 내용을 국내언론이 보도했으나 내용이 왜곡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저자: NeuroSum 

필자는 한동안 포닥이라는 새로운 삶의 여정을 시작하느라 너무나 바쁜 일상에, 페북에조차 들어오기 힘든 삶을 살고 있었다. 낮에는 실험, 밤에는 논문, 그랜트라는 갑작스런 스케줄의 시작 때문에 필자는 정말 열심히 연구에 매진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바쁜 한주를 마무리하고, 배우자와 함께 조용한 바닷가 옆에 앉아 여유를 느끼다가, 돌아와 오랜만에 인터넷 서칭을 해보았다. 지인중 하나가 나를 NTD Korea라는 뉴스에 태그했는데, 그 제목이 “진화론 무너지나…” 였기에 뭐지.. 하는 생각과 함께 클릭을 했다.

 

NTD 뉴스코리아 화면 캡쳐.

 

기사를 읽고 나자, 확실히 기자가 과학에 대해 소양이 없는 상태에서 쓴 글이라는 확신은 했지만, 정말 해당 연구가 진화론에 반대되는 결과인지 확신이 없었기에, 해당 뉴스에서 링크하는 AFP라는 외신으로 들어갔다. 해당 외신의 제목은 “Sweeping gene survey reveals new facets of evolution”, 즉 진화하는 유전자의 조사는 진화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했다 정도로 해석할 수 있겠다.

해당 외신의 내용 역시 상당히 많은 오류를 담고 있어 현재는 내렸으며, Phys.org에 복사본만이 남아있다. 하지만 자세히 읽어보면 알 수 있듯, 그 내용은 진화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며, 오히려 진화의 유전적 다양성 형성과정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필자는 해당 언론에 메시지를 보내, 해당 기사를 정정해주기를 요청했고, 현재는 제목만이 수정되어 있다.

 

 

하지만 바로 다음날, 국민일보는 그 기사를 그대로 복사해 진화론의 근거를 잃었다는 식의 가짜뉴스(근거 잃은 진화론... 미ㆍ스위스 과학자, 진화론 뒤집는 연구결과 발표)를 또 유포하기 시작했고, 심지어는 창조과학회의 사기꾼들 역시 열심히 그 연구들을 칭찬하는 내용을 쓰고 있었다.

가짜뉴스를 당당히 유포하는 이들의 행동을 보면서, 어쩌면 지금이야말로, 창조과학회의 민낯을 낯낯히 깨부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래서 실험을 해야 하는 낯시간을 피해 이렇게 늦은 밤시간을 이용해보기로 했다.

 

우선 해당 자료들의 첫번째 소스들은 다음과 같다. (논문과 인터뷰)

 

우선 짧은 인터뷰 내용이, 바로 해당 기사들이 스크랩한 내용으로서, 미토콘드리아 유전자의 DNA 바코드를 이용해 생명의 유전적 다양성을 측정하는 내용으로 인터뷰를 했다.

해당 인터뷰에서 이야기하는 포인트는 다음과 같았다.

  1. 각각의 사람들 사이의 미토콘드리아 시퀀스의 유전적 다양성은 타 생명체들의 개체상의 미토콘드리아의 유전적 다양성과 같다.
  2. 같은 종 내의 유전적 차이는 인구수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
  3. 많은 증거들이 인간을 비롯한 다양한 생명체들이 상당히 최근에 분화되었으며, 높은 유전적 다양성을 형성할 시간을 갖지 못했음을 보여준다. (100,000-200,000년쯤으로 추정)
  4. 각각의 현생 종 사이의 미토콘드리아 시퀀스는 다르며, 해당 종들을 하나의 섬으로 나타내자면, 적은 Stepping Stone이 존재해야 한다.

 

인터뷰 내용과 마찬가지로 논문의 초점은 바로 처음의 두가지에 있었다. 해당 논문은  논문이라기 보다는 에디토리얼 혹은 리뷰에 가까웠고(물론 본인들의 빅데이터 분석 역시 들어있다.), 이전의 발견들을 소개하고 각각의 발견들을 통해 내린 결론 중 가장 큰 것은

 

“인구 수가 다양성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미토콘드리아의 DNA 바코드로 종을 구별할 수 있다.”

 

이 두가지 정도였다. 첫번째 내용은 대부분의 인터뷰에서 과학자들이 No라고 대답한 부분(인구수에 따라 다양성이 변하는게 아닌가요?)을 AFP에서 각색한 바람에 마치 이것이 진화의 다양성을 부정하는 것으로 착각하게 한 것이며, 이것을 더 많이 조작한 NTD뉴스나 국민일보에서는 전혀 원래의 내용과는 동떨어진 소리를 하고 있었다.

두번째 내용은 이 논문의 핵심으로서 현생종 간의 미토콘드리아 COI의 차이가 크다는 것을 보여주며, 이를 통해 미토콘드리아 유전자로 각각의 종을 구분할 수 있다는 이야기이다. 이를 저자들은 각 종을 행성으로, 그리고 자연을 우주로 비유했다. AFP에서는 이를 그대로 가져왔지만 NTD나 국민일보는 이를 마치 종과 종 사이에 중간종이 존재할 수 없으므로 이것이 진화를 반박한다는 식으로 글을 쓰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의 이야기와는 정 반대로, 이것은 진화론을 반박하는 내용이 아닌, 진화의 속도를 이야기하는 부분에 불과하다.

우선 진화는 현생종이 현생종으로 바뀌었다는 이야기를 하는 현상이 아니다. 아직도 원숭이가 인간이 되었다고 주장하는 창조설자들을 제외하고는 누구나 진화가 공통조상으로부터의 분화임을 알고 있다. 해당 연구는 미토콘드리아의 DNA 바코드 부분이 이러한 분화의 과정에서 빠르게 진화하는 부분임을 나타내며, 이것은 저자들이 이야기한 대로 DNA 바코드가 “종 구분”으로 이용될 수 있다는 의미가 될 뿐이다. 그리고 더 나아가, 이것은 미토콘드리아 유전체의 극히 일부에 관한 이야기일 뿐이다. 인간과 침팬지의 전체적 유전체가 95-98% 일치한다는 사실을 창조설자들은 기억하지 못하는 것 같다.

또 한가지로 해당 발견은 인간을 비롯한 다양한 생명체가 비교적 최근에 분화했으며, 다양성을 형성할 만큼의 시간이 없었다는 것이다. 이를 NTD를 비롯한 언론에서는 대부분의 생명체가 같은 시기에 동시에 출현했다는 식으로 왜곡하고 있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다. 해당 발견은 90% 생명체들의 다양성 형성에 필요한 시기가 짧았다는 점을 기반으로 분화 시기를 이야기하는데, 이것은 오히려 단속평형이론에 기반한 진화의 과정에 포함된다. 다시 말하지만 해당 연구는 미토콘드리아 유전체의 일부만을 이용한 연구이므로, 그것만으로 출현 시기를 이야기하기에는 문제가 많다.

결론만 이야기하자면, 해당 연구는 진화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지도, 진화를 반박하지도 않았으며, 미토콘드리아 유전체 연구를 통해 각각의 종을 분류하는 법을 제시하고, 해당 DNA 바코드 부분의 진화 속도가 빠르며, 해당 유전자 다양성이 인구수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발견들을 이야기하고 있다.

해당 내용에 관해 잘못된 기사를 쓴 곳은 현재까지 총 3곳 정도로서, 그중 한곳은 가짜 뉴스임을 공지받은 후 바로 기사를 내렸으며, 다른 한곳은 제목만 고쳐서 그대로 달아놓았다. 창조과학회가 기고한 것으로 보이는 국민일보만이 아직 가짜뉴스를 그대로 달고 있다.

창조과학회의 왜곡은 심각한 수준을 넘어, 해당 논문의 내용을 완전히 무시하고 자기들만의 내용을 상상해 내어, 이미 가짜뉴스로 판명된 글을 “평가”하고, 어리둥절하고 있을 저자들을 뒤로한채 그들을 열심히 입이 마르게 칭찬하고 있다.

필자는 해당 내용을 NCSE에 제보했고, 그들의 요청에 따라 해당 기사를 번역해서 저자들에게 보낼 예정이다. 저자들의 응답을 받으면 또 사이언스 라이프에 포스팅하도록 하겠다. 

 

*추가: 논문저자로부터의 메일

지난번 기사를 통해 한 과학 논문을 아전인수격으로 해석하여 진화론이 허구라 주장하던 신문 기사를 보도해 드린 바 있습니다. 이를 신랄하게 비판하고 계시는 NeuroSum님이 이 문제 관련하여 해당 논문의 저자들과 직접 받은 메일을 소개해 드리고자 합니다. 저자 본인들은 이 문제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요? 다음은 논문의 제 1 저자인 Mark Stoekle이 NeuroSum님에게 보낸 메일의 번역과 그 원문입니다.

 

 

NeuroSum님께,

연락 감사합니다. 우리의 연구 결과는 진화라는 개념을 전혀 바꾸지 않습니다. 자연 세계 (편집장 주 : 저자는 “동물계”라 표현)속에서 우리 인간이 차지하고 있는 위치는 전혀 바뀌지 않습니다. 이 논문은 우리의 연구가 진화론을 지지한다는 아주 좋은 증거입니다. 절대로 부정하지 않습니다. 다만 진화론을 부정하기로 이미 마음 먹은 사람들이 이 논문의 내용을 곡해하는것까지 막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입니다.

– 마크

 

*메일 발췌 원문

Thanks for your note. The idea of evolution is NOT changed or challenged by our work. The place of our species in the context of the animal kingdom is NOT changed through our work. The article itself is best proof that our research ” is supporting but not denying the theory of evolution”. I doubt it is possible to prevent mis-reading of evolutionary science by persons who have already made up their mind that evolution didn’t occur.

Best,

M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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