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VID 넣어야 합격? 중앙일보의 전문가 멘트 조작

  • 기자명 김준일 기자
  • 기사승인 2018.06.13 1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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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정상회담 합의문을 두고 국내 보수언론이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CVID(완전하고 검증가능하고 불가역적인 비핵화)가 공동서명문에 명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더 이상 완전할 순 없다"며 선언문의 '완전한 비핵화'가 최선의 표현임을 강조했다. 하지만 조선일보는 트럼프의 횡설수설이란 제목으로 강하게 비판했다. CVID가 포함 안된 공동선언문은 의미가 없다는 주장이었다.

대체적으로 전문가들은 CVID 포함 여부가 핵심적인 사안은 아니라고 지적한다. 이런 견해는 전문가들의 언론 인터뷰에서 지속적으로 나왔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13일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나와 "CVID는 군산복합체의 이해를 대변하는 볼턴 백악관 안보보좌관이 만들어낸 말"이라며 "핵기술자 처리 등 북한이 도저히 도달할 수 없는 조건을 내걸고 제재를 정당화하는 논거로 쓰려고 했던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이 받아들이기 힘든 조건이라는 것이다.

이런 관점은 진보언론에만 나오는게 아니다. 보수언론과 인터뷰 한 안보 전문가들도 CVID가 중요하지 않다는 견해를 보였다. 그런데 일부 보수언론은 CVID가 중요하지 않다는 전문가의 발언을 왜곡해 입맛대로 조작을 했다.

지난 12일자 중앙일보 기사 <"CVID 넣어야 합격... 한국 안보 해치는 아메리칸 퍼스트 안돼">를 보자. 중앙일보는 역사적인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전문가 7인과 인터뷰해 북미정상회담 성공 여부를 가늠할 수 있는 '채점기준'에 대해 들었다. 인터뷰 대상은 천영우 한반도미래포럼 이사장, 위성락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객원교수,  신각수 전 주일대사, 최강 아산정책연구원 부원장,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 고유환·김용현 동국대 북한학 교수 등 보수와 진보를 아우르는 인물이었다.

기사를 보면 이들 전문가는 CVID를 선언문(합의문)에 명시하는 것이 중요하지 않다는 입장이었다. 위성락 교수는 "CVID라는 표현에 얽매일 필요는 없다"고 말했고, 천영우 이사장은 "한반도 비핵화든 CVID든 비핵화의 개념과 목표에 대해 확실한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조성렬 연구위원도 "CVID는 북한이 받기 어려울 수 있다. 비핵화의 개념을 풀어서 구체적으로 합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어느 전문가도 CVID가 선언문에 들어가야 한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

그런데 중앙일보는 기사의 제목을 'CVID 넣어야 합격'이라고 달았다. 게다가 큰 따옴표(" ")를 사용했다. 큰 따옴표는 기사에 나오는 인터뷰 대상자가 직접 발언한 내용에만 써야 한다. 이게 저널리즘의 기본이다. 그런데 중앙일보는 기본을 지키지 않다. 북미정상회담이 제대로 안되길 바라는 보수진영의 의도를 반영한 것일까? 냉전 보수의 시대가 저물고 있다. 다급한 마음은 알겠으나 그래도 저널리즘 기본 윤리는 지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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