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회 열흘전 파워 트레이닝, 박주호 부상 불렀다

  • 기자명 김지석
  • 기사승인 2018.06.21 0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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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에서 시작된 대표팀의 부진이 수차례의 국내외 평가전에 이어 월드컵 본선에서까지 이어지자, 2002 월드컵 4강 신화를 기억하는 수많은 축구팬들의 감정은 실망을 넘어 분노에 이르는 모습이다.

월드컵 대표팀 박주호 선수가 부상을 당한 뒤 경기장에서 고통스러워하고 있다. SBS 화면 캡쳐

박주호 햄스트링 파열은 체력저하가 원인

더욱이, 스웨덴전에서 부정확한 장거리 패스로 박주호의 부상 순간과 연결된 장현수를 향한 비난은 청와대 국민 청원에도 오르는 등 도를 넘고 있는 모습이다. 장현수의 부정확한 패스를 받기 위해 점프하던 박주호가 햄스트링 부상을 당하고, 교체되어 들어온 김민우가 후반 패널티킥의 빌미를 제공했으며, 그 패널티킥 상황 역시 장현수의 패스 미스에 이은 상대의 역습 상황이 그 시발점이었다는 것이 장현수를 비난하는 내용의 핵심이다. 최종 수비라인의 리더인 장현수의 실수가 대표팀의 실점 순간마다 직간접적으로 연결되어 있어 아쉬운 점이 큰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스웨덴전에서 우리가 반드시 짚어보아야 할 점 한가지는 박주호의 부상 순간에 그는 누구와도 신체접촉이 없었으며, 단지 혼자서 점프하던 단순한 과정에서 햄스트링 근육의 파열이 발생했다는 점이다. 물론, 높은 볼을 캐치하려는 마음에 과도한 점프가 이루어진 상황이긴 하였으나, 국가대표급 선수가 혼자서 점프하다가 근손상(muscle injury)이 발생하였다는 점은 대표팀 선수들의 체력이, 컨디션이 매우 좋지 않은 상태였음을 파악할 수 있는 대목인 것이다. 즉, 박주호의 부상은 부정확한 볼을 잡으려다가 우연히 다친 것이 아니라, 경기 초반임에도 불구하고 현저히 저하되어 있는 체력문제에 의해 필연적으로 발생한 부상이라는 것이다.

6월초 파워 트레이닝은 운동생리학 상 무리수

대표팀은 6월 초, 월드컵 본선 첫 경기 스웨덴전을 불과 10여일 앞 둔 상황에서 파워 트레이닝을 실시하였다. 그리고 볼리비아, 세네갈과 4일 간격으로 연이어 경기를 치르고, 정확히 1주일 후 첫 상대인 스웨덴을 맞이하였다. 6월 초, <급하게 실시한 '고강도' 체력훈련...득실은?>기사에 의하면 대표팀 피지컬 코치진이 GPS 장비를 이용하여 파악한 대표팀 선수들의 체력 수준이 만족스럽지 못한 상태였고, 이를 극복·개선하기 위한 방법으로 꺼내든 훈련이 파워 트레이닝이었던 것이다. 운동생리학(Exercise Physiology)의 트레이닝 이론 중 하나인 주기화 이론(periodization principle)의 관점에서 보았을 때, 6월에 대표팀이 행한 파워 트레이닝과 이후 일정은 매우 우려할 만한 시기에 실시된 매우 우려할 만한 과정들이었다.

시즌을 마친 후 팀에 합류한 유럽파 선수들의 몸상태와 한창 시즌을 치르던 중에 합류한 K리거들의 몸상태는 서로 다른 이유였겠으나, 피로가 누적되어 있는 점은 동일했을 것이다. 이 시점에 합류한 선수들에게 필요한 것은 고강도 체력훈련이 아닌 휴식과 컨디셔닝이었을테다. 코칭 스태프의 선수 개인별 경기체력 파악이 너무 늦게 이루어진 것은 아닌지, 그리고 체력 훈련을 하기에는 이미 늦은 그 상황 그 시기에 파워 트레이닝을 꼭 했어야 하는지, 그것은 감독의 의지였는지, 피지컬 코치진의 오판이었는지 아쉬움이 크게 남는다. 장기간 합숙 여건 등 2002와는 환경과 여건에서 차이가 있겠으나, 상황과 여건에 따른 선수 개인별 중장기 체력 관리 프로그램과 시스템이 아쉽다.

2002년 대표팀은 대회 3개월 앞두고 파워 트레이닝

4강 신화를 이룩한 2002 월드컵 대표팀에도 파워 트레이닝은 적용되었고, 첫 16강 진출의 쾌거를 이룬 2015 여자 월드컵 대표팀에도 파워 트레이닝은 있었다. 그러나 2002년에는 대회를 약 3개월여 앞둔 시점에서 전지훈련 겸 초청팀 자격으로 참가한 북중미 골드컵 대회 기간에 파워 트레이닝을 실시하였고, 2015년 캐나다 여자 월드컵은 대회 약 1개월여 앞둔 시점에서 떠난 미국 전지훈련에서 파워 트레이닝을 실시하였다. 긴 시즌을 소화해야 하는 프로팀과 달리, 길어야 몇 주 간 일시적으로 소집되는 대표팀의 상황을 모르는 바 아니나, 대회 10여일 앞 둔 시점에서 실시한 파워 트레이닝은 어떠한 운동생리학적 이론으로도, 그동안 성과를 내었던 대표팀의 과거 경험에서도, 어느 곳에서도 찾아볼 수도, 증명할 수도 없는 ‘최악의 한 수’로 판단된다.

신태용 월드컵 국가대표팀 감독이 스웨덴전을 하루 앞둔 17일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YTN 화면 캡쳐

대표팀의 고질적인 수비 집중력 부족 문제가 노출될 때, 언론에서는 쉽게 선수들의 정신력과 근성 부족을 탓한다. 그러나 경기 집중력의 부족은 궁극적으로 ‘체력’의 부족에서 기인한다. 힘이 들면 미루게 되고, 힘이 들면 생각없이 볼처리를 하게 되는 것이다. 힘이 들어 생사를 오가는 판에 빌드업 따위를 생각할 수 없는 것이다. ‘체력이 곧 최고의 기술’이라는 말이 있다. 체력이 뒷받침되지 않는 상황에서 감독이 구상한 전략과 전술은 아무런 적용이 되지 않는 공허가 되는 것이다.

스웨덴전 부진은 피로 때문...멕시코전은 체력회복이 관건

대표팀의 스웨덴전 부진은 전략과 전술의 부재가 아닌 선수들의 피로 누적에 기인한 체력의 부족이 원인이었고, 박주호의 부상 또한 장현수의 부정확한 패스가 아닌 체력의 부족이 원인이었으며, 남은 멕시코전과 독일전 역시 체력의 회복이 대표팀 경기력의 열쇠가 될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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