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치안 세계 43위? 3년전엔 1위였다

  • 기자명 송영훈 기자
  • 기사승인 2018.07.04 0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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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43번째로 안전한 나라라는 조사 결과가 일부 언론을 통해 보도됐다. 해당 기사에는 “여행객들이 꼽은 가장 안전한 나라로 알고 있는데 어느 게 진짜인지?”라는 의구심을 나타내는 내용의 댓글이 많이 달렸다. 실제로 2015년에는 한국의 치안이 세계 1위라는 보도가 있었다. 뉴스톱에서 확인했다.

 

‘한국 치안 세계 43위’ 기사는 사회조사분석업체인 갤럽의 발표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갤럽은 142개국, 14만8000여명의 성인을 대상으로 자국 치안 현황에 대해 조사한 결과를 모은 <2018 글로벌 로앤오더 리포트(Gallup Global Law and Order Report 2018)>를 최근 발간했다.

이 조사에서 1위는 97점의 싱가포르, 그 다음으로는 노르웨이, 아이슬란드, 핀란드 등의 북유럽국가가 93점으로 공동 2위를 차지했다. 아시아에서는 홍콩(91점·5위)과 인도네시아(89점·9위), 중국(10위)이 10위권에 올랐다.

한국은 82점으로 크로아티아·폴란드·이스라엘·모리셔스·방글라데시·필리핀·세르비아·호주·루마니아·이란·스리랑카 등과 함께 공동 43위에 올랐고, 미국(84점)이 공동 32위, 일본이 85점으로 공동 25위이다. 최하위는 44점을 기록한 베네수엘라였다.

 

Law and Order Report 캡처

 

대략 훑어보아도 의아한 순위의 국가들이 있고 한국보다 높은 순위의 국가 중에 선뜻 동의하기 어려운 순위의 국가도 보인다. 이 같은 점수와 순위는 조사방법이 설문조사였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갤럽의 로앤오더 지수는 다음과 같은 4개의 질문에 대한 응답으로 측정된다.

① In the city or area where you live, do you have confidence in the local police force? (당신이 사는 도시나 지역의 경찰력에 대한 확신이 있는가?)
② Do you feel safe walking alone at night in the city or area where you live? (당신이 사는 도시나 지역에서 밤에 혼자 걷는 것이 안전하다고 느끼는가?)
③ Within the last 12 months, have you had money or property stolen from you or another household member? (최근 12개월 이내에 당신이나 가족 중에 돈이나 재산을 도난당한 적이 있는가?)
④ Within the past 12 months, have you been assaulted or mugged? (최근 12개월 이내에 폭행이나 강도를 당한 적이 있는가?)

문항들을 살펴보면 객관적인 지표를 근거로 하거나, 다른 나라와의 비교가 아닌 자국의 치안에 대한 만족도 조사에 가깝다. Global Law and Order Report는 2015년부터 올해까지 매년 1회씩 모두 4차례 발간됐으며, 2015년과 2016년 버전에서는 설문항목이 3개(①~③)였다가 2017년 리포트부터 ④번 항목이 추가됐다.

 

Law and Order Report 캡처

 

반면 '한국 치안이 세계 1위'라는 근거로 많이 인용된 것은 세계 국가와 도시의 비교 통계 정보를 제공하는 ‘NUMBEO’의 조사다. NUMBEO의 자료를 인용한 보도는 쉽게 찾을 수 있다. 주로 도시간 경제지표를 비교한 보도에 많이 인용된다. 한국은 2015년 중간 조사에서 세계 치안 1위를 차지해, 국내 여러 언론이 보도했다.

범죄관련 설문을 토대로 범죄지수(Crime Index)의 역순으로 안전지수(Safety Index)를 수치화한 이 조사에 한국은 2013년 조사부터 포함됐는데 첫 해 4위, 이듬해인 2014년 2위, 2015년 4위, 2016년 1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NUMBEO의 순위도 언론이 인용할 정도로 신뢰도가 높다고 볼 수는 없다. NUMBEO는 크라우드 소싱(crowd-sourcing)을 통해 자료를 수집하는데, 사이트를 방문한 사람들의 설문응답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표본추출의 무작위성이 지켜지지 않은 문제가 있다.

또 언론에 많이 인용되는 세계 각국의 물가(Cost of Living)처럼 수치를 입력하는 경우 어느 정도 참고할 만 하지만, 범죄/안전지수는 15개의 질문에 응답자들이 느끼는 정도를 반영하는 방식이라 응답자의 주관이 크게 개입하고, 응답자 등록방식이 아니라서 의도적인 수치 조작이 가능하다. 실제로 2016년 1위였던 한국의 순위는 다음 해인 2017년에 17위, 2018년에는 28위로 순위가 급락했다. NUMBEO의 다른 항목에서 한국의 순위는 크게 변하지 않은 것을 보면, 2년 사이에 한국의 치안불안이 급격하게 높아지고 있거나, 특정 세력이 개입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한국의 치안수준을 순위로 매긴 곳은 더 있다. ‘Australia Smart Traveller’, ‘French Foreign Ministry Database’, ‘OECD Better Life Index’, ‘Numbeo Crime’, ‘The Economist Safe Cities Index’, ‘US Travel.gov’ 등 안전, 범죄, 관광 관련 여러 지표를 종합해 안전한 국가와 도시 순위를 매기는 ‘SafeAround’에서 한국의 순위는 23위였다. 또 해외거주자 네트워크인 인터네이션(InterNations) 조사에 따르면 한국은 외국인이 살기 좋은 나라 31위로 집계됐는데, 현지 문화 적응 항목에서는 59위에 머무른 반면 개인 치안 항목에서 5위를 차지했다. 

특히, OECD(경제협력개발기구)가 회원국들의 사회적 안정성과 통합성을 종합적으로 비교분석해 발표하는 ‘Society at a Glance 2016’의 범죄율 항목을 살펴보면 한국의 범죄로 인한 수감인 비율은 10만명당 107명으로 OECD 평균(147)보다 많이 낮게 나타났다.

조사방법에 일부 문제가 있어 전적으로 신뢰할 수 없는 조사도 있지만, 앞서 조사된 것들을 종합하면,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들이나 해외에서 평가하는 지표는 한국의 치안을 높게 평가하는 반면, 실제 거주하는 국민들은 상대적으로 불안을 더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조사방식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지표의 인용보도에 있어서 언론은 전후 맥락을 좀더 자세히 설명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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