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양심적 병역거부는 처벌을 받나 안받나

  • 기자명 최윤수
  • 기사승인 2018.07.06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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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6월 28일 헌법재판소 앞에서 기이한 풍경이 벌어졌다. 양심적 병역거부에 관한 병역법 위헌법률심판 결정에 대해서 양심적 병역거부자 처벌을 반대하는 쪽과 찬성하는 쪽 모두 환호한 것이다. 또한 헌법불합치 결정이 났다는 속보 뒤에 양심적 병역거부자 처벌이 합헌이라고 정정되는 혼선도 빚어졌다. 헌법재판소는 대체 어떤 내용의 결정을 한 것일까. 앞으로도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은 처벌되는 것일까.

YTN 화면 캡쳐

먼저 이번 결정까지의 과정을 짚어 보자.

1949년 8월 6일 제정된 병역법(법률 제41호)은 대한민국 국민인 남자는 병역의무를 지고, 정당한 이유 없이 입영을 지연할 때 처벌한다고 명시했다(제1조, 제73조). 남자를 징병하고 정당한 사유 없는 의무불이행을 처벌하는 내용은 수차례에 걸친 병역법 개정과정에서도 계속 유지됐다. 즉, 병역법은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병역의무를 이행하지 않아야 된다고 예정하고 있다. 그러나 법원은 종교 교리에 따른 신념을 정당한 사유로 인정하지 않았다. 대법원은 1969년 7월 22일 종교 교리에 따른 양심적 병역거부는 헌법이 보장한 양심의 자유에 속하지 않는다고 판단했고(대법원 1969. 7. 22. 선고 69도934 판결), 1985년, 1992년에도 유사한 취지로 양심적 병역거부를 처벌했다(대법원 1985. 7. 23.선고 85도10949 판결, 대법원 1992. 9. 14 선고 92도1534 판결).

헌재, 2004년ㆍ2007년에 병역거부 처벌은 합헌 결정

특정 종교의 문제로만 여겨지던 양심적 병역거부는 2001년 사회 문제로 공론화됐다. 그 결과 서울남부지방법원은 2002년 1월 29일 병역거부 처벌 조항인 병역법 제88조 제1항 제1호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다.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처벌하는 것은 위헌이라는 취지였다. 또한 서울남부지방법원 이정렬 판사는 2004년 5월 21일 국내 최초로 양심적 병역 거부를 병역법 제88조 제1항의 정당한 사유로 인정하여 무죄판결을 선고했다.

하지만 헌법재판소는 2004년 8월 26일 9인 중 7인의 재판관이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처벌을 합헌으로 판단했다. 양심을 이유로 병역거부할 권리는 헌법이 명문으로 규정하는 경우에 한하여 인정될 수 있고, 국가안보는 중요공익으로서 현 상황에서 사회 구성원의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지 않으므로 대체복무제를 도입하기 어렵다고 본 입법자의 판단은 명백히 잘못되지 않았다는 취지였다(헌법재판소 2002헌가1 결정). 다만, 법정의견은 병역거부자의 양심을 보호할 수 있는 대안을 진지하게 검토하라고 권고했다.

비록 병역법 제88조가 합헌이라고 하더라도 1심 판결에서는 정당한 사유임을 인정하여 양심적 병역거부를 무죄로 인정하는 예가 있었으나, 항소심에서 취소됐고, 대법원은 2007년 12월 27일 다시 한번 양심적 병역 거부는 병역 불이행을 정당화하는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법적 싸움을 계속 됐지만, 헌법재판소는 2011년 8월 30일에도 7인의 재판관이 병역법 제88조 제1항 제1호가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양심의 자유 및 평등권을 침해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2018년 헌재 "대체복무제 두지 않은 것은 헌법불합치"

그로부터 약 7년이 지난 2018년 6월 28일 이진성, 김이수, 강일원, 서기석, 이선애, 유남석 총 6인의 헌법재판관은 병역법 제5조에서 병역의 종류 중 대체복무제를 두지 않은 것은 양심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이유로 헌법불합치결정을 했다. 다만, 2019년 12월 21일을 시한으로 입법자가 개정할 때까지 계속 적용하기로 했다. 나머지 3인의 재판관은 병역 종류에 대한 조항은 심판 대상이 아니라는 이유로 각하의견을 냈다.

반면 처벌 조항인 병역법 제88조 제1항에 대해서는 4인 합헌, 4인 일부위헌, 1인 각하로 위헌정족수 6인에 도달하지 못했기 때문에 합헌결정이 내려졌다. 우선 재판관 김창종은 청구인들의 주된 주장은 양심적 병역거부가 병역법 제88조 제1항의 “정당한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는 법원의 판단이 잘못되었다는 것인데, 이는 처벌 조항의 위헌성이 아니라 재판결과를 다투는 것이므로, 부적법하여 각하한다고 판단했다. 재판관 안창호, 조용호는 병역기피에 대한 형사처벌은 불가피하고, 국가 안전보장과 국토방위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는 대체복무제 도입에 대한 국민적 합의가 없다는 이유로 합헌 의견을 냈다. 재판관 이진성, 김이수, 이선애, 유남석은 처벌조항인 병역법 제88조 제1항의 위헌여부는 병역의 종류조항의 위헌여부와 불가분적 관계에 있고,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처벌의 예외를 인정하지 않는 처벌조항은 침해 최소성의 원칙에 어긋나기 때문에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처벌하는 부분은 위헌이라고 판단했다(일부위헌).

재판관 강일원, 서기석은 병역의 종류에 대해서 헌법불합치 의견을 냈지만, 처벌조항은 합헌으로 보았는데, 그 이유를 유심히 살펴 볼 필요가 있다. 두 재판관은 대체복무제가 없는 상태에서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처벌하는 것은 과잉금지원칙에 위반하기 때문에 위헌이므로, 양심적 병역거부는 병역법 제88조 제1항의 “정당한 사유”에 해당한다고 보았다. 즉, 정당한 사유 없는 병역불이행을 처벌하는 병역법 제88조 제1항 자체는 문제가 없고, “정당한 사유”에 양심적 병역거부를 포함시키지 않는 법원의 판결이 문제라는 취지다. 결국 위헌결정의 정족수인 6인의 헌법재판관이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처벌하는 것은 위헌이라고 인정한 셈이다.

출처:국제 엠네스티

'양심적 병역거부자 처벌'은 위헌...법원 판결 주목

비록 위헌결정의 주문에만 기속력이 있고, 이유에는 기속력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인 해석이지만, 6명의 재판관이 양심적 병역거부자 처벌이 위헌이라고 인정한 이상 앞으로 병역법 제88조 제1항의 해석, 적용함에 있어서 이를 무시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대법원은 오는 8월30일 양심적 병역거부 관련 전원합의체 공개변론을 열 예정이다. 앞으로 대체복무제가 실시되면 양심적 병역거부자가 병역법 위반으로 재판을 받는 일 자체가 없어진다. 따라서 법원에서 정당한 사유에 해당하는지 판단할 필요가 없다. 대법원은 마지막으로 어떤 판단을 내릴 것인가. 변화를 수용할 것인가. 아니면 끝까지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할 수 없다고 버틸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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