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김제동이 KBS 뉴스 진행? 아닌 것 알면서도 왜곡했다

  • 기자명 송영훈 기자
  • 기사승인 2018.08.02 09:5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방송인 김제동씨가 KBS 뉴스의 메인 앵커로 뉴스를 진행하는 것이 추진되고 있고, 이에 보도국 기자들이 반발하고 있다는 뉴스가 전해지며 논란이 일고 있다. 포털사이트의 주요 검색어로 ‘김제동 앵커논란’이 올라오기도 했다. 뉴스톱에서 확인했다.

 

카카오TV 방송화면 캡처

조선일보는 지난 1일 <김제동이 KBS 뉴스를 진행? 보도국 반발>이라는 제목으로 “KBS가 방송인 김제동을 메인 앵커로 기용해 KBS 1TV 주중 심야 시간대 방송하는 뉴스 프로그램 진행을 맡기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KBS 보도국을 중심으로 프로의 성격과 방송 시간에 대한 이견이 커 잡음이 일고 있다”고 보도했다.

조선일보의 첫 보도 후 몇몇 매체의 보도가 이어졌다. 조선일보 보도의 내용은 KBS공영노조의 성명서에서 찾을 수 있다. KBS에 소속된 여러 노조 가운데 하나인 KBS공영노조는 조선일보 보도 하루 전인 31일 <이제 KBS뉴스 앵커도 김제동씨가 맡는다고?>라는 제목의 성명을 발표했다.

성명서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문재인 정권 출범 이후 좌편향 인사들이 KBS의 주요 시사프로그램을 도맡아 방송하더니 이번에는 뉴스앵커에 개그맨 출신 방송인 김제동 씨를 기용한다고 한다. KBS는 KBS1TV 밤 10시부터 11시 대에 PD들이 만드는 새로운 형태의 뉴스프로그램을 방송하기로 하고, 편성문제를 협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이 뉴스프로그램의 제작도 PD들이 맡는다고 한다. 게다가 해당 프로그램의 앵커도 기자나 아나운서가 아닌 김제동 씨가 맡는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기자협회에서 긴급대책회의를 하는 등 보도본부 기자들이 민감하게 반응하고 나섰다. 김제동 씨의 앵커 발탁을 문제 삼기보다는, 기자들이 해온 뉴스영역을 PD들이 침범한다는 데에 대한 경계심인 듯하다. PD들은 뉴스가 아닌 시사 프로그램이라고 주장한다지만, 기자들은 뉴스라고 판단하는 것 같다. 그러나 우려되는 것은 제작 주체 영역침범의 문제가 아니라, 공정성과 객관성, 균형성의 문제, 또 편파성의 문제이다. 과거 노무현 정권시절에도, KBS에서는 <시사 투나잇> 이라는 타이틀로 PD들이 뉴스프로그램을 제작한 적 있다. 하지만 당시 해당프로그램은 방송 내용보다는 잦은 편파 시비로 더 많이 알려졌다. 이제 또 다시 KBS가 그때의 편파성 논란으로 빠져들지 모른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김제동 씨의 앵커 기용에서 알 수 있듯, KBS가 또다시 공정하고 객관적인 뉴스가 아닌 특정 진영 위주의 편파적 뉴스프로그램을 만들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게다가 이 뉴스프로그램을 만들겠다는 실무 책임자는 ‘천안함 폭침이 북한의 소행이라는 증거가 없다’라는 취지의 프로그램을 만들어 논란을 불러 일으켰던 PD이다. 지금 KBS뉴스와 프로그램에 대한 편파, 왜곡 시비로 시청자들의 항의가 끊이지 않고 있다. 이제는 시청자들이 주기적으로 KBS앞에 찾아와 시위를 벌이고 있는 지경이다. 이런 상황에서, KBS가 공정보도는커녕 좌편향성을 더 강화한다면, 그것은 전체 국민에 대한 배신행위요, KBS를 몰락으로 이끄는 지름길일 뿐이다. 자칫 KBS가 ‘뉴스도 개그와 코미디 같이 한다’ 고 조롱받을지도 모른다. 당장 <김제동 앵커 뉴스>를 멈춰라. 그렇지 않으면 국민들이 KBS를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

 

1. 시사프로그램 진행자가 뉴스앵커?

공영노조의 성명서 표현을 보면 언론이 인용보도하기에는 미심쩍은 내용이 많다. 성명서의 주장에는 근거가 있어야 한다. 하지만 공영노조 성명서의 문장들을 보면, 대부분 “~한다고 한다. ~것으로 알려졌다. ~한다는 것이다. ~인 듯하다. ~하는 것 같다. ~로 알려졌다”로 끝맺고 있다. 대부분 현재 기획단계에서 논의 혹은 협의 중이거나 그것에 대해 전해들은 내용들이다. 확정된 사항은 전혀 없다. 진행자는 고사하고 프로그램 성격은 물론, 최소한 편성이 확정됐다는 내용도 없다. 확정된 사안이 없으니 공영노조 성명서의 비판과 주장은 섣부르고 공허해 보인다.

뉴스톱 확인 결과, 현재 밤 11시 뉴스를 대체할 것으로 검토되는 프로그램은 PD가 만드는 시사프로그램이었다. 통상적으로 시사프로그램에서는 '뉴스앵커'라는 단어를 쓰지 않는다. SBS <그것이 알고싶다>의 김상중씨나, MBC <탐사기획 스트레이트>의 김의성ㆍ주진우씨를 뉴스앵커라고 부르지 않는 이유와 동일하다. 

그런데 KBS공영방송은 추진 중인 ‘시사프로그램’을 자의적으로 ‘뉴스’라고 단정짓고 김제동씨의 뉴스앵커 기용을 사실화했다. KBS의 한 중견 기자는 "현재 보도국에서 문제 삼고 있는 것은 보도국이 담당했던 밤 11시 뉴스를 다른 국에서 가져간다는 것"이라며 "공영방송으로서 11시 뉴스를 포기해서는 안된다는 주장이 간부들을 중심으로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또 "김제동이 새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것에 대한 문제제기는 거의 없다"며 "시사프로그램에 사회적 주목도가 큰 연예인이 나오는 것은 흔한 일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2. KBS공영노조는 어떤 곳인가?

KBS공영노조는 2011년 5월 KBS내의 보직 없는 1직급 간부들 200여 명을 대상으로 출범했다. KBS에는 전통적으로 KBS노동조합(제1노조ㆍ구노조),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제2노조ㆍ새노조), 그리고 KBS공영노조(제3노조ㆍ간부노조)가 있다. 다만 최근에는 새노조 가입자수가 구노조 가입자수를 뛰어넘어 제1ㆍ2노조 위치가 바뀌었다. 지난 해 9월 미디어스 보도에 따르면 1노조인 새노조 조합원 수는 1706명, 구노조 조합원 수는 1702명으로 집계됐다. 2017년 12월 31일 기준 임원을 포함한 KBS 전체 직원 수는 4602명이다.

KBS공영노조에는 대체적으로 극단적인 보수성향의 간부급들이 가입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가입조합원 수는 공개된 적이 없다. 조합원 수를 확인하려고 수차례 통화를 시도했지만 연결이 되지 않았다. KBS의 다른 노조원을 통해 확인한 결과, 공영노조 조합원 수는 가입대상인 1직급 이상 간부 200여 명의 10% 내외인 수십명인 것으로 알려졌다.

2014년 세월호 사태 당시 KBS 1~3년차 기자들이 KBS내부 온라인망에 세월호 취재와 관련해 ‘반성합니다’라는 글을 올리자, ‘선동하지 말라’는 비판 글을 올려 논란이 있었던 성창경 전 국장이 현재 위원장으로 있다. 

3. 조선일보 등 검증 없이 받아쓰는 언론

공영노조의 불확실한 성명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언론이다. 아래는 이 사건을 보도한 기사 제목이다. 제목만 보면 “KBS가 방송인 김제동씨를 정규뉴스 앵커로 추진하자, KBS노조와 보도국이 반대하고 나섰다”로 읽힌다. 그런데 앞서 확인했듯이 프로그램은 뉴스가 아닌 시사프로그램이고 김제동씨는 앵커도 아니다. 반대성명을 낸 곳도 가입자가 수십명인 간부노조다. 

언론은 보도전에 사실확인을 할 의무가 있다. 그런데 조선일보 등 상당수 언론은 정확한 내용을 확인 안하고 보도했다. 논란을 일으키려는 KBS공영노조와 일부 언론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것으로 보인다. 일부 언론은 관행적으로 타사기사를 베껴 썼다.

포털사이트 다음 검색화면 캡처

논란이 커지며 관련 키워드가 주요 검색어로까지 등장하자 결국 KBS가 “사실과 다르다”며 해명에 나섰다. KBS는 1일 오후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KBS 측은 김제동씨와 새로운 포맷의 시사토크쇼를 진행하기로 협의 중에 있다”며 “해당 프로그램은 뉴스도 아니고 김제동씨가 앵커로 출연한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일부의 일방적인 주장을 몇몇 언론이 확인 없이 받아쓴 셈이다.

일부에서는 주로 예능프로그램 출연경력이 많은 김제동씨가 시사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것에 대해 지적하고 있다. 하지만 연예인들이 시사프로그램을 진행한 사례는 국내에서도 쉽게 찾을 수 있다. 1992년부터 방송중인 SBS 탐사보도프로그램인 <그것이 알고 싶다>를 배우 문성근, 정진영, 박상원 씨에 이어 현재도 배우 김상중 씨가 진행을 맡고 있는 것이 대표적이다. 또, SBS는 1991년 개국 당시 뉴스와 쇼를 섞은 프로그램인 <뉴스쇼>를 평일 오후 10시에 편성하면서 권오승 기자, 방송인 김종찬, 배우 이혜영 씨를 공동 앵커로 기용한 바 있다. 연예인이 실제 뉴스를 진행한 첫 사례였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오늘의 이슈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