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의 온라인판 기사로 시작
지난 8월 24일 한국경제는 <“최저임금 부담” 식당서 해고된 50대 여성 숨져>라는 제목의 기사를 11시 43분경에 발행했다. 이 기사는 한국경제 온라인판에만 노출됐던 기사로, 지면에 실린 기사는 아니었다. 기사 전문은 다음과 같다.
이 기사는 곧 현 정부에 반대하는 네티즌들을 중심으로 온라인에서 공유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기사는 하루가 지나지 않아 삭제됐다. 미디어오늘에 따르면, 해당 기사를 쓴 한국경제 기자는 기사 삭제와 관련해 “내부협의를 거쳤다. 구체적으로 말하기 어렵다”고 했다. 한국경제 편집국장은 “기사 내용을 처음 들었다”며 삭제사실을 몰랐다고 밝혔다.
오마이뉴스가 대전지방경찰청에 확인한 결과 해당 기사는 ‘오보’로 드러났다. 한국경제 기사에 인용된 둔산경찰서는 “전혀 알지 못하는 내용으로 처음 듣는다”고 했고, 대전지방경찰청도 “해당 기사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 지난달 말, 대전 시내에 50대 여성이 자살한 사건이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보도가 나간 후 확인했지만 변사 사건 자체가 없었다”며, “기사를 쓴 기자에게 그런 사실이 없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그 이후에 기사가 삭제된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기사를 쓴 한국경제 기자는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제보 내용을 바탕으로 썼는데, 보도 이후 가족이 받을 2차 피해가 우려됐고, 나이·기초수급 여부 관련 팩트 오류가 드러나 기사를 삭제했다. 하지만 변사 사건이 있었다는 점, 최저임금 부담 때문에 해고됐다는 주변 지인의 증언은 사실”이라고 주장했다. 여기까지에서 마무리됐다면 ‘오보’ 혹은 ‘해프닝’으로 끝났을 사안이지만 특정한 의도를 가진 것으로 보이는 ‘외부세력’이 개입하면서 조금 다른 양상으로 전개된다.
언론의 확인없는 받아쓰기와 정치권의 개입
시작은 ‘받아쓰기’다. <펜앤드마이크>라는 매체에서 한국경제의 기사를 그대로 받아썼다(기사는 현재 삭제된 상태다). 펜앤드마이크는 한국경제 논설고문 출신이자 최근 유튜브에서 극우보수매체로 유명세를 타고 있는 <정규재TV>를 운영하는 정규재씨가 발행인으로 있다.
정치권도 빠지지 않는다. 자유한국당 김용태 사무총장은 24일 오후 7시경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뉴스는 국민들의 공분을 사 청와대 청원까지 신청된 상황입니다. 그런데 지금은 뉴스가 사라졌습니다. 블로그에서만 흔적을 찾을 수 있습니다.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입니까?”, “도대체 어떤 이유로 이 기사가 사라진 것일까요?”라는 내용의 게시물을 올렸다.
김 사무총장의 발언은 삭제된 기사가 온라인에서 ‘좀비'처럼 부활하게 하는 계기가 된다. 강용석 변호사와 김세의 전 MBC기자가 진행하는 유튜브 채널의 ‘최저임금 인상에 서민경제 파탄’ 동영상에 소개되는가 하면, 극우혐오커뮤니티로 유명한 일간베스트(일베)에 <최저임금해직 50대여성 자살: 언론통제로 기사 삭제>라는 제목의 게시물로 등장하기도 했다.
27일 밤 현재 유튜브 동영상은 조회수 3만9천회를 넘었고, 일베 게시물은 6만9천회를 넘어섰다. 일베에는 같은 내용의 게시물이 7건이 더 올라와 있다. 현 정부에 반대하는 블로그나 카페, 소셜미디어에서도 언론통제로 기사가 삭제됐다는 내용으로 공유되고 있는 것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최초에 한국경제가 '최저임금 때문에 해고된 50대가 자살했다'는 기사를 냈다. 언론과 경찰 확인 결과, 그런 일은 없었으며 한국경제 편집국장도 모르게 기사가 나갔다가 삭제가 됐다. 기사 작성 기자와 담당 데스크가 정부의 최저임금 정책을 공격하기 위해 '조작'했거나 뻥튀기한 것으로 추정된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한국경제는 기사를 삭제했지만 이를 정치적으로 이용하기 위해 언론, 정치권, 유튜버가 달려들었다. 정부의 외압에 의해 기사가 삭제됐다는 주장이 나왔고 일베, 자유한국당, 펜앤마이크, 강용석 등 보수 인사들이 확인도 없이 한국경제 기사와 정부 외압설을 인용하며 확대재생산하고 있다.
최초 한국경제 기사는 오보이지 가짜뉴스는 아니었다. 그런데 이후 일베와 강용석 변호사의 유튜브 방송 등에 확산되면서 가짜뉴스가 되어버렸다. 자유한국당 김용태 사무총장이 군불을 지폈다. 전형적인 정치권 가짜뉴스다. 가짜뉴스 확산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