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박원순은 정말 지하철 광고를 없앤다고 말했나

  • 기자명 송영훈 기자
  • 기사승인 2018.10.08 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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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박원순 서울시장이 서울지하철 광고를 없애기로 했다는 언론보도가 있었다. 보도가 있은 후 적자 운영인 서울지하철의 경영이 우려된다는 여러 후속보도가 있었고 소셜미디어에서는 이를 비난하는 게시물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실제로 서울지하철은 고령화로 인한 무임승차 비율이 높아져 적자가 심화되고 있다. 박 시장은 정말로 광고 없는 지하철 운행을 공언했을까? 뉴스톱에서 확인했다. 

 

2호선 지하철역 출입구 광고

박 시장이 서울지하철 광고를 없애기로 했다는 보도는 지난 9월 17일에 나왔다. 오후 2시 9분 경 연합뉴스가 <박원순 “서울시 지하철역 광고 없애고 ‘예술역’으로 바꿀 것”>이라는 제목으로 보도하자 대부분의 언론에서 이를 받아 거의 같은 내용으로 기사화했다.

중앙일보는 같은 날 저녁 7시 46분에 게시한 <박원순시장 “서울 지하철에 광고 없앤다”… 연 440억 수익 포기한 이유는>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하지만 연간 440억 원에 이르는 막대한 광고 수익을 대신할 대비책은 아직 마련돼 있지 않다. 이 때문에 실효성이 떨어지는 계획이란 지적이 나온다”고 보도했다. 이어 9월 28일 강갑생 교통전문기자의 <“지하철역 광고 다 빼라”…박원순 ‘440억짜리 호기’>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지하철 적자 문제를 다시 한 번 지적했다. KBS는 지난 10월 2일 <[뉴스 따라잡기] ‘적자 산더미’ 서울 지하철역…광고를 없앤다?>는 기사를 통해 현재 지하철역 광고의 문제점과 상업광고 폐지시 문제점을 보도했다. 거의 모든 기사가 ‘서울지하철 광고 폐지 추진’을 전제로 보도하고 있다. 그러면 정말 박시장이 모든 지하철 광고를 없앤다는 발언을 했는지 살펴보자.

 

포털사이트 뉴스검색 화면 캡처

박 시장의 해당 발언이 나온 것은 지난 17일 서울시청사에서 열린 ‘2018 사회문제해결디자인 국제포럼’이었다. 서울시가 ‘디자인,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한 길을 보여주다’를 주제로 지난 해에 이어 두 번째 개최한 행사였다. 박 시장은 기조연설에서 '디자인을 통한 사회혁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현대사회에서 디자인은 형태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더 나은 삶의 변화를 위한 방법으로 이용된다”고 소개했다.

논란이 된 발언은 아래 영상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영상의 11분 50초 즈음을 보면, 박 시장은 “전에 미네소타주에 있는 트윈시티에 여행을 갔다가, 디자인이라는 개념은 고급스럽고 그래서 부자들이나 사회 상층의 사람들이 즐기는 그 사람들을 위한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실제 디자인은 그 나머지 모든 사람들을 위해서 필요한 것이다고 깨닫고 서울시장이 된 후에 도처에 적용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이어 우이-신설선 성신여대역을 소개하며, “(우이-신설선) 모든 광고를 없애라, 상업광고 때문에 시민들이 스트레스 받는다. 성형광고들이 많았다. 그랬더니 35억이 필요하다. 말하자면 35억의 광고료를 얻을 수 있는데 포기했다. 그 지역의 시민들을 위해 상업광고 대신에 문화예술을 감상할 수 있도록 결단했다. 우이-신설선을 가보면 예술역으로 바뀌었다”고 했다.

또 신설동역을 소개하며 “서울시가 보유하고 있는 천경자 화백의 작품을 전시하고 있다. 하나의 갤러리가 됐다. 이 할머니도 예술을 즐길 권리가 있다. 앞으로 서울시의 모든 지하철역, 광고를 끊고 이렇게 지하철역으로, 예술역으로 바꾸고자 저는 고민하고 있다. 사실 따지고 보면 갤러리가 따로 있습니까? 어디에나 그림을 걸면 갤러리다”고 말했다. 

논란이 된 발언은 14분 23초 즈음에 나온다. 박 시장은 "앞으로 서울시의 모든 지하철은 광고를 끊고 이렇게 예술역으로 바꾸고자 저는 고민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처음 연합뉴스 기사 본문에서는 “앞으로 서울시의 모든 지하철역의 광고를 끊고 예술역으로 바꾸려고 논의하고 있다”로 바뀌었고, 여러 매체가 이를 인용하며 ‘지하철 광고 없앤다'는 단정적인 제목을 달았다. 특히 중앙일보 기사에서는 “박원순 시장이 광고를 없애겠다는 구상을 내놓았다”며 서울지하철 1~8호선이 한해 벌어들이는 광고 수익 440억을 포기하는 것을 기정사실화했다. 

서울시는 지난해부터 서울지하철에 지나친 상업광고 유치를 배제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2017년 5월 출범한 서울교통공사는 과도한 지하철 상가와 광고를 줄이는 것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2017년 8월에 개통된 무인경전철 우이-신설선의 12개 역사와 전동차에 상업 광고를 없애고 예술작품을 전시했다. 2018년 8월에는 광고로 도배되어 있는 지하철 객실 전광판을 바꾸기로 했다. 승객들이 열차 운행정보를 보기 어렵다고 지적을 한 것에 대한 대응조치다. 

지하철 1∼8호선을 운영하는 서울교통공사는 지난해 11월 27일 성형광고 전면 금지와 광고 총량 15% 감축 등을 골자로 하는 ‘지하철 광고 혁신 방안’을 마련해 추진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공사는 ‘광고 총량제’를 도입해 현재 14만3천 건 가량인 광고를 2022년까지 영국 런던 지하철과 비슷한 수준인 12만 건으로 줄여나가기로 했다. 현재 광고의 약 15%를 줄이겠다는 계획이다. 또 광고를 아예 없앤 ‘상업 광고 없는 역’을 2022년까지 40곳으로 늘려나갈 계획이다.

포털 사이트 검색 화면 캡처

지난해 서울시가 지하철 상업광고량을 줄이겠다는 발표를 할 때부터 지하철 적자에 대한 지적이 나왔다. 박 시장의 포럼 발언은 상업광고를 통한 적자폭 해소와 광고 축소를 통한 시민 불편해소 사이에서 '고민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되어야 한다. 그런데 박 시장의 ‘고민’은 ‘논의’와 ‘구상’으로 바뀌었고, 기사 제목은 '모든 서울 지하철 광고를 없앤다'는 식으로 나갔다. 클릭을 부르기 위한 낚시성 제목이다. 기사 제목만 본 독자들에게는 ‘440억짜리 호기’를 부리는 박 시장만 남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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