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50%", 혜택은 고임금 정규직

  • 기자명 김형모
  • 기사승인 2018.10.09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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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민주노총은 <국민연금 개혁 6대 요구사항>을 발표했다. 내용은 ▲국민연금 지급보장 법으로 명문화 ▲소득대체율 삭감 중단, 45% 유지, 2단계 50% 인상 ▲사각지대 해소와 가입기간 늘리기 ▲국민연금 보장성 강화 ▲기초연금 강화 ▲노사정대표자회의 산하 연금개혁 특위를 통한 사회적 대화 추진 등이다. 그 외 사업주 부담 보험료의 소득상한액을 올리자는 요구도 있었다. 더불어 6대 요구 관철을 위해 "11월 16일 국민연금개혁 민주노총 결의대회 등과 함께 11월 총파업을 포함한 총력투쟁을 전개할 것"을 밝혔다.

지급보장 명문화는 국민연금에 대한 국민적 불신 문제 해소를 위해 상징적 의미가 크고 그 외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다양한 정책이 확대되는 추세를 볼 때, 민주노총 요구의 핵심은 <명목소득대체율 50%>와 <국민연금 보장성 강화>라 할 수 있다.

필자는 지난 9월 6일자 기사 '국가대표 공적연금'을 국민연금에서 기초연금으로'를 통해 노후보장성 강화의 핵심은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인상이 아니라 기초연금 강화임을 밝힌 바 있다. 이를 위해 국민연금 보험료율은 동결하고 소득대체율을 낮춰가며 연금 재정안정은 꾀하는 대신 소득/법인세 연동 목적세 신설로 증세를 통한 기초연금 확대를 제안한 바 있다.

그런데 민주노총을 비롯한 노동계는 여전히 국민연금이라는 프레임에 한정하여 연금문제를 바라보는 경향이 크다보니 ‘소득대체율’에 집중하고 있다. 하지만 민주노총의 ‘국민연금 중심 프레임’을 존중하더라도 민주노총이 집중하는 명목소득대체율 50%는 <국민연금 강화를 통한 노후빈곤 해소 및 재분배 확대>라는 측면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그럼 민주노총의 주장이 갖는 한계를 살펴보자.

YTN 화면 캡쳐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50% 최대 수혜집단은 정규직 노동자

일단 50%에 육박하는 현재의 노인빈곤 문제 해결에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인상은 하등 도움이 되지 않는다. 소득대체율은 현재 납입하는 보험료 소득기준에 따라 부여되는 것이다.

소득대체율 효과가 발휘되는건 한참 시일이 흘러 국민연금을 상당기간 납입한 이들이 국민연금 수급자가 될 때이다. 즉,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을 아무리 높여봤자 현재의 어르신에겐 전혀 해당사항이 없으며, 멀지않아 연금을 받을 이들에게도 도움이 되지 못한다. 그리고 여러 통계에서도 알 수 있듯 불안정 노동, 자영업자, 저소득자는 보험료도 적게 그리고 짧게낸다. 여기에 수명까지 짧다. 핵심 수혜층은 국민연금 보험료를 많이, 오래 낸 이들이다. 즉 “고용이 안정된 직장에서 높은 급여를 받는 가입자”이다.

물론 6대 요구안 중 기초연금 강화가 들어있다. 그러나 기초연금을 강화하기 위해서도 재원이 들 것이며,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을 50%를 올리기 위해서도 상당한 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하다. 어차피 '재원 부담'을 더 한다면,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인상보다 기초연금 인상에 집중하는게 현재의 노인빈곤 해소와 비용대비 효과 측면에서 낫다. 특히 조세는 징수가 누진적이며 광범위하지만 국민연금 보험료는 징수범위 자체가 좁은데다 정률이다. 소득상한액 초과자는 역진적이기까지 하다. 즉 사회적으로 같은 비용을 창출하더라도 보험료는 세금보다 부담 충격이 크다.

소득대체율보다 전체가입자 평균소득(A값) 인상이 효과적

국민연금 액수를 결정하는데 영향을 끼치는 핵심은 소득대체율과 함께 균등급여(A값)이다. 국민연금 급여액은 가입기간 중 본인 소득과 전체 가입자의 소득 두 가지가 각각 50%씩 반영해 연금액이 결정된다. 예를들어 [40년 가입 본인소득 400만원 / 전체 가입자 평균소득 200만원 / 소득대체율 40%]면 연금액은 본인 소득 400만원*20%인 80만원과 평균소득 200만원의 20%인 40만원이 합쳐 120만원이다. 소득대체율이 40%이지만 실제 소득대체율은 30%인 것이다.

반면 동일기간 가입한 100만원 소득자는 100만원*20%=20만원과 200만원*20%=40만원이 합쳐져 60만원이 된다. 100만원 소득자에겐 소득대체율이 60%이다. 이것이 바로 국민연금의 재분배 기능이다. 이런 역할을 하는 A값이 커지면 국민연금 모든 가입자에게 혜택이 돌아가며, 특히 평균소득에 비해 본인 소득이 낮은 가입자일수록 효과가 크다.

아래 표는 이를 잘 표현하고 있다.

 

<표1> 명목소득대체율 50% 인상시 소득금액별 연금액 변화(40년 가입)

생애소득(만원)

소득대체율(%) 및 예상연금액

인상액

(만원)

인상률(%)

40

50

100

60

75

15

25

200

80

100

20

25

300

100

125

25

25

400

120

150

30

25

 

<표2> 가입자평균소득(A값) 200->300만원으로 인상시 연금액 변화(40년 가입)

생애소득(만원)

가입자평균소득(만원) 및 예상연금액

인상액

(만원)

인상률(%)

200

300

100

60

80

20

33

200

80

100

20

25

300

100

120

20

20

400

120

140

20

16.7

 

<표1>은 명목소득대체율을 40%에서 50%로 올렸을 경우의 변화(가입자 평균소득 200만원 가정)이며 <표2>는 가입자평균소득을 300만원으로 올렸을 때의 변화를 나타낸다. <표1>에서처럼 명목소득대체율을 50%로 올릴 경우 국민연금 가입자는 모두가 동일하게 25%씩 인상된다. 반면 <표2>처럼 가입자평균소득(A값)을 인상할 경우 모두가 ‘같은 금액’이 오른다. 같은 비율(%)로 오른다는 것은 소득이 높은 사람일수록 인상 금액이 크다는 것이며, 같은 금액이 오르는건 저소득층일수록 상승 비율(%)이 높다는 얘기다. 즉, 소득대체율을 올리거나 A값을 올리거나 총 연금 지출이 늘어나지만 “누구를 위한 지출인가” 라는 측면에선 A값 인상이 훨씬 평등하고 재분배 기능에 충실하다.

국민연금은 일종의 벽돌쌓기다. 소득대체율이 40%면 1년에 1%짜리 벽돌을 쌓는 것이고, 50%라면 1.25%짜리 벽돌을 쌓는 것이다. 소득대체율 인상이 되더라도 상당 기간을 가입해야 효과를 본다. 그러나 A값 인상은 지금 당장 연금을 받는 수급자부터 적용된다. 왜냐하면 연금 수급 시작 시점의 A값이 연금수령액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즉, 향후 노인빈곤률 감소에 있어서도 보다 빠르게 효과를 볼 수 있는게 A값 인상이다.

이렇듯 국민연금의 보장성을 강화한다는 목적을 실현하기 위해선 명목소득대체율보다 가입자평균소득을 높이는게 훨씬 바람직하다. 그렇다면 민주노총을 비롯한 노동계는 가입자평균소득(A값)을 높이기 위해 무엇을 주장해야 할까?

민주노총, '연금의 벽' 넘어 동일한 가입자평균소득 적용 주장해야

필자는 민주노총이 국민연금 개혁에 목소리를 높이는 이유는 연금을 통한 사회연대와 평등한 공적연금 실현이라 믿는다. 이를 위해 노동계가 연금 제도별로 다른 가입자 평균소득을 전체 노동자 평균임금’ 같은 보편 기준으로모든 연금제도에 동일 적용할 것을 주장하길 소망한다. 쉽게 말해 국민연금 A값을 227만원에서 346만원으로 올리는 것이다. 참고로 건강보험 직장가입자 평균급여는 2017년 기준 346만 7천원이다.

“연금제도의 벽을 넘어 재분배 급여인 <전체 가입자 평균소득>을 통일해 소득재분배 실현하자”는 주장은 전체 국민연금 가입자의 지지는 물론이고 기업주 입장에서도 반대할 이유가 없다. 공무원연금 적자부담을 줄일 수 있어 정부재정 측면에서도 바람직하다. 국민의 박탈감을 가중시키는 공무원연금 등 특수직역연금 특혜 시비도 상당부분 줄일 수 있다.

지금처럼 “소득대체율 올리고, 보험료 인상은 사측 부담 늘려 책임지며, 정부는 지급보증을 약속하라”는 식의 주장은 합의도 어렵고 노후보장의 보편성 측면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물론 공무원연금 재분배에 활용되는 가입자평균소득이 500만원에 육박하니 현재 공무원연금 가입자의 예상 연금액은 다소 줄어든다. 하지만 국민연금 가입자에 비해 월등한 국가(사용주) 보험료 부담과 긴 근속기간, 높은 급여수준으로 설사 동일한 균등급여(가입자평균소득:A값)가 적용되더라도 국민연금 가입자보다 더 나은 연금혜택을 누릴 것이다.

만약 가입자평균소득(A값) 기준이 대폭 인상된다면 재정추계 그래프상 최대기금적립액(2041년)은 1,778조원에서 상당부분 감소할 것이다. 이는 과도한 기금적립에 대한 우려를 해소하는데도 도움이 된다. 만약 국민연금 보험료 인상이 부담된다면 최대적립액 이후 기금 감소의 기울기를 줄이면서 국민연금 재정목표인 <70년후 적립배율 1배> 달성을 위해 2028년 40% 이후 소득대체율을 꾸준히 낮춰가는것도 검토가 필요하다.

대신 공무원, 사학연금 등에 적용되는 가입자평균소득은 줄어들어 정부 재정 측면에서는 절감 효과가 있다. 이러한 절감액을 기초연금 확대와 국민연금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지원금에 더 투입할 것을 주장하자.

 

격차 심화시킨 '기업별 노동운동 오류' 국민연금에선 범하지 말자

우리나라 노동운동의 큰 오류가 기업별 체제라는 현실에서 본의 아니게 전체 노동자보다 자기 조합원의 경제적 이익에 집중해왔다는 점이다. 그 결과 <기업규모, 노조-비노조,공공-민간 의 격차>는 엄청나게 심각해졌다. 민주노총이 <국민연금 명목소득대체율 50%>를 강력히 주장하는 것도 사실 국민 전체 편익, 평등한 연금 실현이라는 관점보다 민주노총 조합원 다수의 경제적 이해관계에 충실한 주장이 아닌지하는 의구심을 버릴 수 없다.

모든 것을 한꺼번에 얻을 수 없다. 공적연금 역시 누군가 많이 차지하면 다른 이들의 몫은 줄고 후세대 부담은 커지기 마련이다. “과세없이 대표없다”란 말이 있지만 지금 결정하는 국민연금의 책임은 선택권이 없는 후세대가 오롯이 책임진다. 개혁의 성공여부는 ‘내려놓는 기득권의 크기’에서 결정된다. 개혁을 위한 책임은 당연히 보다 많이 누려온 이들일수록 커야한다.

국민연금과 공무원연금 등 소속 연금제도의 벽을 넘어 <전체임금노동자 평균소득> 같은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는 것이 바로 <하후상박>에 기반한 연금 재분배이자 ‘국민연금 보장성 강화’의 올바른 길이다.

민주노총이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50%> 주장을 철회하고 보편적이고 평등한 국민연금 보장성 강화를 위한 노선 전환과 실천에 나서주길 기대한다. ‘제3자 개입금지법’이라는 악법에도 공장의 벽을 넘어 헌신적으로 연대했던 초기 노동운동 정신을 국민연금에서 구현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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