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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학교에 전신소독기로 감염위험 낮춘다?

2021. 08. 23 by 선정수 기자

서울시북부교육지원청은 지난 20일 '감염병에 대응하는 학교시설 기준 수립 연구' 보고서를 공개했다. 이 연구는 "감염병으로부터 안전한 학교생활과 중단 없는 학습이 가능한 학교공간 조성을 위한 감염병 대응형 학교 설계 기준을 마련”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목적은 훌륭하지만 일부 내용이 방역 당국의 지침에 위배된다. 뉴스톱이 팩트체크했다.

출처: 서울북부교육지원청
출처: 서울북부교육지원청

 

◈전신 소독기 설치하면 감염 위험 낮춘다? →사실 아님

보고서는 "감염병 상황에 필요한 설비를 갖춘 전이공간을 급식실 입구에 조성 한다. 항균·소독 기능이 적용된 에어샤워기, 발판소독기 등이 적용된 에어샤워존을 입구에 배치해 활용한다"라고 제언한다. 설치 장소는 급식실 입구와 현관이다. 

보고서를 작성한 이제선 연세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뉴스톱과 통화에서 "현재 시중에서 사용되고 있는 전신 소독기를 염두에 두고 보고서를 작성했다"고 밝혔다.

현관을 통해 드나드는 사람들이 전신 소독기를 지나가면 소독기에서 소독약을 뿜어내는 방식이다. 뉴스톱은 이미 수 차례 전신 소독기의 무용성과 위해성을 경고했다. <[코로나19 팩트체크] 해수욕장 살균터널 효과 있나?>, <[팩트체크] 서울시 설치 전신소독기, 코로나 막는다?>기사를 참조하면 관련 내용을 볼 수 있다.

코로나19는 기본적으로 감염자의 비말을 통해 전파된다. 일부 접촉전파, 밀폐된 공간에서의 공기전파 사례가 확인되고 있다. 전신 소독기는 소독약을 신체 외부에 뿌리는 방식이다. 감염자가 몸 속에 갖고 있는 바이러스를 사멸시키는 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출처:질병관리청
출처:질병관리청

 

◈전신 소독기의 위해성

질병관리청이 내놓은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대응 집단시설·다중이용시설 소독 안내 (제 3-4판)'를 살펴보자. 세계보건기구(WHO),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살균(소독)터널, 캐비넷 등의 장비를 이용해 소독제를 사람에게 분무·분사하는 방식은 환자의 비말전파 또는 접촉 전파 위험을 감소시키지 않는다고 밝힌다. 오히려 눈과 피부에 자극을 주고 흡입에 따른 호흡기 증상, 메스꺼움, 구토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으므로 어떤 경우에도 권장하지 않는다고 밝힌다. 

이제선 교수는 이런 방역당국의 지침에 대해 "현재 전신소독기 제조 회사에서 인체 무해한 제품을 개발해 판매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러나 환경부와 방역당국은 '인체에 무해한 소독제는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출처: 환경부
출처: 환경부

이제선 교수팀이 내놓은 보고서와 가이드라인이 교육 현장에 적용되면 서울북부교육지원청 관내 또는 관외 학교의 현관과 급식실 입구에 소독제를 뿌려대는 전신 소독기가 설치될 가능성이 크다. 

뉴스톱은 이에 대한 입장을 물었다. 이 교수는 "가이드라인은 교육 당국과 일선 학교에 대한 권고일 뿐 강제사항은 아니다"라며 "교육청과 각급학교가 위해성을 판단하고 실정에 맞춰 적용 방법을 달리할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감염 위험을 낮추지도 못하고 소독제로 인한 인체 피해 우려가 큰 전신 소독기를 코로나19 방역용으로 사용하자는 주장은 더 이상 안 나왔으면 한다. 학교 입구에 전신 소독기를 설치해 감염 위험을 낮출 수 있다는 서울북부교육지원청의 '감염병에 대응하는 학교시설 기준 수립 연구' 보고서 해당 내용은 사실과 다름으로 판정한다.

출처:서울북부교육지원청
출처:서울북부교육지원청

 

다만 거리 유지를 돕는 여러가지 방법과 공간의 밀집도를 낮추는 방법, 손 접촉 없이 사용할 수 있는 기기 설비 등 학교 생활 공간에서 감염 위험을 낮추는 여러가지 제안들은 적극적으로 검토할 가치가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교육 당국과 일선 학교의 현명한 취사선택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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