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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100년 사망자 수 기준, 에이즈-스페인독감에 이어 세 번째로 치명적

[팩트체크] "코로나는 감기" 전광훈 말은 사실인가

2021. 08. 31 by 송영훈 기자

최근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가 이어지면서 코로나 팬데믹(범유행, 세계적 대유행)으로 인한 피로감을 호소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그러자 일부에서 코로나19로 인한 질환이 중대한 질병이 아니라는 주장이 다시 나오고 있습니다. ‘코로나19는 감기 수준’이라는 주장이 대표적인데 사랑제일교회 전광훈 목사에 이어, 최근에는 이왕재 서울대 의대 명예교수가 유튜브 동영상을 통해 같은 주장을 해 논란이 됐습니다 (해당 유튜브 영상은 뉴스톱 팩트체크 이후 삭제됨).

JTBC 방송화면 갈무리
JTBC 방송화면 갈무리

코로나19 팬데믹은 현재 진행 중입니다. 인류가 처음 겪는 초유의 상황이기 때문에 팬데믹 상황이 종식되기 전까지의 자료와 데이터로 ‘감기 수준 여부’ 등을 명확하게 판단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나마 간접적인 비교로 많이 언급되는 것이 인류 역사상 중대한 전염병 사례와의 비교입니다. 현재 코로나19로 인한 전 세계 인류의 피해상황과 인류 역사상 치명적인 전염병으로 기록된 사례들을 비교해 봤습니다.

WHO(세계보건기구) 통계에 따르면, 2020년 1월 21일부터 2021년 8월 31일까지 누적 기준 전 세계 코로나19 확진자는 2억1630만명이고, 이로 인한 사망자는 449만8451명입니다. 현재 세계 인구가 약 78억9천명인 것을 감안하면 인구 100명당 확진자는 약 2.74명, 확진자 100명 중 사망자는 약 2명 정도 (치명률 2.08%)입니다.

WHO 홈페이지 갈무리
WHO 홈페이지 갈무리

페스트, 콜레라, 결핵, 스페인독감이 대표적인 치명률 높은 전염병

인류 역사상 가장 많은 사망자를 낸 원인은 전쟁이 아니라 바이러스라고 할 만큼 전염병의 역사는 오래 전부터 꾸준히 기록되어 왔습니다. 기원전 430년경에 그리스 도시 국가인 아테네에서 전염병이 발생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으며, 그로부터 20년 후인 기원전 410년경에는 ‘히포크라테스 선서’로 유명한 그리스의 의사 히포크라테스가 독감의 증상을 처음 기록에 남겼습니다.

전염병 중에서도 인류의 생존에 치명상을 가한 것으로는 △페스트(흑사병) △콜레라 △결핵 △스페인독감 등이 대표적입니다. 적게는 수천만 명에서 많게는 수억 명의 사망자를 기록했습니다.

1페스트는 541년 동로마제국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동로마제국의 수도 콘스탄티노플은 교역의 중심지였는데, 세계 각국에서 사람과 물품이 모여들면서 페스트균이 퍼졌습니다. 결국 하루에 수천 명씩의 사망자가 발생했고, 당시 동로마제국 인구의 4분의 1 정도가 페스트 때문에 사망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페스트는 1300년대에 다시 창궐해 몽골과 유럽에 영향을 끼쳤습니다. 특별한 치료법이 없어서, 1346년부터 1350년 사이에 7500만 명 이상이 페스트로 사망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당시 유럽 인구의 3분의 1입니다.

2콜레라는 콜레라균의 감염에 의해 나타나는 급성 전염병으로 탈수가 매우 빠른 속도로 진행되다가 결국에는 사망에 이르게 됩니다. 원래 인도 갠지스 강 유역에 나타난 풍토병이었는데 19세기 들어 인도를 식민지배했던 영국으로 전염되기 시작했고, 결국에는 러시아와 아프리카 등지로 퍼져나가면서 약 1,500만 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3결핵은 역대 가장 많은 사망자를 낸 전염병입니다. 처음 발병이 시작된 19세기 초반부터 지금까지 200여 년 동안 약 10억 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사람의 입에서 나온 미세한 침방울 속 결핵균이 상대방의 코와 입을 통해서 퍼지는 데, 코로나19가 결핵과 비슷한 감염 경로를 보이고 있습니다.

4스페인독감은 1918년부터 1920년까지 약 2년 동안 전 세계에서 적게는 2000만 명에서 최대 5000만 명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제1차 세계대전 사망자 850만 명의 2~3배가 넘는 수치입니다.

이처럼 인류에 치명적이었던 4대 전염병으로 인한 피해에는 정확한 기록이 남아 있지 않아 추정치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또 현재와 같은 의학과 의료기술이 발달하기 이전이어서 더 큰 인명피해를 남기기도 했습니다.

이미지 출처: 픽사베이
이미지 출처: 픽사베이

현대에 들어서 인플루엔자로 인한 사망자 급증

통계로 집계되기 시작한 현대의 전염병으로는 주로 독감 혹은 인플루엔자가 있습니다. 1957년 아시아 지역에 퍼졌던 아시아 독감으로는 200만 명이 사망했으며, 1968년에 발병한 홍콩 독감으로는 75만 명 이상이 사망한 것으로 보고되고 있습니다.

2002년 중국 광동성에서 발생해 전 세계로 퍼진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 사스)는 8000명 이상을 감염시켰고 774명이 사망했습니다. 2009년에 북미대륙에서 발생해 전 세계로 전파된 신종인플루엔자로는 1만8500명 이상이 사망했으며, 한국에서도 75만 명이 감염돼 이 가운데 263명이 사망했습니다.

2012년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중동 지역을 중심으로 퍼진 중동호흡기증후군(MERS, 메르스)는 아직 원인이 정확히 밝혀지지 않은 상태로 박쥐와 낙타 등이 유력한 감염원으로 지목되고 있습니다. 전염성 자체는 낮지만 1400여명의 확진자 가운데 521명이 사망하며 30% 이상의 치사율을 보였습니다.

2015년 6월 동아일보는 WHO와 미국 CDC(질병통제예방센터) 자료를 인용해 ‘최근 100년간 유행한 10대 전염병(사망자 수 기준)’을 집계했습니다. ▲에이즈(3900만) ▲스페인독감(2000만) ▲아시아독감(200만) ▲홍콩독감(100만) ▲7차 콜레라 유행(57만) ▲신종인플루엔자(28만4000) ▲에볼라(4877) ▲콩고홍역(4855) ▲서아프리카뇌수막염(1210) ▲사스(774) 순이었습니다. 현재 코로나19로 인한 전 세계 사망자가 약 450만 명인 것을 감안하면 최근 100년간 인류의 역사에서 코로나19는 사망자 수로 에이즈와 스페인독감에 이어 세 번째로 치명적인 전염병으로 기록되고 있습니다.

게다가 지난 5월에는 코로나19로 인한 전 세계 사망자 수가 공식 보고된 것보다 2배 이상 많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미국 워싱턴대 의대 건강측정평가연구소(IHME)는 독자적인 모델링을 통해 분석한 결과, 코로나19 사망자 수는 5월 3일 당시 693만명으로 추정됐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미국 존스홉킨스대가 실시간으로 집계하는 당시 전 세계 사망자 수 327만 명의 2배가 넘었습니다.

태국에서는 최근 코로나19 환자 급증으로 병상이 부족해지면서 병원 입원을 기다리다 집이나 거리에서 숨지는 이가 잇따르며 사회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백신 접종에 대한 거부감이 다른 지역보다 높은 미국의 조지아주, 플로리다주, 텍사스주 등 남부 주의 병원들은 넘쳐나는 환자들로 의료용 산소 공급 부족에 시달리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코로나19, 감기(독감)의 5~10배 이상 치명률

그러면 감기로 인한 사망자는 얼마나 될까요. 공식적으로 감기로 인한 사망자수와 사망률은 집계되고 있지 않습니다. 다른 질환으로 합병증으로 사망하는 경우는 있어도 감기에 걸려서 죽는 사람은 거의 없기 때문입니다. 이름이 '독한 감기'를 연상케 해 한국에서는 감기 취급을 받지만 독감은 기본적으로 감기와는 다른 질병입니다. 영어권에서도 감기는 cold, 독감은 flu(influenza)로 구분해서 부릅니다.

그러면 독감으로 인한 사망자는 얼마나 될까요.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2126명이 우리나라에서 사망했습니다(신현영 민주당 의원실 자료). 한파가 극심했던 2018년에는 사망자수가 720명까지 늘었지만 대체로 매해 100~200명대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반면 방역이 잘 되고 있다고 평가받는 우리나라에서 지난해부터 올해 8월까지 코로나19로 2285명이 사망했습니다. 같은 기간 미국에서는 코로나19로 64만명이 사망했습니다. WHO에 따르면 전세계적으로 독감으로 인해 한 해에 29만~65만명이 사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한 전 세계 사망자는 1년 8개월동안 450만명입니다. 많은 나라가 셧다운을 하는 등 사회적 거리두기를 강력하게 시행했음에도 이 정도입니다. 코로나19는 독감보다 5~10배는 치명률이 높다고 볼 수 있습니다.


면역력이 강한 사람은 코로나19에 감염된 후 감기처럼 가볍게 앓고 지나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에게는 치명적입니다. 현재까지 기록된 사망자 수로는 인류의 근현대사에서 세 번째로 인류에 치명적인 전염병으로 기록되고 있습니다. 게다가 피해는 아직 진행 중입니다. ‘코로나가 감기 수준’이라는 주장은 전염병으로 인한 사망자 수 집계로는 사실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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