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팩트체크] "차벽은 위헌", "원천봉쇄는 차별방역" 광화문 집회 논란

  • 기자명 송영훈 기자
  • 기사승인 2020.10.12 03:0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낙태죄 정부개정안 오히려 후퇴했다" 확인해보니

“광화문 차벽설치는 위헌이다”, “정부가 개천절 집회를 차별적으로 허용했다”, “정부의 낙태죄 개정안은 오히려 후퇴했다”, “인공지능의 선택은 가치중립적이다”. 지난 주 논란이 된 주장들입니다. 한 주 동안 언론에 보도된 팩트체크 관련 주요 뉴스를 소개해 드립니다.

 

1. 광화문 차벽 설치는 위헌?

광화문 광장에 차벽을 설치한 것을 두고 정치권에서 여러 말들이 나오는 가운데, 위헌이라는 주장도 나왔습니다. SBS에서 따져봤습니다.

SBS 방송화면 갈무리
SBS 방송화면 갈무리

2009년 6월, 노무현 전 대통령 노제 이후, 불법 집회를 막겠다며 경찰이 서울광장에 차벽을 세워 출입을 통제했습니다. 2011년 6월, 헌법재판소는 이 차벽 설치가 위헌이라고 결정했습니다.

지난 개천절에 광화문광장과 서울광장 등에 차벽이 설치됐습니다. 일부에서는 과거 헌재 결정을 근거로 ‘개천절 차벽 설치는 위헌이다’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과거 헌재 결정을 자세히 살펴보면 차벽 설치가 무조건 위헌이라고 판단한 것은 아닙니다. 헌재는 당시 다른 대안이 있을 수 있는데도 차벽이라는 최후의 수단을 썼고, 일반인들의 통행까지 제한했으며, 명백한 위험이 예상되지 않는 상황에서 차벽을 쳤다는 등의 이유로 위헌 결정을 내렸습니다.

이 조건들을 지킬 경우 차벽 설치가 위법하지 않다고 볼 수 있는데, 실제 그런 판결들이 나왔습니다. 2017년 대법원이 2015년 민중총궐기 집회 당시 경찰이 설치한 차벽은 위법하지 않다고 판단한 것이 대표적입니다.

이번에는 코로나19라는 전에 없던 변수가 생겼습니다. SBS가 개천절 차벽 설치에 대해 전 헌법재판관 등 법률전문가 5명에게 의견을 물은 결과, 3명은 코로나19의 특수성과 지난 광화문 집회의 경험 등을 감안할 때 위헌으로 보기 어렵다고 답했고, 2명은 사전에 차벽을 설치해 사실상 광장을 봉쇄한 것은 코로나19 특수성을 감안하더라도 과도해 위헌성이 있다고 답했습니다.

 

2. 개천절 광화문 집회 원천 봉쇄는 차별 방역?

정부가 개천절에 광화문 집회를 원천 봉쇄한 것이 차별 방역이라며, 민주노총 집회만 선별적으로 허용했다는 주장이 나왔습니다. YTN에서 확인했습니다.

YTN 방송화면 갈무리
YTN 방송화면 갈무리

먼저 민주노총 집회만 허용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닙니다. 이날 신고된 집회 1,344건 가운데 경찰이 금지한 것은 185건인데, 금지된 집회의 절반 이상인 111건이 민주노총 관련 집회였습니다.

소규모일 경우 허용된 집회도 상당수 있었지만, 민주노총이라는 이유로 다른 잣대를 적용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집회를 선별적 금지했다는 주장도 대체로 사실이 아닙니다. 개천절 집회 신고 1,344건 가운데 10명 이상이 모인다고 신고한 104건은 모두 금지 조치됐습니다. 10명 미만이라고 신고한 경우에는 도심, 집회 금지 장소가 아닐 경우에만 허용이 됐습니다. 경찰은 소규모의 경우 자치단체 기준을 따랐다고 설명했습니다.

지역별 기준이 다른 것은 사실입니다. 시장, 군수, 구청장은 감염병 예방을 위해서라면 자체적으로 집회를 금지할 수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같은 서울이라도 구청별로 기준이 다릅니다. 인원이 늘어날 가능성을 경찰이 판단해 같은 1인 시위라도 막는 경우가 있고 막지 않는 경우가 있었던 것 역시 사실입니다.

 

3. 낙태죄 정부 개정안, 오히려 퇴보했다?

정부가 입법 예고한 이른바 ‘낙태죄 개정안’을 두고 다시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지난해 헌법재판소가 관련 법을 손보라고 한 취지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고 오히려 퇴보했다는 평가도 나왔습니다. JTBC에서 따져봤습니다.

JTBC 방송화면 갈무리
JTBC 방송화면 갈무리

우선 낙태를 한 여성과 의료진을 처벌하는 낙태죄 조항이 그대로 남았습니다. 그래서 사실상 사문화된 낙태죄를 오히려 이번에 만들어냈다는 비판까지 나옵니다.

하지만 입법 예고안을 자세히 보면 처벌하지 않는 영역이 크게 늘긴 했습니다. 범죄로 인한 임신, 친·인척 간 임신, 심각한 건강상의 이유 외에도 임신 초기 14주까지 본인 의사에 따라서 낙태가 가능합니다. 14주에서 24주까지는 사회, 경제적 사유가 있으면 낙태가 허용됩니다. 전문가와 상담을 하고 24시간 숙고를 꼭 거쳐야 합니다. 문제는 24주가 지난 다음입니다. 하루라도 넘기면 여전히 처벌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UN여성차별철폐위원회, 국가인권위원회, 법무부 양성평등정책위원회는 줄곧 어떤 경우에도 낙태는 범죄로 간주되어서는 안 된다며 전면 폐지를 촉구해 왔습니다.

법무부는 일종의 절충을 했다는 입장입니다. 특히 여기에는 헌법재판소 판단도 영향을 미쳤는데, 2012년 헌재는 ‘임신 기간, 즉 태아의 성장 상태와 관계없이 태아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서 낙태죄가 필요하다, 합헌이다’고 봤습니다. 하지만 지난해에는 태아가 엄마 뱃속을 떠나서 생존할 수 있는 임신 22주가 되기 전에는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이 더 보장받아야 한다고 봤습니다. 위헌이니까 기한 내에 법을 고치라고 했고 정부로서는 헌재가 판단한 범위 안에서 법 개정을 했다는 입장입니다.

전 세계 67개 나라가 본인 요청에 따라서 낙태를 할 수 있도록 보장하고 있는데 낙태죄 자체가 없는 극소수 나라를 빼면 평균 12주 정도로 시기적인 제한을 두고 있습니다. 대부분 주 수 제한을 어기고 낙태를 하면 처벌받습니다.

여성계의 요구대로 완전한 비범죄화는 최근 뉴질랜드 사례가 있습니다. 올해 3월에 법 개정을 통해 낙태에 따른 처벌조항을 아예 완전히 없앴습니다. 임신 주 수에 따른 제한이 남아 있기는 한데 20주가 넘으면 2명 이상의 전문가가 여성의 건강 상태, 행복, 임신 기간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을 해서 낙태시술을 할 수 있습니다.

 

4. AI의 선택은 가치중립적?

최근 네이버·카카오 등 대형 포털 업체의 알고리즘 기반 인공지능(AI) 서비스가 연일 공정성 시비에 휘말리고 있습니다. 거대 포털들은 공정성 문제가 불거질 때면 ‘AI 알고리즘이 한 일’이라며 인간적인 가치판단의 개입 여지가 없다는 식의 반응을 보일 때가 많습니다. AI가 알고리즘에 따라 내 놓는 결과물은 가치중립적인지 연합뉴스에서 확인했습니다.

전문가들의 말을 종합하면, 현재 활용되고 있는 AI 알고리즘은 기술적으로 인간이 추구하는 가치나 편견에서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인간이 AI 알고리즘을 설계하는 데다 AI의 학습을 위한 데이터 자체가 편향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AI 알고리즘 편향성 논란이 빚어진 사례는 전 세계적으로 많습니다. 해당 분야 연구·개발의 선두에 있는 미국이나 영국에서는 민간은 물론 공공 부문에서도 AI 알고리즘을 적극 활용하고 있는데, 사회 문제로 이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았습니다.

최근에는 영국 정부가 알고리즘을 도입해 학생들의 입시 성적을 매겼다가 심각한 사태가 벌어졌습니다. 영국 정부는 코로나19로 인해 중등교육자격검정시험(GCSE)과 영국의 대학수학능력시험이라 할 수 있는 ‘A 레벨(level)’을 예정대로 진행하기 어려워지자 각 학교 제출 자료와 학생들의 과거 성적을 토대로 알고리즘이 점수를 매기게 했습니다.

그 결과 알고리즘 채점 결과 학생 40% 가량이 예상 등급보다 한 단계 이상 낮은 성적을 받았을 뿐 아니라 사립학교에 비해 공립학교 특히, 낙후된 지역 학생들이 예상보다 낮은 점수를 받아 공정성 논란이 일었습니다. 학생들은 반발하며 시위를 벌였고, 영국 정부는 결국 알고리즘이 아닌 학교에 성적 평가를 맡기기로 결정했습니다.

미국에서는 전자상거래업체 아마존이 2014년부터 AI를 활용해 직원 채용을 자동화하는 프로그램을 개발했으나, 실험 결과 여성 지원자를 차별하는 경향이 나타나 폐기한 사실이 드러난 바 있습니다. 당시 AI 프로그램은 10여년간 회사에 제출된 이력서 패턴을 분석하도록 훈련됐는데, 이력서 자체가 남성 지원자로부터 제출된 게 대부분이었습니다. AI 프로그램에 ‘데이터 편향’이 반영된 것입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미국, 유럽 등에서는 AI 알고리즘 활용에 따른 공정성 문제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미국 백악관은 2016년 ‘인공지능의 미래를 위한 준비’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펴내며 ‘정의, 공정성 및 책임(Justice, Fairness, and Accountability)’을 중요하게 다뤘습니다. 보고서는 “AI 전문가들과 학생들에 대한 윤리 교육이 문제 해결의 핵심 부분”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또한 미국 MIT대 미래연구소(Future of Life Institute), 영국 옥스퍼드대 전략적 AI 연구센터(Strategic Artificial Intelligence Research Centre) 등 해외 유수 AI 연구 기관들이 AI의 기술뿐 아니라 윤리 문제, 사회적인 영향에 대해 연구하고 있습니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오늘의 이슈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