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사랑해'라고 썼더니 죽어가던 양파가 살아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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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사랑해'라고 썼더니 죽어가던 양파가 살아났다?
  • 이채리 팩트체커
  • 승인 2022.07.18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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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국제신문은 <“사랑해”라고 했더니…죽어가던 양파 살아났어요>라는 제목의 기사를 발행했다. 기사는 부산경상대학교 박모 교수가 "양파를 대상으로 재밌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며 "파동 연구(문자에너지파동 실험)로서 공명 실험을 했다"고 적었다.

박 교수는 2021년 6월에 생산한 양파로 생장 실험을 했다고 한다. 튼실하고 보기 좋은 양파를 담은 투명한 컵에는 '미워!'란 글자를 써서 붙였고, 부실하고 보기에 좋지 않은 양파를 담은 컵에는 '사랑합니다'란 글자를 써서 붙였다. 실험이 시작된 지 47일이 지나면서 '미워!'라는 글자가 붙은 컵의 양파는 튼실했음에도 썩기 시작했고, 반대로 '사랑합니다'가 붙어 있는 컵의 양파는 부실했음에도 싱싱한 상태를 유지했다고 한다. 

출처: 국제신문
출처: 국제신문

이 기사가 나간 뒤 일반인은 물론 과학계에서도 큰 논란이 불거졌다. 통제된 환경에서 제대로 설계된 실험이 맞느냐, 양파 2개 비교로 결론을 낼 수 있냐, 정식 연구가 맞냐 등등 의문이 불거졌다. 해당 실험이 정식 연구 결과인지, 과학적 근거는 있는지 뉴스톱이 확인했다.

 

◈ 박 교수 "정식 과학 연구 아냐" 

박 교수는 14일 <뉴스톱>과 통화에서 해당 실험은 정식 연구가 아닌, 학생들 동기부여 차원에서 사용된 수업 자료라고 밝혔다. 박 교수는 "누구한테 용역을 받거나 과학적인 토대로 사전 검증을 받고 준비한 실험이 아니며, 논문을 쓰기 위해 진행된 준비도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기사를 쓴 시민 기자는 자신의 교양 강좌에 참여한 수강생이었다고 한다. 그는 강의 도중 자신이 진행한 양파 실험을 잠시 소개했고, 그걸 본 시민 기자가 양파 실험을 기사화했다고 말했다.

추가적으로 박 교수는 "에너지는 파워(Power)와 펄스(Pulse)를 가지고 있다. 파워는 좋은 기(氣)이고 펄스는 나쁜 기다. 파워는 상대에게 힘과 용기를 준다"며 에너지 개념에 대해 설명했다. 이 에너지 개념이 어디서 비롯됐는지는 확실치 않다. 

그는 "학생들에게 긍정과 부정의 에너지를 보여주기 위해 양파를 대상으로 실험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적극적인 정신 자세 함양의 중요성을 일깨우기 위해 동기 부여 차원에서 해당 실험을 수업에서 공개했다는 의미다. 

이 실험이 과학적 방법론을 사용한 것이 맞냐고 물었다. 이에 대해 박 교수는 "과학이라는게 어떤 것이냐"고 반문하며 "누구한테 용역을 받거나 예산을 지원받아야만 과학인게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기자는 "정확한 실험 설계를 토대로 하는 게 과학이지 않을까"라고 재차 반문했다. 박 교수는 "물론 그 부분은 인정하지만 우연찮게 실험을 시도하다보면 또 발견이 일어날 수도 있는 것이며, 연구를 할 수 있는 모멘트를 하나 만들었다고 하는데 자긍심이 있다"고 밝혔다. 표본이 부족하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올해 9월에 표본을 늘려 실험을 더 해볼 예정"이라고 밝혔다. 

 

◈ <물은 답을 알고 있다>와 동일한 논리 

박 교수는 문자 에너지 파동 실험과 관련해 "글이 아닌 말로서 뱉어내는 언어에도 긍정과 부정 에너지가 작동 한다"며 "이 세상 모든 존재는 파동으로 존재하며, 공명 현상처럼 문자에서도 긍정의 파동과 부정의 파동이 생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2000년대 당시 베스트셀러 반열에 올랐던 에모토 마사로의 저서 <물은 답을 알고 있다>와 유사한 내용이다. 저서에 따르면 대체의학을 전공한 에모토는 실험 접시 샬레에 물을 떨어뜨려 영하 20도의 냉장고에 3시간쯤 넣어둔 후 물의 결정 구조를 관찰했다. 좋은 말을 써놓은 통과 나쁜 말을 써놓은 통에서 언 얼음을 현미경으로 관찰해 보니 좋은 말을 써놓은 통은 예쁜 얼음 결정을 만들었고, 나쁜 말을 써놓은 통에서 언 얼음은 못생긴 결정을 만들었다. 

출처: 교보문고
출처: 교보문고

감동적인 에세이라는 찬사도 있었지만 학계의 반응은 냉담했다. 2003년 당시 정재승 카이스트 교수는 서평을 통해 저서에 등장하는 내용은 과학이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 당시 정 교수는 '비물질적인 것이 물질구조를 변화시킨다'는 전제가 비과학적이라고 했다. 

정 교수는 "물질마다 고유의 진동 주파수를 가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종이에 쓴 글씨가 단어의 의미에 따라 서로 다른 주파수를 낸다는 주장은 실소를 자아낸다"며 "물이 세계 각국의 언어를 이해하고 해석할 수 있는 '의식'이 있다는 과격한 주장을 하려면 꼼꼼히 그 근거를 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 교수는 저자에게 유사과학 지지 모임에만 참석하지 말고 저명한 과학 저널에 연구결과를 제출해 심사 받으라고 제안했다.  

이에 출판사 쪽 반론이 이어졌다. 출판사 김철호 주간은 정 교수의 서평을 두고 과학적 근거가 있냐고 반박했다. "1980년대에 프린스턴대학 특이공학연구소의 두 교수가 8년 연구 끝에 '물질계에서 의식의 영향력은 유의미하다'는 결론을 내렸다는 사실을 참조해 달라"며 "<물은 답을 알고 있다>의 내용 역시 하나의 경험적 사실일 뿐, 그 메커니즘은 아직 밝혀지지 않은 상태"라고 말했다. 그밖에 저자의 모든 주장은 한 자연인의 '믿음'이거니와, 과학자가 나서서 그것이 틀렸다고 단언하거나 경험적 사실 자체를 부인하려는 것은 지적 월권이라며 논란을 일축했다.

정 교수는 김 주간의 반박에 대해 "반박하려면 그 근거를 대라는 것인데, 이것은 초자연 현상을 믿는 사람들이 자주 범하는 논리적 오류"라고 지적했다. 어떤 현상이 사실이라고 주장할 때에는 사실임을 증명하는 증거를 스스로 제시해야지, '사실이 아니란 증거는 있느냐'고 반박하면 안된다는 의미다. 


정리하면, 양파를 대상으로 진행한 문자 파동 에너지 실험은 정식으로 진행된 연구가 아니다. 이 실험 결과는 학회에서 발표된 내용도 아니고 학술지에 실리지도 않았다. 박 교수는 학생들의 동기 부여 차원에서 마련한 수업 자료라고 밝혔다.

실험 결과가 조작됐다는 의미는 아니다. 다만 통제된 상황에서 동일한 조건 하에 실험이 진행됐는지 확인되지 않았다는 의미다. 사회과학이든 자연과학이든 실험 결과가 인정받으려면 이론적 근거가 있어야 하고, 과학적 방법론을 사용해야 하며, 다른 사람이 실험을 해도 동일한 결과가 나와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이 실험은 과학적 실험을 통해 도출된 '연구결과'가 아니다. 따라서 국제신문 기사에서 시민기자가 언급한 '연구결과가 발표됐다'는 주장은 '사실 아님'으로 판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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